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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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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결
작품등록일 :
2017.01.04 17:33
최근연재일 :
2017.02.22 23: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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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79
추천수 :
640
글자수 :
192,154

작성
17.01.10 22:24
조회
1,752
추천
28
글자
11쪽

때투성이 구원자

DUMMY

‘이 녀석, 아우터 맞지?’

강산은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하나를 되뇌었다.

아우터(Outer). 도시 시민권을 얻지 못해 위험한 아웃랜드에서 살아가는 사람.

‘그것보다 어린애 같은데. 왜 여기? 혼잔가? 부모는?’

의문이 뭉게뭉게 피어나는데 꼬맹이가 눈을 뜬다.

"아우으이우읍...?!"

"쉬, 쉬! 쉿!"

뜨자마자 뭐라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린다. 강산은 기겁하며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아우터고 뭐고 지금 당장 상황이 급박했다.

쿵쿵쿵. 거대한 무언가가 뒤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묵직한 땅울림이 일 미터도 안 될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멈춘다. 꿀꺽 마른침이 넘어갔다.

'망했다. 바로 튀었어야 했는데!'

덤불이 가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이 원시인, 아니 아우터 꼬맹이 때문에 시간이 지체됐다... 라고 핑계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머릿속에 대충 상황이 그려졌다.

트리토돈이 난리를 피워 대서 숨어있었던 모양인데. 운 나쁘게 그 덤불로 자신이 뛰어든 것이다.

'그래, 따지고 보면 내 잘못...'

후욱...후욱...

머리 위에서 뜨끈한 숨결이 풍겨 온다. 강산이 식은땀을 흘리며 곁눈질 했다.

바로 위다.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숨을 죽였다. 말똥말똥 눈을 뜬 아우터 꼬맹이도 뭔가 낌새를 느꼈는지 버둥거리던 것을 멈춘다.

크고 작은 두 인영이 눈알만 데굴데굴. 강산은 떨리는 눈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가라. 가. 난 벌써 저 멀리 튄 상태야. 이 안엔 아무도 없어.'

벌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함. 간 건가 싶어 참고 있던 숨을 살짝 들이쉰 순간.

부스럭. 킁킁. 킁킁킁.

트리토돈이 냄새를 맡는다. 강산의 표정이 구겨졌다. 저 후각 탓에 계속 따돌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자신을 쫓으면서 저렇게 과격(?)하게 냄새 맡은 적이 있었나?

'왜지? 나 때문에? 가까워서?'

강산은 조심스럽게 팔 쪽으로 코를 가져다 댔다. 아무 냄새도 안 난다. 그럼 왜? 라고 어리둥절 하는데, 작은 발가락들이 보인다. 꼬무락꼬무락. 새까맣게 때가 껴서 석탄이라도 칠해 놓은 것 같다.

'너였냐?!'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꼬맹이의 멱살을 움켜쥐고 몸을 날렸다.

"쿠왁!"

숨어있던 덤불이 통째로 뜯겨나간다. 꼬맹이를 안고 구르듯이 일어난 강산이 주춤주춤 물러났다. 트리토돈의 입속에서 가지와 이파리 들이 질겅질겅 씹히고 있다.

"야야야! 일단 튀자!"

"아우?!"

그 와중에 꼬맹이가 정신없이 버둥거린다. 누가 원시인 같은 꼴 아니랄까봐 비명도 이상하다. 혼자만 피할 수는 없어서 일단 옆구리에 끼긴 했는데 혹을 달아버렸다.

"얌전히 있어!"

납치범 같은 소리를 덧붙이며 강산은 다시 달렸다.

지금 거리가 얼마나 될까. 10? 20? 강산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짐이 생긴 덕에 한층 느려진 속도도 한몫하고 있지만 꼭 그런 것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전체적으로, 10년 만에 기회를 잡은 날이라 애써 밝은 척 노력하고 있었는데.

검고 찝찝한 무언가가 등 뒤에서 점점 무거워 지는 것 같다. 마치 오늘이...

'설마 나 오늘이 죽는 날인가?'

아니겠지. 아니어야 한다. 강산이 불길함을 털어버리려는 듯 고개를 털었다.


*


죽는 날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구세주가 나타났다.

“허억 허억!”

강산은 한참 멀어진 트리토돈의 괴성을 들으며 가쁜 숨을 내뱉었다.

“아우! 우우.”

“어, 그래. 허억. 그쪽? 알겠어.”

