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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결
작품등록일 :
2017.01.04 17:33
최근연재일 :
2017.02.22 23: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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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83
추천수 :
640
글자수 :
192,154

작성
17.02.17 02:01
조회
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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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3쪽

[챕터4] 전투 그후

DUMMY

괴수관리부 중앙 통제실이 산발머리를 한 사람들로 가득 했다. 안 그래도 숱 없는 머리를 움켜쥔 최충식이 같은 자리를 왔다갔다 하며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광역스캔을 해! 구역별로 개미새끼하나 빠트리지 말고 뒤지란 말이야! 그 놈 못 찾으면 발로 뛰어야 할 테니까 각오해 이 자식들아!”

컴퓨터를 잡고 앉은 직원들이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행여 최충식과 눈이라도 마주칠까 겁먹은 얼굴들이다.

각각의 모니터에는 서울방위도시의 세부 구역들이 표시되며 광역스캔이 진행되고 있었다.

“뭐?! 가면 다크 히어로? 던전에서 그딴 일이 있었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할 거 아냐! 박성곤이 이 자식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박성곤은 마력관리청 주요 3부중 하나인 던전관리부의 부장이었다. 지금은 같은 급이지만 과거 최충식의 직속 후배로 오랫동안 있었다. 그 때문에 요즘도 무슨 일이 있으면 종종 잔소리를 듣곤 했다.

그때 귀 쪽에 손을 올리고 찔끔거리며 눈치를 보던 수석부관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던관부장님이 죄송하다고 그러십니다. CCTV촬영본 죄다 확인했는데 신원파악은 불가능 했다고...”

최충식이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홱 돌렸다.

“너 지금 통화 한 거야?”

“예...”

“곧 죽어도 내 연락은 씹더니 너한텐 했다고?”

수석부관이 슬금슬금 시선을 피했다.

“그게. 하하... 네.”

“이 망할 자식이 정말!”

최충식이 성질을 못 참고 부장 책상을 걷어찼다. 책상이 통째로 뒤집어지며 벽에 처박혔다.

한참을 씩씩거리던 최충식이 쉼 호흡을 하며 중얼거렸다. 울그락불그락 하기만 하던 얼굴에 암담함이 떠올라 있었다.

“이걸 어쩔 거야, 어? 사체가 그렇게 변하다니... 니들 이제 다 짤리게 생겼다.”

“예?”

가까운 자리에 있던 탓에 유일하게 그 말을 들은 부관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최충식이 해쓱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놈 못 찾으면 니들 다 짤리게 생겼다고. 나도.”


*


강산은 거실 소파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청귀와의 전투가 있은 지도 벌써 며칠이 흘렀다. 하지만 TV에서는 계속 그 뉴스만 나오고 있었다.

사실 큰 사건이기는 했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뉴스 내용 때문이었다.


-...가면의 마력유저에 대한 추적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미라 화 되어 버린 청귀 사체의 정밀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괴수의 사망 직후 대규모 마력 흐름이 감지된 것으로 보아 가면의 마력유저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 되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국가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 단정하며...


화면을 보는 강산의 표정이 어딘가 애매모호 했다. 뉴스 내용은 마음에 안 들지만 예상치 못한 소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귀와의 전투. 여러모로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그 덕분에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해결됐다. 짐작도 못 했던 소득이었다.


-띠링. 반마력 흡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체커의 메시지를 들으며 강산이 집안을 둘러봤다. 어느새 시야가 뒤집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체내에 축적된 반마력은 전혀 소모되고 있지 않았다.

분명 기뻐해야할 일이었지만 저런 뉴스를 보고 있자니 덜익은 감을 씹은 것처럼 입안이 떫었다.

“아우으으으.”

거실 러그 위에서 굴러다니던 아우가 고개를 들었다. 시야를 바꾸자마자 귀신 같이 알아차린다. 무언가 감각을 건드린 듯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고 있었다.

“으음.”

강산은 못마땅한 얼굴로 입술을 비틀었다. 돌아오면 말공부 지옥훈련을 해주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저 녀석 덕분에 이 방법을 알게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의도하고 그런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우.”

꿈뻑꿈뻑 눈꺼풀을 움직이던 아우가 훌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팔짱을 끼고 의기양양한 눈빛을 보냈다. 뭘 알고나 저러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 강산은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그래 다 니 덕분이다.”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지만 명분이 없었다. 당분간은 계속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

청귀와의 전투가 끝났을 때가 다시 떠올랐다.

뇌가 폭발해 청귀가 죽은 직후.

강산은 체내의 반마력을 모두 쏟아 부어 탈진에 가까운 상태였다.

붙잡고 있던 팔에 힘이 빠지고 털을 놓치기 일보직전이었다. 시야 역시 깜빡깜빡하며 원래대로 돌아가려 했다.

