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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날로먹는 무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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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작품등록일 :
2021.10.16 21:59
최근연재일 :
2021.11.08 23: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1,573
추천수 :
187
글자수 :
97,151

작성
21.10.1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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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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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1쪽

3화. 절정에 이르다 (1)

DUMMY

‘오늘은 날씨가 맑구나.’


햇살이 잔잔히 드리우고, 산들바람이 살랑거리며 불어온다. 나뭇잎이 흔들리면서 코끝에 기분 좋은 풀 내음이 감돌았다.


그야말로 기분 좋은 날씨였지만, 나는 어둡고 축축한 음지(陰地)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이곳은 구릉(丘陵)처럼 생겨서 그런지 몰라도 햇볕이 너무 잘 드는군. 조금 더 안쪽으로 이동해 볼까.’


내가 서 있는 곳은 주변보다 높게 솟아오른 탓인지 아무래도 햇볕이 많이 내리쬐고 있었다.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삶의 터전을 꾸리며 살아가기에는 아무래도 햇볕이 잘 드는 편이 더 좋겠지만, 나는 지금 해가 비치지 않는 곳을 찾고 있었다.


‘어디 축축하고 습한 곳 없나? 벌레가 끓는 곳이면 더욱 좋고.’


나는 내공을 끌어올려 오감(五感)을 극대화했다. 전신의 감각세포가 활성화되자 나는 한 차원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먼저 청각이 비약적으로 상승해 흙을 기어 다니는 미세한 소리만으로 풀벌레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안력이 상승하여 공기의 미세한 흐름까지도 보일 정도였다.


스르륵-


수십 장은 떨어진 곳에 큼직한 지네 한 마리가 기어간다.


‘찾았다······!’


나는 애타게 찾고 있던 지네를 발견하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공(蜈蚣)이라고도 불리는 이 벌레는 본능적으로 축축한 땅을 좋아했다.


아무리 먹이가 많은 곳이라도 건조하거나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는 지네를 찾아볼 수 없는 게 그 증거였다.


꿈틀꿈틀-


나는 주위에서 적당한 길이의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서 지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금의 공력을 실어 적당한 크기의 바위를 골라 탁 때렸다.


딱-!


돌 때리는 경쾌한 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으나, 돌이 쩌적 갈라지거나 깨지지는 않았다.


일부러 공력을 조절하여 부서뜨리지 않은 것이다.


대신 투두둥 하는 묵직한 진동이 바위를 타고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스륵-스르륵!


갑작스러운 진동에 지네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바위를 타고 퍼져나가는 진동에 깜짝 놀란 게 분명했다.


나는 그저 약간의 공력으로 가볍게 때린 것이었지만, 지네에게는 아까의 그 일격이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크게 느껴졌으리라.


어떤 생물이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으로 도망치는 법!


‘후후······. 귀소본능(歸巢本能)을 이용해 음지를 찾는다······. 내가 생각해도 천재적이야.’


스륵-스르륵!


커다란 지네가 미친 듯이 도망친다.


나는 지금 한 끗 차이로 절정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아마 아주 조금만 더 내공을 쌓으면 절정지경에 오를 수 있을 거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대자연의 정기는 음기(陰氣)와 양기(陽氣)로 나눌 수 있는데, 지금까지 나는 음기보다는 양기를 더 많이 흡수해왔다.


모든 무공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태극심법은 음양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다.


절정지경을 향한 마지막 한 걸음은 바로 모자란 음기를 채우는 것!


‘힘내라······! 너희 집 마음에 들면 헤치지는 않으마.’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지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지네를 따라 구불구불한 숲길을 한참 동안 걸어가다 보니 신비한 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덩굴나무가 어찌나 빽빽하게 자라 있는지 마치 하나의 건물처럼 느껴지는 장소.


또한 무성한 틈 사이로 서늘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해질 정도!


‘······’


제대로 찾아왔군.