처음엔 놀라서 지른 소리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말을 저것 밖에 못했다. 말을 배우기 전에 부모를 잃었거나, 버려졌거나. 뭐 어찌됐든 그런 모양이었다.

“다음은? 이쪽? 맞아?”

“아우!”

그래도 신통방통하게 강산이 말하는 걸 다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트리토돈과의 거리가 상당히 벌어졌다.

‘이 꼬맹이 대박이다!’

도망치는 와중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니 그냥 한탄이라도 하고 싶어서 강산이 소리쳤다. ‘너 여기 살잖아. 어떻게 도망치거나? 어? 방법 없냐?’ 그런데 꼬맹이가 손가락을 번쩍 들며 방향을 가리켰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얼떨결에 가리키는 대로 도망쳤더니 트리토돈이 점점 뒤쳐졌다.

지형이든 뭐든, 하여간에 강산도 잘 모르겠지만 트리토돈이 돌진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 만들어졌다.

‘진짜 큰일 날 뻔 했는데. 자기네 동네라 그건가.’

강산이 묘한 눈으로 꼬맹이를 내려다봤다. 지금도 옆구리에 껴서 슈퍼맨 자세로 열심히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젠 거리도 많이 벌어져서 괜찮을 것 같은데도 계속 그런다.

의아했지만 일단 그대로 달렸다. 어찌 됐든 이 녀석 말대로 해서 살았으니까.

자신은 괜찮을 것 같아 보여도 이 녀석은 위험하다 생각할지 모를 일이었다.

‘뭔가 텔런트 스킬이라도 있나.’

베이스 텔런트에 의해 발현되는 스킬을 텔런트 스킬이라 불렀다. 스테이터스 체커에 마력회로를 등록해서 사용하는 일반 스킬과는 반대의 개념이었다.

일종의 선천적인 재능. 강산의 경우에는 그게 경험치 상승을 방해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저 끈질긴 트리토돈을 따돌리는 걸 보면 탐지나 위기감지 같은 종류일지도 모른다. 이런 어린아이가 아웃랜드에서 살아남으려면 특별한 능력 하나쯤 있는 것도 당연했다.

‘아우터 꼬맹이보고 부럽다고 생각하는 것도 좀 그런가.’

살짝 부럽기는 했다. 자신은 그거 때문에 레벨을 못 올리고 있으니까.

“헉헉, 어?”

그렇게 수림을 헤치고 나가던 강산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조금 전까지 나무와 잡풀로 빼곡하던 정글이었는데. 갑자기 한 가운데가 벌목이라도 당한 것처럼 뻥 뚫려있었다.

공터.

처음에는 불이라도 난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공터와 정글 사이의 경계가 부자연스럽게 뚜렷했다. 강산은 안으로 들어서며 주변을 둘러봤다.

“던전... 맞지?”

좀 이상하긴 하지만 뭔지 대충 알 것 같다. 곳곳에 지하로 뚫린 큼지막한 굴들이 보였다. 하나같이 깊숙이 파들어 간 듯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다. 전부 괴수들이 판 굴이었다.

지상이 아니라 지하 깊숙한 곳에서 마력 범람지가 터진 경우였다. 이 굴들은 땅 밑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을 따라 괴수들이 파고 내려간 흔적이었다.

도시 내부에 위치한 범람지들과는 달랐다. 그쪽은 인간에 의해 안전던전으로 개조되지만 여기는 아니었다. 자유롭게 괴수가 돌아다니는 자연산 던전. 힘과 약육강식의 세계다.

강산이 발로 바닥을 문질렀다.

‘근데 흙이 왜이래.’

아웃랜드 던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다. 나오기 전에 공부를 하고 나왔다. 그런데 자신이 읽은 것과 모습이 좀 다르다.

꽤 넓은 공턴데 식물도 하나 없고, 발로 밟은 흙들이 푸석푸석 바스라지기 까지 한다. 바로 몇 걸음 뒤만 해도 축축한 갈색 흙인데, 경계를 나누듯 공터 안 만 거무스름했다. 처음에 불이 난건가 생각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꼭 흙이 죽은 것 같다.

‘죽기는 흙이 어떻게 죽어.’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어 고개를 젓는데 옆구리에서 꼬맹이가 버둥거렸다. 놓아 줬더니 짧은 다리로 오도도 달려간다.

“야 어디가?”

강산은 따라 뛰며 체커로 분석 기능부터 실행했다.

