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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날로먹는 무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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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당
작품등록일 :
2021.10.16 21:59
최근연재일 :
2021.11.08 23: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1,585
추천수 :
187
글자수 :
97,151

작성
21.10.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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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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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화. 상림촌(桑林村) (1)

DUMMY

한바탕 소란을 겪은 뒤 나는 여진곡 마을 시내에 있는 무기점에 찾아갔다.


흑의인들에게서 빼앗은 장검의 날이 제법 무뎌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가까운 곳에 도검과 창 같은 병장기를 취급하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드르륵-


나는 창 날을 갈고 있던 무기점 주인에게 말했다.


“안녕하시오. 내 검을 하나 구매하고 싶은데, 뭐가 좋겠소?”

“흐, 흐익!······. 거, 검 말입니까요?”

“······”


무기점 주인이 나를 마치 도깨비 바라보듯 한다.


‘피 때문이군······.’


무서움에 덜덜 떠는 무기점 주인을 바라보며, 내가 지금 피투성이라는 사실이 떠오른다.


나는 가타부타하지 않고, 그냥 볼일만 보고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냥 조금 넘어진 것뿐이니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마시오.”

“아, 알겠습니다. 나으리······.”

“그것보다 검을 하나 구매했으면 하오. 날이 잘 드는 장검(長劍) 있소이까?”

“그, 그럼요······.”


무기점 주인은 가게 벽면에 붙어있는 진열대에서 기다란 검을 하나 집어 들고는 내게 내밀었다.


그의 손이 덜덜 떨린다.


스릉-


검날을 확인해보니 날이 잘 살아있는 게 썩 괜찮아 보인다.


“좋군. 이걸로 하겠소. 얼마요?”

“으, 은자 서 냥 입니다요···. 혹시 더 싼 걸 찾으신다면 두 냥짜리도 있습죠······.”

“아니오, 됐소. 난 이게 마음에 드오.”


나는 허리춤에서 은화 다섯 개를 꺼내, 무기점 주인에게 건넸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으리. 다, 다섯 냥을 주셨습니다요.”

“······검이 좋아 주는 것이니 받아 주시오.”

“가, 감사합니다···.”

“참, 그리고 내가 원래 쓰던 장검도 놓고 갈까 하는데, 괜찮겠소?”

“그, 그럼요. 괜찮고 말구요.”


척-


어차피 검은 한 자루면 충분하다.


두 자루가 있어 봤자 거추장스럽기만 할 뿐 쓸모가 없었기에, 무기점 상점 주인에게 줘버린 것이다.


질 좋은 강철로 만들어진 검이니 다시 연마하거나, 아니면 녹여서 팔 수 있으리라.


드르륵-

탁!


무기점을 빠져나오자, 벌써 하늘이 어두컴컴하다.


‘······’


나는 여진곡을 빠져나와 상림촌으로 출발했다.



***



약방 송 씨의 말에 따라 북쪽으로 달려가다 보니, 어느새 조그마한 실개천이 보인다.


산에서 내려온 지 이제 하루.


나는 사내 무리와 시비가 붙어 그들을 두들겨 팬 일과, 무기점 주인이 덜덜 떨던 일이 거듭 생각나 마음이 복잡했으나 적당히 마음 정리를 할 수 있었다.


타다다닥-


전속력으로 들판을 달리자,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잡생각과 상념들이 차차 사라지기 시작한다.


‘시원하다······.’


밤바람을 가르며 달려가는 기분이 퍽 좋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간 끝에 나는 쪼르르 흐르는 개울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실개천에 도착한 나는, 우선 개울물에 몸을 깨끗이 씻었다.


몸 곳곳에 말라붙은 핏자국들도 깔끔히 닦아냈다.


그런 다음 개천을 빠져나와 오랜만에 운기행공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츠츠츳-


물살을 타고 흐르던 대자연의 정기가 내게로 빨려들어 온다.


물론 작은 개울에 불과했기에 대자연의 정기가 그리 많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맑은 물에서 느껴지는 정기가 참으로 정순했다.


‘으음······!’


개울의 청량하고 맑은 음기(陰氣)를 흡수하자, 머리가 상쾌해지는 게 느껴졌다.


아직 상림촌까지는 조금 더 거리가 남았지만, 나는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드는군······.’’