청귀가 죽자 두개골 안에서 요동치던 마력이 길을 찾아 뿜어지고 있었다. 파열된 눈과 귀, 입천장을 뚫고서 마력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 마력의 색이 이상했다. 백색도 검은색도 아닌 회색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쏟아 부은 반마력이 괴수의 마력과 섞여 그렇게 보이는 건가 생각했다. 검은색에 흰색이 섞였으니 회색이겠거니.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력에 반응하던 체커가 갑자기 희한한 소리를 했다.


-새로운 분석 결과가 있습니다.

-괴수의 체세포 특질 중 일부가 사용자의 특질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반마력과 반응한 괴수의 체세포가 특이 작용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강산은 당황했다. 뭐가 일치 한다고? 잘못 들었나 싶었다. 자신과 괴수의 체세포가 일치한다니. 무슨 그런 개소리가 있나 황당했다.

그런데 불현듯 떠오르는 게 있었다. 자신과 청귀를 번갈아 가리키던 아우. 혹 이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직후, 그게 터졌다.


-마력의 반마력 화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변이중인 마력/반마력을 흡수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체내의 마력고갈 현상을 확인하였습니다. 자동 흡수 개시.


마력이 반마력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제대로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회색 마력이 빨려 들어왔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회색 마력이 강산의 몸을 공중에 띄웠다. 원래대로 돌아와 있던 시야가 요동치며 점멸했다.

그런데 평소와는 어딘가가 달랐다.

체커의 말에 따르면 회색 마력은 마력도 반마력도 아닌 어떤 것이었다. 마력이 반마력으로 변하고 있는 것. 그 때문인지 바뀌는 시야도 뒤섞여 있었다.

반전된 세계와 원래 세계가 서로 침범하며 얼룩지고 있었다. 점유율싸움을 벌이듯 번갈아 가며 흐느적거렸다.

자신은 정반대의 두 세계 사이에서 다리를 한 짝씩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양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한쪽씩만 볼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한번 깨닫고 나자 간단했다. 집중만 하면 됐다. 그 때부터 원할 때 세계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강산이 상념에서 빠져나오며 입맛을 다셨다. 아우가 TV앞에 바짝 붙어 있었다.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리모콘을 빼앗겼다.

“아우, 뒤로 와. 눈 나빠진다니까.”

아우가 이런 것 까지 다 예상하고 청귀에게 가자고 한 건 아닐 것이다. 먹을 것 밝히고 뒹굴 거리기 좋아하는 꼬맹이가 그럴 리 없다.

‘어쨌든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니까.’

강산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중에 린드린이 사왔던 대왕슈크림볼이라도 사다줘야겠다고 생각한 강산이었다.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린 건 그때였다.

미리 연락을 받았기에 잠가두지 않았다. 강산이 고개를 돌렸다. 귀신 같이 알아챈 아우는 벌써 현관 앞으로 달려가 있었다.

문을 닫고 들어온 린드린이 무표정한 얼굴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평안하셨습니까 사부님. 아우님도.”

“아, 예. 어서 오세...”

“아우우!”

아우가 환호성을 지르는 바람에 말이 끊겼다. 강산이 겸연쩍은 얼굴을 했다.

린드린 앞으로 달려간 아우가 폴짝폴짝 뛰었다. 당장 달려들어 안기기라도 할 것 같았다. 물론 린드린이 아니라 그녀가 들고 온 슈크림볼 박스 쪽이었다.

아우의 품에 박스를 안겨준 린드린이 거실로 들어왔다.

“말씀하신 건은 알아봤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역시 사부님은 인격자 이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뒤에 붙은 말은 조금 낯 뜨거웠지만, 어쨌든 강산의 표정이 밝아졌다.

린드린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해놓은 상태였다.

청귀 일 이후로 린드린의 태도가 한층 더 깍듯해져 있었다. 그걸 이용할 생각은 없었지만 도움 받을 만한 사람이 마땅히 없었다.

“그런데 그것 말고.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문제요?”

“언니가 한국에 들어와 있습니다.”

린드린의 언니라면 그 유명한 레아 터너였다. 차기 세계 1위. 전설의 마력유저 마스터 정의 레벨 기록을 깰지도 모를 천재로 거론되는 여자. 그래서 강산은 고개를 갸웃 했다. 자신과는 엮일 일 없는 사람이 린드린의 언니였다.

“언니분이요? 근데 그게 왜 문제에요?”

강산의 물음에 린드린이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곤 고개를 숙였다.

“제 실수입니다. 어쩌다 사부님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직접 보겠다고 고집을 피우더군요.”

“저를요?”

강산이 당황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은 경악 수준이었다.

“네. 지금 오고 있답니다.”


*


프릴이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소녀가 사뿐사뿐 슬럼 거리를 걸었다.

찰랑거리는 금발에 가녀린 팔다리, 그리 크지 않은 키까지. 어느 유럽 고대 국가의 귀족 영애를 연상케 했다.

