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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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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7.03 23:26
조회
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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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18쪽

번외02 - 3

DUMMY

수업이 시작됐다. 괜히 창피하다. 아직도, 애들이 나를 보고 웃는 표정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맘 같아선 계속 엎드려 있고 싶은데, 선생님 오셨으니까 그렇게 할 수는 없고. 아니꼬운 마음으로 책을 폈다.

“선생님, 그거 아세요?”

“으응? 뭔데?”

“웅도랑 정희랑 사귀어요! 아하하하!”

“읏…….”

국어 시간이라 담임선생님인데, 은지 년이 수업 시작하자마자 높은 톤의 활발한 목소리로 재잘재잘 말한다. 칠판에 글씨를 쓰려던 담임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쳐다본다. 으…… 이 헤픈 년! 아주 동네방네 다 소문 내지! 안 그래도 은지는 좀, 비밀엄수가 잘 안 되는 애다. 그래서 다른 애들도 은지한테는 비밀얘기 잘 안 하는 편인데. 이건 비밀엄수고 나발이고, 남자친구라는 쪽에서 먼저 밝혀 버렸으니. 금세 또 나한테 시선이 주목된다.

“둘이 사귄다고? 어머, 전혀 안 어울리는 조합인데~ 아하하.”

“꺄하하하하하하.”

“……으으읏~!”

선생님은 놀리는 건 아니지만 장난스럽게 말씀하신다. 스스로도 성격이 쿨하다고, 심한 말 들어도 별로 상처입지 않고 툴툴 털어버리는 내 성격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느끼는 거지만 나는 굉장히 소심한 것 같다. 분명 장난이란 걸 알지만 굉장한 상처다. 나랑 웅도…… 안 어울려? 역시, 웅도한텐 좀 더 귀엽고 예쁜 애가…… 무엇보다 난 너무 여자애 같지 않으니까, 키도 웅도만큼이나 크고, 하는 짓도 그렇고. 힐긋 웅도를 쳐다봤다.

‘덜컥.’

“어째서 안 어울립니까! 어울리는 기준이 뭐길래!”

“아아, 알았어, 어울려, 농담이잖아 웅도야~”

“오오오오~”

“……바보새끼.”

의자가 덜컥 뒤로 넘어갈 정도로 세게 일어나선, 눈썹을 한데 모으고 진지하게 말하는 웅도. 그런 남자친구를 둬서 뿌듯하고 기분 좋……지 않아! 창피해, 창피하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저렇게 말하는 건 역효과라구, 역효과! 선생님 당황하시잖아! 애들도 술렁거리잖아! 미친 거야?! 아니면 내가 창피해하는 거 알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정말, 왜 저러는 거야! 틀림없이 학기 초엔 되게 찐따 같이 다니던 애가! 애들은 낮게 ‘오~’ 하면서 부러운 듯 야유하는 것처럼 소리를 내며 나를 쳐다본다.

한숨을 쉬며 벌게진 얼굴을 숙이고 고개를 내젓는데, 웅도가 내 쪽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나 잘 했어?’ 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눈을 부라리며 우악스런 눈짓을 했다. 웅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으며 자리에 앉는다. 어우, 창피해. 이따가 불러서 말해야겠다. 그만 좀 나대라고.

“좋겠네─ 우리반 공식 커플이구나! 후훗. 웅도, 정희, 축하해!”

“우우우우우~~”

“…….”

“아하하. 감사합니다. 참고로 고백은 제가 먼저 했어요.”

“오오오오오~~~”

“……아 쫌……!”

선생님의 정리에 애들은 환호한다. 무슨 결혼식 주례도 아니고. 선언하는 것도 아니고. 웅도는 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유세하는 정치인처럼 거만한 손을 흔들며 말한다. 애들의 반응이 더욱 격해진다. 나는 정말 부끄러워서 웅도한테 막 욕지거리를 내뱉고 싶은 걸 간신히 눌러 참았다. 죽었어, 이따 쉬는 시간만 돼 봐……!


