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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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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06 10:00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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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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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3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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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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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0화 현무도원(5)

DUMMY

아향은 얼굴을 찡그렸다.

여자인 내가 남자를 업고 뛰어야하다니.

공손청이라는 남자로 변장한 것이 들통 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황우와 짝이 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황우와 같이 거구의 사내를 업고 뛰는 것은 아무리 무공을 했다고 해도 어려운 일이다.

“청이 형제 잘 부탁해.”

이세옥이 싱글벙글 웃었다. 그가 아향의 등에 업혀야 했다.

‘웃기는 왜 웃냐?’

아향은 신경질이 뻗쳤다.


이세옥의 웃음이 야릇했다.

마치 네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향은 말을 더듬었다.

업고 뛰는 것은 마지막 시험이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승자가 나올 때까지 겨루어야 했다.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어?


500보씩 1,000보를 통과한 사람들이 마지막 시합을 한다는 것이다.

‘일단 예선이나 통과해야지.’

아향은 입술을 깨물었다.

황후 부명화의 명령을 받았으니 어쩔 수가 없다.


“준비들 하라. 전원 시험 준비!”


시험관들이 소리를 질렀다.

시험생들이 일제히 준비를 했다.

아향이 허리를 숙이고 이세옥이 등에 업혔다.

‘왜 이래 무겁냐?’

이세옥은 가냘파 보이는 서생인데도 묵직했다.


아향은 긴장이 되었다.

허리를 펴고 달릴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녀의 목에 감겨 있는 이세옥의 손이 자꾸 가슴께로 내려왔다.


‘아이씨······.’


아향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가슴이 솟아나온 것을 감추기 위해 천을 칭칭 감기는 했다.

그래도 남자가 등에 업히고, 남자의 두 손이 가슴께에 얹혀지자 얼굴이 붉어지고 숨까지 가빠졌다.

신경이 바짝 쓰인다.


이놈의 손모가지가 어디를 만지고 있는 거야?


이향은 울상이 되었다.

그의 손이 가슴께까지 내려와 있는데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준비!”

시험관이 소리를 질렀다.

시험생들이 달릴 준비를 했다.


아향은 심호흡을 했다.

“출발!”

시험관의 호령이 떨어졌다.


시험생들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아향은 이세옥을 등에 업고 전력으로 달렸다.

정삼과 황우도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정삼은 거구의 황우를 업고도 잘 달렸다.

“와아!”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함성이 귀를 찢을 것 같았다.

아향은 정신없이 달려 교대선에 도착했다.


이세옥이 그녀의 등에서 내리고, 그녀가 이세옥의 등에 업혔다. 시험생들이 빠르게 교대를 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크크······.’


아향은 이빨 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남자의 등에 업힌 것이 처음이었다.

기분이 미묘했다.

이세옥이 그녀를 업고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빠르다. 경공도 아닌데······.


아향보다 더욱 빠른 것 같았다. 가냘파 보이는 서생인데 기이했다.

“달려! 달려!”

“와아!”

연무장이 떠나갈 것 같은 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달려요. 달려!”

아향도 흥분하여 이세옥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세옥이 놀라서 돌아보았다.

“아이씨··· 달리라니까! 달려요. 달려!”

아향은 더욱 소리를 질렀다.

이세옥이 아향의 엉덩이를 꼬집었다.

“앗!”

아향은 비로소 깜짝 놀랐다.

그제야 자신이 너무 나갔다고 생각했다.


‘아우, 창피해.’


아향은 눈을 꽉 감았다.


마침내 도착선에 이르렀다.

이세옥은 12위 안에 도착하여 결승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삼과 황우는 탈락했다.

“잘했어. 자네들이라도 우승해.”

정상과 황우가 박수를 치면서 응원했다.

아향과 세옥은 최후 주자끼리 겨루는 마지막 패가 되었다.


마지막 패는 등에 업는 사람을 교대하지 않고 한 패가 남을 때까지 달리는 시합이었다.

일종의 번외시합이었다.

“낭자. 내가 낭자를 업고 뛸게요.”

이세옥이 아향의 귓전에 대고 낮게 소곤거렸다.


헉! 서생이 내가 여자라는 걸 눈치 챘네.


아무리 변장을 했다고 해도 그녀의 등에 업히고, 그녀를 업기까지 했으니 눈치 채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 몰랐다.

“네.”

아향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등에 업혀서 너무 소리를 질러댔다.

“준비!”

시험관이 소리를 질렀다.


아향은 이세옥의 등에 업혔다.

최후의 경기는 12패가 참여했다.

