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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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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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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6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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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28화. 나만의 그녀

DUMMY

이곳은 텅 빈 방. 나는 한가로이 바닥에 놓인 상 앞에 앉아, 휴대폰으로 인터넷 세상 속을 누비고 있다.

“음음─ 아핫.”

높은 톤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 텅 빈 방은 부엌과 하나여서, 개수대 옆 가스레인지 앞에서 조리를 하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보인다.

리본 모양으로 묶은 앞치마 끈이 귀엽다. 그녀가 조리를 하며 움직일 때마다 끈이 흔들흔들 흔들려 몹시도 귀엽다. 허리까지 오는 갈색 머리칼. 염색하여 인공적인 갈색은 아니고, 자연적인 검은빛의 갈색. 짧은 연분홍 핫팬츠에, 희고 탱탱한 허벅지가 보인다. 아차, 이런 건 좀 실례지. 수수한 옷차림이지만 뒷모습만으로도 굉장한 몸매 라인이 드러나 보인다.

“거의 다 했어, 좀만 기다려─”

“응.”

그녀는 발랄한 귀여운 목소리로 말한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보고 방긋 웃어 보인다. 그녀는 뒤돌아 나를 보곤 마찬가지로 살갑게 웃어 보이고 다시 요리에 집중한다. 이러니까 꼭 여자친구나 와이프라도 얻은 기분인데. 상큼한 분위기를 풀풀 내뿜으며 요리를 해 주고 있는 그녀는, 바로 희세.


“자.”

“오, 고마워.”

약간 발그레해진 볼, 부끄러운 듯 머뭇거리는 태도. 평소대로 조금 삐딱한 것 같은 분위기지만 그래도 훨씬 누그러지고 훨씬 참한 느낌이다. 희세는 앞치마를 두르고 다 만든 요리를 상 위에 올려놓는다. 멍하니 앉아 희세를 구경하던 나는 방긋 웃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희세는 내 반응을 보고 마음에 드는 듯 미묘하게 미소를 머금는다. 김치볶음밥. 희세가 만든 것 치고는 간단한 요리. 먹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까 희세가 ‘머, 먹어봐.’ 하고 제촉한다. ‘응’, 대답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와, 진짜 맛있어!”

“그, 그래.”

“어, 진짜! 이야, 역시 희세 요리 솜씨는 못 당한다니까.”

“……헤헷.”

한 숟가락 맛보고 나는 정말 천편일률적인 뻔한 반응을 보였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그건 그런데 지금이 희세 요리 처음 먹어보는 것도 아니고, 꽤나 많이 먹어봤다고. 이젠 뭔가 제대로 희세를 치켜세워줄만한 리액션이 모자라다. 하지만 또 그냥 무덤덤하게 넘어갈 순 없잖아, 여자애가 요리를 해준 건데. 어쩔 수 없이 뻔하게 격한 반응을 보이며 와구와구 밥을 퍼먹었다. 희세는 희세답지 않게 수줍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살짝 숙인다. 어…… 얘가 왜 이런데, 어울리지 않게 귀엽게. 우적우적 김치볶음밥을 씹어 먹으며 힐끗 희세를 보고 ‘너도 먹어, 맛있는데.’ 하고 말했다. 희세는 ‘어, 응.’ 하고 그제야 수저를 든다.

어째서일까, 이런 상황. 희세는 마치 새색시라도 된 양 조신하게 앉아 있고 수줍은 소녀처럼 부끄러워하며 차근히 밥을 먹고 있고, 나는 바보처럼 우적우적 밥이나 씹어 먹고 있다. 마치 색시가 해준 밥을 머슴처럼 다 씹어 삼키는 새신랑처럼. ……이거, 완전히 신혼부부 같잖아! 아니, 이 놈의 망상은, 신혼부부는 무슨! 정말, 상상력이 참 풍부하다, 나란 놈은.

