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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아빠가 되주센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9,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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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7,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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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0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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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아빠가 되주센! - 084

DUMMY

『27화. 학년의 마지막.』




어느덧 가을은 깊어지고, 겨울이 다가옴을 느낄 정도로 추위가 성큼 다가왔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삶을 영위해왔다. 허나 몇 가지 큰 시련에 부딪혔다. 수행평가와 기말고사, 봉사활동.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난관이긴 하지만, 항상 그렇든 공부하기는 싫다. 중간고사가 어물적 넘어간 것 같지만 기분 탓이다. 학교에서야, 예전처럼 자고, 졸고, 또 무료하게 보내고 있다.



“시험공부는 어떡하지.”



“수행평가도 해야되는데...”



“봉사활동 시간도 채워야지?”



나와 승희와 유나는 각각 한 마디씩 했다. 한 마디씩 하니까 이걸 언제 다 하나. 싶을 정도다. 기말고사야, 지금까지 봐 왔던 시험이랑 별 다를게 없다. 문제는 무언가 정말 행동을 해야 하는 수행평가와 봉사활동.



“수행평가가 뭐더라?”



“기술·가정은 박음질로 배게 쿠션 만들어 오는 거고, 체육은... 체육시간에 하고. 음, 또 뭐 있더라? 잠깐만.”



승희는 휴대폰을 열어 메모장을 켜 보더니 말했다.



“아, 수학은 참고서 연습문제 공책에 다 풀어오기. 국어는 작문 2000자. 영어는...”



“아아아악~~!”



수행평가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없는 편이다. 다만, ‘귀찮을’ 따름이다. 소리를 질러서 현실을 외면해보려 했지만 결국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한숨을 푹 쉬고 다시 물었다.



“휴후... 주말에, 봉사활동이나 가자.”



“응. 6시간씩 하면 되니까... 학교에서 기본 12시간 준다고 하니까 8시간만 하면 되.”



“길기도 하다...”



봉사활동 역시 난적은 난적이다. 말 그대로 봉사활동인데, 노인정이나 마을회관, 소방서, 도서관, 관공서 같은 데 가서 봉사활동하고 거기서 도장 받아오면 되는, 말은 비교적 간단한데... 어디 모르는 사람들 있는데 가서 일 도와주겠다고 하고 도장좀 찍어주십시오 하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일은 승희가 맡겨주라고 한다. 아마 일 1시간 하고 3시간으로 위장되는 기적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터벅터벅 걸어가며 체념한 체 말을 이었다.



“그럼 이번 주말에 다 하자.”



“그래, 나, 너, 유나, 서영이 이렇게 네 명이서 모여서 하면 되겠다.”







-주말



“우리 왔어~”



“문을 열지 않으면 부수고 들어가겠다.”



<아이 거 참 겁내 몰아세우네! 알았어.>



‘철컥.’



서영이네 앞. 나, 유나, 승희 이렇게 세 명이서 문 앞에서 통신 판매원처럼 독촉하고 있다. 네 명이나 모여서 뭔가 하기에는 아무래도 서영이네가 적절하다. 물론 우리집도 나쁘진 않지만 오늘은 아빠도 계시고, 엄마도 어디 안 나가신다고 한다. 방에만 처박혀 있기는 그렇지 않은가? 승희네도 비슷한 사정인 상황에서 마침 적절하게 서영이네 집이 비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 우루루 들이닥친 것이다.



“에휴... 뭐 이렇게 일찍부터 오고 X랄이야...”



“좀 씻지. 머리가 그게 뭐냐.”



“...보통 놀토날 아침 8시부터 남의 집에 오냐고.”



서영이는 부스스한 머리에 반바지에 반팔을 입고서 매우 귀찮은 표정으로 첫 대면부터 욕설을 내뱉으며 말했다. 원래 서영이는 졸리거나 짜증나거나 하면 욕을 잘 한다. 우리는 들어가서는 거실을 점령했다.



“그럼, 일단 놀아볼까?”



“야~~”



“야~~!! 놀면 어떡해!”



내가 쇼파에 앉아 TV를 틀며 말하자, 유나와 서영이는 좋아라 하며 옆에 앉았지만 승희는 같이 좋아하는 척 하다가 소리쳤다.



“왜!”



“왜! 라니! 뭐가 그렇게 당당한데, 수행평가 하려고 모인거잖아!”



“아아이, 딱딱하게 굴지 말고 좀 쉬엄쉬엄 해~ 시간도 많은데.”



