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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효생 님의 서재입니다.

참룡기(斬龍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진효생
작품등록일 :
2019.07.09 15:26
최근연재일 :
2019.08.16 19:53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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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4
추천수 :
98
글자수 :
279,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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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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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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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8쪽

19. 이단의 무술 실력

고려의 마지막 왕자 왕경의 일대기 입니다.




DUMMY

[구린내가 심하여 찾아와보니 사해방 놈들이 모여있었군!]


이단이 절 안으로 들어가며 큰소리로 외치자 안에 있던 세 명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셋은 어린 청년 하나가 뒷짐을 지고 시건방 떠는 것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넌 뭐하는 놈인데 어르신들 일에 끼어드느냐?]


양 사제라는 자가 같잖다는 듯이 말을 하자 이단이 맞받아쳤다.


[어르신이 뭐 하는 사람인지는 네놈들이 알 것 없고, 사해방 놈들이 모여있으니 구린내가 진동하는 것은 잘 알겠구나! 이놈 송가야 너부터 나오너라!]


이단이 송가를 지목하자 송 사형이라는 자가 분기탱천해서 뛰쳐나왔다.


[어린놈의 새끼가 어디서 배워먹은 말버릇이냐? 네 이름은 뭐고 사부는 누구냐?]


[상대방 이름을 물어볼 때는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히는 것이 예의 아니더냐? 사해방에는 못 배워먹은 무식한 놈들만 있다더니 과연 명불허전이로구나!]


송 사형이라는 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나는 송백세(宋百世)라고 한다. 네놈은 이름이 뭐냐?]


[알 것 없다!] 

 

이단은 말을 마치자마자 송백세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송백세는 이단의 기습에 당황하여 뒷걸음질 쳤으나 이단은 그걸 예상했는지 내밀던 손을 거두고 즉시 연환퇴(連環腿)의 수법으로 연달아 발길질을 하니 송백세는 두어 걸음 물러나다 결국 이단의 발차기에 아랫배를 얻어맞고 말았다.


이단의 공력이 얕아 큰 부상을 입진 않았지만, 복부는 장기가 몰려있는 부위라 송백세는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분노한 송백세는 즉시 철사장의 공력을 끌어올려 이단을 향해 후려치기 시작했다.


비록 송백세의 장력이 대단하긴 했지만 이단의 몸놀림 역시 민첩하여 요리조리 피하니 송백세는 갈수록 흥분해서 마구잡이로 장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단이 다칠까 봐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던 왕경은 이단의 몸놀림이 상당히 여유가 있음을 알고 천천히 둘의 싸움을 관찰했다.


(단 누이의 무공은 중원의 무공과는 큰 차이가 있군. 나중에 어느 문파의 무술인지 한번 물어봐야겠구나.)


송백세의 무공은 구산휘나 곽생문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단 보다는 한 수 위였으나 불시에 기습을 당해 복부를 걷어차여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고, 이단이 잔뜩 약을 올려 평정심을 잃고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는 통에 쉽게 이단을 제압하지 못했다.


[내가 며칠 전에 상형춘이라는 놈의 눈을 멀게 했는데, 오늘은 네놈의 눈을 파내야겠구나!]


이단의 말에 송백세는 깜짝 놀랐다.


(아직 상 사형이 도착하지 않았는데 설마 이 어린놈에게 당한 것이란 말인가?)


송백세가 잔뜩 내공을 끌어올려 이단을 향해 후려치며 말했다.


[개소리하지 말아라! 상 사형이 어떤 사람인데 너 같은 애송이에게 당했단 말이냐?]


이단이 송백세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계속해서 자극했다.


[그 상가놈이 네놈한테 사형이냐? 거지꼴을 하고 있길래 불쌍해서 음식을 좀 줬더니, 내 앞에서 시건방을 떨어 한쪽 눈을 파버렸다! 옆에 있던 구산휘라는 놈은 팔목을 부러뜨린 후 어깨를 빼버렸고, 곽생문인가 하는 놈은 양쪽 쇄골을 잘라 버렸지!]


이단의 말에 송백세는 공격을 멈추었다.


(그 셋은 항상 함께 다니는데.. 설마 저놈의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그때 양 사제라는 자가 소리쳤다.


[허튼소리 말아라! 그 셋은 우리 사해방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인데 너 같은 애송이한테 당했다는 것을 믿으라는 말이냐?]