분위기가 독특하기 때문인지, 챙에 가려져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음에도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와 뭐지, 엄청 새하얗다.”

“백인들도 저렇게 하얗지는 않지 않아? 팔 가는 거봐. 무슨 인형 같은데.”

“엄청 예쁠 것 같아.”

수군거리는 소리를 알아듣는 건지 소녀의 입가에 그림 같은 미소가 걸렸다.

외국인을 보기 힘든 한국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정도 까지 주목 되는 일은 잘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보기 힘든 독특한 옷차림과 분위기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그때 소녀의 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수근 거리던 사람들이 시선을 피하며 입을 닫았다.

우뚝 멈춘 소녀가 가녀린 손끝으로 챙을 살짝 받치며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머리를 빡빡민 근육질의 거한이 흉측하게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꼬맹아 한국 관광 왔냐. 한국 말 알아들어?”

거한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이 걱정스런 눈빛을 보냈다. 이 근방 거리 상점들의 보호비를 걷는 양아치중 한명이었다. 레벨도 제법 높아서 행패를 부려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가녀린 외국인 소녀가 싱긋 웃음을 지었다.

“너 몇 살이야?”

사람들은 소녀의 한국말이 완벽하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그 내용에 두 번 놀랐다.

대머리 거한은 잠깐 말을 잘 못 들었나 갸웃 하다가 표정을 구겼다.

“외국년이라 예절 교육이 안 돼 있구만 이거. 꼬맹아. 한국에선 말이다. 어른한테 존댓말을 써야 하는 거야. 좀 맞아봐야 확실히 기억하겠지?”

거한이 우둑우둑 손을 꺾으며 겁을 주지만 소녀의 미소는 오히려 더 짙어졌다.

“그래서 몇 살이냐고.”

겁을 줘도 소용이 없자 거한이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스물 한 살이다 왜.”

솔직히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반전이었지만 별 감흥이 없는지 소녀는 히죽 웃기만 했다.

“아, 그래?”

소녀의 하얗고 가녀린 손이 거한 앞으로 들어 올려졌다. 검지손가락을 엄지에 걸어 딱밤을 튕기는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거한이 인상을 찌푸리는데 소녀가 입술을 달싹였다.

“난 스물여덟이야. 그러니까 니가 존댓말 써.”

“뭐...”

쿠콰앙!

거한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허공에 튕긴 딱밤 소리라고는 볼 수 없는 폭음이 터졌다. 갑자기 사라진 거한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한사람이 무너진 상점 벽에서 삐져나온 두터운 다리를 발견했다. 거의 백여 미터나 떨어진 상점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거한이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 있었다.

사람들은 경악한 얼굴로 소녀를 돌아봤다. 소녀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사뿐사뿐 멀어지고 있었다.

소녀가 향하는 길 끝에 하층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빌라촌이 있었다.


작가의말

 (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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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레아 터너 +4 17.02.18 458 13 13쪽
» [챕터4] 전투 그후 +4 17.02.17 484 9 13쪽
26 격파 +4 17.02.16 541 13 14쪽
25 격돌 +1 17.02.15 550 10 16쪽
24 기습 +3 17.02.13 596 11 15쪽
23 스승과 제자 +10 17.02.11 632 18 17쪽
22 린드린의 사정 +5 17.02.10 698 18 16쪽
21 포권 +6 17.02.08 764 20 17쪽
20 [챕터3] 방문 +4 17.02.07 786 20 13쪽
19 반마력 +2 17.02.06 855 20 19쪽
18 미션 임파서블 +2 17.02.03 1,030 21 17쪽
17 분석 완료! +5 17.02.02 1,036 19 18쪽
16 린드린 +3 17.02.01 1,072 20 14쪽
15 방법을 찾아야 한다 +5 17.01.24 1,105 22 14쪽
14 [챕터2] 마력이 차질 않아 +4 17.01.23 1,265 21 15쪽
13 다크히어로? +4 17.01.20 1,206 28 11쪽
12 던전폭주 +1 17.01.20 1,277 26 10쪽
11 지룡의 둥지 +2 17.01.19 1,376 27 16쪽
10 힐 말고 딜 +2 17.01.18 1,467 24 16쪽
9 역발상 기개세? +5 17.01.17 1,459 24 14쪽
8 실험 +6 17.01.16 1,588 28 17쪽
7 [챕터1] 전조 +4 17.01.13 1,891 26 12쪽
6 마이너스 레벨 +5 17.01.13 1,709 28 12쪽
5 죽은 던전 +2 17.01.11 1,719 32 12쪽
4 때투성이 구원자 +2 17.01.10 1,753 28 11쪽
3 아웃랜드 +1 17.01.09 2,012 26 12쪽
2 박스 말고, 괴수 줍는 청년. 17.01.07 2,458 3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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