“우씨... 이러다가 틀림없이 나중에 밀려서 할 거잖아.”



나와 서영이가 말리며 말하자, 승희는 투덜대며 쇼파에 앉았다. 그래도 앉을 걸 보면 승희도 하기 싫긴 하나보다.



“서영아, 밥 줘.”



“나 참, 아침도 안 먹고 왔어?”



“어.”



서영이는 불평하면서 부엌으로 갔다. 유나도 쫄쫄쫄 쫓아가서, 거실엔 나와 승희만 남았다.



“심심하네.”



“역시 안되겠어, 이러다가는 오늘 안에 수행평가 못해.”



“그래보이나, 역시?”



“얼른 자리 잡자.”



승희의 말에 나는 얼른 쇼파에 누웠다. 어이없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승희. 승희가 계속 잡아 끌면서 나를 일으키려 했지만 나는 열심히 누웠다. 하기 싫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결국엔 내가 포기하고 일어났다. 부엌과 거실 사이에서 큰 상을 찾아낸 승희는 나보고 같이 펴자고 했다. 일단 국어, 수학 쪽의 문제 푸는 수행평가 먼저 하려나보다.



‘달깍.’



“고맙네, 상도 미리 펴주고. 밑받침도 깔아주고. 밥먹자.”



“어...”



“이... 바보 이서영아!”



‘퍽!’



“아, 왜!!”



승희가 국어책을 꺼내 상 위에 놓자, 서영이가 떡하니 찌개를 올려놓으며 싱긋 웃었다. 유나는 그 옆에 여러 반찬과 밥을 놓았다. 나는 잠시동안 멈춰서 서영이와 승희 사이를 쳐다봤고, 승희 역시 잠시동안 멈춰있다가 바람과 같이 신속하게 서영이를 때렸다. 서영이는 맞은 뒷통수를 쥐고 억울한 눈빛으로 승희를 쳐다봤다.




“아... 하기 싫다.”



“해야지.”



“이런 건 어때, 나는 국어, 효성이는 수학, 승희는 사회 이런식으로 분업으로...”



“네가 하셔야죠, 이서영씨.”



“그래, 그건 네가 해야지.”



나와 서영이가 하기 싫음에 몸부림치자, 유나와 승희가 꾸짖는다. 아, 근데 진짜 하기 싫다 이거... 적절하게 베끼고 싶지만 깐깐한 승희는 절대 안 보여준다고, 수행평가니까 네거는 네가 하라고 그런다. 젠장! 게다가 그 딸인 유나도 평소 성격이면 관대하게 보여줄 것 같지만 그 엄마에 그 딸인지 결코 보여주질 않는다. 지금 서영이도 계속 유나에게 조르지만 결코 보여주지 않는다. 에효... 짜증난다.



“진짜 하기 싫다.”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안 하면 점수 까여?”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건 참 거지같은 일이다. 아이처럼 보채는 나를 승희가 달래서 수행평가를 했다. 작문 2000자... 난감하다. 어떻게 첫 서문은 땠는데 3장 이후로 넘어가질 않는다. 원고지 한 장에 200자니까, 600자... 앞으로 1400자 남았다. 야, 신난다!



“아오 이걸 어떻게 써!!”



“너무 막 쓰지 말고 앞을 보고 써야지.”



승희가 꾸짖듯이 말했다. 보니, 승희는 벌써 1000자를 훌쩍 넘겼다. 국어는 승희에게 지도 받아가면서 어떻게 어떻게 억지로 2000자를 채우고, 수학도 마찬가지로 그냥 많이 풀었다. 차라리 어떻게 보면 수학이 편하다. 단지 ‘푸는 과정’을 공책에 낱낱이 적어오라는거지. 베껴오면... 아마 털리겠지. 한 11시쯤 돼서, 그니까 수행평가를 시작한 지 2시간 정도 지나서 책상에서 할 만한 주요 과목은 대충 끝냈다. 서영이는 아직도 다 못해서 징징대고 있지만.



“우씨, 너 베꼈지?”



“안 베꼈거든.”



“이제 가정 꺼 수행평가 하자.”



“야, 난 아직 작문 다 못했다고!”



“어디보자... 이거 박음질 마무리던가?”



“우이씨!!”