시선을 상으로 내리고 있다 힐끔 눈을 들어 희세를 쳐다본다. 희세는 아까도 말했듯 조신하게 밥을 먹고 있다. 그렇다고 평소에 굉장히 경박하고 천박하게 밥을 먹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밥을 막 먹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희세는 그럭저럭 먹는 만큼은 먹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결코 지금처럼 조신하고 찬찬하게 밥알 한 알 한 알 세어가며 먹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역시, 나만 의식하는 게 아니라 희세도 조금은 신경 쓰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희세가 힐끔 눈을 들어 나를 본다. 이미 희세를 보고 있던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화악 한순간에 볼이 달아 오른다. 얼른 시선을 피했다.

“……이상한 생각 했지?”

“이, 이상한 생각은 무슨. 위험한 발언 하지 마.”

“위험한 발언이라니,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희세는 씨익 웃으며 말한다. 날 놀려먹는 것은 누구보다 좋아하는 희세니까, 내가 당황한 티를 팍팍 내니 때는 이 때다 하고 달려든다. 나는 짐짓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헤에, 분명히 이상한 생각 했구나. 하긴, 넌 엄청난 변태새끼니까.”

“……하아.”

희세는 특유의 뽐내는 듯한 당당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어휴, 또 나왔네, 저 태도. 뭐랄까, 세상 모든 것을 깔보는 듯한 여왕님 같은 기운. 내 영 좋지 않은 표정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듯 피식 웃는다. 나는 한숨 쉬고 밥이나 우적우적 씹는다. 아, 맛있어.

“하긴, 영광일 테지, 이런 누추한 곳에 나 같은 초 미소녀가 밥까지 만들어주니까, 흣!”

“……그건 참 고맙긴 한데.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하니까 좀 그렇지 않냐.”

“……!”

희세는 더욱 의기양양해져서 자랑하는 투로 말한다. 어째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자랑과 허세의 정도가 심해진 것 같다. 나는 잠자코 밥을 먹다 고개를 들고 정면으로 희세를 보며 말했다. 이에 희세는 얼굴이 화악 달아오른다.

“누, 누가 뭐래! 하, 하여튼! 변태새끼가 감사할 줄을 몰라! 흥, 뭐래! 얼른 처먹어, 설거지하게!”

“네, 네.”

내가 한 말이 굉장히 무안했는지 희세는 순식간에 우월한 표정에서 파악 구겨져 언짢은 얼굴이 됐다. 그리곤 신경질적으로 말하곤 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 먹는다. 음, 이렇게 안 좋은 결말을 내려고 그런 건 아닌데. 내가 한 눈치 없음 하긴 하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밥이나 먹는다. 요리는 희세가 했으니까, 설거지는 내가 하려고 했는데 설거지도 자기가 하겠다고 하네. 화 내면서 은근히 일은 다 해주다니, 이거 전문 용어로 ‘츤데레’라고 하던가? 아니, 아니지. 그냥 짜증이지, 이건.

어쨌든 뭔가, 핑크빛까진 아니어도 분홍빛(?) 정도는 되는 것 같은 분위기의 방. 내 기숙사 방도 아니고, 희세네 집에 놀러온 것도 아니다. 그래, 그러니까 여기는───


“에? 뭐요?”

나는 높은 톤으로 되물었다. 웬만하면 그렇게 높은 톤으로 말하지 않는데, 엄마가 워낙 충격적인 말을 하니까.

보충수업에 야자까지 모두 끝난 밤. 기숙사에 들어가 대충 있다 점호가 끝나고, 대충 씻고(아, 난 남자애니까 점호 끝나고 씻는다. 여자애들하고 같이 씻을 순 없잖아.) 자리에 누운 밤. 11시 조금 넘었다. 그런 이른(?) 시간에 잘 순 없으니, 평소의 난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하다 잔다. 게임도 하고, 인터넷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컴퓨터가 없어 몹시 답답하지만, 안타깝게 노트북은 없으니까. 그렇다고 피시를 가져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기 기숙사잖아.

