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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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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결
작품등록일 :
2017.01.04 17:33
최근연재일 :
2017.02.22 23: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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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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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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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54

작성
17.01.0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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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아웃랜드

DUMMY

저주파처럼 웅웅거리는 진동음이 몸을 울렸다. 강산은 아웃랜드 출입 허가를 기다리며 발을 까딱였다. 도시 밖으로 나가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멀리 가진 않고 근교만 돌 건데도 괜히 긴장이 됐다.

‘크네.’

긴장도 풀 겸 팔을 주무르며 위쪽을 올려다봤다. 13경비관문이라 쓰인 표지판 뒤쪽으로 오륙층 높이의 매끈한 기계장치가 서있다.

광역 실드 생성기. 서울방위도시 외곽을 따라 이런 것들 천여 개가 빙 둘러져 있었다. 생성기 위쪽으로는 반투명한 마력장이 높이 솟아 있다. 진동음은 실드생성기가 내는 마력장 생성음이었다.

기계 측면에 박힌 알파벳 로고가 눈에 익었다. ‘T&W’ 미국 국적의 거대기업 터너&휘트먼사의 로고였다. 이번에 강산이 구입한 사냥장비도 터너&휘트먼의 제품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유명한 회사라 광고에 자주 나왔다.

“이야, 첫 사냥을 아웃랜드로 가시나 봅니다?”

뒤쪽에서 들려온 소리에 강산이 고개를 돌렸다. 초소 건물 안에서 경비대 정복을 입은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이곳 초소의 대장이라고 했던가. 저 사람에게 서류 일체와 통행비용을 지불한 강산이었다.

초소장이 들고 있던 서류철을 툭툭 치며 웃었다.

“요즘 안전던전이 워낙 잘돼있어야 말이죠. 저레벨중에 아웃랜드 나가려는 사람이 얼마 없습니다. 그래서 좀 걸렸어요. 하하!”

“네. 뭐.”

뭐지? 노골적으로 친근한 태도였다. 자신이 0레벨인 걸 알고도 이런 식으로 나오는 사람은 잘 없었는데... 대충 이유를 짐작한 강산이 떨떠름한 웃음을 지었다.

초소장이 착용중인 장비들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때깔 죽이네요. SE버전 비기너건(Beginner Gun) 맞죠? 9천만원짜리라고 들었는데. 재력이 대단하십니다.”

엄지손가락을 척 세운다.

제출 서류에는 0레벨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몸에 두른 장비들이 삐까뻔쩍하다. 그걸 보고 뭔가 착각한 것 같았다. 어딘가의 부잣집 아들이라거나, 유산이라도 상속받은 젊은 졸부라거나.

“안 죽으려고 어쩔 수 없이 산건데요. 대단한 건 아니고요.”

저랑 친해지셔도 콩고물 같은 건 없어요... 다이렉트로 말해주고 싶지만 강산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재벌 2세도 아니고 첫 사냥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정하기도 껄끄러웠다. 사냥경험이 있는데 왜 0레벨이냐고 물어오면 말하기가 궁색했다.

“캬, 이거 그거 맞죠 그거?”

옷 안에 입고 있는 것도 봤나 보다. 한층 더 진해진 눈초리가 부담스러워 강산이 헛기침을 했다. 2억짜리 머슬슈트. 마력 한 방울 안 쓰고도 20레벨 수준의 몸놀림을 발휘하게 해주는 최고가 장비다.

“한번만 만져보면 안됩니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서.”

“그건 좀...”

강산이 흠칫한 얼굴로 거리를 벌리자 상처 받은 얼굴을 한다. 그래도 강산은 단호했다. 수염 난 아저씨가 몸을 더듬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출입자용 관문까지 얼마 안 되는 짧은 거리를 가는 와중에도 초소장은 계속 친한 척을 했다.

강산은 대충 대답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웃랜드 전경이 점점 가까워진다.

공사장의 꾐에 넘어가 3억이나 대출을 받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저번보다 훨씬 가능성이 높았다. 올려야 할 경험치도 적고, 장비도 좋고.

강산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근성하나 만큼은 자신 있었다. 10년간 그 좌절감 속에서도 이 악물고 버텨왔다.

‘잘 풀릴 거야. 나도 레벨업 할 수 있어! 해보자!’

초소장이 손에 든 기기를 조작하자 관문 외부에 쳐져 있던 반투명한 막에 구멍이 뚫렸다. 잠시 기다리자 사람 한명 통과할 정도로 커졌다. 강산은 쉼 호흡을 했다.

거리로 따지면 고작 몇 발자국 차인데, 안팎의 공기가 다르다.

시야 확보를 위해 벌목해 놓은 완충지대 너머로 울창한 수림이 있었다. 오랫동안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지.

초소장이 접객하듯 꾸벅 허리를 굽혔다.