나는 덩굴나무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줄기가 억세서 걷어내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내공을 사용해서 그럭저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덩굴 수풀을 한참 헤쳐나가자, 한층 신비스러운 광경이 보였다.


‘······!’


거대한 기암괴석(奇巖怪石)이 한가운데 우뚝 서 있고, 그 밑으로는 거뭇거뭇한 짚더미 같기도 하고 톱밥 같기도 한 게 쫙 깔려있다.


짚더미 군데군데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는데, 깊이가 가늠이 안 되는 것이 마치 무저갱(無低坑)처럼 느껴졌다.


서늘한 기운은 한층 강해져서 가만히 서 있어도 냉랭한 기운에 몸이 떨릴 지경이다.


이곳 여산(庐山)이 아무리 넓다지만, 이토록 기이한 지형은 난생처음 보았다!


나는 절정지경을 향한 음기를 흡수할 최적의 장소라는 기대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불현듯 어떤 영물(靈物)이 이곳을 지키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맞아. 조심해서 나쁠 건 건 없으니까······.’


나는 당장이라도 운기조식을 통해 농축(濃縮)되어 있는 음기를 흡수하고 싶었지만, 일단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


‘음······. 정말 많군······.’


주변을 찬찬히 살펴본 결과, 특이한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지네가 정말 많다는 것.


발밑에도 지네가 바글거린다.


“지네야. 여기가 네 집이냐?”


나는 나뭇가지로 지네들을 톡톡 건드려 보았다.


‘음······? 얘가 왜 이러지?’


뭔가 이상한데?


나는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자 의아한 기분이었다.


‘도망을 안 가네?’


보통 벌레를 건드리면 놀라서 도망가기 마련이다.


굳이 건들지 않고 근처에서 겁만 줘도 질겁하여 달아나는 게 보통의 반응이다.


헌데 눈앞의 지네들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어찌할 줄 모르는 게 정말 이상했다.


나는 마치 겁에 질린 듯 우왕좌왕하는 지네들을 보고 약간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뭣하냐 이놈아. 빨리 앞으로 가라!”


딱-!


······?


‘응······? 왜 이리 딱딱해? 분명 짚더미를 때렸는데······.’


그 순간이었다.


쿠콰콰콰······.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가 벽을 타고 올라오는 듯 쿵쿵대는 소리가 들린다.


‘설마 이건······.’


나는 순간 섬찟한 느낌이 들어 뒷걸음질을 치며 뒤로 물러났다.


‘······!!’


나뭇가지로 내려쳤던 곳이 풀썩풀썩 움직이더니, 거대한 무언가가 쾅 하고 솟구쳐 올랐다!


콰광!


짚더미를 헤치고 나온 것은 무려 일 장은 돼 보이는 대왕 지네.


취익-!


대왕 지네가 쇳소리를 내며 이빨을 세웠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모습이 괴기스럽기 짝이 없었다.


‘·····’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았다.


‘일단 거리를 더 벌리자. 위험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크사아아앗-!


후드득-


지네가 강한 적개심을 보이며 독액을 내뿜었던 것이다!


치이이이익······.


독액이 튄 자리가 순식간에 지글지글 끓었다. 지네는 아마 강한 산성(酸性)을 지닌 액체를 내뿜을 수 있는 것 같았다.


돌도 가볍게 녹이는 극독(劇毒)!


순간 순발력을 발휘해 피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저 독액을 뒤집어쓸 뻔했다.


꼴깍-


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하여 마른침을 삼켰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대왕 지네와 대치하며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생각했다.


‘아무리 지네가 강한 독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한정 뿜어낼 수는 없다.’


곤충이나 동물의 독은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지만,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독기를 만들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하고 나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금이다!’


파앗!


나는 순간 공력을 끌어올려 지네에게 달려갔다. 그 속도가 빨라 지네는 미처 반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츠츠츳-


“흐압!”


내공을 끌어올려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지르자, 마치 쇠를 때리는 것 같은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쩡-!