시험기간엔 공부를 하러 4층 열람실에 올라가기도 하지만 그것도 별로 없다. 기껏 성빈이가 먼저 나한테 와 ‘시험기간인데 공부 해야지!’하고 이르집어 주지 않는 한 내 자발적으로 열람실에 가는 일은 별로 없다. 역시, 밤에는 그냥 침대에 누워 이불 덮고 휴대폰 하는 게 최고지. 현대인들은 모두 스마트폰의 노예다. 나도 그러하다. 그냥 노예 할래.(??)

「왜, 싫어?」

“아뇨, 그게…… 싫을 리는 없잖아요, 다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런 현실 속에, 갑자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당장 받아 얘기하니 엄마는 굉장히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왔다. 나는 당황한 티가 역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인 즉, 엄마가 한 말은……

「엄마가 생각해보니까, 너 타향에서 혼자 사니까 너무 힘들고 고생 많았을 것 같아서. 그래서 엄마가 알아보고 있는 거야.」

“……아들 생각을 너무 늦게 하시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머, 뭐라고? 하기 싫은가 보구나?」

“아뇨! 그럴리가요! 기분 탓이겠죠, 하하핫!”

칼자루를 쥐고 계신 건 엄마이기에, 나는 얼른 걸었던 태클은 기분 탓으로 돌리고 웃음 지었다. 그러다 목소리를 낮췄다. 또 큰 소리 전화하다 사감 선생님한테 걸려서 휴대폰 뺏기지. 현대 사회에서 휴대폰 압수는 너무 가혹한 형벌이라고. 특히 나 같은 스마트폰의 노예에겐.

「여하튼 괜찮다, 그거지?」

“넵. 좀 늦긴 했지만, 좋습니다.”

「그래, 엄마가 알아보고 금방 전화 할게.」

“넵!”

엄마의 결론에 나는 활기차게 대답했다. 애초에는 나에게 별로 무관심한 엄마인지라, 금세 전화를 끊으신다. 전화를 끊고, 나는 잠시 휴대폰을 침대 옆에 두었다. 그리고 찬찬히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아싸──!!! 우오오아아!! 으아악!”

‘쿠당탕.’

“아이구…….”

나는 경건하게 수행하는 인도의 한 수행자처럼 앉아 있다 그대로 팔짝 뛰어오르며 괴성을 질렀다. 너무도 기쁜 마음에 그리 했다가 균형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신체 여기저기가 아프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이 온 마음에 가득하다. 엄마가 전화로 한 말은, 바로, 바로, 바로!





『자취』!!!

그래, 그것은 운명의 데스티니. 자취, 자취란 말이다!

그것은 나의 작은 독립, 나의 거점, 나만의 작은 세계! 그래, 그런 거야!

예전부터 자취에 대한 동경이 있긴 했다. 어릴 때부터 내 방이 없이 누나 방에서 같이 살았기에, 내 방이란 게 없었다. 지금 있는 내 방도, 실은 누나 방이다. 누나가 대학교에 가고부터 겨우 내가 쓰기 시작했지만, 누나는 방을 맘대로 쓰지 말라고 경고를 해 두었기에, 실질적으로 내가 그 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컴퓨터 하는 것 정도. 내 방을 꾸미거나 하는 건 엄두도 못 냈다. 누나 방이니까. 그래서 내 방에 대한 욕망이 늘 마음속에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자취라는 훨씬 더 큰 자유가 따라오게 됐다. 자취라니, 자취라니! 내 맘대로 아무거나 해도 되! 친구들 불러다 밤새 놀아도 되고, 밤새 컴퓨터하고 놀아도 누가 뭐라할 리 없고, 내 마음대로 씻을 수 있고! 샤워하고 알몸으로 나와서 몸을 말려도 되고(?)! 그야말로 무한의 자유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엄마가 갑자기 먼저 말하는 점이 무언가 이상하고 뒤가 켕기긴 하지만, 내 쪽에서 먼저 딴지를 걸 필요는 없다. 아무렴, 엄마가 아들 걱정돼서 자취방 마련해주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나. 지금까지 너무나 무관심했던 어머니지만, 사실 그게 서운하거나 그런 것도 전혀 없었지만, 어쨌든 엄마 덕분에 이렇게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솔직히, 내가 별로 불평이 없는 성격이어서 묵묵히 참고 생활하는 것이었지, 이 좁은 방에서 사는 거, 사람 사는 게 아니라고. 위에서 여자애들 생활하고 시끄럽게 떠드는 거 다 들리지, 일단 방이 한평 남짓이라 무슨 고시원마냥 엄청 좁지, 창문도 엄청 작아서 낮에도 불 켜야하지, 환기도 전혀 안 되지, 여름에는 미친 듯이 더웠고 슬슬 가을 된다고 또 엄청 추워지지. 게다가 컴퓨터도 없고, 여자 기숙사라 내 맘대로 씻지도 못하고. 불편함 투성이라고, 정말.

