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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날로먹는 무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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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작품등록일 :
2021.10.16 21:59
최근연재일 :
2021.11.08 23: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1,583
추천수 :
187
글자수 :
97,151

작성
21.11.06 23:00
조회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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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7화. 태극무관(太極武館) 입관 (1)

DUMMY

우리는 촉수 주변에 마기를 억제하는 기문진을 설치한 뒤, 곧바로 낙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마물을 퇴치하며 이미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기 때문에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이대로 늘어지면 몇 날 며칠이고 누워서 쉬고 싶으리라는 걸 직감하고는 그냥 강행군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사흘이 지나고, 우리는 드디어 낙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설백은 낙양이 익숙한 듯 지도를 펼쳐 태극문의 위치를 알려주었고, 우리는 간단한 작별 인사를 나눴다.


“미리 말한 대로 나는 이곳에 자리를 잡고 내 할 일을 할 거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 그대는 그동안 태극문에 꼭 입문(入門)하구려.”

“걱정하지 마시오. 오늘이라도 태극문에 찾아가 제자로 삼아달라고 할 테니까······. 참, 이거 받으시오.”


나는 설백에게 산삼이 담긴 이끼 꾸러미와 은자가 든 전낭 하나를 건넸다.


“받으시오. 낙양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이래저래 돈 쓸 일이 많을 것 아니오.”

“그러긴 하오만······ 너무 많은 돈을 주는군. 게다가 산삼까지······. 이렇게 많이 줘도 되는 거요?”

“그냥 주는 건 아니오. 나중에 필요할 때 곱절로 돌려받을 거요.”


물론 그냥 해본말이었다. 설백도 그걸 아는지 멋쩍게 웃었다. 그는 전낭과 꾸러미를 받아들더니, 손에 끼고 있던 반지 하나를 내게 건넸다.


“담보라고 하긴 뭣하지만 일단 이걸 갖고 계시오. 이건 해주(解呪)의 반지요. 마물에게 당한 정신공격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오.”


설백이 설명하기로 이 반지는 정신을 맑게 하고 사악한 사술에 잘 현혹되지 않게 해준다고 한다. 또 그가 마물의 정신 공격을 이겨내는 데 반지의 힘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도 했다.


나는 아직도 끔찍한 환각에 대한 후유증이 남아 있었으므로, 망설이지 않고 반지를 건네받았다.


반지를 끼자 머릿속을 갑갑하게 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고맙소. 아주 개운하군.”


설백은 조만간 연락하겠다는 말과 함께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



설백이 떠난 뒤, 나는 태극문(太極門)이라는 현판이 걸린 건물에 도착했다.


웅장한 필체로 써 있는 현판 밑에 문지기 두 명이 보초를 서고 있다.


내가 당당하게 대문으로로 걸어가자, 그들은 경계하며 나를 막아섰다.


“멈추시오. 여기는 태극문의 본부요. 외인(外人)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소. 성명 별호와 용건을 밝히시오.”

“나는 장건이라 하오. 별호는 따로 없고, 태극문에 입문(入門)하고 싶어서 찾아왔소.”

“뭐라고? 입문하고 싶다고 했소?”


문지기들은 나를 끔뻑거리며 쳐다보더니, 이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용건은 그게 끝이요?”

“그렇소.”

“그렇다면 아쉽게 됐군. 미안하지만 들여보내 줄 수가 없소.”


문지기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반문했다.


“왜 안된다는 거요?”

“그대 같으면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을 섣불리 문파에 받아주겠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받아들이겠느냔 말이오. 게다가 태극문은 함부로 문도를 받지 않소. 미안하지만 돌아가시오.”

“······”


문지기가 강경하게 나왔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태극문 입문 여부는 그대가 정하는 것이오?”

“그건 아니지만······. 태극문 근처를 배회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을 내쫓는건 내가 하는 일이지.”


더 이상 말을 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았기에, 나는 내공을 일으켜 무형지기를 뿜어냈다.


절정의 내공에서 뿜어져나오는 무형의 기운에, 문지기는 괴로운 듯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때, 옆에서 잠자코 서 있던 호리호리한 문지기가 창을 다잡으며 반격해왔다. 그는 좀 더 높은 수준의 무공을 가진 것 같았다.


