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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아빠가 되주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9,723
추천수 :
1,099
글자수 :
467,525

작성
11.08.3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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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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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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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아빠가 되주센! - 076

DUMMY

다음날 눈을 떠 보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아니, 일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선생님들이 돌아다니며 문을 쾅쾅 두드리는 바람에 깼다. 아우... 미친듯이 피곤하고 졸리다. 어제 밤에 그 난리법석을 피우고 잠도 5시간밖에 못 잤으니 당연하다. 일어나기 싫은 걸 억지로 일어났다. 서영이는 아직도 그냥 누워서 자고 있다. 두드려서라도 깨워서 다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선생님이 일정을 설명해줬지만 우리는 듣지 않았다. 다들 졸려서 횡설수설 밥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나마 우리 조의 다행인 점 하나는, 정상인인 선민이가 있다는 것.



“선민아, 뭐래.”



“밥 다 먹고 9시 30분부터 버스타고 관광하러 간데.”



“아. 그래.”



밥 다 먹고 방으로 돌아와서 씻고 하니 9시 30분이 금방 다 되었다. 잠시 집합해서 인원점검을 한 뒤 금세 버스에 탔다.



“아빠!”



“오, 유나아냐. 서영이는?”



“서영이는... 저래서.”



“에효, 저새끼.”



당연히 옆자리엔 선민이가 앉을 줄 알고 바깥을 보고 있는데 유나가 나를 부르며 앉았다. 아니, 명색에 서영이 여자친구인데 왜 나랑 앉나? 하고 보니 서영이는 퍼질러 자고 있다. 평소 게임할 때엔 새벽에 자는 걸 밥먹듯이 하는 녀석이, 겨우 3시에 잤다고 저러고 있다. 아무래도 게임과 수학여행은 다른건감? 선민이는 유나 덕에 자리를 뺏겨 웃으며 서영이 옆에 앉았다.



“아빠는 어제 뭐하고 놀았어요?”



“하하, 나는 아주 파란만장했지. 그니까...”



하룻밤 못 만난 건데 되게 오래간만에 만난 것 같은 유나. 하긴, 항상 같은 집에서 같이 자고 같이 다니고 하는데 어제는 그러지 않았으니 그런 느낌이 들만도 하구나. 관광지로 가는동안 유나에게 어젯밤의 일을 잔뜩 설명해줬다. 유나는 재밌게 내 말을 들으면서 자기가 놀았던 얘기도 재잘재잘 말했다. 조금 뒤에 관광지에 도착했다.



“하, 여긴가.”



“별론데.”



“뭐 어쩌겠어. 가보자.”



서영이는 툴툴댔지만 선민이가 다독여서 우리 조 다섯명은 걸었다. 하지만 나도 탐탁지 않았다. 관광이라고 해봤자 걷고, 경치보고, 사진찍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전부 그대로 이루어졌다. 서영이가 비명을 질렀다.



“뭐야 이게! 하나도 재미없잖아!”



“진짜. 이게 뭐야.”



의미 없이 행렬을 쫓아가는 짓만 30분 째, 정말 관광이라고 왔는데 아무런 재미가 없다. 서영이가 불평하고 나도 동조했다. 선민이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뭐 워떡혀. 이게 일정인데.”



“야, 우리 어디 딴 데 갈까?”



“뭐?”



세영이가 씨익 웃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차라리 우리끼리 다른 데 돌아다니는 게 더 재밌을 거 같잖아. 안 그래?”



“야... 그러다 선생님한테 걸리면. 아니 그건 둘째 치고 일행 잃어버리면.”



“휴대폰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 유나한테 전화로 어디쯤이냐고 물어보면 되지!”



서영이의 말에 선민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나와 성찬이와 상균이는 되게 솔깃하게 들렸다. 하긴, 아까 선생님이 어디 어디 간다고 하는 말 들어보니까 결국 이 산 같은 곳 주위 근방이다. 마지막 소집장소가 버스 앞일테고, 어차피 버스가 있는 주차장은 우리도 알고 있고, 유나한테 계속 전화로 물어보면 되지 않겠는가.



“그거 괜찮은데?”