장정들이 잔뜩 몰려들어 환성을 질러댔다.


‘아유, 내 엉덩이.’


아향은 이세옥이 엉덩이를 움켜쥐자 정신이 어지러웠다.

“출발!”

시험관이 소리를 질렀다.

시험생들이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향은 이세옥의 등에 바짝 매달렸다.

이세옥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구경을 하는 수많은 장정들이 함성을 질렀다.

12명의 패는 짝을 업고 전력으로 달렸다.


‘서생, 빨리 달려!’


아향은 속으로 이세옥을 응원했다.

그는 처음에 가장 뒤에서 달렸다. 그러나 점점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정정들은 연무장을 두 바퀴 돌기 시작하면서 가쁜숨을 토해내고, 세 바퀴를 돌자 헐떡이면서 낙오하기 시작했다.

이세옥은 지치지도 않고 달렸다.


잘 달린다!


아향은 기분이 좋아졌다.

내력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데 이세옥이 엄청 빨랐다.

말이 달리는 것 같다.

숨도 가쁘지 않고 땀도 흘리지 않는다.

“달려!”

“달려!”

“와아아아!”

시험생들이 주먹을 흔들면서 함성을 질러댔다.

고개를 돌려보자 꼴찌에 있던 사내가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뭘하는 놈이야?’


아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놈에게 져서는 안 돼.


‘서생아, 달려! 달려!’


아향은 이세옥의 등에서 벌떡 일어났다.

“달려!”

아향이 목청껏 소리를 질러댔다.

마치 말을 타고 채찍질을 하는 기분이었다.

“달려!”

아향은 악바리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이세옥이 또 엉덩이를 꼬집었다.


아이씨, 달리라니까! 남의 엉덩이는 왜 자꾸 꼬집어?


아향은 소리를 질러대다가 이세옥이 무슨 신호를 주는 것 같아 돌아보았다.


젠장, 사마염이잖아?


사마염이 한 사내를 업고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공자님, 1등 하려고 하지 말아요.”

아향은 이세옥의 귓전에 낮게 속삭였다.

귀에 가까이 대교 말하려니 입술이 그의 귀에 닿았다.

마치 입술로 그의 귀를 애무하는 것 같았다.

그는 다섯 바퀴째가 되자 일부러 전력을 다하지 않아 사마염을 1등으로 만들어주었다.


*


아향은 푸득푸득 세수를 했다.

사마염 패가 1등을 하고 이세옥은 2등을 했다.

사마염은 은밀하게 내력을 사용했다.

내력을 이용해 경공을 사용했으니 1등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세옥은 경공을 사용하지 않고 사마염과 비슷하게 뛰었다.

아향이 제동을 걸지 않았으면 1등을 했을지도 몰랐다.


한낱 서생이 체력이 왜 이렇게 좋아?


달리기를 하는 이세옥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젯밤 팔씨름을 할 때도 팔이 흡사 쇠말뚝 같았었다.


남의 엉덩이나 꼬집고··· 지가 계집애야?


이세옥이 엉덩이를 꼬집던 생각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그 생각을 하자 하체에서 짜릿한 감각이 일어났다.


근데 이게 뭐냐?


엉덩이를 꼬집었으면 화가 나야지 왜 가슴이 뛰는 거야?

내가 너무 심했나?


그의 등에 업혀서 방방 뛰었었다.

“달려, 달려!”

아향은 미친 듯이 악을 쓰고 소리를 질렀었다.

1등 하기를 바라면서.

그가 엉덩이를 꼬집어서야 너무 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그는 잘못이 없고 자신이 잘못한 것이다.


내가 너무 나댔어.

근데 이 서생이 내가 여자라는 걸 알고서도 엉덩이를 꼬집은 거잖아?


다시 세수를 했다.

사마염도 이세옥에게 다가와서 잘했다고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한껏 거드름을 피운 것이다.

1등을 했으니까.

송하도장은 알았을까.


저녁식사도 끝났고 어둠이 내렸다.

이제는 자야할 시간이다.

아향이 숙소로 돌아오자 정삼과 황우는 네 활개를 펴고 잠을 자고 있고 이세옥은 책을 보고 있었다.


‘책벌레 같으니. 누가 서생 아니랄까봐.’


아향은 침상에 벌렁 누웠다. 그는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시험을 볼 때 서로 업고 뛰었는데.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업고 뛸 수 있냐?

여자인 내가 참고 뛰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해?

아향은 이세옥이 관심을 보이지 않자 은근히 화가 났다.


후드득.


밖에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기요.”

아향이 이세옥을 불렀다.