서영이가 발악했지만 승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행했다. 박음질... 가정 수업시간에 배우긴 했는데, 도통 할 수가 있어야지. 점점 십자수마냥 엉망이 되어간다. 승희랑 유나는 곧잘하는데... 이건 솔직히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천이 두 겹이 되니 바늘도 잘 안 들어간다.



“이씨... 악!”



“...왜 그래?”



“크흑... X나 아프네!!”



바늘이 천을 못 뚫어서, 이것 봐라 하고 있는 힘껏 뚫었더니 내 손가락까지 뚫었다. 조금만 더 세게 했으면 장난 안 치고 진짜 손가락이 관통됐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미친 듯이 아프다. 설마 뼈까지 닿은거야? 으아아아~ 승희와 유나가 놀라서 쳐다본다.



“에휴, 바보야. 뭘 이렇게 무식하게... 에휴.”



“서영아, 약, 약!”



승희는 얼른 내 손에 들려있던 바늘과 배게 커버를 내려놓게 하고 다친 검지에서 바늘을 뺐고, 유나는 서영이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서영이는 작문을 하다 영문도 모르고 약상자를 찾으러 갔다. 아, 그래도 행복하네. 여친하고 딸하고 둘 다 이렇게 헌신적으로 다친 나를 위해주다니.



“이거... 바늘 들어갔으니까 파상풍 걸릴지도 모르겠네. 서영아, 빨간약.”



“예, 마님.”



“...마님이라고 하면 죽여버린다?”



“어... 장난이야, 하하...”



서영이가 빨간약을 건내며 말하자, 승희 눈이 순간적으로 날카로워졌다. 접때 보스와 친구들이 ‘제수씨’ 라고 할 때와 비슷한 표정이다. 그 무서운 표정에 서영이가 멋쩍게 웃으며 빨간약을 넘겨줬다. 승희는 빨간약을 듬뿍 다친 손가락에 넣었다.



“끄아아앎앓앍앑!!”



“가만히 있어.”



승희는 빨간약을 넣고 손가락을 쥐어짜서 피와 함께 쭉 짜내더니, 다시 한 번 빨간약을 바르고 밴드로 붙여줬다. 너무 아프다.



“엄살은.”



“나 아파서 못하겠다. 네가 대신 해주랑.”



“에이, 수행평가를 대신해주면 어떡해.”



“그래도. 손가락이 아픈데 어떻게 하냐.”



승희는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지만 내가 막무가내로 누워서 아프다고 엄살부리니까 웃으면서 자기 것 다 하고서 내 쿠션을 주워서 바느질을 하기 시작한다.



“네껀 대충해도 되지?”



“아아, 완성만 한다면야.”



어휴, 힘들다. 이 날은 그렇게 서영이네서 수행평가만 하루종일 했다. 저녁이 되기 전까지는 그래도 어떻게 다 해서, 보람찬 마음으로 돌아왔다. 오늘이 놀토고, 내일이 일요일... 하지만 내일도 우리는 모여야 한다. 봉사활동 하러... 끄악!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75 치느
    작성일
    11.09.08 20:08
    No. 1

    봉사활동은 직원과 나의 몇번의 눈빛과 샤바샤바로 ... 하면 분량이 없겠구나 .. 작문 2천자는 .. 쉬운데..? 나만 그런듯.
    수학은 ... 사회나가면 결국은 계산기가 다 해결.
    쿠션만들기는 .. 겁나 쉽다.. 이래뵈도 과거 세탁소 아들 . 심심할때 재봉틀 갖고 논 아이 임..;
    잘보고 감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흔적남
    작성일
    11.09.08 22:25
    No. 2

    우와 수행평가로 저런걸 하는 구나. 저는 수행평가 세대가 아니라서 ㅋㅋ 봉사활동은 관공서 가서 청소 좀 하고 반나절 일한것처럼 샤바샤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1.09.10 01:45
    No. 3

    언제 어디서나 봉사활동이 구라인 건 똑같군요, 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애상야
    작성일
    14.01.06 18:23
    No.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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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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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아빠가 되주센! - 083 +5 11.09.07 85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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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아빠가 되주센! - 081 +3 11.09.05 808 13 10쪽
80 아빠가 되주센! - 080 +5 11.09.04 803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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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아빠가 되주센! - 073 +5 11.08.26 950 11 11쪽
72 아빠가 되주센! - 072 +5 11.08.24 647 16 11쪽
71 아빠가 되주센! - 071 +3 11.08.20 836 14 8쪽
70 아빠가 되주센! - 070 +5 11.08.18 72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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