“아아, 효성이 너까지 넘어가면 어떡해! 이거 진짜 위험하다니까. 무리랑 떨어지는건.”



“아아아이, 이럴 때 우리 민주주의 공화국 대한민국에선 뭐 하지? 다수결의 원칙 모르냐? 우리끼리 놀러가자 손!”



“나!”



“나도!”



서영이의 선동에 모두 넘어갔다. 선민이 빼고 모두 손을 들었다. 선민이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어휴... 모르겠다. 그럼, 최대한 일행 끝에 애라도 보이게 멀리 떨어지지 않게 놀자.”



“그래, 그럼 어디... 일탈이다!!”



서영이는 기뻐하며 크게 외쳤다. 근데 일탈이라고 해봤자 별 거 없다. 그냥 일행에서 떨어져 나와서 단독으로 관광 온 사람들처럼 맘대로 행동하는 거다. 다른 반 애들이 우릴 쳐다봤지만 우린 도리어 신이 나서 미친놈들처럼 돌아다녔다.



“야~ 기분좋다!”



“저거 사먹자.”



“돈 있어? 기념품 사야지.”



“하하하하하하”



이제 좀 제대로 된 여행같다. 헌데 참 거시기 하다. 아까나 지금이나, 하는 짓은 그다지 차이가 안 나는데 단지 ‘일탈’ 이라는 기분 하나 덕에 막 바뀐 것 같다. 서영이는 몇 분 간격으로 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나는 처음엔 걱정했지만 별로 멀리 안 가고 다른 반 애들 있는 데서 놀고 있다니까 안심하고 정보를 건내줬다. 그냥 가던데로 가고 있다고 한다. 걱정이 없다. 재밌게 논다.



“야... 이제 돌아갈까.”



“그래, 이제 아예 모르는 애들이네. 남고 애들인가? 아니면 여고?”



“음... 아니 저거... 첨 보는 애들인데.”



어... 뭔가 이게 아닌데. 지나가는 애들이 처음 보는 애들이다. 아니, 정확히 남고 애들이나 여고애들이면 우리는 다들 모른다. 근데 지금 줄지어 가는 애들의 행렬은 남녀공학인데... 우리가 처음 보는 애들이면, 아예 다른 학교인 거잖아. 우리는 조금 불안감을 느꼈다.



“어... 설마 우리 지금 X 된건가?”



“일단 버스 쪽으로 가 보자.”



버스가 서 있는 주차장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아니, 우리가 이쪽으로 조금씩 걸어온 건가. 그리고 버스가 서 있는 주차장엔...



“없잖아.”



“......”



“야~ 기분 좋다~”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잖아!!”



서영이는 정신줄을 놓고 미친놈처럼 돌아다녔다. 선민이는 소리쳐서 서영이의 정신을 되돌렸다. 아, 큰일이다. 일단 유나에게 전화해봤다.



“여보세요.”



“아빠! 어디에요!”



“어... 우리 지금... 아까 내렸던 주차장인데.”



“지금 인원점검하는데 막 난리나서... 어...”



‘툭! 뚜...뚜...’



“......”



유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다가 말끝을 흐리다 전화가 끊어졌다. 억지로 끊어진 느낌. 아마 선생님이 와서 다급하게 껐나보다. 아... 정말 X됐다.



“어쩌냐.”



“일단 그냥 있자. 여기서 더 헤매면 완전히 길 잃어.”



“그래... 이제 네 말 들을레.”



“그니까 아까 듣지!!”



이런 혼돈스런 와중에도 선민이는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 우린 쭈그려 앉았다. 정신을 차린 서영이가 울먹이며 말하자 선민이가 화내며 대답했다. 한참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선민이 전화가 울렸다.



‘워~~ 못난 내 사랑아 고작 이것밖에~’



“헉...”



“왜?”



“선생님...”



“헉...!”



누구 하나 전화 받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저 무심하게 전화벨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하지만 안 받을 수는 없는 것. 선민이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귀 쪽으로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









‘꽁! 꽁!’



“악!”



“죄, 죄송합니다...”



“차 타. 이것들이 어디서... 에휴.”