[하하하! 그까짓 놈들이 고수라니! 사해방은 악명만 높지, 실력은 이름만 못한 모양이군!]


송백세와 함께 왔던 사내가 바짝 약이 올라 소리쳤다.


[형님! 언제까지 저놈이 지껄이게 놔두실 겁니까? 빨리 쳐 죽여 버리십시오!]


[하하하! 그때 그놈들도 그랬다. 구산휘란 놈이 먼저 까불며 덤벼들자 곽생문이라는 놈이 빨리 죽이라고 옆에서 변죽을 올렸지! 하지만 모두 한두합 만에 나가떨어지고 살려달라고 싹싹 빌었다!]


이단의 말에 송백세가 화가 나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개소리!]


송백세의 철사장은 제법 공력이 실려있으나 초수 자체는 평범하여 많은 변화를 내포하지 못했기에 이단은 여유 있게 피할 수 있었다.


[셋을 모조리 죽이려 했으나 각각의 목에 오십 냥, 삼십 냥, 이십 냥의 현상금이 걸려 있으니 차라리 관아에 넘겨달라고 싹싹 빌길래 불쌍해서 관아에 넘기고 돈을 받아왔다!]


이 어린 청년이 어떻게 그들에게 걸려있는 현상금까지 알고 있단 말인가? 이쯤 되니 이단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이단이 뒤로 물러서다 발을 헛디뎌 왼쪽 무릎을 휘청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송백세가 이단의 백회혈(百會穴)을 향해 일장을 내질렀다. 왕경이 그것을 보고 놀라 뛰쳐나가는데 이단이 몸을 빙글 돌리며 왼쪽 손등으로 송백세의 좌측 태양혈(太陽穴)을 후려쳤다.


태양혈은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사람을 사망하게 만들 수 있는 인체의 급소였으나, 이단의 공력이 부족하여 송백세는 기절만 했을 뿐 죽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양사제와 다른 한 명이 이단에게 덮쳐 왔으나, 이미 이단을 향해 달려오던 왕경에게 일장씩 얻어맞고 나뒹굴고 말았다.기절해 있는 송백세를 보고 이단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떤가요? 제 실력도 쓸만하지요? 하하!]


[비록 일류 고수는 아니라고 해도 강호에서 제법 목에 힘을 주는 정도는 될 텐데, 손쉽게 쓰러뜨리다니 누이의 무공이 대단하구먼! 내 다시 봤어! 하하.]


이단은 쓰러져있는 송백세를 한대 걷어차고, 반쯤 기절하여 있는 사도승의 딸에게 다가가 손발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어주었다.


[괜찮으세요?]


사도승의 딸은 힘겹게 일어나며 감사 인사를 했다.


[대협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단은 사도승의 딸이 자신을 남자라고 착각하는 것 같아 동심(童心)이 솟아올라 굵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구원이 늦어서 미안합니다. 소저는 사도승, 사대협의 따님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이단은 사도승의 딸의 몸에 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쓰러져 있는 셋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왕경은 이단의 말솜씨가 자신보다 낫다는 것을 알고 뒤로 물러나 조용히 있었다.


[네놈들은 사도영의 부하들 맞지?]


송백세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 같이 왔던 사내가 대답을 했다.


[네.]


[네놈들 이름은 어떻게 되느냐?]


[저는 장승권(張承拳)이라 하고 저 친구는 양상전(梁上田)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네놈들이 사장주(史裝主)의 재산을 노리고 습격한다는 것을 알고, 그걸 막으러 연경에서 여기까지 왔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왔으니 속일 생각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거라!]


이단은 사도승의 딸이 들으라고 일부러 멀리서 구원 왔다는 것을 강조했다.


[우리가 알기로는 내일 저녁에 옥화장을 습격한다고 들었는데 오늘 밤에 습격한다니 어떻게 된 것이냐?]


장승권이 왕경에게 얻어맞은 배를 움켜쥐며 겨우 대답했다.


[원래 내일 습격할 예정이었으나 오늘 낮에 우연히 저 아가씨를 사로잡았기에 방주께서 오늘 습격하는 거로 예정을 바꾸셨습니다.]


[흠.. 딸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면 그사이 방비를 더 두텁게 하고 다른 방파에 지원을 요청할까 봐 미리 선수를 치려는 속셈이렷다?]


