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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날로먹는 무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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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작품등록일 :
2021.10.16 21:59
최근연재일 :
2021.11.08 23: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1,579
추천수 :
187
글자수 :
97,151

작성
21.10.20 23:00
조회
785
추천
12
글자
11쪽

3화. 절정에 이르다 (2)

DUMMY

나는 대왕 지네의 사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필요한 건 다 챙겼다.’


지네의 몸뚱이가 아직 남았지만,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가만히 두면 작은 벌레들의 먹이가 되리라.


나는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덩굴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향했다.


저벅저벅.


덩굴나무 안쪽에는 역시나 서늘한 바람과 함께 사방에 대자연의 정기가 가득했다.


특히 대왕 지네가 튀어나왔던 기암괴석과 짚더미 부근에는 진하게 농축된 음기(陰氣)가 엉겨 붙어 있었다.


찌르륵, 찌륵-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나는 적당한 크기의 평평한 바위를 찾은 다음, 운기행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츠츠츳-


문득 옛 생각이 난다.


‘이 능력을 얻기 전에는 도무지 내공이 늘지 않아 괴로워했었지······.’


나는 대자연의 정기를 흡수하는 능력을 얻기 전, 수련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방황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내공이 일정하게 흐르지 않고 툭툭 튀며 불안정하게 널뛰는 현상.


수련 초기에는 내공이 쌓는 게 마냥 즐겁기도 하고, 널뛰는 증상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문제였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지······.’


하지만 수련을 통해 내공을 쌓으면 쌓을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날이 갈수록 진기(津氣)의 맥동(脈動)이 더욱 심해졌던 것이다.


악순환의 굴레에 빠진 나는 괴로워했다.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다 보니 더욱 불안한 마음이 들고, 그 마음 때문에 기혈은 더욱 요동치고······.


‘별짓을 다 했었지······.’


사흘 밤낮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운기행공을 연마한 적도 있었다.


마른 장작을 몸 주위로 둥그렇게 펼친 다음, 불구덩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수련해본 적도 있었다.


물론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내가 문제의 원인을 깨달은 건 대자연의 정기를 마음껏 흡수하고 다닌 이후부터였다.


내공이 일정하게 흐르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내공의 절대량이 부족하기 때문!


내가 가진 내공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을 벌어졌던 것이다.


마치 망아지 한 마리를 몰고 온 동네를 뛰어다니다가, 힘이 달려 골골대는 상황.


인체의 혈관과 근맥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잘 닦아놓은 길 따위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울퉁불퉁하고 험한 오르막이 더욱 적절한 표현이다.


그 울퉁불퉁하고 험한 길을 뚫고 지나가려면 상상 이상으로 많이 내공이 필요한 법.


지나고 보니 결국 꾸준한 수련만이 해답이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음식을 섭취하고, 호흡하고, 대사하는 과정에서 온몸에 노폐물이 쌓이게 된다.


또한 분노나 슬픔같이 격한 감정을 느낄 때도 상단전(上丹田)과 중단전(中丹田)에 탁한 기운이 축적된다.


물론 신체활동이 부족해도 몸속 기혈이 정체되어 나쁜 기운들이 혈관에 들러붙게 된다.


이런 노폐물과 탁한 기운들은 혈관과 근맥을 더욱 울퉁불퉁하게 만든다.


스으으-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며 운기행공을 하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 농축되어 있던 대자연의 음기를 모두 흡수하게 되었다.


이윽고 나는, 지금 내 상태가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


느껴진다.


단전에서부터 폭발적임 힘이 요동치는 게 느껴진다.


‘크윽······!’


나는 요동치는 거대한 힘을 필사적으로 다스리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운기행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스읍-

푸흐-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셔라. 그리고 그 기운이 하단전까지 미칠 수 있도록 공력을 집중해라.


흐읍-!


그 순간, 내면에서 꽈득 하고 무언가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됐다······!’


성공했다.


드디어 절정(絶頂)의 벽을 뚫었다!