우리 다섯명은 일렬로 버스 앞에 서 있었다. 선생님이 천천히 걸어가며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애들은 버스에서 우리를 비웃고 있다. 다른 버스는 다 가고, 우리 반 버스만 남았다. 선생님한테 엄청 꾸중듣고, 겨우 버스에 탔다.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우리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거니까... 선생님이 버스에 타서 마이크를 들고 말씀하셨다.



“마, 늬들 덕에 우리 반 애들 늦게 됐으니까, 사과해라. 효성이가 대표로 해.”



“네...? 아, 조장은 선민인데...”



“왠지 네가 선동하게 생겼거든. 얼른 사과 해.”



“......”



내가 선동했다고!?! 뭔 소리야!! 억울해서 서영이를 보니, 서영이는 쿡쿡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돌렸다. 아오... 내가 못 살아. 결국엔 마이크를 들었다.



“저... 모두 죄송합니다, 늦어서. 갑자기 일탈을... 하고 싶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큭큭큭큭.”



“하하하하하.”



“자, 그럼 진효성 한 곡.”



“네?!”



“벌이야.”



“아 저...”



“벌점 줄까?”



결국에 노래를 한 곡 불렀다. 더불어 서영이도.









그 뒤부터는, 관광을 가는 곳은 제대로 쫓아갔다. 재미 없다고 불평하지도 않았다. 그런대로 재미는 있었다. 아침에 일탈로 크게 한 번 데었으니, 어디 뭐 나갈 용기가 있겠는가. 시간은 흘러 오후가 되어 날은 저물어 가는데 버스는 계속 어디론가 갔다. 도착한 곳은 제주 매직랜드... 뭐하는 데야? 들어가서 선생님들이 앉히는 데로 반별로 앉았다. 큰 천막 같은 곳인데, 서커스 같다. 잠시 대기하고서 뭔지 모를 쇼가 시작됐다. 헌데 그 서커스 단원들이 전부 중국인인 모양이다. 해설을 빼고는 다들 말하는 게 어눌하다. 말도 거의 안하고 신기한 묘기들만 보여주지만, 가끔 해설하는 아저씨가 말을 시키면 되게 어눌하게 말한다. 하긴, 저런 묘기는 거의 중국에서나 할 수 있을 정도의 묘기이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쬐끄만 여자 애기들이 말도 안되는 묘기를 척척 해내고... 그치만 뭔가 씁쓸했다. 처음에 그냥 청년들이 차력같은 묘기를 보일 때엔 순수하게 신기하고 재밌었지만 5살이나 되려나, 진짜 작은 꼬마 여자애들이 만화에서나 볼 법하게 접시 몇 개를 가느다란 막대 위에 올려 돌리는 걸 보고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저 어린 애가 저런 걸 하려고 얼마나 연습했을까.



“크흑... 씁쓸하구만.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야, 선민아.”



“뭐가?”



“아니야...”



묘기들은 재미있긴 했지만 신선한 맛이 떨어졌다. 다 어디서 본 묘기다. 그나마 흥미로웠던 게 마지막에 했던 오토바이 묘기. 원형의 철제 구 안에 오토바이들이 들어가서 막 돈다. 처음엔 한 대만 들어가서 간을 보다가 나중에는 세 대, 네 대, 다섯데 마지막엔 여섯 대까지 들어가서 열을 이뤄 뱅뱅 돌았다.



“오오, 저것이 뭐시여!”



“쩐다 쩔어.”



멋지긴 했지만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엔진 타는 냄새인지 기름 냄새인지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렇게 묘기를 다 보니까 한 시간 조금 넘어 있었다. 우루루 몰려 다시금 버스에 탔다. 이제 해가 조금씩 기울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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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76 치느
    작성일
    11.08.30 19:55
    No. 1

    일탈을 할려든 계획적으로 선생님의 동태와 나와 우릴 무마시켜줄 반장을 섭외하고 부반장을 선동자로 정해 일탈을 해야지..
    .... 아 진짜 그때는 목숨걸고 일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뻘짓이구나 ..ㅋㅋㅋ
    잘보고가요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1.08.30 23:32
    No. 2

    그래도 그렇게 일탈하고 놀면 참 재미난데... 이제 일탈하면 합의구나... 야~기분좋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애상야
    작성일
    14.01.06 15:36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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