“……읏.”

한바탕 선생님과 애들의 놀림이 간신히 끝나고, 수업시간이 됐다. 나를 놀려먹을 때엔 그렇게나 활발하던 애들이 수업시간이 되니 귀신같이 조용해졌다. 그나마 착하고 말을 재미 있게 하시는 담임선생님이니 이 정도지, 국사 시간이나 윤리 시간이 되면 아주 난리가 난다. 다 고개를 처박고 잠들어버리지.

나는 수업을 듣다 왠지 모르게 살살 배가 아픈 걸 느꼈다. ……설마. 아하. 한숨이 절로 나온다. 꼭 안 좋은 일은 연달아 생기더니. 어제는 웅도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오늘은 다 까발려져서 스트레스 받았는데 그것 때문에 좀 앞서 왔나. 생리…… 하는 것 같다.

배는 계속 찢어질 듯 은근하게 잠식하듯 아파오고, 머리도 점차 어지러워진다. 꾹꾹 눌러 참고 수업을 들으려는데, 솔직히 수업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들어온다. ……이상한데, 진짜! 평소엔 그 날 와도 생리통 그렇게 안 심했는데! 다른 애들이 나한테 부럽다고 한 게, 난 그 날이 와도 아픈지 어쩐지 별 느낌 없이 넘어가는 타입이어서, 그게 부럽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아픈 거야, 오늘은……! 아픈 것도 아픈 건데 어지럽고 매스껍기까지 하다. 식은땀이 줄줄 나는 건 보너스다. 조금 더 참으니까 아예 수업을 들을 수 없을 수준이 돼 버렸다. 도저히 그냥 앉아있을 수 없게 됐다. 억지로 숨이 가쁜 걸 참다 고개를 푹 숙였다.

“괜찮아? 갑자기 왜……?”

“……그, 그거…… 왔는데, 하아……”

“아아. 선생님!”

“응?”

옆자리 윤미가 걱정스런 눈치로 나를 보다 금세 눈치를 채고 선생님을 부른다. 선생님은 이 쪽을 보시고, 윤미 역시 작게 ‘정희, 아파서 양호실 가야 될 것 같은데요.’ 하고 말한다. 선생님 역시 나를 보고 안쓰럽다는 눈빛을 보내신다. 여고니까, 대강 말해도 다들 알아듣는다. 윤미가 나를 일으켜주며 ‘원래 너 생리통 없지 않나? 뭐 잘못 먹었어?’ 하고 작게 속삭인다. 나는 간신히 부축 받으며 일어나서 ‘몰라…… 나도……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인데.’ 하고 말했다.

“제, 제가 갔다 올게요!”

“어어? 웅도가?”

막 윤미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웅도의 거침없는 목소리가 들린다. 선생님은 당혹스런 목소리로 대답하신다. 아무렴, 뭣 때문에 아파하는 지 선생님은 알고 계시니까. 남자애한테 맡기기엔 좀, 껄끄러운 문제니까. 나는 ‘좀 낄 데 안 낄 데 좀 가려! 바보새꺄!’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지럽고 매스껍고 토할 것 같고 배 아프고, 하여튼 총체적으로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몸 상태 덕분에 말이 나오질 않는다.

“자, 업혀.”

“으…… 으읏…….”

웅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와 내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업히라고, 지금? 지금 뭣 때문에 양호실 가려고 하는데, 업히라니. 너무 아파서 짜증도 안 난다.

“뭐야, 얼른 가자.”

“아……! 아으…….”

어지러운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으니까 웅도는 뒤를 힐끔 보더니 엉거주춤하게 일어나 손으로 내 몸을 붙잡아 강제로 업는다. 그리고 잘 업으려고 한 번 들썩 자세를 바꾼다. 들썩 하고 웅도 몸에 밀착하니까 눈앞이 번쩍, 진짜 미친 듯이 아프다. 진짜 죽여버리고 싶다. 하지만 이 멍청한 놈은 그런 것도 모르고 빠른 걸음으로 교실을 나온다. 주위 애들 반응이 어떤지 상상되지만 그런 걸 살필 겨를도 없다.