파팟-!


순간 눈부신 정광이 비치더니, 온몸에서 강대한 기운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정신은 더없이 맑아지고, 내공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몰아치며 미친듯한 기세로 온몸의 혈도를 때린다.


스으으······.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이윽고 온몸에서 땀 같기도 하고 피 같기도 한 거무튀튀한 무언가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신체 곳곳에 있는 노폐물이 배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해냈다······.’


나는 내공을 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에 농축되어 있던 대자연의 정기를 흡수함으로써, 드디어 생사현관을 타동하고 절정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꽈드득-


나는 가볍게 손을 말아쥐었다.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을 만큼 강대한 내공이 느껴졌다.



---



절정의 내공을 손에 넣고 나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마치 거대한 용 한 마리가 소용돌이치는 듯한 엄청난 힘!


‘······몸이 엄청 가볍다.’


또한 발걸음이 몹시 가벼운 게 마치 깃털이 팔랑거리는 것 같았다.


이런 상태라면 경공술도 엄청나게 발전하지 않았을까?


본래 내가 경공술을 발휘해 힘껏 뛰어오르면 보통 오 척(五尺) 정도 뛰어오를 수가 있었고, 아주 힘껏 뛰어오르면 거의 육 척(六尺)까지도 가능했다.


하지만 절정지경에 이른 후라면 어떨까?


지금이라면 왠지 훨씬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덩굴이 우거진 곳을 빠져나와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저기가 좋겠군,’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삼 장(三丈)은 넘어 보이는 거대한 암석이 있었기에, 나는 경공술도 시험해볼 겸 발끝에 공력을 모아서 힘껏 뛰어올랐다.


파앗-!


“흐아앗!”


공력을 담아 힘껏 뛰어오르자, 나는 거대한 암석 높이까지 훨훨 뛰어올랐다.


한 번의 도약으로 암석 위에 도달했다!


‘우와······. 이 정도라니······.’


절정의 벽을 넘으면 한 차원 높은 세계가 펼쳐지리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설마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날 줄은 몰랐기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타닷-


나는 암석 밑으로 풀썩 뛰어내려 움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꽤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는데도 가뿐하군.’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이리라.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전신의 감각세포가 놀랍도록 민감해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절정에 오르기 전에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날카롭게 받아들일 수는 있었다.


일 장 멀리 떨어져 있는 풀벌레의 움직임조차도 감지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일 장 밖 풀벌레가 뭘 하고 있는지, 어느 쪽을 보고 있는지, 심지어는 미세한 꿈틀거림조차도 훤히 보였다.


아니, 느껴졌다.


오감(五感)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상태.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경지!


타다다닥-


나는 평소보다 세 배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 움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험한 산길을 헤쳐나가면서도 전혀 힘들지가 않았기에, 나는 순식간에 움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동굴 움막에 돌아온 나는, 드디어 2년간의 수련을 마치고 산에서 내려갈 때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공의 기초인 내공은 이만하면 충분히 쌓았다.


이제는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 무학(武學)을 탐구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좀 아쉽긴 하지만······.’


이곳 여산은 무척이나 넓었기 때문에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 너무 많았지만, 나는 새로 얻은 이 힘을 마음껏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과연 새로 얻은 힘으로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


‘아니야······. 아직은 절대로 불가능해!’


나는 이제 막 절정지경에 올랐을 뿐이고,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싸움에 필요한 무기술이나 전투술은 그야말로 백치(白癡)나 다름없는 수준!


무예란 것은 아주 다양한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내공은 모든 무공의 기초가 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생과 사를 오가는 전투에서는 아주 작은 요소로도 승부가 갈리기 마련이다.


길거리 막싸움을 할 것이 아닌 이상, 내공 하나만 믿고 싸운다는 건 스스로 사지(死地)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리라.


세상은 무섭다.


