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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내가 제일 정상인인 것 같아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20.05.11 22:02
최근연재일 :
2020.06.15 22:37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354
추천수 :
82
글자수 :
134,605

작성
20.06.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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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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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4화 - 4

DUMMY

“개 좀 보이는 거 있어?”

“아니.”



힘들어하는 보민이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을 오르는 것만으로 힘들어서 고개 팍 숙이고 숨 헐떡이면서 오는데 어떻게 주위를 보면서 강아지를 찾겠어. 나랑 용천이가 열심히 찾아 보고 있긴 하지만, 도통 보이지 않는다. 쉽게 보였다면 금방 찾았겠지. 사실 이런 야산에 강아지가 있을만한 데가 있나 싶기도 하고.



“아······ 그냥 내려갈까.”

“산 오르신 지 20분 됐어요.”

“X발.”



무려 20분이나 강아지를 찾아보고 포기 선언을 하려는 보민이. 그 엄청난 집중력과 집념에 나는 한 마디 얹어 준다. ‘쳇’하는 느낌으로 다시금 산을 오르는 보민이. 용천이는 말없이 진지하게 긴 앞머리를 커튼처럼 휘날리며 여기저기 강아지를 찾아 헤맨다.



“보통 강아지가 이런 산에서 나온다면······ 죽은 거지?”

“아무렇지도 않게 잔인한 말을 하네.”

“어쩌면 맷돼지가 잡아먹어서 뼈도 안 남았을지 몰라.”

“맷돼지 초식동물 아니었나? 하이에나야, 뼈째 먹게?”

“아니면 어디 계곡 같은 데에 굴러 떨어져서 죽은 다음 까마귀들이 뜯어 먹는다거나.”

“너는 지금 강아지가 죽어 있음 좋겠지?”

“아아니, 그럴 리가 있나.”



자기가 먼저 강아지 찾자고 적극적으로 나온 애가, 말하는 것만 들으면 강아지가 죽었으면 하는 느낌인 것 같다. 적절하게 계속 태클을 걸어주니 보민이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나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왜 나를 그런 사이코패스로 만들려고 하는 거야.”

“느낌이, 강아지는 찾기 싫고, 근데 하기로는 했으니 어쩔 수 없이 돌아다니는데 강아지가 죽었으면 안 찾아도 되니까, 아 어쩔 수 없네 강아지 진짜 찾고 싶었는데 죽었으면 어쩔 수 없잖아 하는 느낌으로 그만 하고 싶으니까? 그런 느낌?”

“닥쳐.”



보민이는 할 말이 없으면 조용히 하라고 한다. 감정이 격하지 않으면 ‘조용히 해’ 정도로, 감정이 격하면 지금처럼 ‘닥쳐’라는 말로 응답한다. 이런 말 할 시간에 좀 더 찾아보라구.



“산······ 저는 산이 싫어요.”

“왜?”

“심장이 두 개인 저는 본능적으로 뛰고 싶지만, 산은 지형지물이 너무 많아서 뛰기 어렵거든요. 저는 평야가 좋아요.”



말수가 별로 없어졌던 용천이. 자기 스스로 먼저 말을 건다. 얼토당토않은 논리에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심장이 두 개라 뛰고 싶다면, 음. 그냥 산을 뛰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러면 그냥 산을 뛰면 되는 거 아님? 산이 더 힘드니까 심장이 더 무리가 가는데 너는 심장이 두 개니 충분하지 않어?”

“저는 심장만 두 개지 나머지는 일반인하고 같거든요. 무릎 나가요.”

“아아.”



뭔가 되게 아재 같은 이유를 변명으로 드는 용천이. 그래 뭐······ 어른들이 그러잖아, 산 많이 뛰어 다니면 무릎에 안 좋다고. 17살 먹은 고등학생이 말할 건 아닌데.



“어! 저기 저기!”

“어디어디?!”



문득 소리치는 보민이. 모두의 시선이 보민이가 가리키는 곳을 향한다. 나무 위. 나무 위에 강아지 올라가 있어?!



“다람쥐!”

“미친년아! 강아지 찾으라고!”

“아 청설모 아니고 다람쥐잖아! 저런 다람쥐 보기 힘들잖아!!”

“힘들긴 하지만!”



찾으라는 강아지는 안 찾고 놀고 있는 보민이. 물론 나무 위에 있는 다람쥐는 귀엽긴 귀엽다. 청설모는 안 귀엽고 담비는 헷갈리는데 다람쥐는 적당히 작고 줄무니도 있어서 엄청 귀엽거든.



“오 저쪽에······!”

“뭐 뭐?!”

“고라니.”

“아 깜짝이야!”