약방 송 씨의 말대로 인의(人義)를 위한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실개천에서 느껴지는 청명한 기운이 몹시도 마음에 든다.



***



그렇게 한참 동안 운기행공을 펼치고 있는데, 별안간 먼 곳에서부터 희미한 살기가 느껴졌다.


‘······!’


애매하다.


기감(氣感)이 발달하지 않은 평범한 무인이었다면, 결코 알아차리지 못할 미세한 기운.


하지만 분명히 느껴진다. 그들의 살심(殺心)이 느껴진다.


······


점점 다가온다!


내가 허깨비를 보는 게 아니라면, 이놈들은 의도적으로 숨어서 접근하고 있다. 그것도 여러 명이!


츠츠츳-


나는 가부좌를 튼 채, 곧바로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여럿을 상대할 때는 절대 망설이면 안 된다. 놈들이 다가오는 즉시······ 최대 전력으로 선공(先攻)한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가 점점 짙어져 온다.


스륵, 스륵-


풀밭 위를 거닐 듯 미끄러지는 느낌.


사락, 사락-


나는 정신을 집중해 약 팔 할의 내공을 끌어올렸다.


놈들이 사정권으로 들어온 순간, 나는 장검을 빼 들며 번개같이 신형을 쏘았다.


스릉-

스캉-!


너무나 갑작스러운 공격에 복면인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날카로운 장검이 가슴을 스치듯 지나간다.


푸확!


복면인 두 놈의 흉곽이 쩍 하고 갈라진다.


“······!!”

“······!!”

“정신 차려 이 새끼들아!”


‘저놈이 두목이군.’


나는 처음부터 맹공을 퍼부어 전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 계획이었지만, 적은 순식간에 진열을 정비하고 말았다.


복면인의 두목이 소리쳤다.


“엄청난 고수다. 넋 놓고 있다 뒤진다!”

“예!”


복면인들의 목소리에서 엄격한 계율이 느껴진다.


나는 심상치 않은 상대임을 직감하곤 바로 몸을 움직였다.


여럿을 상대할 때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한 건 자명한 사실이기에, 절정에 이른 내공을 끌어올려 가장 가까운 놈에게 검을 휘둘렀던 것이다.


챙강!

카강!


‘······!!’


그러나 그 공격은 속절없이 막히고 말았다.


복면인 두목이 몸을 날려 검을 받아낸 것!


카가가강-!


검에 불꽃이 튀기고, 반탄력 때문에 나는 뒤로 밀려났다.


절정지경의 공력을 아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


‘저놈······. 최소 일류, 아니 거의 절정지경에 다다랐다······!’


물론 반탄력 때문에 밀려난 건 흑귀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검을 무리하게 받아냈기에, 내상까지 입고 말았다.


“커흑······!”

“대주님, 괜찮으십니까!”

“이놈! 어딜보느냐, 집중해라!”

“존명!”

“파천칠성진(破天七星陣)을 펼쳐라!”

“예!”


스사사사삭!


‘······!’


흑귀의 명령에, 복면을 쓴 사내들이 순식간에 진법을 펼쳤다.


기묘한 모양의 진법(陣法)이다. 나는 파천칠성진을 한 번도 본 적은 없었으나, 단 한가지는 확실했다.


본능이 맹렬하게 경고한다.


죽는다.


말려들면, 반드시 죽는다.


‘크아아아아!’


츠츠츳-!


나는 내가 가진 모든 내공을 북돋아 신체의 오감(五感)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세상이 마치 느려진 것만 같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가속(超加速) 상태.


그 순간, 파천칠성진을 펼친 복면인들이 저마다 암기(暗器) 수십 개를 쏘아댔다.


슈파파팍-!


수십 개의 비수와 표창, 수리검이 절묘하게 날아온다.


사라락-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인지능력으로, 피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궤도를 찾는다.


그러나 그 유려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열 개가 넘는 암기가 허벅지와 팔목에 꽂히고 말았다.


‘크윽······!’


암기를 맞은 곳이 불에 덴 듯 화끈하다.


하지만 정작 놀란 건 복면인의 대장, 흑귀였다.


‘아, 아니······. 도대체 저런 움직임은 뭐란 말인가. 파천칠성진을 간단히 파(破)하다니······!’


파천칠성진은 일곱 무인이 포위하여 수십 개의 암기를 던지는 칠살조 필살의 비기(秘技).


