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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날로먹는 무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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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작품등록일 :
2021.10.16 21:59
최근연재일 :
2021.11.08 23: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1,582
추천수 :
187
글자수 :
97,151

작성
21.11.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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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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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화. 태극무관(太極武館) 입관 (2)

DUMMY

‘······’


마음이 동한다.


그녀의 표정에는 사내들의 마음을 홀리는 어떤 이상한 힘이 있었다. 나는 순간 그녀에게 온 신경을 모두 빼앗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동안 총사범에게 연정(戀情)을 품은 사내들과 수련생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마 그녀를 마주친 대부분의 사내가 마음 한켠에 사모하는 감정을 품지 않았을까?


별별 희한한 생각이 떠올랐지만, 나는 의지력으로 평정을 유지했다.


‘아니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잡념에 빠지지 말자.’


총사범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보다는 태극무관에 입관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나는 태극문의 일원이 되는 것이 목숨이 달린 중요한 일이란 걸 다시 한번 되새겼다.


잠깐 정적이 흐르고, 그녀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협은 조금 특별해 보이네요.”

“······예?”

“후후······, 태극무관에서 사범 일을 오래 해왔지만, 소협처럼 특이한 분은 처음이에요.”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났다.


“태극무관에는 정말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찾아와요. 이미 무공을 익힌 사람도 정말 많죠. 하지만 소협처럼 심후한 내공을 가진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그녀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협의 눈빛에는 어떤 결의가 새겨져 있네요. 마치 커다란 과업을 짊어진 것처럼요······.”

“그저 더 강해지고 싶을 뿐입니다.”

“흐음······. 그런가요······.”


나는 무언가 속내를 관통당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마교를 향한 복수라든가 내 과거를 밝히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냥 간단하게 둘러댔다.

그녀도 내 말을 어느 정도는 수긍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원래는 입관 전에 간단한 기량을 살펴보지만, 소협은 이미 상당한 내공을 가진 것 같으니 굳이 시험을 치르지는 않겠어요.”

“알겠습니다.”

“대신 간단하게 내력만 확인하도록 할게요. 자, 팔을 이리 주세요.”


나는 그녀의 말에 따라 오른팔을 내밀었다. 그녀는 소매를 걷고 팔뚝에 손을 얹어 내력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닿자 전기가 찌릿 통했다.


그녀는 한참 동안 내 팔뚝을 만지작거리더니, 나지막이 탄성을 자아냈다.


“어머, 이럴 수가······. 소협은 엄청난 내공을 갖고 있었군요······. 아마 절정지경, 아니 그 이상······.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

“과찬이십니다.”

“아니에요. 정말 놀랐어요······. 수련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2년쯤 되었습니다.”

“세상에······.”


순간 그녀의 눈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솔직히 말해서 정상적인 수련법으로 내공을 닦았으면, 지금의 내공 수준은 어림도 없었다.


절정지경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모두 대자연의 정기를 흡수하는 기이한 능력 덕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수련을 게을리했던 건 절대로 아니었기 때문에, 뭔가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그녀는 앞으로 자신을 사범 혹은 총사범으로 부르라고 했다. 자신은 총사범이기에 문하생들을 직접 가르치진 않지만, 이따금씩 면담은 할 거라고도 말했다.


“소협은 오늘부터 태극무관의 삼선 문하생으로 무공을 익히게 될 거에요.”

“알겠습니다. 총사범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궁금한 점을 하나 물어보았다.


“사범님, 태극무관에 묵륜당이라는 곳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흐음······.”


그녀가 말했다.


“보통 일선(一線) 문하생 중에서 선발하기는 하지만······. 정해진 방법 같은 건 없어요. 관주님께서 입당 여부를 결정하시니까요.”

“그렇군요······.”

“물론 태극무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소협이라면 누구보다 빨리 묵륜당에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수련한 지 2년 만에 절정의 경지에 오른 것만 봐도 소협이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왔는지 잘 알겠어요······. 앞으로 계속 정진(精進)해서 원하는 바를 이루기를 바랄게요······.”


이윽고 그녀는 한 사내를 불러 나를 안내하라고 지시했다. 사내의 깍듯한 태도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총사범의 직속 부하인 것 같았다.


나는 사내의 안내에 따라 한 건물로 향했다. 아마도 문하생들이 기거하는 숙소인 것 같았다. 나를 안내한 사내가 말했다.