“이제 이딴 방…… 똥이야! 똥이라고! 하하하핳하하하하!”

‘쾅!’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네가.”

“헉!”

나는 격정에 찬 감정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꽈악 쥐었다. 부들부들 떨던 주먹을 그대로 벽에 쾅 하고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쾅 하고 문이 열렸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 사감 선생님이다. 밤이라 바깥 비상구의 초록색 조명이 비쳐 선생님의 모습이 윤곽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그게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다. 안경이 반짝이며 선생님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으며 내 방으로 들어오신다. 바, 밤인 걸 까먹었어, 점호 끝나고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어야 하는 걸 잊었어……! 주, 죽을 지도 몰라……!

“어디 밤중에 누가 떠들으래?! 아주 기숙사 생활 편하지, 미쳤지? 군기 좀 잡아 줘?!”

“악! 아악! 아, 선생님! 악! 거, 거기는! 아 거기는! 아 선생님 군대도 안 갔다왔잖아요! 악! 아악!”

선생님은 그대로 나를 바닥에 거꾸러뜨리고 레슬링 하듯 나를 짓누르고 여러 올컬러 기술들(?)을 선보이신다. 굉장히 밀착해서 미묘하게 가슴이나 허벅지나 이런 데가 닿아서 특정 부위가 위험해질 기미도 있었지만, 이런 건 어릴 때 누나한테도 상당히 많이 당해서…… 으악! 그렇다고 직접 만지는 건! 완강히 거부하지만 사감 선생님, 의외로 힘도 꽤 세셔서 쉽사리 뿌리칠 수가 없다. 아니, 정말 힘이 세서 그런 거고 딱히 피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고……! 한동안 선생님에게 교육(?)을 받고서야 풀려날 수 있게 됐다. 결국엔 그렇게 돼서(?) 선생님의 조롱과 놀림을 받고.


“에에?!”

“자취!?”

“어.”

점심시간, 평화롭게 교실에서 밥을 먹으며, 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모두 깜짝 놀라는 분위기. 희세도, 성빈이도, 미래도 눈이 동그랗게 커져서 놀라 말한다. 리유만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애들이 왜들 놀라나 하는 느낌으로 반찬을 집어 먹는다.

“우와, 대박이네! 자취해, 변태 씨?!”

“어어, 그렇게 됐어.”

“장난 아니다! 놀러가도 돼!”

“뭐, 상관 없지.”

“와와~~”

요 근래 연극을 같이 한 이후로 밥 패밀리에 은근슬쩍 끼어든 정희가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내 자취방, 내 집인데 뭐 안 될 것 없잖아?

“왜 갑자기, 자취하는 거야?”

“어, 엄마가 갑자기 자취방 잡아준데서. 사실 나도 좀 갑작스럽긴 해.”

“에에…… 그럼 기숙사 나가는 거야?”

“응, 기숙사를 나가야 자취를 하지.”

“후으응…….”

