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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날로먹는 무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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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작품등록일 :
2021.10.16 21:59
최근연재일 :
2021.11.08 23: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1,581
추천수 :
187
글자수 :
97,151

작성
21.10.30 23:00
조회
448
추천
6
글자
11쪽

5화. 상림촌(桑林村) (5)

DUMMY

이윽고 설백은 약장을 뒤져 약재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나무로 만든 약장에는 서랍이 수십 개 달려 있었기 때문에 헷갈릴 법도 했으나, 설백은 원하는 약재를 척척 잘도 찾아내었다.


아마도 약장 서랍에 적힌 이름을 보고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무슨 약재를 보관해 두었는지 다 기억하는 것 같았다.


이윽고 설백은 원하는 약재를 다 찾아냈는지 약장을 정리했다. 그리고 탕전실 한 켠에 놓인 두꺼운 서책을 꺼내 무언가를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뭘 쓰는 거요?”

“약재의 입고량과 소모량을 정리해 두는 거요. 그때그때 하지 않으면 천 종류가 넘는 약재를 도무지 관리할 수가 없소이다.”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글씨를 써 내려갔다. 금세 기록을 다 끝내는 거로 보아, 기록하는 건 몸에 밴 습관임이 분명했다.


기록이 끝나자 우리는 탕전실을 나왔다. 설백이 불룩한 망태기를 들고 말했다.


“탕전실에서 필요한 건 다 찾았소. 이제부터는 좀 추울 수도 있소.”


나는 추울 수도 있다는 그의 말이 다소 의아했으나, 곧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건물을 나와 설백을 따라가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석빙고가 나왔다. 그는 석빙고 앞에서 무언가 주문을 중얼거리더니,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쑥 들어갔다.


석빙고 출입문 안쪽에서 설백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하시오? 빨리 들어오시오!”


설백을 따라 석빙고 안에 들어가자,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단지 한 걸음을 디뎠을 뿐인데 겨울이나 다름없는 추위가 몰아쳤기 때문이다.


곳곳에 얼음이 얼어 있고 고드름이 맺혀 있다.


나는 신기한 마음에 설백에게 물었다.


“아무리 석빙고라지만 이게 말이 되는 거요? 여기만 완전 겨울 같구려.”

“하하. 이곳은 사시사철 항상 겨울이오. 음기(陰氣)가 강한 곳에 터를 잡고 그 기운을 단단히 붙들어 매두었으니, 바깥 기온과는 상관없이 항상 극저온을 유지하지. 기문진법으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핵심이오.”


설백은 석빙고 중앙에 있는 제단을 가리켰다. 제단 주위에는 온갖 복잡한 진법이 그려져 있었는데, 주술이나 진법에 문외한인 내가 보더라도 신통력이 흐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 이 설백이란 사내는 의술뿐만 아니라 주술이나 진법에도 능통한 것 같았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수십 개의 선반과 진열대가 나왔다. 진열대를 자세히 살펴보니 온갖 유리병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는데, 그 모양과 크기가 모두 달랐다.


설백이 진열대를 보며 말했다.


“쉽게 상하거나 귀한 재료들은 주로 이곳에 보관하고 있소이다. 좀 번거롭긴 해도 이렇게 해야 약효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가 있지. 또 성질도 잘 변하지 않소이다.”


스으으-


석빙고 벽면에서 으슬으슬한 한기가 느껴진다.


‘정말 신기하군······.’


중원 제일의 명의라는 말이 과연 허언이 아니었는지, 설백은 여러 약재를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수준에서 꼼꼼한 게 아니라 석빙고에 주술까지 걸어 냉동(冷凍) 보관하는 수준인 것이다.


설백은 진열대에서 갈색 유리병 몇 개와 투명한 유리병 서너 개를 척척 집어 들었다.


“필요한 것은 다 챙겼소. 이제 나갑시다.”