“많이 아파?”

“으…… 으으…….”

웅도는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묻는다. ……이 새끼를 어떻게 하지. 나 위해서 바보처럼 이러는 건 고마워 해야 하는데. 이 미친놈아, 생리하는 여자친구를 업어다, 그것도 한 번 들썩 해서 옮기는 건 뭐냐. 지금도 걸을 때마다 들썩거려서 배가 꾹꾹 눌리는 기분이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해서, 다리에 힘을 주었다.

“……생리한다고, 미친새꺄!”

‘퍽!’

“아앜!”

‘푹! 털석.’

다리를 번쩍 들었다 있는 힘껏 차 버렸다. 키가 커서 긴 내 다리는 정확하게 웅도의 다리 사이로 골인하듯 들어갔고, 그 사이의 목표물(?)을 호쾌하게 명중시켰다. 웅도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털썩,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나는 안정적으로 웅도를 밑에 받치고 쓰러졌다.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일어났다.


“미안…… 그건줄은 몰랐어…….”

“병신…… 아…… 하읏…….”

웅도는 풀 죽은 표정으로 내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있는다. 나는 침대에 누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웅도는 거기를 맞은 것 치곤 신속하게 일어나서 미안하다고 연거푸 말하곤 나를 부축해 양호실까지 데리고 왔다. 별다른 치료를 해야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침대에 누웠다. 웅도는 안절부절 못하며 의자를 침대 옆에 가져다 놓고 앉아 나를 본다. 이러니까 무슨 큰 병자가 된 기분이네.

근데 정말 왜, 이렇게 갑자기 아픈 거지. 다른 여자애들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전혀 이러지 않아 행복했는데. 행복한 시절은 다 물 건너 갔구나.

“……많이 아파?”

“많이 아파.”

“미안…….”

“……너 때문에 아픈 건 아니잖아. 하우우…….”

“그래도, 눈치 없어서.”

“……그건 그렇긴 해.”

누워서 눈을 감고 있으니까 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웅도는 가만히 측은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다 미안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나는 애써 미소지으며 말했다. 말 나온 김에 말하려고,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떴다.

“좀 나대지 좀 마…… 제발.”

“응?”

“왜, 왜…… 사귀는 걸 다 말해.”

“말하면 안 돼? 난 처음 사귄 여자친구니까, 모두한테 자랑하려고 한 건데.”

“……하아. 됐다, 됐어.”

웅도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전혀 모르는 투로, 순박한 시골 청년처럼 말한다. 나는 한숨이 절로 나와 해탈하는 마음으로 포기했다. 그래, 네가 무슨 잘못이겠니. 그냥 눈치 없는 게 잘못이지. 아파서 더 말은 못 하겠고, 눈을 감았다.

“……정희 너는, 나 창피해?”

“……무슨 소리야, 또.”

눈 감고 잠자듯 숨죽여 있는데, 웅도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한다. 힘겹게 눈을 뜨고 웅도를 올려보며 말했다. 엄마한테 잔뜩 혼나서 기가 팍 죽은 어린애 같은 모습이다. 내 눈을 피하고 입을 앙다물고 있던 웅도. 그러더니 힐끔, 나를 보고 말한다.

“그럼 왜, 다른 애들한테 말하지 말라는 거야. 당당하게 못 말하는 건, 역시 나랑 사귀는 거 별로라는 거 아니야?”

“……하아, 그게 아니라아…… 아아…….”