이번에는 용천이가 진지한 목소리로 무엇인가 가리킨다. 꽤 큰 덩치에 화들짝 놀란 나. 위풍당당한 고라니가 우리 쪽을 바라보다 풀쩍풀쩍 뛰어 달아난다. 쟤도 놀라고 우리도 놀랐어. 강아지는 안 나오고 대자연의 동물들하고 놀고만 있네.






**






“찾았어?”

“아니.”

“배고파~”

“어쩐데.”

“휴우.”



12시가 되기도 전에, 내려가자고 보채는 보민이의 성화에 결국 우리는 산을 내려왔다. 산을 내려오니까 딱 12시가 되긴 했는데. 여자애들도 그쯤 다시 민주 누나네 집 앞으로 모였다. 리나는 귀여워하고 귀여워해도 계속 귀여운지 개랑 강아지들하고 놀고 있고, 나머지는 각자 하고 싶은 얘기만 시끄럽게 하고 있다.



“밥 먹어야 하는데-”

“음.”



모두의 시선이 슬그머니 보민이에게 간다. 어제 그렇게 민주 누나네에서 얻어 먹었는데 또 얻어먹기는 너무 죄송스럽다. 그렇기에 동아리장인 보민이에게 모두의 의견이 모이는 건 당연한 일. 보민이는 예상했다는 듯 뭔가 건방진 웃음을 지어 보인다.



“후훗. 자 모두 이것을 보시오.”

“?”



당당하게 품에서 무엇인가 꺼내는 녀석. 체크카드. 웬 체크카드?



“민아 쌤이 주셨지. 동아리 운용 활동 지원비 카드!”

“오오오?!”



오, 저런 거 처음 봐. 사실 뭔지 모르겠지만, 말만 들으면 그······ 어쨌든 우리 밥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얘기지?! 지원비 카드라니까! 와, 세금 내본 적도 없지만 국가의 돈으로 이렇게 밥을 얻어먹을 수 있다니. 이게 나라다!



“인당 6000원까지 먹을 수 있데.”

“와 대박!”

“뭐 먹을까?”



6000원이면 좀 짜게 주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뭐, 나라에서 공짜로 주는 건데 금액이 어떤들 감지덕지하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뭐, 6000원이면 돈가스나 떡볶이나 그런 거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금액이긴 하지.



“음. 나는 뭐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는데.”

“그러면~”



이런 고민은 언제든 환영이다. 점심 뭐 먹을 지 고르는 고민이라니. 민주 누나네 집은 시골과 도시의 경계쯤이라, 좀 걸어야 한다. 도시 쪽으로 조금 걸어간다.








**








“아~ 잘 먹었다.”

“그러게.”



밥을 맛있게 먹으며 재잘재잘 떠들며 걷는 여섯 명. 즐겁다. 주말에 이렇게 나와서 남자 둘 여자 넷 돌아다니면서 노니까. 뭔가 인싸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점심은 간단하게 햄버거 세트를 먹었다. 6000원이면 딱 적당한 가격이지.



“야 근데 우리 뭔가 까먹은 거 같지 않냐.”

“뭘? 가게에 뭐 놓고 왔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요.”



뭔가 잊어먹은 것 같은 기분인데. 내 질문에 얘기하면서 어느 사이 친해진 민주 누나가 되묻는다. 물건을 놓고 온 건 아닌데, 뭐라고 해야 하나. 뭔가 찜찜한데.



“뭔가 해야 할 거를 안 하고 그냥 놀고 있는 느낌인데.”

“에이, 뭔 소리야 우리 재미있게 놀려고 만났는데.”

“그치?”

“응응.”



그치, 주말에 재미나게 놀려고 모여서 이렇게 점심도 먹고 그런데. 동아리가 좋긴 하네, 이렇게 공짜 점심도 먹고. 나라에서 학생들을 이렇게 지원해주는 거야. 다양한 활동을 하라고. 동아리 활동. 우리 동아리가 고민 상담 들어주는 거지. 민주 누나 고민. 어······ 어?



동아리······ 고민······ 민주 누나······ 뭔가 기억이 날 것도 같은데······ 잊어서는 안 되는 일. 잊으면 안 되는 일!



“우리 강아지 찾고 있지 않았어요?”

“아아아!”



이럴 때엔 가장 정신 놓고 있던 것 같은 용천이가 가장 정신 잡고서 한 마디 일침을 날린다. 모두 깨달음을 얻고 입을 쩍 벌리게 된다. 다들 어지간히 강아지 찾기 힘들고 싫었나보다. 현실 부정도 정도껏이지. 점심 먹으면서 완전히 까먹었어.



“아니 누나는 인간적으로 누나 강아지인데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치만······ 찾기 힘든걸. 너네가 찾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

“저희가 찾아드리잖아요! 누나는 어제 갑자기 고기도 주셨으니 집에서 쉬고 계시면 되잖아요?!”