그는 거침없이 석빙고 밖으로 나왔다. 나도 그를 따라 석빙고에서 빠져나왔다.


석빙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거짓말처럼 냉기가 사라졌다.


이윽고 그가 석빙고 출입문 앞에서 무언가 주문을 외쳤다.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


츠츠츠-


그가 주문을 외치자마자, 석빙고 출입문에 신비스러운 기문진이 아로새겨지더니,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기문진에서 뿜어져 나오던 은은한 빛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던 것이다.


내가 신기해서 물었다.


“방금 뭐한 거요?”

“우리가 석빙고에 들어갔잖소. 뒤틀린 출입문의 봉인을 술력으로 강화한 것뿐이오.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시오.”

“그렇군. 그럼 이제 다 끝난 거요?”

“기본적인 준비는 다 끝났소. 날 따라오시오.”


나는 그를 따라 또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석빙고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건물이 하나 보였는데, 지은 지 얼마 안 됐는지 외관이 무척 깔끔해 보였다.


‘건물이 정말 많군······.’


나는 약간 질리는 기분이었다. 벌써 우리가 다녀간 건물이 여러 채인데, 아직도 들릴 곳이 남아있었단 말인가.


설백을 따라 건물로 들어가자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보인다.


건물 안쪽에는 작은 화덕들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는데, 화덕 위쪽으로 기묘하게 생긴 커다란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화덕 위에 설치된 장치들은 저마다 모양도 다르고 모두 난생처음 보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궁금한 표정으로 설백을 바라보았다.


설백이 말했다.


“이곳은 증류실이오. 그리고 저 장치들은 중탕기와 증류기라고 하는 것들이오. 본래는 누룩으로 빚은 술을 가열하여 불순물을 제거하는 용도지만 나는 약재들을 가공하거나 배합할 때 이것들을 사용하고 있소. 아주 유용하지.”

“오호······.”


나는 설백 덕분에 평생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아가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설백은 증류실 한 켠에 놓인 탁자에 불룩한 망태기를 내려놓더니, 열 종류가 넘는 약재들과 대여섯 개의 유리병을 꺼내 가지런히 올려 두었다.


“이제 준비는 다 끝났소. 이제 약재를 적절히 배합하여 강한 맹독을 만들면 되오.”

“음. 그렇군.”


나는 고개는 끄덕였지만, 사실 약간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도대체 맹독을 왜 만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무식쟁이로 비칠까 봐 물어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된 거 그냥 물어보자.’


나는 창피당할 걸 감수하고 설백에게 물었다.


“근데 도대체 맹독은 왜 만든다는 거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모르겠소.”

“흠······. 그걸 아직 설명을 안 했군.”


설백이 턱을 문질렀다. 그는 나를 무식하다고 여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욱 쉽고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사실 맹독을 만드는 건 중간 과정일 뿐이오. 최종적으로는 맹독을 증류하여 예방약제를 만들 것이오.”

“예방약제라면······?”

“모든 종류의 독에 범용적인 효과가 있는 일종의 합성약을 만든다는 소리요. 예방약제가 계획대로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아주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을 거요.”

“대단하군. 헌데 어떤 효과를 본다는 거요?”

“음. 어지간한 독에는 면역을 갖게 되오. 흑파천놈들이 쓰는 신경독도 마찬가지겠지. 같은 종류의 독이라면 앞으로 치사량이 넘는 과도한 독에 중독되더라도 조금 앓다가 말 것이오.”

“오오······. 정말 신기하군······.”

“만드는 데 하루는 꼬박 걸릴 거요. 여러 가지의 약재를 배합해야 하는 데다가 자칫 잘못하면 예방약제가 아닌 극독을 만들어 내는 꼴이기에 조금 시간이 걸릴 거요”


약초를 배합해서 어떻게 예방약제를 만들어 내는지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건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어차피 그가 나를 만독불침의 육체로 만들어주겠다고 한 이상,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설백은 내게 마을 구경이라도 하고 오라고 했지만,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냥 그가 여러 가지 약재를 계량하고 끓이는 모습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그러다 나는 문득 대왕 지네에게 채취했던 독액을 떠올리게 되었다.