웅도의 말에 나는 굉장한 어이없음을 느꼈다. 그게 아니라, 꼭 사귄다고 그걸 다 소문내고 다녀야 하냐고. 진실로 내가 괜찮다고 해도, 그걸 꼭 모든 사람들한테 말해야 하냐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 사귀는 것을 진실처럼 다 알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이런 건, 그냥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애들도 알게 되는 거잖아. 꼭 그렇게 다 밝히고 다닐 일은 아니잖아. 나는 사람들 주목 받아서 귀찮게 되는 건 싫으니까, 무엇보다 애들한테 ‘소녀’ 소리 들으면서 놀림 받는 건 죽어도 싫으니까 그래서 그런 건데. 그런 것도 몰라주고, 왜 이런 소리 하나 미워질 정도다. 근데 아파서 이 말은 전부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정리가 전혀 안 된다. 좀 가라앉을 것 같던 두통이 더 심해진 것 같다.

“좋아, 많이 많이 좋아하는데…… 창피해서 그래.”

“창피해?”

“네가 창피한 게 아니라…… 내가 창피해서.”

“응? 무슨 소리야?”

간신히 생각을 정리해서 최대한 짧게 짧게 말했다. 웅도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망울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왜 갑자기 어린애가 된 건데. 아, 물론 평소에 나를 놀리던 정웅도도 충분히 어린애지만. 지금은 아예 인지능력이 10세 정도가 된 것 같애. 표정도 그렇고. 한숨을 푹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 솔직히 여자애다운 면 별로 없으니까. 그게 콤플렉스인데…… 너랑 사귄다면, 애들이 놀릴 테니까…… 그게 창피하다는 거야…….”

“……너 지금 생리하는 거 아니야? 충분히 여자애 다운데.”

“……진짜 죽을래? 아아…… 너 진짜 나으면 죽여 버릴 거야.”

“왜, 왜?! 나 뭐 말실수 했어? 미안해?”

“하아…….”

웅도의 대답은 무실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정말 답이 없는 녀석이다. 이런 애가 뭐가 좋다고 나는 사귀었을까. 진심으로 화가 나서 낮은 목소리로 말하니 웅도는 안절부절 못해서 대답한다. 이건 정말 개념이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그냥 대화를 그만두려고 입을 닫았다.

“이상한 소리 해서 미안해. 사실 난 웃겨보려고 그런 건데.”

“……하나도 안 웃겨.”

“응, 미안. 가만히 있을게.”

웅도는 내 단호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문다. 정적이 감돈다. 막상 웅도가 입을 다무니까 또 어색하다. 눈을 감고 달착지근한 어색한 공기를 느끼다 참지 못하고 말했다.

“……수업 들으러 가. 나 그냥 잘게.”

“그래도, 걱정되는데. 수업이야 네 핑계로 땡땡이 치면 되니까.”

“……너 양아치니? 흐흥흥.”

“에헤헤헤헤.”

웅도의 걸작인 대답에 나는 가볍게 웃었다. 내가 웃으니 웅도도 바보처럼 웃는다.

“좋은 기회잖아?”

‘쪽.’

“이런 것도 하고?”

“……!”

웅도는 그렇게 말하고 순식간에 다가와 입맞춤을 한다. 어지러운 머리가 현기증이 나는 것처럼 더욱 어지러워진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아득해졌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나서 뭘 대처할 수도 없다. 그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웅도를 쳐다볼 뿐이다. 아파서 원래 상기돼 있던 얼굴은 더욱 확확 달아오른다.

“무슨…….”

“응? 히히.”

“!”

‘무슨 짓이야!’ 하려는 순간 웅도는 다시 다가와 입을 맞춘다. 이번엔 단순한 입맞춤이 아니라, 정확하게 키스……! 으악, 으아아악!!

“후읏…….”

“……후.”

그렇게 엄청 길게는 하지 않고, 잠시동안 키스를 하고 웅도는 입을 땠다. 멍한 기분. 이 어지러운 게 아파서 그런 건지, 아니면 키스를 해서 어지러운 건지. 심장이 쿵쾅쿵쾅, 머리는 어질어질. 괜히 몸까지 뜨거워진 것 같다.

