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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날로먹는 무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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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작품등록일 :
2021.10.16 21:59
최근연재일 :
2021.11.08 23: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1,575
추천수 :
187
글자수 :
97,151

작성
21.11.03 23:00
조회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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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6화. 낙양으로 가는 길 (2)

DUMMY

우리는 사흘 동안 부지런히 걸었다.


위치상으로는 이제 절반쯤 왔으나, 하루 정도는 객잔에 묵으면서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며칠 동안 산과 들에서 노숙을 한 탓에 꼴이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그나마 틈틈이 운기행공을 한 탓에 기력이 달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설백은 안색이 날로 안 좋아졌다.


내색은 안 했지만 잠자리가 영 불편했을 것이다.


상림촌을 떠날 때 챙겨두었던 식량도 거의 떨어져 갔다.


산짐승을 잡아서 구워 먹거나 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마을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로 했다.


어차피 돈도 많았다.


우리는 적당한 곳을 물색하다가, 낙양 가는 길에 있는 조그만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먼저 밥부터 먹읍시다.”

“좋은 생각이오.”


설백과 나는 제일 그럴듯해 보이는 요릿집에 들어가 음식을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는 객잔에 들어가 따뜻한 물로 몸을 녹였다. 설백은 씻자마자 바로 침대에 드러누워 곯아떨어졌다. 그가 코 고는 소리가 내 방까지 들린다.


“······”


절정지경이 이른 후부터는 굳이 잠을 자지 않아도 상관없었기 때문에, 나는 차라리 수련하고 싶었다.


스슥-


나는 창문을 통해 객잔을 빠져나왔다. 내 방은 객잔 2층이었지만, 절정지경에 이른 경공 덕분에 사뿐하게 내려앉을 수 있었다.


새벽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를 헤치고 미리 봐 두었던 골짜기가 쪽으로 걸어가려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


나는 재빨리 내 기척을 숨기고 골목 사이로 몸을 감추었다. 알고 보니 관군 두 명이 짝을 지어서 마을을 순찰하고 있었다.


저벅저벅-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람들을 피해 다녀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다가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었던 것뿐이다.


내가 아무리 죄가 없고 당당하다고 하더라도, 오밤중에 돌아다니는 걸 관군들이 반길 리가 없었다.


나를 수상쩍게 여기고 관아로 끌고 가거나 심문하려 들지 않으면 다행이니, 애초에 마주치지 않는게 현명하다.


어쨌든 그들이 멀리 떨어진 걸 확인한 다음, 다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골목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자, 마을 담벼락에 다다랐다. 나는 경공술을 발휘해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



미리 봐 두었던 골짜기에는 대자연의 정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골짜기 이곳저곳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였다. 대자연의 정기를 조금이라도 흡수하고 싶었지만, 정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깎아지른 골짜기 밑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도 대자연의 정기는 없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경치는 제법 좋았다.


츠츠츳-


운기행공을 펼치자 약간 시시한 느낌이 든다. 대자연의 정기를 흡수할 때의 그 충만한 느낌이 그리워진다.


그렇게 얼마간 운기행공을 하고 있는데,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머리가 찌릿한 기분.


‘······!’


확실하다.


한 번뿐이었지만 똑똑히 기억한다.


‘이건······. 마기(魔氣)다.’


흑귀를 상대할 때 느꼈던 것과 동일한 기운이 느껴진다. 희미하지만 요사스러운 기운.


나는 즉시 운기행공을 멈추고 기감을 끌어올렸다.


츠츠츠-


내공으로 주의력을 강화하자, 십 장 밖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기가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지 찾지는 못했다.


나는 한참이나 마을을 빙빙 돌며 원흉을 쫓았지만, 도저히 발원지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동이 트자 희미했던 마기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일단 나는 객잔으로 돌아갔다.



***



객잔으로 돌아오자, 설백이 아침부터 계란 탕국에 찐빵을 먹고 있었다.


나는 은근히 눈치를 줬다.