[네. 맞습니다.]


[네놈들은 모두 몇 명이 왔으며, 지금 어디에 있느냐?]


[모두 백여 명쯤 온 것 같습니다. 저희 말고는 모두 옥화장 근처에 숨어 있습니다.]


이단이 이것저것 더 심문해봤으나 더이상 특별한 정보를 알아낼 수 없자 왕경에게 말했다.


[왕 사형! 일이 급하니 옥화장으로 바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왕경은 남자 흉내를 내는 이단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래. 사도영이라는 작자가 이미 습격을 했을지도 모르니 빨리 가보도록 하세!]


왕경의 말에 이단이 칼을 들어 세 명의 목을 치려고 했다.


그것을 보고 왕경이 말린다.


[사제! 불필요한 살생은 하지 말게!]


이단은 일이 급한데 또 망설이는 왕경이 답답했다.


[사형! 이놈들을 살려두면 어차피 사도영에게로 다시 돌아가 우리와 또 싸우게 될 것입니다. 이참에 제거하는 것이 맞지요.]


왕경은 비록 악인이지만 아무 저항도 못하고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죽이려니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런 왕경을 보고 이단이 장승권에게 물었다.


[네놈은 살고 싶으냐? 죽고 싶으냐?]


[살.. 살고 싶습니다.]


[사해방 놈들의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네놈은 지금까지 몇 명이나 사람을 해쳤느냐?]


장승권은 벌벌 떨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면 사지를 잘라 죽이겠다. 바른대로 불어라.]


[모.. 모르겠습니다.]


[몇 명을 해쳤는지도 모를 정도로 많은 사람을 해쳤느냐?]


[네.. 죄송합니다. 대협! 앞으로는 개과천선하여 착실하게 살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럼 저기 쓰러져있는 송가 놈과 양가 놈은 어떤 잘못을 했느냐?]


장승권은 남의 잘못은 비교적 쉽게 이야기했다.


[송 사형과 양 사제 역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는 모릅니다만, 제법 많은 여인을 겁탈하고 방화를 저지르긴 했습니다.]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송백세는 말이 없었지만 왕경에게 얻어맞고 숨을 헐떡이고 있던 양상전은 극구 변명을 했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 일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대협!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이단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형!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 죽여 없애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양민들이 피해를 볼지 모릅니다.]


그래도 왕경이 머뭇거리자 이단이 버럭 소리 질렀다.


[경친왕부에서 군졸은 쉽게 잡아 죽였으면서, 왜 이 악인들을 죽이는 것은 주저하시는 겁니까? 설마 그 군졸들이 이놈들보다 더 악한 사람이란 말입니까?]


그때 양상전이 비명을 질렀다.


[으악!]


왕경과 이단이 쳐다보니 사도승의 딸이 떨어져 있던 칼을 들어 양상전의 등을 꿰뚫어 버리고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사람의 피를 뒤집어쓰자 사도승의 딸은 현기증을 일으키며 휘청거렸다.


이단이 부축하며 말했다.


[아가씨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이자들은 제 시녀를 죽이고, 저를 희롱하였습니다. 아버지를 협박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저 역시도 저들에게 험한 꼴을 당했겠지요. 저자들은 살려두어선 안 됩니다.]


사도승의 딸의 말에 이단은 왕경을 향해 눈을 흘겼다.왕경은 묵묵히 칼을 들어 아직 의식이 없는 송백세의 목을 자르고 장승권을 향해 다가갔다.


[솔직히 말하면 살려준다 하지 않았소!]


그 말에 이단이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사지를 잘라 죽인다고 했지 살려준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내 너그러이 목하나만 잘라갈 테니 감사히 생각하도록 하여라.]


[이런 법이 어디있소! 살려주시오. 대협!]


[네 개 자를 것을 하나만 자른다 하지 않느냐! 이만하면 많이 봐준 것인데 욕심이 많구나!]


이단은 말을 마치고 왕경을 향해 눈짓했다. 왕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즉시 장승권의 목을 잘라버렸다.


사해방 무리가 백 명이 넘는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다른 계책을 세울 시간도 없고, 사해방 고수의 무공 수준이 송백세 정도라면 숫자가 많아도 어떻게든 사도승 하나 정도는 구해낼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셋은 급히 옥화장을 향해 달려갔다.