성빈이는 무척 아쉬운 표정으로, 성빈이답지 않게 여자애가 애교 부리는 투로 떼쓰는 목소리까지 내며 말한다. 좀 위화감이 들어 이상한 눈으로 성빈이를 보게 되면서도, 또 이해가 가긴 한다. 기숙사에서 제일 친하게 지낸 애가 성빈이니까. 아니,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나한테 말 걸어준 것도 성빈이고, 기숙사에서 멘붕상태로 적응 못 하고 있을 때에도 성빈이가 가장 먼저 말 걸어 줬잖아. 내가 아쉬워해야 하는데 오히려 성빈이가 더 아쉬워한다. 뭐, 성빈이랑 밤에 수다 못 떨거나 주말에 같이 못 놀거나 하는 건 좀 아쉽지만, 그렇다 해도 자취라는 열매가 워낙 달콤해야지. 성빈이의 안타까운 눈빛은 간단하게 기각.

“어디인데?”

“어, 학교 근처는 아닌데…… 그럭저럭 10분 정도 걸으면 되는 거리.”

“그러니까, 어디즈음인데.”

“아, 사실 나도 제대로 안 가봐서 몰라. 잠깐만.”

희세는 성빈이와는 다르게 눈을 빛내며 관심을 가진다. 나는 엄마한테 전해들은 자취방 이름을 인터넷 지도에 쳐 찾았다. 지도를 확대해 책상 위에 올려 놓곤 ‘여기야.’ 하고 희세에게 보여줬다.

“여기…… 이 옆에 우리집이잖아.”

“어!? 진짜네!”

“와, 그럼 히이하고 자주 볼 수 있겠네?”

“뭐…… 그렇겠네.”

“…….”

희세는 손끝으로 지도를 살짝 옮기고 아무 이름도 써 있지 않은 네모를 가리키며 말한다. 그러고 보니까 거기, 정말 희세네 집이다. 단독주택이니까 이름은 안 뜨지만 네모난 건물 모양은 뜨니까. 걸어서 한 1분 정도면 도착할 정도 거리다. 졸지에 희세의 이웃이 됐다. 리유는 환히 웃으며 말한다. 나는 조금 껄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희세는 별다른 말 없이 묵묵히 입을 다물고 지도만 쳐다볼 따름이다.

“어머, 오라버니 그러면…… 혹시 나중에 찾아가도 되나요……?”

“어, 놀러 오는 거야 상관 없는데…… 근데 오라버니는 무슨.”

“우훗♡”

미래의 목소리, 이상하다. 평소에 말하는 활기찬 목소리가 아니라, 낮고 끈적끈적하고 야한 느낌의 목소리. 나의 태클에 배시시 웃으며 검지 손가락을 입에 넣고 쭈욱 빨더니 입에서 손을 빼고 그 손가락을 내 볼에 댄다.

“오라버니 긴긴 밤 외·로·우·실·때♡”

“야, 야, 야!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그렇게 오해 살만한 짓 하지 말라니까!”

“우훗! 무슨 오해요?! 무슨 상상 했는데! 에에에!”

“아이…… 그게 아니라! 너, 너…… 나…… 그, 안 하기로 했잖아!”

“안 좋아하는 거랑 이거랑은 별개에요! 여자애는 성욕 없나요!? 전 오라버니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

“미, 미친년아! 드립 좀 작작쳐!!!”

미래는 나와 화해 비슷한 걸 하고 부터는 점점 드립이 폭주기관차 수준이 돼간다. 예전엔 섹드립을 쳐도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을 했는데 이제는 주위 눈치 전혀 안 보고 직접적으로 한다. 오죽하면 리유가 얼굴이 빨개져서 지적질을 하겠어. 이런 섹드립에 의외로 저항력이 약한지 정희는 이미지에 안 맞게 내 눈치를 보며 얼굴이 새빨개져서 미래에게 ‘야, 그, 그런 말 하, 하지 마! 벼, 변태새끼도 있는데!’ 하고 말한다. 뭐야, 전혀 안 그럴 것 같이 생겨서 소녀성 터지네, 정희.

“어쨌든, 그래, 자취를 하게 됐어.”

“응.”

“그래서 뭐, 할 말이라도 있어?”