“응.”

이세옥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쳐다보지도 앉는다.

이런 개뼉따귀 같은 놈.

“제가 여······.”

여자인 것을 비밀에 붙여 달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세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낭자의 비밀 지킬게 걱정하지 말아요.”

담담하게 말한다. 이미 아향의 속내까지 짐작하고 있다.

정말 할 말 없게 만든다.


뭐 이렇게 재수 없는 인간이 있지?

비밀을 지키겠다는데 뭐라고 말을 해?

내가 왜 남장을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아향은 화가 났으나 자리에 누웠다.

그가 무슨 짓을 하던 상관할 바가 아니다.

아향은 이불을 반쯤 덮고 눈을 감았다.

비가 오기 시작하여 숙소가 어수선하고 잠이 오지 않았다.


어······?


아향이 마약 잠이 들려고 했을 때였다.

이세옥이 가까이 오더니 이불을 잡아당겨 가슴께까지 덮어주었다.

‘무슨 남자가 이렇게 자상해?’

아향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사마염은 비가 내리는 밖을 내다보았다.

오늘 무사 시험에서 2등을 한 이세옥이라는 놈이 머릿속에 떠올라왔다.


‘놈이 용의 내단을 취한 것이 틀림없어.’


당가촌 천문강에서 용의 내단이 사라졌다.

사마염은 이세옥이 당가촌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자 그가 무림에 소문이 파다한 서생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당가촌에서는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가 내단을 취했는지는 확실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천천히 확인을 해야한다.

“공자님.”

시동무사 청명이 숙소로 들어왔다.


사마염이 피풍을 두른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사마염은 삿갓까지 쓰고 있었다.

“뭐냐?”

“황후마마께서 왔다가 갔답니다.”

“황후마마께서?”

“예.”

“황후마마께서 웬일이지?”

황후가 왔었다면 역시 용의 내단 때문인가.


사마염은 부명화가 현무도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천문강에도 적의군의 고수를 파견했었다고 합니다.”

“음.”

사마염이 신음을 삼켰다.

당가촌에 적의군의 고수가 파견되었었다면 용의 내단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도 적의군이 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조심해서 살펴라.”

“예.”

사마염이 밖으로 나갔다.

“공자님, 어디 가십니까?”

“주위 좀 살펴봐야겠다.”

“비가 오는데요?”

“따라오지 마라.”

사마염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는 피풍을 여미고 빗속으로 빠르게 달렸다.


*


송하도장은 수련생들의 숙소를 일일이 살핀 뒤에 숙소로 올라가지 않고 시험생들의 숙소인 하사 옆에 있는 골짜기로 갔다.

골짜기 옆의 작은 정자에 포원제가 서 있었다.

현무도원의 금역으로 가는 길을 보고 있던 포원제가 몸을 돌렸다.

“사형.”

포원제에게 인사를 했다.

“왔는가?”

“예.”

“서생은 어떻던가?”

“소제가 살펴보니 내력은 없었습니다.”

“내단은?”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근데 체력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업고 달리는데 숨도 차지 않고 땀도 흘리지 않았습니다.”

“보기만 했나?”

“천천히 살필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잘했네.”

포원제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시선이 금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여산봉을 더듬고 있었다.


여산봉의 기암절벽에도 비가 내리고 있다.

“근데 왜 여기에 계십니까?”

“맹주 아들이 금역에 들어갔어.”

“마왕퇴(魔王堆)가 있다는 것은 알고 왔군요. 하여튼 고약한 인사들입니다.”

송하도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여산봉에 마왕퇴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무림에 얼마 되지 않는다.

현무도원의 금역에 이르면 석인(石人)이 지키고 있고, 석인을 통과하면 역대 조사를 모신 사당(祠堂)이 있다.

사당을 지나면 숲이 시작된다. 그 숲에는 제마진(制魔陣)이 펼쳐져 있다.


제마진은 누구도 통과한 일이 없다.

제마진을 지나면 잔도(棧道, 험한 절벽에 선반처럼 매달은 길)가 나오는데 잔도를 지나면 마왕퇴가 있다,


송하도장도 사당을 지나 제마진에 들어간 일이 없다.

“내단을 내력으로 만들려면 해씨보전의 내공심법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사형, 해씨보전은 어디에 있을까요?”

“해귀비가 알고 있을 텐데 행방불명이 되었으니······.”

한나라가 멸망할 때 해귀비의 시신은 보이지 않았다.

반란군은 그녀가 죽었다고 발표했으나 시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마염이 마왕퇴에 들어가려는 것인가?


마왕퇴는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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