“……너, 이럴려고…… 따라왔어?”

“없잖아 있지?”

“……쓰레기.”

“아하하핫.”

웅도는 내 물음에 발랄하게 대답한다. 방금 전 어린애처럼 풀 죽어서 살짝 귀여웠던 모습은 어디 가고, 지금은 익살스런 표정 그 모습 그대로다. 그래, 저 짜증나게 만드는 표정. 지금도 짜증나려고 한다. 웅도는 꼭 이게 목적이었던 것처럼 내 머리를 몇 번 쓰다듬더니 ‘그럼, 나 가 볼게.’ 하고 말한다. 나는 뭐라고 한 마디 하려고 했지만 수업 가라고 한 건 내 쪽이었기에, 딱히 붙잡을만한 이유도 없어 그냥 가만히 있었다. 웅도가 가고, 양호실엔 혼자 남았다.


키스…… 해 버렸네. 이상해. 기분이 이상하다. 확실히, 처음 느껴보는 기분. 조금…… 야하다고 해야되나. 으으, 으으! 이상해 이상해. 하지만 또, 웅도에게 되게 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정말 키스하려고 양호실까지 내려온 거야. 게다가 뻔뻔하게 다 말하고. 아무리 서로 솔직하다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은 기분이다. 배신감이라고 해야 할지, 경멸감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으으. 좀 실망이다. 됐어, 생각하지 말자. 눈을 꾸욱 감고 쉬었다.

잠이 오지도 않고, 아프긴 계속 아프니 그냥 눈만 감고 있었다. 곧 쉬는시간 종소리가 울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고통이 좀 가라앉았으면 하고 계속 눈을 감고 누워 있는다.

‘드르륵!’

“나 왔어!”

“…….”

요란하게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활기찬 목소리가 들린다. 웅도 목소리인 걸 알아듣고 나는 눈도 뜨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삐쳤다고 하자면 삐친 거니까.

“잠깐 일어나봐.”

“……뭐!”

“약 사왔어.”

“어…… 약?”

웅도의 말에 짜증스럽게 대답하고 눈을 뜨니 웅도는 네모난 약을 흔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다.

“약국이 생각보다 멀리 있어서. 뛰어 갔다 왔어. 약사 아줌마한테 물어보는데 창피해서 혼났어! 이런 거 사보는 건 처음이니까.”

“……그럼 약 사오느라 나간 거야?”

“어? 응. 에에, 그럼 설마 너, 진짜 내가 키스만 하려고 온 건 줄 알았어?”

“……어.”

“야이…… 너무한데 그거. 내가 그 정도 쓰레기로 보여?”

“미안.”

웅도의 물음에 난 솔직하게 대답했다. 거짓말 하는 건 싫어하니까. 그리고 조금 감동이다. 아까 잘 안 챙겨준다고 말했는데, 이걸로 그 말은 수정해야 될 것 같다. 웅도는 씨익 웃으며 한쪽 구석 정수기에서 물을 떠 온다. 나는 그런 웅도를 보고 몸을 일으켰다.

“……약, 내성 생길까봐 안 먹었는데. 저기 찬장에 잔뜩 있어.”

“어? 어어? 진짜네?! 우씨, 뭐야! 이거 비싸던데!”

“여고잖아, 멍청아. 그래도…… 뛰어가서 사다준 거니까, 먹을게.”

“아, 그래. 내성 생긴다며.”

“……먹으면 확실히 안 아프긴 하다니까.”

웅도는 내 말에 찬장을 열어보고 화를 낸다. 뭔가 무식해보여서 귀엽다. 나는 수줍은 소녀처럼 말했다. 사실 난 이렇게 심하게 아파본 적이 없으니까, 약도 먹어본 적이 없다. 다만 주위 애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그러려니 하고 약을 안 먹었던 거지. 이 정도는 내 근성으로 참을 수 있어! 하면서.

“고마워.”

“응.”

“이제 정말 수업 올라가.”