‘······!!’


정권을 맞은 지네는 뒤로 나동그라졌지만. 나는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네의 외피가 너무 단단한 탓에 주먹이 저릿저릿했기 때문이다.


거암(巨巖)도 일격에 부술 위력을 버티다니?


크사아아앗-!!


‘이크······!’


다시 일어난 지네가 재차 독액을 뿜어왔지만 나는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같은 공격에 당할쏘냐!


······라고 생각했지만, 허벅지가 따끔하며 불에 덴 것 같은 통증이 일어났다.


‘······약간 튀었나?’


미적거리다간 위험하겠다.


나는 검을 빼 들고 최대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가진 공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단숨에 끝낼 계획!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거대한 기암괴석에서 땅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쿠콰콰······.


쿠콰콰콰광!


크사아아앗-!


‘······’


굉음과 함께 나타난 건 일 장이 넘는 크기의 지네 두 마리.


졸지에 나는 대왕 지네 세 마리를 함께 상대하게 된 것이다.




나는 기나긴 사투(死鬪) 끝에 지네 세 마리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가장 위험했던 건 지네의 독액이었기 때문에, 나는 굳이 공격적으로 파고들거나 접근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슬슬 도망 다니면서 싸우는 편이 더 효과적이었다.


빠른 경공술로 지네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무형의 검기를 날려 지네를 공격했던 것이다.


검기를 맞을 때마다 지네들은 약이 바짝 올라 미친 듯이 쫓아왔고, 오히려 그때부터는 상대하기가 더 쉬웠다.


내공으로 반사신경과 안력을 강화시켰기 때문에 고작 짐승 따위가 날래누 경공술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는 슬슬 지네가 도망가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괜히 어설프게 공격했다간, 상처 입은 지네가 도망쳐 땅속 깊은 곳으로 숨어들 가능성이 있었다.


‘단 한 번! 한 번에 끝내야 한다.’


대왕 지네 같은 영물(靈物)은 필시 귀한 내단을 품고 있을 게 분명했으므로, 나는 한 마리도 놓치기 싫었다.


크사아아앗-!


이리저리 도망 다닌 끝에, 나는 결국 지네들을 덩굴나무 밖으로 유인할 수 있었다.


‘지금이다.’


스캉-!


푸확!


검기를 담아 힘껏 내려치자, 찐득한 점액이 솟구치며 지네가 두 동강 난다.


크사아앗-!


깜짝 놀란 나머지 두 마리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그들의 영역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상황.


스캉-!


푸확!


나는 결국 대왕 지네를 모두 토막 칠 수 있었다.


‘후우······ 해냈군······.’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토막 난 대왕 지네를 바라보았다.


‘일단 가장 중요한 내단부터 채취해야겠지?’


영물(靈物)의 내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희귀한 영약이다.


대왕 지네의 사체를 살펴본 결과 유난히 강한 정기가 느껴지는 곳을 찾았고, 예상대로 그곳에는 내단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단 세 개를 모두 채취해 주머니에 잘 넣어 두었다.


그리고 나서는 계곡물을 담아 마시는 용도로 써오던 대나무 통을 꺼냈다.


지네의 독을 채취하기 위해서였다.


푸콱-!


주르르-


지네 세 마리의 독액을 모두 채취하자 대나무 통이 가득 차 출렁거렸다.


이 정도의 강력한 독은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기에, 나는 대나무 통의 뚜껑을 잘 닫아 품에 잘 숨겨두었다.


마지막으로 정말 고민되는 게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영물의 몸뚱어리는 그 자체로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힌다.


지네도 영물이었으므로, 외피 안쪽에 붙어있는 살덩이들도 분명히 내공 증진에 도움을 줄 것이다.


“······.“


생각만 해도 속이 메슥거린다.


······다리도 너무 많고 너무 끔찍하게 생겼다.


그냥 먹지 말자.


아무리 강해지는 게 좋다지만 인도(人道)를 벗어나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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