“어떻게 그래 미안하게!!”



말도 안 되는 말다툼을 시작하는 나와 민주 누나. 강아지는 찾아야 하는데 강아지 찾기는 싫고 근데 얘네가 찾아준다니까 미안하니까 같이 가기는 해야겠고 하는 복합적인 심정의 민주 누나.



“아, 답 없잖아. 산은 여기저기 둘러봐도 없고. 여자애들도 들 쪽 뒤져봤다는데 그다지 없고.”

“좀 막연하긴 하지.”



애들이 강아지 찾기 2차전을 시작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진짜 사막에서 바늘 찾기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니까. 이미 한 바퀴 돌만한 데는 다 돌았는데, 뭐 어쩌겠어. 뒤져보면 더 뒤져볼만한 데가 있긴 하겠다만, 뭔가 헛수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니.



“아.”

“응?”

“아아!”

“뭐.”

“아아아아!”

“사람 말을 하세요 제발.”



무엇인가 깨달은 듯 갑자기 소리치는 보민이. 모두의 어그로를 한 번에 이끌었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는 녀석. 계속 ‘아아아’만 외치고 말할 기미가 안 보인다. 짜증 나서 태클을 거니 보민이는 정말 반짝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모두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을 꺼낸다.



“좋은 생각 났어!”

“그니까 그 좋은 생각이 뭔데요.”



보민이, 자기도 모르게 되게 여자여자하게 귀엽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그냥 평소대로 말한 건데 상태가 보민이♀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어쨌든 굉장히 상큼하고 발랄한 느낌으로 말을 꺼낸다.



“내가 내 『고유』 써서 저번 사건 해결한 것처럼. 이번에도 우리 『고유』를 활용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거야.”

“고유······?”



고유를 활용한 사건 해결인가 싶긴 하지만, 어쨌든 저번 희정이 사건 때엔 무작정 여자 상태인 보민이와 남자 상태인 보민이가 어떻게 이렇게 저렇게 해서 해결했던 것 같긴 하다. 근데 지금 우리 고유가······ 뭐 해결에 도움이 될만한 고유가 있나?



“저를 말한 거라면 전 이미 활용할 거예요. 강아지가 나오기만 하면 심장이 두 개인 제가 뛰어서 잡을 거예요.”

“너 말고.”

“엩.”



용천이를 얘기한 건가 싶었는데, 용천이도 자기가 먼저 앞으로 나섰는데 보민이의 지적에 멈칫 한다. 그러면 누구. 이 중에 강아지 잡는 데에 도움이 될만한 고유는 없는데. 서윤이는 배고프면 어린아이가 되고 배부르면 누님이 되는, 지금으로선 아무 쓸모가 없는 고유다. 점심으로 먹은 햄버거가 배가 불렀는지 낭낭한 옷으로 입고 온 서윤이 임에도 흉부가 꽤 든든해졌다. 크흠. 너무 가슴 얘기만 하지 말구.



보민이는 애초에 본인 의지로 뭐 변화하거나 능력치가 추가되거나 하는 고유가 아니고. 여자애 돼서 오히려 마이너스잖아, 이런 수색전에서는. 나머지, 리나도 부끄러움 느끼면 강아지귀가 나오고 강아지 꼬리가 나오는······ 잠깐만. 강아지?!



“설마······ 설마?!”

“그래. 바로 그거야.”



내가 혼자 생각하면서 용천이를 보고 서윤이의 가슴을 보고 보민이에게서 시선을 떠나 리나에게 향했을 때. ‘설마’ 하고 말하니 보민이는 내 생각을 읽었는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경악한 표정으로 리나를 바라보니 모두의 시선이 리나에게 몰린다. 리나는 ‘에? 에?! 나!?’ 하는 느낌으로 눈이 동그래진다. 이윽고 보민이가 말한다.



“리나 너, 강아지가 되면 되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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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3화 - 7 20.06.03 25 1 11쪽
16 03화 - 6 +4 20.06.02 38 2 12쪽
15 03화 - 5 20.05.30 32 1 10쪽
14 03화 - 4 +2 20.05.28 2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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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3화 - 2 +4 20.05.26 35 3 12쪽
11 03화. 그거 스파이짓 아니야?! +2 20.05.25 46 3 11쪽
10 02화 - 5 20.05.24 33 1 12쪽
9 02화 - 4 +2 20.05.23 40 4 11쪽
8 02화 - 3 20.05.21 41 4 12쪽
7 02화 - 2 +2 20.05.20 37 4 13쪽
6 02화. 손님이 없다면 손님을 만들어야지 20.05.19 52 6 15쪽
5 01화 - 5 +4 20.05.18 58 7 12쪽
4 01화 - 4 20.05.14 5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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