초장에 두 놈이 당한 탓에 위력이 줄어들었테지만, 저렇게 쉽게 피하다니?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럴 수가······.’


그건 십수 년 동안 암살과 청부살인 하면서도 한 번도 보지 못한, 경이롭기까지 한 움직임이었다.


흑귀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그만! 지금부터 단강멸혼진(丹鋼滅魂陣)을 펼친다!”

“존명!”


하지만 나는 진법이 변화되는 찰나의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스캉-!

푸확!


내공을 실은 검격에 복면인 하나가 두 동강 났다.


나는 멈추지 않고 다시 벼락같이 검을 내뻗었다.


푸확!


순식간에 두 명의 복면인을 처치하는데, 별안간 복면인 하나가 돌진한다.


“마, 막내야! 으, 으아아아아!!”


카카강!

푸확!


검날에 불꽃이 튀기며, 나는 검째로 복면인을 베어버렸다.


“······!!”


나는 경악에 빠진 복면인들을 보며 생각했다.


‘됐다, 놈들이 무너졌다.’


전열이 급격하게 무너지자 복면인들도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으, 으으······.”

“뭐야, 뭣들 해! 정신 차려 새끼들아!”

“하, 하지만······.”


흑귀가 악으로 투기를 북돋웠지만, 칠살조의 투기는 이미 꺾인 상태.


크윽······.


전세가 기울었다고 판단한 흑귀가 결단을 내렸다.


“······흑풍참을 쓰겠다. 죽을 각오로 버텨라!”


흑귀가 괴성을 지르며 어떤 기운을 끌어올렸다.


쿠오오오-


‘저, 저건!’


흑귀의 한쪽 팔에서 마기(魔氣)가 넘실거리더니, 이윽고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한 거대한 검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쿠과과과-!


흑귀를 지키는 남은 복면인 둘도 각오를 했는지, 검을 힘껏 잡는다.


나는 복면인의 대장이 저 기술을 쓰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벼락같이 뛰어들었다.


카가강!

채쟁!


“커흑······!”


복면인들이 몸을 던져 막아 낸다.


복면인들은 갓 일류에 든 수준. 결코 내 검을 막아낼 수 없었지만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흑귀를 지키는 복면인 둘을 막 처치한 그 때,


쿠콰콰-


“캬아아악! 뒤져라!”


흑귀가 거대한 마기가 담긴 흑풍참을 날렸다.


쿠콰콰콰콰!


마치 천지를 찢어발길 듯한 맹렬함.


흑풍참을 마주 보는 그 찰나의 순간 나는 아주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어떤 극점이 흐릿하게 보인다.


아니, 느껴진다.


‘여기다······!’


스컹-


콰과광!

쿠콰콰과광!


천지가 진동하는 폭음과 함께 주변이 쑥대밭이 되었지만 나는 멀쩡했다.


아까의 일격으로 흑풍참이 미묘한 방향으로 틀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반면에 복면인의 대장은 아까 그 일격으로 기력을 다 했는지, 바닥에 피를 토하며 쓰려지고 말았다.


“크엑······”


나는 쏜살같이 달려들어 그의 어깻죽지를 크게 베었다.


“크아악······!”


흑귀의 팔이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진다.


그러나 그 지경이 되어서도 흑귀는 분하다는 듯 소리칠 뿐이었다.


“크억···. 흑파천이 널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반문했다.


“네놈······ 왜 마기(魔氣)가 느껴지는 거지? 혹시 마교 놈이냐?”

“뭐라고? 마교······?”

“말해라! 마교에서 왔느냐!”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그가 실소를 터트렸다.


“푸흐흐······. 제 분수도 모르는 새끼였군.”

“······”

“흐흐···. 널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니냐? 왜 마교가 너 따위를 잡는다 생각하지? 네가 그 정도로 강한 것 같으냐?”


쾅!


나는 그놈의 면상에 주먹질을 갈겼으나, 그는 나동그라지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착각하지 마 이 새끼야! 네가 마교의 무서움을 아느냐? 그놈들에 비하면 넌 벌레나 다름없다. 넌 정말······”


더는 듣고 싶지 않다.


스컹-!


흑귀의 목이 바닥에 툭하고 떨어진다.


‘······!’


그리고······.


그다음 순간, 나는 그가 내뿜던 마기(魔氣)가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깨닫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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