“······지금 밥 먹고 있을 때가 아니오. 마을 옆에서 웬 요사스러운 기를 느꼈단 말이오.”


설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에게 흑귀를 상대하며 마기를 느꼈던 일과, 새벽에 수련하며 같은 기운을 느꼈던 일을 차례로 설명했다. 그러자 그는 한 층 심각한 표정이 되어 내게 물었다.


“손가락은 왜 이리 까맣소?”

“응? 까맣다니?”


손가락을 쳐다보니 그의 말대로 손가락 끝마디 부분이 검게 물들어 있다.


나는 뭐가 묻었나 싶어 손끝을 슥슥 문질러 닦아보았지만, 닦이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미 손가락 자체가 검게 물든 것 같았다.


설백이 의문스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흠······. 정말 이상하군. 잠깐 있어 보시오,”


그가 허리춤에서 부적 같은 것을 꺼낸 뒤 무언가 주문을 외웠다. 순간 부적이 화르르 타오르더니, 손끝에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악! 뭐 하는 거요?”

“손 좀 내 보시오.”


그는 다짜고짜 내 손을 휙 잡아챘다.


“통증이 있소?”

“당연한 거 아니오?”

“괴사한 건 아니군. 큰일이오. 예방약제의 부작용이 아닌 것 같소.”

“······”


내가 무언가 이상해 멀뚱히 쳐다보자, 설백이 말을 덧붙였다.


“손끝이나 몸 곳곳에 검은 반점이 피며 괴사하는 것은 예방약제의 부작용 중 하나요. 그러면 보통 감각도 잃기 마련이지. 일종의 명현 현상이오. 하지만 그대는 그게 아닌 것 같군.”

“그럼 다행이라 해야 하는 것 아니오?”

“아니지. 부작용은 약을 써 고치면 되잖소. 고칠 수 있는 병은 두려워할 이유가 없소.”

“······그럼 내 손은 못 고친다는 거요?”

“나도 잘 모르겠소.”


설백은 무책임한 말을 내뱉고선 무안했는지 코를 슥 문질렀다.


“새벽에 느꼈다는 그 요상스러운 기운 때문이 아니겠소? 평소와 다른 것이 그것밖에 없으니.”

“으음······”


사실 나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이유였다.


우리는 잠깐 고민한 끝에, 짐을 챙겨 객잔 밖으로 빠져나왔다. 마기가 느껴진 곳을 다시 찾아가 보기로 한 것이다.


설백과 나는 곧장 골짜기로 향했다. 나는 내가 처음 자리 잡았던 깎아지른 골짜기로 설백을 데려갔다.


“여기요. 이곳에서 처음 운기행공을 하고 있는데, 별안간 요사스러운 기운이 느껴졌소이다.”

“흐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밤이 되면 기운이 더욱 강해지는 것 같소. 동이 트니 마기가 귀신같이 사라지더군.”


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던 설백은, 별안간 품속에서 부적을 꺼내 주문을 중얼거렸다.


화르륵-


그러자 부적에 별안간 불꽃이 붙더니,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 근방에 은밀하고 강력한 결계가 펼쳐져 있군.”


설백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근처에 주술이 걸려 있는지 확인할 수가 있는 모양이었다.


“지금부터 결계를 한번 깨트려 보겠소.”


그는 품에서 짧은 단검 하나를 꺼내서 손에 꽉 쥐었다. 검에서 영험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걸 보니 예사 물건이 아닌 것 같았다.


검의 생김새를 보아 짐작건대 제사나 의식을 치를 때 쓰는 용도이리라.


그는 검을 잡은 손은 가슴팍에 붙인 채, 다른 손으로는 바쁘게 주술진을 그렸다.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


쩌저적-


설백의 외침과 함께 별안간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일그러진 공간 사이로 시커먼 어둠이 흘러나왔다.


요사스러운 기운이 넘쳐 흐른다.