“이곳은 청심당(淸心堂)이다. 주로 삼선과 이선 문하생들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곳이지. 오늘은 피곤할 테니 푹 쉬어라.”

“예.”


이윽고 나를 안내해 준 사내가 허름한 무복을 두 벌 가져다주었다. 아마도 태극무관 문하생들이 입는 단체복인 것 같았다. 나는 옷을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청심당은 깔끔하고 편해 보였다. 내게 주어진 공간이 적다는 게 흠이었지만, 문하생들의 단체 숙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지금은 문하생들이 모두 수련을 하러 나갔는지, 숙소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침상에 벌렁 드러누웠다.


오랜만에 푹신한 이불에 몸을 뉘이니 몸이 노곤 노곤한 게 기분이 좋았다. 잠이 솔솔 쏟아질 정도로 편안했지만, 나는 속으로 어떤 각오를 다졌다.


마음 단단히 먹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태극무관에서 어영부영 지내며 시간만 때울 생각은 없다.


우선은 빠르게 일선 문하생이 되고, 기회를 노려 관주의 눈에 든 다음 묵륜당에 입당하리라.


어차피 무공을 배워야 한다면, 관주에게 직접 배울 것이다.



***



잠시 후.


수련을 마친 문하생들이 하나둘씩 청심당으로 들어왔다.


대부분이 삼선 문하생이었지만, 간혹가다 이선 문하생들도 보였다. 이선 문하생들은 조금 더 넓고 좋은 구역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문하생들의 나이는 제각각이었다. 아주 어린 아이도 있었고, 드문드문 중장년의 성인(成人)도 보였다.


그래도 대부분 젊어 보이긴 했다. 아마 나 정도면 딱 평균 정도의 나이 또래인 것 같았다.


문하생들은 열심히 수련했는지 다들 피로해 보였다.


이미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무리는 삼삼오오 모여 오늘 수련한 내용에 관해 얘기하곤 했다.


나는 딱히 누구와 친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조용히 자리에 누워 있었다. 물론 다른 문하생들도 나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렇게 심드렁하게 침상에 누워있는데, 별안간 누가 말을 걸어왔다.


“야! 너 뭐 하고 있어?”


나는 몸을 일으켰다. 눈앞에 내 나이 또래 정도 돼 보이는 소녀가 보였다. 머리를 위로 질끈 묶은 무복 차림의 소녀였다. 따로 꾸미지도 않았고 화장기도 없는 얼굴이었지만 제법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였다.


나는 갑자기 반말을 해오는 게 당황스럽기도 하고 민망스럽기도 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게 멍청하게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데, 별안간 그녀가 내게 물었다.


“못 보던 얼굴인데? 오늘 처음 들어왔어?”


나는 그녀의 반달 같은 눈웃음을 멍하니 바라보다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입관한 지 오늘이 하루요.”

“푸하하! 너 말투가 왜 그래? 무슨 영감도 아니고······.”


그녀가 별안간 손가락으로 나를 쿡 찌른다.


당황스럽다.


방금 처음 만난 사인데, 왜 갑자기 와서 자꾸 친한 척을 한단 말인가?


“야, 밥 먹었어? 식당 어딘 줄은 알아?”

“자, 잘 모르겠소.”

“그럴 줄 알았어. 빨리 따라와. 같이 밥 먹으러 가자.”

“······”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에 나는 당황했지만, 일단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다시 생각해보니 밥 먹는 게 별 대수인가 싶었던 것이다. 그래도 처음 만난 사이에 이렇게 반말을 해도 되나 싶긴 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그녀는 내 팔을 덥석 잡고 일으켜 세웠다.


‘아니······. 무슨 힘이 이렇게 세?’


결국 나는 끌려가듯 숙소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식당에 도착할 때까지 팔을 놓지 않았다. 얼마간 걸어가자, 널따란 건물이 나왔다. 그녀가 말했다.


“여기가 식당이야!”

“으음. 그렇군······.”


식당 한가운데에 몇 가지 음식들을 푸짐하게 쌓아두고, 각자 양껏 덜어 먹는 방식인 것 같았다. 그녀와 나는 각자 밥을 받은 뒤,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반가워. 나는 천소은(千小听)이야. 보다시피 일선 문하생이고.”