나는 내공을 한 층 더 끌어올려 무형지기를 강화시켜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너무 반감을 사는것도 좋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으으-


“허억······. 헉······.”


가슴을 움켜쥐던 문지기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호리호리한 문지기가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냐!”

“갑자기 공격해서 미안하오. 허나 내 실력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싶었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대도 느꼈겠지만 난 그저 그런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오. 태극문에 들어가면 큰 도움이 될 거요. 나를 들여보내 주시오.”


잠깐 정적이 흘렀다. 호리호리한 문지기는 여전히 나를 노려보면서도, 고민하는 눈치였다. 내 실력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알아차린 듯 했다.


그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대의 실력은 나도 잘 알겠소. 허나 그렇다고 해도 여기를 지나갈 수는 없소. 태극문은 함부로 외인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오. 게다가 지금은 문주님도 자리를 비우셨소.”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말투에서 강단과 굳센 힘이 느껴졌다.


‘과연 명문(名門)이로군······.’


설백에게 태극문이 뼈대 있는 문파라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그는 비록 나보다 무공은 약할지언정, 전혀 주눅들지 않고 호랑이같은 기세를 뿜어냈던 것이다.


문지기들은 그 문파의 성격을 대표하는 격이었기에, 나는 역시 태극문이 제대로 된 문파라는 자부심이 들었다.


‘헌데 이제 어떡한담······.’


원래는 태극문에 도착한 다음 어떻게든 비벼보려고 했었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건 짐작 했지만 문지기가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물론 아직 나는 힘을 완전히 펼친 게 아니다. 원한다면 문지기를 힘으로 제압하고 태극문으로 걸어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반감을 사면서까지 어거지를 부리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호리호리한 문지기가 다른 제안을 해왔다.


“정 태극문에 들어오고 싶거든 차라리 태극무관(太極武館)에 입관하시오.”

“태극무관이라니?”


호리호리한 문지기가 조금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저곳이 바로 태극무관이오. 문주님이 관주(館主)까지 겸하고 계시지. 아마 돈은 얼마 내야겠지만 누구나 입관할 수가 있소. 그대도 원한다면 들어갈 수 있을 거요.”

“음······.”


호리호리한 문지기의 설명은 이러했다.

태극무관에 처음 들어가면 삼선(三線) 문하생부터 시작하고, 수련을 쌓거나 실력을 인정받으면 이선(二線) 문하생이 될 수 있다. 신분이 올라갈수록 더 다양한 무학을 전수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일선(一線)까지 올라가면 태극문의 여러 진신절기들을 대부분 전수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선 문하생들은 소속이 태극무관일 뿐 사실상 태극문의 문도나 다름없소.”

“그게 무슨 뜻이오?”

“말 그대로요. 일선 문하생이 된 이후부터 언제든지 태극무관을 수료(修了)할 수가 있소. 또 한 스스로 원한다면 태극문에 입문 할 수 있지.”

“그렇군······. 그럼 일선 문하생은 사실상 태극문 소속이나 마찬가지로군.”

“맞소. 물론 태극무관을 수료하지 않고 묵륜당(墨倫堂) 입당을 노리는 일선 문하생들이 많기는 하지만······.”


문지기가 말끝을 흐렸다.


“묵륜당? 그건 뭐요?”

“관주님의 직계제자들을 말하는 거요. 관주님께 직접 가르침을 받는 자들을 묵륜당에 입당(入黨)한다고 표현하오. 일선 문하생 중에서도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이 묵륜당에 들어갈 수가 있지.”


묵륜당.


나는 호리호리한 문지기에게서 묵륜당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가 있었다.


‘그래. 이왕 높은 무학(武學)을 익히기로 다짐했으니, 열심히 수련하여 묵륜당에 입당해야겠다. 관주의 직계제자가 되는 거다.’



***



나는 문지기들에게 포권한 뒤, 태극무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태극무관은 태극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대문 앞에는 뚱뚱한 문지기 두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졸린 듯 눈을 껌뻑이다 내가 다가가자 화들짝 놀랐다.


“누구시오?”

“나는 장건이라 하고, 태극무관에 무예를 배우고 싶어 찾아왔소이다.”

“으음······. 잠시 기다리시오.”


뚱뚱한 문지기들은 서로 무언가 쑥덕거리더니, 힘차게 대문을 열어젖혔다. 아까 태극문을 지키고 있던 문지기와는 달리 살가운 반응이었다.