“그럼 첫 사냥 대박치고 오십쇼!”

강산은 마주 인사를 하고 걸음을 뗐다.

네, 대박치고 말겁니다. 불끈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


“으아아아!”

강산은 달렸다. 정신없이 달렸다. 일생을 도시 안에서만 살아왔기에 녹음이 낯설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 녹음에 불만을 토할 여유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우지지직!

“대박은 개뿔이 대박이다!”

돌아볼 것도 없었다. 박살나고 부러지는 숲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커다란 무언가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러다 제6감이라도 생길 지경. 사색이 된 강산이 열심히 다리를 놀렸다.

수십 년간 방치돼 정글이나 마찬가지인 아웃랜드였다. 그 한가운데 길이 뚫리고 있었다.

“쿠어어어!”

뒤통수를 쩌렁쩌렁 울리는 무지막지한 괴성.

거대한 아름드리 뒤로 황급히 몸을 숨긴 강산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미치겠네!’

암만 머리를 굴려 봐도 자신이 잘못 한 건 없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그거 때문 같다. 10년 전에 시작돼서 허구한 날 자신을 물고 늘어지던 그거. 불운.


-띠링! 괴수 분석 완료.

분류 : 파충류형 이족보행 세뿔괴수.(트리토돈)

예상 개화도 : 3차(추정 38-42lv)

사용자 승률 예상 : 21%.

도주 성공률 : 55%

Tip. 도주하십시오.


‘붙었으면 골로 갈 뻔 했잖아!’

시야 오른쪽에 떠오른 체커 메시지를 보며 강산은 식은땀을 흘렸다.

체고 4미터의 이족보행 도마뱀. 3차 개화 괴수 트리토돈. 체커가 측정한 보유 마력량을 인간 레벨로 환산하면 40수준이었다.

턱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털어낸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최대한 쎈 녀석으로 나오게 해달라며 기도하고 있었다. 2차 개화 이하라면 뭐가 나오든 피해 없이 사냥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저 녀석이 튀어나왔다.

‘10km 안짝으로는 1,2차 밖에 안 나온다며! 다 껌이라며!’

공혁수가 소개해준 장비 딜러의 장담이 아직 귓바퀴도 떠나지 않았는데. 정말 운도 지지리도 없었다. 저건 여기서 나오면 안 될 괴수였다.

“쿠어?!”

“헉!”

강산은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땅을 박찼다. 따돌렸나 확인하려 고개를 내밀었다가 정통으로 눈이 마주쳤다.

노란 안구가 흉측하게 번뜩인다. 강산이 피하자마자 트리토돈이 돌진해온다. 등을 막아주던 아름드리가 우직 하며 부러져나갔다.

“왜! 대체 왜 도시 근교에 저딴 게 나오는 건데?!”

강산은 울분을 터뜨리면서도 오른쪽 왼쪽으로 쉴 새 없이 방향을 꺾었다.

전신을 감싸고 있는 머슬슈트가 우득우득 부풀며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만들었다. 속도는 평소의 3배 이상. 비싼 값을 해주고 있기는 한데.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진즉 따돌렸겠지.

고목을 격하고 풀숲으로 뛰어들고, 덩쿨을 잡아 급전환하고. 트리토돈의 가속도가 오르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방해했다. 그래야 겨우 간격이 유지됐다.

‘겨우 따돌렸다 싶었는데!’

생긴 건 아둔한데 따돌리기가 너무 힘들다. 수림속이라 시야도 넓지 않으면서 강산이 가는 방향을 귀신같이 알아차렸다. 조금 전에도 시야에서 벗어나며 몸을 숨겼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 그러다 들킨 거고.

구으으...!

“헉!”

조금전과는 다른 흉성에 강산이 다급해졌다. 거리가 좁혀질 때마다 저 녀석은 필살기(?) 같은걸 써댔다. 땅을 기는 듯한 이 괴음이 전조였다. 처음엔 뭔지 몰라 무작정 달리다가 그대로 꼬치구이가 될 뻔 했다.

“으아아!”

강산이 기겁하며 방향을 꺾는다. 길게 늘어진 넝쿨 사이로, 슬로우 모션처럼 트리토돈이 들어온다.

포신을 조정하는 탱크처럼 강산을 따라 고개가 돌아가고 있다. 포대가 없다는 걸 제외하면 영락없이 탱크다. 포탄을 쏘는 대신 돌진을 하는.

‘받히면 죽는...!’

첨단에 돋은 세 개의 뿔이 시퍼렇게 빛났다.

푸콰콰콰콱!

네발로 기듯 피해낸 강산이 허겁지겁 일어났다. 좀 전에 서있던 곳을 포함해서 일직선상의 땅이 갈아엎듯 뒤집어졌다.

괴수든 인간이든 마력이 깡패다. 강산이 질린 얼굴을 했다.