색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던전인 것은 확실했다. 그럼 마력량이 어느 정도 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높을수록 강한 괴수가 나오고 위험해진다.


- 던전 분석을 시작합니다.

현재 진행률 : 1%...

예상 완료시간 : 알 수 없음...


강산이 미간을 찌푸렸다. 예상했지만 느려 터졌다. 활성도가 낮은 탓이었다. 대충 메시지를 한쪽으로 치워 버리며 소리쳤다.

“너 어디가? 여기 왜 오자고 한 건데?”

그때 꼬맹이가 홱 뒤를 돌아본다.

쿠워어어!

강산이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자신을 본 게 아니었다. 소리가 어느새 지척까지 가까워져 있다.

미끄러지듯 속도를 줄인 강산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혼자 뛰어 가기에 공터를 건너 반대쪽 수림으로 들어가려나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확히 공터 한가운데 멈춰 섰다.

“아우!”

“어?”

꼬맹이가 몸을 돌리더니 허리에 손을 턱 하고 올린다.

“너 뭐하냐...?"

그런데 보는 방향이 좀 이상하다. 나무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무너진다. 새들이 떠들썩하게 날아 도주한다. 그걸 보는 꼬맹이는 때가 꼬질꼬질한 얼굴로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 있다.

이 태도 설마. 불안해진 강산이 급히 말했다.

“야, 야야. 여기가 끝? 더 안도망가도 돼? 가야돼 지금. 다 따라 잡혔어.”

손짓발짓 까지 동원해서 빨리 도망치자는 의사를 전달하지만 요지부동이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어 들어 옆구리에 끼려는데 꼬맹이가 팔을 마구 휘저으며 반항한다.

“아우아우! 아우아!”

자기가 성을 낸다. 강산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뭐가? 왜? 뭔데 그래?”

푸석푸석한 흙바닥을 손으로 두들기고 폴짝거리며 뛰다가 강산을 가리키기도 하고.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답답한 얼굴이다.

문제는 입에서 나오는 말이 전부 아우아우. 강산으로 서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답답한 건 자신이 더 했다.

강산이 바닥을 가리켰다.

“이 아래? 설마 굴 안으로 들어가자는 건 아니지?”

여기저기 뚫린 큼지막한 굴들. 강산이 심각한 얼굴로 그것들을 훑는다. 꼬마가 가자는 곳이 저 구덩이중 하나라면 이건 도박이다.

계속 쫓겨 오느라 도시에서 얼마나 멀리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도시근교에서 멀어 질수록 강력한 괴수들이 등장했다. 이 자연산 던전이 그런 곳이라면 늑대를 피하려고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꼴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곧바로 던전 분석을 실행해 둔 거지만 체커가 너무 느리다.

‘어쩌지? 확인도 안하고 들어가라고? 꼬맹이 덕에 도망칠 수 있었던 거니 계속 믿어야 하나. 던전 분석은 얼마나 된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 볼...’

초조하게 고민하는데 띠링! 하며 체커의 알림음이 울린다. 설마 분석이 완료된 건가 싶어 급히 확인한 강산이 해괴한 표정을 지었다.


- 알 수 없는 에너지원에 의한 체커 오염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뜬금없는 이상한 메시지가 떠올라있다. 알 수 없는 에너지원? 체커 오염? 무슨 소리인지 당황스럽다. 여기 그런게 어디있다고. 그런데 뒤따라 메시지 하나가 더 떠오른다.


- 사용자 마력 변동감지

육체개변용 체내축적마력 : 90% -> 88%

현재 레벨 정보 : 레벨 0 (88%/100%)


“뭐야 이거?”

강산의 눈썹이 꿈틀 떨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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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스승과 제자 +10 17.02.11 632 1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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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포권 +6 17.02.08 764 20 17쪽
20 [챕터3] 방문 +4 17.02.07 786 20 13쪽
19 반마력 +2 17.02.06 855 20 19쪽
18 미션 임파서블 +2 17.02.03 1,030 21 17쪽
17 분석 완료! +5 17.02.02 1,036 19 18쪽
16 린드린 +3 17.02.01 1,072 20 14쪽
15 방법을 찾아야 한다 +5 17.01.24 1,105 22 14쪽
14 [챕터2] 마력이 차질 않아 +4 17.01.23 1,264 2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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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죽은 던전 +2 17.01.11 1,719 32 12쪽
» 때투성이 구원자 +2 17.01.10 1,753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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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스 말고, 괴수 줍는 청년. 17.01.07 2,458 3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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