“어, 갈게. 푹 자.”

“응.”

웅도는 밝게 웃으며 문을 닫고 올라간다. 나는 다시금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으니까 약을 사 온 웅도가 떠오른다. 키스 할 때의 감촉도 다시 살아나고, 포옹했던 느낌도 다시 살아난다. 아아. 너무…… 너무 그런데. 잠자코 눈을 감고 있으니 슬슬 약기운 때문인지 잠이 든다.




“아니 내가 뭐!”

“……흥!”

이상하다. 나는 그냥 지나가고 있는데, 정희가 시비를 건다. 정희는 남자애처럼 호쾌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에 뒤끝도 없는 쿨한 성격의 좋은 애인데, 오늘따라 여자애처럼 새침해져서 괜히 시비를 걸어 나를 괴롭게 한다.

“아유, 미안합니다─”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 짜증나니까!”

“너 진짜 이상하다! 그러니까 여자애 같잖아! 천하의 정희가!”

“……그 말 뭔데에!!”

일부러 도발하듯 고개를 숙이면서 쳐다보면서 사과하니 정희는 대번에 짜증스럽게 말한다. 봐, 이상하잖아! 평소라면 분명 맞받아치거나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길만한 일인데! 이상해, 분명 이상해.

“……변태 씨 진짜 싫어. 진짜 진짜 싫어!”

“좀 이유라도 알고 미움 받읍시다! 왜!!”

“……바보.”

왜인지 모르게 정희에게 미움 받게 된 것 같다. 생리라도 하나, 꼴에 여자애라고.(?)


작가의말

으흑... 으흐흑... 잘못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4.07.04 10:27
    No. 1

    선생님은 웅도의 꿈! 정희는 정희의 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4 12:42
    No. 2

    선생님이 그런 꿈을 꿨다고 하기엔, 너무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시니까...
    정희는 그냥... 에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4.07.04 10:30
    No. 3

    선생님은 웅도의 꿈! 정희는 정희의 꿈?
    혹시 성빈이가 꾼 희세와 웅도의 꿈
    희세가 꾼 성빈이와 웅도의 꿈....
    으로 연계될 수도.....
    이건 제 꿈일 뿐인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4 12:42
    No. 4

    아 그리고 계속 말씀드리지만 본선(?) 참가자는 번외편에 나올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본선에 출전하니까... 데헷 아뇨 그건 아니고 사실 번외에서 연애상황을 다 소비해버리면 본편에서 쓸 게 없으니까 ㅠ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사카나상
    작성일
    14.07.04 18:49
    No. 5

    리유 리유 리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4 20:26
    No. 6

    리유...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직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5 18:57
    No. 7

    으하하하하 이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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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28화 - 3 +19 14.05.30 3,545 147 20쪽
114 28화 - 2 +19 14.05.27 3,026 45 19쪽
113 28화. 나만의 그녀 +23 14.05.26 2,164 51 19쪽
112 27화 - 3 +13 14.05.24 2,032 49 22쪽
111 27화 - 2 +7 14.05.22 1,951 46 20쪽
110 27화. 그만 할게. +13 14.05.18 2,085 44 15쪽
109 26화 - 4 +10 14.05.10 1,701 42 15쪽
108 26화 - 3 +7 14.04.29 2,058 46 23쪽
107 26화 - 2 +9 14.04.26 1,873 41 21쪽
106 26화. 소녀 할 수 없사옵니다. +9 14.04.24 2,020 52 22쪽
105 25화 - 4 +15 14.04.17 2,784 115 18쪽
104 25화 - 3 +16 14.04.10 2,149 50 21쪽
103 25화 - 2 +24 14.04.05 2,318 52 16쪽
102 25화. 다시 한 번, 친구로! +19 14.03.26 3,108 64 19쪽
101 누락된 편입니다 +6 14.03.25 1,940 49 1쪽
100 24화 - 4 +16 14.03.24 1,970 4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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