내 말에 다른 애들은 잠자코 대답하는데 희세만은 삐딱하게 물어본다. 어째 희세, 요즘은 더 삐딱하게 나에게 시비조인 것 같다. 삐쭉 하고 화가 한 가닥 치밀어 오르려 하지만 꾸욱 참았다. 어차피 희세가 ‘할 말 있어?’ 하고 물어보는 게 대화 잇는 데에 부드러우니까. 안 그래도 꺼낼 말이었는데. 게다가 부탁하는 처지니까, 내가 참아야지.

“기숙사에서 짐 빼서 자취방까지 옮기려는데. 좀 도와줬으면 해서. 미안. 도와줄 수 있겠어?”

“응응! 나, 도움은 안 돼도 꼭 도와줄게!”

“나도, 어차피 기숙사니까, 얼마든지 도와줄게.”

“절 빼시면 곤란해요, 오빠!”

“……뭐, 다들 하니까.”

“에헤헤, 재밌겠네. 나도!”

뭔가 좀 껄끄러운 기분이지만,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여자애한테 짐 나르는 걸 부탁하려니까 내 안의 남성성이 조금 부끄러운 모양이다. 하지만 짐이 한 두 개여야지. 자동차가 있다면 간단하겠지만, 학생인 내가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어쩔 수 없이 애들이랑 같이 옮겨야지. 다행이 다섯 명 모두 찬성한다. 반기는 분위기에 나는 훈훈한 기분이 들었다. 정웅도, 참 여고 와서 잘 적응했구나. 이런 좋은 친구들도 사귀고. 잘 컸다, 잘 컸어. 이제 하산하거라(?).

“이번 주 토요일에, 보충 끝나고 옮기려고. 괜찮지?”

“응!”

“어, 그럼 그 때 보면 되겠네.”

“어어. 고마워, 짐 옮기면 내가 밥 한 번 살게.”

“와, 진짜! 변태 씨 대박! 내가 손 걷어 붙이고 도와줄게!”

“오랜만에 웅도 밥 얻어 먹겠네?”

“……흥.”

반응이 어째 여러 갈래로 상반된다. 리유야 내 말이면 늘 조증 걸린 마냥 헤실헤실 웃으니까, 예상 가능한 범위고. 성빈이는 고개를 갸웃 하며 되게 예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미래는 무언가 드립을 치려다 다른 애들이 나한테 자꾸 말 걸어 타이밍을 놓쳐 불평스런 표정이 됐고, 정희는 밥 사준다는 말에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 돼 큰 소리로 말한다. 희세만은 왠지 모르게 뚱한 표정으로 ‘흥’ 하고 나에게서 시선을 땐다. 아니 저 년(?)은 왜. 요즘 왜 저러나 모르겠다. 나한테 불만이라도 있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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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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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3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5.26 22:56
    No. 1

    점점 글이 19금을 향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5.26 23:00
    No. 2

    ...기분 탓이겠죠. 딱히 그런 장면이 없으니 19세일리가 없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rosemary..
    작성일
    14.05.26 23:02
    No. 3

    가는거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5.26 23:25
    No. 4

    ㄱ... 가버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못찾겠다
    작성일
    14.05.26 23:12
    No. 5

    글 쓰는 거 좋아하세요?

    ...그럼 하루 2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5.26 23:24
    No. 6

    ...과제... 한문... 과제... 아하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사카나상
    작성일
    14.05.26 23:18
    No. 7

    19로 고고씽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5.26 23:24
    No. 8

    그럴 순 없어요... 라노베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지키미삼
    작성일
    14.05.26 23:25
    No. 9

    희세로 낙점 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5.27 00:34
    No. 10

    기... 기분 탓이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아싸라뵤
    작성일
    14.05.26 23:41
    No. 11

    시...십구를 주세요 으흑...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5.27 00:34
    No. 12

    아... 안되요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5.27 00:38
    No. 13

    흐~응...
    그새 이렇게 진행이 됐구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5.27 08:21
    No. 14