아무리 강한 힘이 있어도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더구나 내가 상대해야 하는 건 어설픈 뜨내기 따위가 아닌 마교(魔敎)


마교 전체를 상대할 각오를 한 이상, 뼈를 깎는 노력으로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함부로 내가 가진 복수심을 드러내거나 속마음을 내비치는 경솔한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힘을 충분히 얻지 못한 채 그런 이야기를 흘리고 다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暗殺)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 정리를 마친 나는 짐을 정리하며 하산할 준비를 했다.


짐이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보따리 하나로 해결할 수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여산을 돌아다닐 때마다 틈틈이 캐서 모아둔 산삼(山蔘)을 살뜰히 챙겨 망태기에 넣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는 앞으로 태극문이라는 문파를 찾아가 가르침을 구할 예정이었다.


내가 태극심법을 익힌 이상, 태극문 이외의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정식으로 태극문에서 가르침을 받지 않고 혼자 익혔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태극문을 찾아가서 어떻게든 부딪히며 헤쳐나가기로 했다.


킁킁······.


어디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


알고 보니 내 몸에서 아까 빠져나온 노폐물과 피땀이 엉겨 붙어 썩은 내가 나고 있었다.


‘······앞으로 여러 사람을 만날 텐데, 깨끗한 편이 좋겠지?’


괜히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필요는 없었으므로, 나는 가까운 계곡으로 가 몸을 깨끗이 닦았다.


시원한 계곡물로 온몸을 씻어내니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다.



---



여진곡(庐進谷)은 여산 아래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여진곡은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산골짜기 깡촌이었지만 마을 분위기는 활기찼는데, 여산을 넘으려는 표사들이 하룻밤 머물고 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표국에서는 아무리 급한 표행이 있어도 한밤중에는 절대 산을 넘지 않는다. 해가 지고 산을 건너다가 산적이라도 만나게 되면 큰 낭패였으니까.


그 때문에 경험 많은 표사들은 적당한 곳을 골라 하룻밤 자고 새벽 일찍 다시 운행을 나가는 것이다.


마침 여진곡은 여산 근처 절묘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마치 표사들의 휴게소 같은 역할을 했고, 숙박업이나 상업도 제법 융성하게 번성하게 되었다.


하여간에 나는 어찌저찌 여진곡에 도착했다.


“흐아-! 이게 시내의 공기구나.”


2년 만에 산에서 나왔다.


나는 왠지 설레는 기분이었다.


그냥 별것 하지 않고 사람 구경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흠흠······. 너무 들떴군. 침착하자.’


지금은 희희낙락 할 때가 아니야. 나는 자신을 타일렀다.


‘먼저 계획대로 여비를 구해야겠지.’


태극문까지 도착하는데 얼마나 걸릴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수련하면서 틈틈이 캔 산삼을 팔아 여비를 마련하기로 했다.


나는 지나가던 한 사내에게 길을 물었다.


“실례지만 길 좀 묻겠소. 이 마을에 한약방이나 약초를 취급하는 곳은 어디 있소이까?”

“음, 한약방 말이오? 어디 보자······. 맞아, 여기서 서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나올 거요.”

“고맙소이다.”


친절한 사내였다. 나는 포권으로 감사를 표한 다음 서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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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6화. 낙양으로 가는 길 (1) 21.11.01 37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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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4화. 여진곡(庐進谷) (4) +1 21.10.25 609 11 11쪽
8 4화. 여진곡(庐進谷) (3) +1 21.10.23 690 12 12쪽
7 4화. 여진곡(庐進谷) (2) 21.10.22 701 12 12쪽
6 4화. 여진곡(庐進谷) (1) 21.10.21 770 14 11쪽
» 3화. 절정에 이르다 (2) 21.10.20 786 12 11쪽
4 3화. 절정에 이르다 (1) +1 21.10.19 820 13 11쪽
3 2화. 산중낙원(山中樂園) (2) +1 21.10.18 863 13 11쪽
2 2화. 산중낙원(山中樂園) (1) +1 21.10.17 956 16 11쪽
1 1화. 검은 옷의 무인 +1 21.10.16 1,275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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