그녀는 자신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가리켰다. 명찰에는 붉은 실 한 개가 수놓아져 있었다. 우리는 통성명을 한 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거의 그녀만 떠들어댔다. 그녀가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면, 내가 한두 마디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내가 입을 열 때마다 그녀는 영감 같다며 놀려댔다. 어찌나 깔깔거리던지 살짝 무안해질 지경이었다.


“히히······. 할배같아······.”

“······”


그녀는 내가 신입인 걸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고 했다. 알고 보니 태극무관에는 일선 문하생들이 무관에 새로 들어온 신입 수련생들을 도와주는 관습이 있었던 것이다. 아마 낯선 환경에서 조금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인 것 같았다.


“여긴 누가 강요하지 않아. 물론 무관에서 이런저런 도움을 주긴 하지만 대부분 자율적으로 수련하는 편이야. 사범이나 교관들은 수련 방향을 제시해주거나 조언을 해주는 정도야.”

“왜? 왜 그런 거야? 자세히 알려주면 실력이 더 빨리 늘 텐데.”

“무관의 기본 방침이 그래. 무(武)의 길은 남들이 대신 걸어줄 수 없다느니 하면서 말이야······.”


나는 말뜻을 음미해 보았다. 좋은 말 같았다.


“아무튼 고리타분하다니까.”

“······”


그녀는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

태극무관에서는 한 달마다 월간평가를 치르는데, 한 달 동안 본인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위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사범과 교관들은 문하생들이 어느 정도의 무공을 가졌는지, 한 달 동안 열심히 수련했을 때 얼마나 성취할 수 있을지 다 기록하고 예측하기 때문에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가 없다고 했다.


만일 문하생들이 나태한 모습을 보이면 보통은 주의나 경고를 받지만, 평가를 맡는 사범의 의견에 따라 신분이 강등당하거나 심지어는 쫓겨날 수도 있다.


“이곳에서는 조용히 수련에만 집중하는 게 제일 좋아. 특히 삼선 문하생 때는 숙소에서 조심해야 해.”

“음. 어차피 그럴 생각이긴 하지만······.”

“내 말 허투루 듣지 말구. 청심당 관리는 방가혁 그 자식이 한단 말이야. 그 새끼······. 아니 걔가 얼마나 까탈스러운데. 걔 때문에 그만둔 애들도 엄청 많아.”

“으음······.”


선배 대접을 받으려고 군기 잡는다는 말이겠지.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다. 나는 몸을 사리면서 최대한 조용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그들의 체면을 세워 준다면, 별일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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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태극무관(太極武館) 입관 (2) +1 21.11.08 257 4 11쪽
18 7화. 태극무관(太極武館) 입관 (1) 21.11.06 295 5 11쪽
17 6화. 낙양으로 가는 길 (3) 21.11.05 306 2 11쪽
16 6화. 낙양으로 가는 길 (2) 21.11.03 346 5 11쪽
15 6화. 낙양으로 가는 길 (1) 21.11.01 378 5 12쪽
14 5화. 상림촌(桑林村) (5) +1 21.10.30 449 6 11쪽
13 5화. 상림촌(桑林村) (4) +1 21.10.29 464 9 11쪽
12 5화. 상림촌(桑林村) (3) 21.10.28 501 9 11쪽
11 5화. 상림촌(桑林村) (2) 21.10.27 539 12 11쪽
10 5화. 상림촌(桑林村) (1) 21.10.26 555 13 11쪽
9 4화. 여진곡(庐進谷) (4) +1 21.10.25 609 11 11쪽
8 4화. 여진곡(庐進谷) (3) +1 21.10.23 690 12 12쪽
7 4화. 여진곡(庐進谷) (2) 21.10.22 701 12 12쪽
6 4화. 여진곡(庐進谷) (1) 21.10.21 770 14 11쪽
5 3화. 절정에 이르다 (2) 21.10.20 786 12 11쪽
4 3화. 절정에 이르다 (1) +1 21.10.19 820 13 11쪽
3 2화. 산중낙원(山中樂園) (2) +1 21.10.18 863 13 11쪽
2 2화. 산중낙원(山中樂園) (1) +1 21.10.17 956 16 11쪽
1 1화. 검은 옷의 무인 +1 21.10.16 1,275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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