“일단 나를 따라오시오. 입관에 앞서 먼저 와룡각으로 갈 것이오. 그곳에서 총사범님과 면담을 할 것이오.”

“알겠소.”


나는 뚱뚱한 문지기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무관 안쪽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넓은 연무장(演武場)이 보였다. 연무장 바닥에는 청강석이 쫙 펼쳐져 있었는데, 번쩍 윤이 나는 게 품질이 좋은 상등품을 사용하는 것 같았고, 매일 열심히 쓸고 닦는 것 같았다.


연무장을 지나자 여러 전각과 가채들이 나왔고, 더 걸어가자 으리으리하게 세워져 있는 건물에 다다르게 되었다.


문지기가 건물을 소개했다.


“이곳이 와룡각(臥龍閣)이오. 총사범님이 지내시는 곳이니, 이곳에 함부로 드나들거나 주위에서 큰 소리로 떠들지 마시오.”

“알겠소이다.”

“참, 총사범님을 뵙고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 공연히 망신만 당할 테니까······.”

“······?”


뚱뚱한 문지기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말을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나는 문지기의 말뜻을 깨닫게 되었다.


와룡각 안으로 들어가자,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절세미녀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가히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청초하고 우아한 여인.


순간 말문이 막힌다.


내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본 적이 있던가?


나는 놀란 가슴을 필사적으로 진정시키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탁자에 앉아있던 여인이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말을 걸어온다.


“무슨 일인가요?”

“총사범님을 뵙니다.”

“들어와요.”


나는 그녀의 안내에 따라 탁자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가워요. 나는 태극무관의 총사범 설해원(薛邂源)이라고 해요.”

“장건(張健)이라 합니다.”

“그래요······. 장건. 소협께서는 무엇 때문에 태극무관에 찾아온 건가요?”

“더 높은 무학(武學)을 배우고자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태극문에 입문하고 싶습니다.”


내 말에 그녀가 살포시 웃었다.


“태극무관에서 고수가 되어 태극문에 들어오고 싶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녀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탁자에 있던 백차(白茶)를 한 잔 따라주었다.


“배움을 원한다면 누구나 태극무관에 들어올 수 있답니다. 다만 훈련이 매우 고되고 힘들 거에요.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죠······. 그래도 상관없나요?”


이건 아마도 앞으로 훈련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해보려는 일종의 시험일 것이다, 나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 정도는 이미 각오했습니다.”

“흐음······.”


그녀가 살짝 웃는 듯 아닌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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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7화. 태극무관(太極武館) 입관 (2) +1 21.11.08 257 4 11쪽
» 7화. 태극무관(太極武館) 입관 (1) 21.11.06 296 5 11쪽
17 6화. 낙양으로 가는 길 (3) 21.11.05 306 2 11쪽
16 6화. 낙양으로 가는 길 (2) 21.11.03 346 5 11쪽
15 6화. 낙양으로 가는 길 (1) 21.11.01 378 5 12쪽
14 5화. 상림촌(桑林村) (5) +1 21.10.30 449 6 11쪽
13 5화. 상림촌(桑林村) (4) +1 21.10.29 464 9 11쪽
12 5화. 상림촌(桑林村) (3) 21.10.28 501 9 11쪽
11 5화. 상림촌(桑林村) (2) 21.10.27 539 12 11쪽
10 5화. 상림촌(桑林村) (1) 21.10.26 555 13 11쪽
9 4화. 여진곡(庐進谷) (4) +1 21.10.25 609 11 11쪽
8 4화. 여진곡(庐進谷) (3) +1 21.10.23 690 12 12쪽
7 4화. 여진곡(庐進谷) (2) 21.10.22 701 12 12쪽
6 4화. 여진곡(庐進谷) (1) 21.10.21 770 14 11쪽
5 3화. 절정에 이르다 (2) 21.10.20 786 12 11쪽
4 3화. 절정에 이르다 (1) +1 21.10.19 820 13 11쪽
3 2화. 산중낙원(山中樂園) (2) +1 21.10.18 863 13 11쪽
2 2화. 산중낙원(山中樂園) (1) +1 21.10.17 956 16 11쪽
1 1화. 검은 옷의 무인 +1 21.10.16 1,275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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