옥화장으로 가는 도중 사도승의 딸로부터 오늘의 일을 전해 들었다.


그녀의 이름은 사영아(史英兒)로 사도승의 외동딸이었다. 사도승은 낯선 인물들이 며칠 사이에 자주 보여 딸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사영아는 봄날의 햇볕이 좋자 아버지의 당부를 잊고 시녀와 함께 꽃구경을 나왔다가 송백세 무리에게 납치당했던 것이었다.


셋이 이각(二刻)을 채 달리기도 전에 사도영이 지쳐 뒤로 쳐지기 시작했다. 이단은 손을 뻗어 사영아의 허리를 받쳐 주었다. 이단은 본인이 남장을 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한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으나, 사영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의 손길이 허리춤에 닿자 얼굴이 심하게 달아올랐다.


[사 소저. 일이 급하니 제가 좀 도와드리겠습니다. 불편하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이단의 말에 사영아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네..]


셋은 반시진을 더 달려 옥화장 근처에 도착했다.


옥화장 정문에 있어야 할 문지기가 보이지 않고, 여기 저기 병장기(兵杖器)들이 널려 있는 것을 보고 왕경이 말했다.


[이미 사도영이 손을 썼나 보군! 사 소저. 아버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아버지는 아마 월정루(月靜樓)에 계실 겁니다. 옥화장은 생각보다 넓어 찾기 어려우실 테니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왕경은 사영아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여 안전한 곳에 숨어 있으라 권할 생각이었지만, 옥화장내 나무와 꽃들이 미로처럼 어지러이 심겨 있는 것을 보고 안내자가 없으면 월정루까지 가는 데 오래 걸릴 것 같아 길 안내를 맡기기로 했다.


이리저리 나 있는 나무와 풀들 사이로 반각(半刻) 정도 달려가자 은은하게 병장기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커다란 나무를 끼고 돌아 나가니 탁 트인 호수가 나왔고, 호수 옆에는 2층으로 된 누각이 서 있었다.


누각 앞에 여덟 사람이 서 있었는데 가운데 긴 수염을 기르고 당당하게 서 있는 사람이 사도승 같았다.


누각 주변에는 옥화장의 하인들과 백련교 남경지부의 교도들로 보이는 시신이 수십 구 널브러져 있었고, 사도승의 앞쪽으로 백 명은 훌쩍 넘어 보이는 사해방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양측은 한바탕 싸움을 끝낸 뒤 서로 대치하고 있는 듯하였다.


그때 사해방 측에서 40여 세로 보이는 남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너는 나의 재산을 수십 년간 사취(私取)하여 오랫동안 부귀영화를 누려놓고, 이제 원주인이 돌려 달라는데 내놓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이게 무슨 법도냐?]


[흥! 이게 왜 너의 재산이라는 것이냐? 이건 나의 것도 너의 것도 아니다. 오나라의 군비를 내가 잠시 맡아 가지고 있는 것일 뿐 이게 어찌 내 사사로운 재산이란 말이냐?]


사도승의 말에 그 중년인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장사성이 죽고 오나라가 멸망한 지가 수십 년이 지났는데 무슨 오나라 타령이냐? 이미 장사성 일가는 멸족되었는데 너는 찾아오지도 않을 장사성의 후예를 기다린다는 핑계로 그 많은 재산을 혼자 독차지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


사도승은 오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인물로 그 중년인이 장사성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닥쳐라! 너는 오나라 충신의 후예인데 재물에 눈이 어두워 선대 황제 폐하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다니 부끄럽지도 않느냐!]


사도승의 이야기를 듣고 왕경은 그 중년인이 사도영임을 알았다.


사도영은 냉소를 날렸다.


[장사성을 팔아먹는 것은 내가 아니고 바로 너이지 않느냐? 그래 너는 언제까지 그 보물들을 쥐고 있을 테냐? 장사성이 부활해서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냐?]


사도영의 말에 사도승은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백부와 아버지로부터 오나라의 군자금이니 잘 관리하고 있다가 추후 명나라를 멸하는 데 사용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장사성 일족이 모조리 죽은 지금에 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본인도 모르고 있는 터였다.


사도승이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자 사도영이 더욱 몰아 붙였다.


[흥! 그래 네놈이 오나라의 충신인 건 잘 알겠다. 하지만 좋은 아비인지는 모르겠구나!]