“······예상이 맞았군. 이 근방에 강력한 환술 결계가 펼쳐져 있었소.”


설백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아까의 주문으로 기력을 많이 소모한 것 같았다.


“장건. 저 안에서 무언가 흉물스럽고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오. 어떡할 거요?”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새벽에 느낀 것과 같은 요사스러운 기운이 코를 찌른다. 다른게 있다면 균열 사이로 흘러나오는 기운이 훨씬 강력하다는 점 뿐이었다.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끝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들어가 봅시다.”

“그래도 괜찮겠소?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위험할 것 같소만.”

“나도 같은 생각이오. 심상치 않아 보이는군.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소. 저 안에 무언가 사악한 존재가 있는지 확인해야겠소.”


내 말에 설백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잠시 물러나 있으시오. 내가 결계를 조금 더 깨트려 보겠소.”


내가 뒤로 물러나자, 설백은 단검을 품에 안고 다시 주술진을 그렸다. 그걸 두어 번 더 반복하자, 공간의 균열 사이로 사람이 들어갈 만한 비좁은 통로가 생겨났다.


설백은 주술을 펼치느라 크게 탈력 했는지 구슬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괜찮소? 많이 힘들어 힘든거요?”

“후우······. 괜찮소. 조금 지쳤을 뿐이오. 이제 들어가 봅시다.”


스윽-


비좁은 통로를 따라 결계 안쪽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매캐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뿐만 아니라 울창하던 숲속이 온통 병든 것처럼 말라비틀어져 있다.


풀은 생기를 잃고 바스러진 지 오래고, 나무는 줄기와 잎사귀가 모두 검게 변색되어 있다.


게다가 요사스러운 마기가 사방에서 스멀스멀 느껴졌기 때문에, 우리는 내공을 돋우어 정신을 방어했다.


나는 절정지경이 오른 내공이 있어서 큰 무리 없이 마기를 방어해 낼 수 있었고, 설백은 품에 쥔 단검의 힘을 활용해 어찌저찌 저항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기감을 펼쳐 주위를 살펴보니, 멀지 않은 곳에 아주 강력한 마기가 느껴졌다.


내가 설백에게 말했다.


“안쪽에서 강력하고 사특한 기운이 느껴지오. 무언가 있는 게 틀림없소.”

“······가 봅시다.”


우리는 검게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력한 마기를 내뿜는 원흉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물(魔物).


두꺼비 같기도 하고 진흙 덩어리 같기도 한 거대한 무언가가 둥그런 골짜기 안에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끌거리는 피부에는 수십 개의 입과 촉수가 달려있었는데, 그 모습이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난생처음 보는 끔찍한 괴생명체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저, 저게 도대체 뭐란 말이오? 저런 끔찍한······.”

“큭······. 나도 모르겠소. 저길 보시오······.”


설백은 마물의 발밑을 가리켰다. 마물이 뿜어낸 시커멓고 진득한 액체가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인간의 팔과 다리가 보였다.


나는 토악질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저 괴생명체는 사람을 먹어치우는 극악한 마물이었던 것이다!


“안 되겠소. 당장 저 마물을 해치웁시다.”

“좋소.”


우웅-


나는 정신을 집중해 온몸에 내공을 끌어올렸다.


산과 바위를 통째로 베어버릴 것만 같은 강대한 힘이 팔에 깃든다.


설백도 품에서 부적을 여러 장 꺼내더니, 허공에서 기문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와 신호를 주고받은 뒤, 마물을 향해 벼락같이 돌진했다.


쿠콰콰콰쾅!


거대한 섬광과 함께 골짜기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절정의 공력이 담긴 일참(一斬)이 마물의 머리통을 가르며 큰 피해를 준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마물이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몸에서 체액을 뿜어댄다.


[구에에에엑!!]


“······!!”

“······!!”


순간 나는 마물의 비명을 듣고 크게 휘청하였다. 비명에는 무언가 강력한 주술이 걸려 있었는지, 정신을 잃은 뻔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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