‘혹시 이거면 그 예방약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옛날에 우연히 대왕 지네와 마주친 적이 있소. 그때 지네의 독액을 조금 얻어두었는데, 혹시 그건 필요 없소이까?”


한참을 부스럭거리며 열중하던 설백이 고개를 홱 돌렸다.


“지네의 독액? 그런 게 있소?”


나는 눈이 휘둥그레진 설백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소. 내가 산골에서 수련하던 중에 운 좋게도 대왕 지네의 서식지를 발견한 적이 있소이다. 그때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챙겨두었던 거요. 한 번 보시겠소?”

“지네의 독이라······. 그건 정말 귀한 건데······. 한번 보여주시오.”


나는 허리춤에 매고 다니던 대나무 통을 설백에게 건넸다.


“조심하시오. 안에 바위도 녹이는 극독이 들어있으니.”


그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대나무 통 뚜껑을 확 열었다. 그리고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호······! 지네의 독액이 확실하군. 특유의 향내가 나는 거로 짐작건대 땅지네 혹은 홍지네의 독액이 분명하오. 헌데 이런 극독을 어찌 대나무 통 따위에 담은 것이오?”

“음······. 마땅히 담을 통이 없기도 했거니와 마침 대나무의 속껍질을 내공으로 경화(硬化)시켜두었기에 그냥 부었소이다. 잘 견디더군.”

“오오······. 역시 절정에 이른 내공의 힘인가······.”


물론 저 대나무 통은 절정지경에 오르기 전에 만들어 둔 것이지만, 굳이 그 말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잘 되었소. 본래 지네의 독은 아주 희귀한 재료요. 지네들이 어느 정도 자라기 전까지는 독을 전혀 채취할 수 없기 때문이지.”

“이게 그 예방약제를 만들 때 도움이 되겠소?”

“물론이오. 지네의 독액은 그 자체의 성분만으로도 극독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그 정수(精髓)만 뽑아도 훨씬 더 개량된 예방약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오. 더구나 이렇게 많은 양이라니······.”


설백이 저렇게 자신만만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지네의 독액을 그에게 준 것은 확실히 잘한 일인 것 같았다.


독이 담긴 대나무 통을 그에게 건네준 뒤, 나는 대왕 지네의 내단을 세 개나 갖고 있다는 사실도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말하기로 했다.


결코 섣부르게 남을 믿거나 해서는 안 되지만, 그가 당장 자기 이익을 위해서 남의 뒤통수를 치거나 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라면 내단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가공할 수 있으리라.


“이걸 알아보시겠소?”

“이건 또 뭐요?”

“대왕 지네의 내단이오. 약제 만드는데 보태 써 주시오.”


나는 품속에 숨겨둔 주머니를 꺼내 설백에게 쥐여주었다.


그는 주머니를 확인하고는 약간 자신 없는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정기가 응축되어 있군, 영물이라도 잡은 건가······.”

“엄청나게 크긴 했소.”

“이건 사실 나도 자신이 없군. 이정도 크기의 내단은 사실 나도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구려······.”

“부담 갖지 말고 그대 좋을 대로 하시오.”

“······”

“내가 어설프게 건드리는 것보다는 나을 거 아니오. 나는 그대를 믿고 있소.”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내단을 효율적으로 써먹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각종 약재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설백에게 맡기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설백은 한참 동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무언가 결의를 다진 얼굴로 말했다.


“······최선을 다 해 보겠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희망작
    작성일
    21.11.09 09:10
    No. 1

    억지
    스토리 진행을 위해 너무 억지스러운 ...... 먹은약이 아까워서 처음보는사람에게 ..... 들고있는 산삼은 안아깝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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