[그게 무슨 소리냐?]


안 그래도 낮부터 사영아가 보이지 않아 초조해하고 있었는데 사도영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 사도승은 가슴이 철렁했다.


[네놈의 딸을 우리가 데리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이라도 순순히 보물을 내놓는다면 네놈 딸을 무사히 돌려주겠다. 네놈 딸이면 나에겐 당조카가 아니냐? 나도 조카에게 험한 짓은 하고 싶지 않다!]


사도승의 말에 사도영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네놈이 우리 영아를 납치했느냐? 우리 영아는 어디 있느냐?]


[우리가 잘 보호하고 있다. 이리로 데려오라고 사람을 보냈으니 곧 도착할 것이다.]


사도승은 딸에 대한 걱정과 사도영에 대한 분노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먼저 딸을 보여다오!]


[기다리면 곧 볼 수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딸을 볼 것인지, 죽은 딸을 볼 것인지는 네놈이 하기 나름이다!]


그때 사도승의 옆에 있던 청년이 말했다.


[사부님. 저놈의 말에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설령 저자가 사매를 납치했다 하더라도 보물을 얻지 못하면 쉽게 죽이진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보물을 얻고 나면 비밀을 지키기 위해 모두 몰살 시킬 것입니다!]


청년의 말에 사도영이 비웃었다.


[내가 보물을 얻었다는 사실을 여기 있는 백수십 명의 부하들이 들었는데 그 비밀이 얼마나 오래갈 것 같은가? 나는 우리 사해방 사람들의 입이 그리 무겁다고는 생각하지 않네!]


사도영의 말에 사해방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맞습니다. 방주님. 저희들은 입이 가볍고 행실도 나쁘지요. 하하하. 그저 눈앞에 이익만 보고 달려드는 소인들입니다. 하하하.]


[그렇습죠. 언제 저희가 명문정파입네, 무림의 정도를 지키네 하며 체면을 차렸습니까? 우리는 그저 보물을 얻고 나면 우리한테도 조금씩 콩고물이 떨어지지나 않을까하는 생각만 하고 있습죠!]


사해방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것을 보고 이단이 왕경에게 속삭였다.


[저놈들은 참으로 염치가 없는 놈들이군요!]


[그러게 말이오! 저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놈들이오!]


안 그래도 왕경은 상형춘 일당과 송백세 일당을 겪으면서 사해방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나빴는데 눈앞에서 파렴치하게 떠드는 것을 보니 혐오감이 더욱 심해졌다.


[그래 비밀이 새어나가면 뭐 어떤가? 보물을 얻고 싶으면 사해방으로 찾아오라고 하게!]


사도영은 이미 보물이 자기 것인 양 큰소리쳤다.


보물만 얻으면 딸과 식솔들을 살려준다고 하는 데도 사도승이 계속 망설이자 사도영이 소리쳤다.


[흥! 그럼 질녀(姪女)가 도착하기 전에 몇 놈 더 죽여 볼까? 얘들아! 몇 놈 더 죽여라!]


[네!]


사해방 무리들이 크게 소리치며 사도승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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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흑묘파 (3) 19.08.12 100 2 21쪽
26 26. 흑묘파 (2) 19.08.09 101 2 21쪽
25 25. 흑묘파 (1) 19.08.08 104 3 21쪽
24 24. 대하천명장(大夏天冥掌) (2) 19.08.07 103 3 18쪽
23 23. 대하천명장(大夏天冥掌) (1) 19.08.06 109 3 29쪽
22 22. 태호의 노인 (2) 19.08.05 95 3 17쪽
21 21. 태호의 노인 (1) 19.08.02 106 3 18쪽
20 20. 옥화장의 위기 19.08.01 108 3 22쪽
» 19. 이단의 무술 실력 19.07.31 121 3 18쪽
18 18. 남경으로 19.07.30 126 3 20쪽
17 17. 사해방 19.07.29 198 3 23쪽
16 16. 산중생활 19.07.26 144 2 14쪽
15 15. 야반도주 19.07.25 140 3 13쪽
14 14. 연경을 떠나다. 19.07.24 157 3 20쪽
13 13. 모함 19.07.23 164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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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조천사(朝天使) +1 19.07.19 245 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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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사부를 모시다. 19.07.12 330 4 20쪽
3 3. 추격자들 +2 19.07.11 297 7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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