원래 도시근교는 경비대들이 정기적으로 청소를 했다. 너무 강한 녀석들은 군대나 의뢰받은 고위 마력유저들이 처리 하고. 저런 게 나온다는 건 경비대가 일을 소홀히 했다는 이야기였다.

‘어쩐지 카드 치면서 음료수나 빨고 있더라니!’

물론 억울해도 할 수 있는 건 없다. 힘도 빽도 없으면 입 다물고 달리는 수밖에.

강산은 헥헥 대면서도 다시 달렸다. 점점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흘러내린 땀으로 머리카락이 흥건했다.

머슬슈트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도 이 정도라는 건 상당히 지쳤다는 소리였다. 도망치다 보니 이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구으으...!

“작작 좀 해라!”

방금 했잖아! 강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두 번 연속이라니. 이번에야 말로 제 뿔에 피를 묻히겠다는 각오가 굳건해 보인다.

강산은 숨 돌릴 새도 없이 인공근육의 출력을 최대로 당겼다. 근섬유가 끊어질 것처럼 뒤틀렸다.

“끄윽!”

허리가 90도 가까이 꺾이며 몸이 비틀린다. 당겼다 놓은 고무줄처럼 튕겨나간 강산의 몸이 공중을 날았다.

슈트의 보조근육을 100% 활용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몸놀림. 0레벨 초심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회피동작이 펼쳐졌다. 하지만 강산은 별로 자랑스럽지 않았다. 이따위 기술보다 1레벨이라도 높은 게 100배는 나을 테니까.

후악!

트리토돈이 바로 지척을 스쳐간다. 강산이 공중에 뜬 채로 짧게 숨을 돌렸다. 그러다 눈을 크게 뜬다. 어찌저찌 피하긴 했는데 착지 지점이 별로다.

키높이로 빽빽하게 자라난 덤불숲이 빠르게 가까워진다.

"웁풉!"

"꽥!"

호쾌하게 처박힌 강산이 바닥을 굴렀다. 에퉤퉤 입안에 들어온 잎사귀들을 뱉어냈다. 그러다 흠칫 놀란다.

'꽥?'

두 번째는 자신이 낸 소리가 아니다. 거기다 엉덩이 밑에 뭔가 있다. 덥수룩한 게 깔려 있다. 당황한 강산이 급히 물러났다.

아웃랜드, 덥수룩한 털, 살아있는 무언가. 세 가지를 조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괴수다. 그 다음이 들짐승이고. 그런데 경계하듯 물러나던 강산이 움찔 멈췄다.

트리토돈에게 쫓기는 상황이라는 것도 잊고 순간 당황했다. 얼핏 괴수라 착각 할 뻔 했는데 아니었다. 꼴이 말이 아니긴 하지만 사람이다.

'뭐야 이 녀석.'

털인 줄 알았던 건 머리카락이었다. 긴 산발이 허벅지 까지 덥수룩이 자라있다. 누더기 같은 넝마를 몸에 두르고 얼굴은 온통 꾀죄죄하게 때가 탔다. 무슨 원시인 같다.

'어린애?'

거기다 작다. 대충 봐도 키가 강산의 반 밖에 안 되어 보인다. 키 작은 어른이거나 어린아이. 둘 중 하나같은데 강산은 애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헛!’

그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강산이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바닥에 널브러진 녀석을 흔들었다. 엉덩이에 깔린 충격 탓인지 눈알이 뱅글뱅글 돌고 있다.

‘야, 일어나! 얼른!’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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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스승과 제자 +10 17.02.11 632 18 17쪽
22 린드린의 사정 +5 17.02.10 697 1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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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반마력 +2 17.02.06 855 20 19쪽
18 미션 임파서블 +2 17.02.03 1,030 21 17쪽
17 분석 완료! +5 17.02.02 1,036 19 18쪽
16 린드린 +3 17.02.01 1,072 20 14쪽
15 방법을 찾아야 한다 +5 17.01.24 1,105 22 14쪽
14 [챕터2] 마력이 차질 않아 +4 17.01.23 1,264 21 15쪽
13 다크히어로? +4 17.01.20 1,205 28 11쪽
12 던전폭주 +1 17.01.20 1,277 2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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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힐 말고 딜 +2 17.01.18 1,467 24 16쪽
9 역발상 기개세? +5 17.01.17 1,459 24 14쪽
8 실험 +6 17.01.16 1,588 28 17쪽
7 [챕터1] 전조 +4 17.01.13 1,891 26 12쪽
6 마이너스 레벨 +5 17.01.13 1,709 28 12쪽
5 죽은 던전 +2 17.01.11 1,719 32 12쪽
4 때투성이 구원자 +2 17.01.10 1,752 28 11쪽
» 아웃랜드 +1 17.01.09 2,012 26 12쪽
2 박스 말고, 괴수 줍는 청년. 17.01.07 2,458 3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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