    그렇지요, 요즈음은 너무 연재를 안 해서... 헤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hyunne
    작성일
    14.05.27 01:01
    No. 15

    언제 빨간딱지가 붙을지 기대가 큽니다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5.27 08:21
    No. 16

    아뇨, 절대 붙지 않습니다! 라노베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4.05.27 06:25
    No. 17

    대단한 선생님...
    근데
    년? 년이라니..
    님... 님이지~~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5.27 08:23
    No. 18

    선생님은 이미 임자가 있어서... 하핳...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4.05.27 06:43
    No. 19

    아침. 눈을떳다.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졸린 눈으로 창 밖을 보니 아직 어슴프레 석양 같은 아침 하늘이 나를 반긴다. 주방에서 들려오는 요리하는 작은 소리와 흥얼 거리는 소리에 입가에 슬며시 웃음 한자락을 베어문다. 대충 상의 하나 걸쳐 입고 문을 살짝 열어보니 희세가 앞치마를 두른체 아침을 준비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앞치마 밖에없는 옷차림으로 늘 이때가 되면 어젯밤의 격렬했던 침대위를 생각하며 흐뭇함에 빠진다.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물소리에 성빈과 리유가 벌써 씻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잠꾸러기인 미래를 깨우기 위해 건너 방으로 향한다. 희세와 성빈은 자고 일어나도 그 상태 그대로인 반면 침대에 엎드려 입가에 침흘린 자국이 선명하고 몸의 반은 침대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미래를 흔드니 반쯤 감긴 눈으로 날 보던 미래는 모닝키스를 주지 않으면 이상태로 덥친다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뱉아 볼에 뽀뽀하는걸로 합의를 본다. 거실로 나오니 이제 막 리유와 함께 다 씻고 나온 성빈은 아직 부끄러움이 있는지 흠짓 몸을 가리지만 리유는 얼른 내곁으로 달려와 머릴 쓰다듬어 달라고 조른다. 리유를 들어 아직도 젖내 나는 듯한 리유의 뽀얀 피부를 느끼며 입술에 키스를 하고 나머지 손으로 성빈의 가는 허리를 감싸며 희세를 부른다. 뒤를 돌아보던 희세는 묘한표정으로 아침이 다 되어가니 얼른 씻으라고 종용하지만 리유와 성빈이 방으로 들어간 걸 본 나는 앞치마 안으로 손을 넣으면서 희세를 껴안는다. 어젯밤이 생각 났는지 얼굴이 살짝 상기된 희세는 아침부터 변태짓 하지 말고 씻고 나오라며 손등을 꼬집는다. 눈을 흘기는 희세를 보며 불끈 솟아오른 나는 그대로 시작 할뻔 했지만 초인적인 인내로 참아내며 화장실로 향한다. 사실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대로 덮쳤다간 또 네명이서 다시 씻고 지각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이번에 교장 선생님이 되신 사감선생님의 잘라버린다는 협박이 실제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 무섭다. 물론 희세 성빈 미래 리유가 철저히 막아주겠지만 그래도 남자의 소중함이자 부인들의 아주 중요한 곳을 잘린다는 생각 만으로 흠짓 몸이 떨린다. 얼른 씻고 밖으로 나가니 그새 아침을 다하고 앞치마를 벗고 옷을 입은 희세와 리유 성빈 미래가 식탁에 앉아서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체 말한다 " 좋은 아침 " . - 이 행복이 오래 오래 가길 희망한다 -

    응?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5.27 08:24
    No. 20

    ...어떻게 봐도 이렇게 진행되기는 힘들겠네요. 랄까, 어젯밤을 생각하는데 여자애들 4명이 다 있다뇨!! 5P??! 으앙 죽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사카나상
    작성일
    14.05.27 12:20
    No. 21

    피리씨 엄청잘쓴다 저도 이렇게 되길 희망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5.27 12:35
    No. 22

    ...이렇게 되면 안 되요, 범죄에요 범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5 13:37
    No. 23

    결과는 야 정웅도 안일어나!!!!꿈이었다는 씁쓸한 현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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