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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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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결
작품등록일 :
2017.01.04 17:33
최근연재일 :
2017.02.22 23: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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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78
추천수 :
640
글자수 :
192,154

작성
17.01.20 21:05
조회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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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1쪽

다크히어로?

DUMMY

‘개화도가 올랐다?!’

지룡의 둥지는 1~2차 개화 괴수만 나오는 초급자용 안전 던전이었다. 마력 범람지와 가장 가까운 깊숙한 곳에서만 2차 개화 괴수가 등장했다. 그런데 초입에서. 그것도 방금전까지 죽어가던 녀석이 단번에 한단계를 넘어섰다.

놀란 사람들이 어찌저찌 달려들어 괴수를 처리했다.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도하기 무섭게 사방에서 괴수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는 군중근처에도 못 오던 녀석들이 헤까닥 정신이 나간 듯 혀를 빼물고 달려들었다.

여기저기서 전투가 벌어졌다. 강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트레일러 손잡이를 붙잡았다. 일단 빨리 나가는 게 좋을 것 같긴 했다. 남들 다 도망치는데 혼자 사냥하고 있기도 그렇고.

아마 던전관리부에서 공무원들이 출동했을 것이었다. 괜히 그 사람들과 마주치면 성가셔 질 수도 있었다. 운 나쁘게 신분확인이라도 하겠다고 체커 검색을 하면 골치 아파진다.

‘그래도 사냥 속도가 엄청나다는 것도 알았고. 다시 오면 되니까...’

그렇게 복도에 잔뜩 낑겨 있는 군중 속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누군가 바지를 잡아당겼다. 고개를 내리니 아빠랑 간 줄 알았던 히어로꼬맹이가 올려다보고 있다. 강산이 멈칫 하다가 물었다.

“어, 너 설마 아빠 잃어버렸냐?”

“응!"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손이라도 놓쳤나 보다. 그런데 히어로꼬맹이가 대뜸 물어본다.

"근데 형아 이거 위기상황 이야?”

위기상황? 강산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맞기는 한데 갑자기 무슨 소리 인가 싶다.

“나 히어로 찾고 있었어! 원래 위기 상황에는 히어로가 나타나는 거야. 형 히어로 봤어?”

강산이 황당한 얼굴을 했다. 어쩐지 아빠를 잃어버린 것치곤 얼굴에 생기가 넘친다더니. 아빠 손을 놓친게 아니라 혼란을 틈타 도망온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너 저게 안 무섭냐?”

강산은 난리치는 괴수들을 가리켰다. 그런데 또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무서워!”

“근데 왜 안 도망쳐.”

“히어로 찾는 중이라서! 히어로가 구해 줄꺼야!”

아까는 니가 히어로 될 거라면서... 중얼 거리던 강산이 사냥 구역 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부터 지속되던 땅울림이 어느새 상당히 가까워져 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1구역 깊은 곳 저 안쪽에서 부터였다. 지진과는 다른 무언가. 마치 군마라도 달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들도 땅울림을 느꼈는지 곳곳에서 당황한 음성들이 터져 나왔다.

“이거 뭐야?!”

“무슨...!”

동시에 1구역 안쪽에서 커다란 도마뱀들이 뛰쳐 나왔다. 코너를 돌며 튕기듯 솟구치는 처음 한 마리. 그 뒤로 백여마리는 될 듯한 녀석들이 홍수가 처럼 쏟아진다.

“주, 죽는다. 우리 다 죽어!”

“저게 뭐야?!”

“미친?! 지랄하지마!”

강산이 인상을 구겼다. 뒤쪽은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서 서로를 밀치고 심지어 스킬까지 난사해 댔다. 아무리 봐도 트레일러를 끌고 저길 지나가긴 힘들것 같았다. 도마뱀들이 달려들기도 전에 부상자가 나올 판이었다.

그런데 옆을 보니 히어로꼬맹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달려드는 도마뱀 무리를 보고 있다. 말은 우리집 꼬맹이보다 잘해도 괴수에는 덜 익숙할줄 알았는데 만만치 않다. 이녀석이 뒤쪽의 멍청한 어른들보다 100배는 나아보였다.

강산은 한숨을 쉬며 세부항목을 열어 보유마력량을 확인했다. -892에서 멈춰 있다. 힐이 소모하는 마력효율이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100 넘게 소모되어 있다. 그래도 아직 남은 게 훨씬 많다.

다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금방 지워버렸다. 못할 건 또 뭔가. 구백구십구인데.

지금이야 난장판이라 신경 쓰는 사람이 없지만 생각대로 되면 시선이 집중될 것이다. 자연스레 꼬맹이의 가면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나 좀 잠깐 빌려줄래.”

의아한 얼굴이 돌아온다.

“어... 왜?”

그러게 왜. 강산은 순간 머리가 굳었다. 그래도 시간도 없고 해서 일단 아무 말이나 던졌다.

“이거 비밀인데. 사실 내가 히어로거든.”

“에. 진짜?”

눈동자가 의심으로 가득 찬다. 이 녀석 아무리 봐도 말로만 무섭다고 하는 것 같다. 나중에 크게 될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강산이 가면을 집어 들었다.

“뒤로 가 있어.”

이런 상황을 가정하고 자율 조절형 지속힐을 산건 아니었다. 하지만 구입 이유 중에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있기는 했다.

‘사냥은 역시 몰이사냥이지.’

자율 조절형 힐은 마력효율이 안 좋다. 거기다 범위와 힐량을 키우면 키울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마력소모량이 늘었다. 하지만 자신은 수치가 999였다. 보유한 돈으로 살 수 있는 힐 계열 중에 그 수치를 100% 활용 가능 한 것은 없었다.

강산은 트레일러를 끌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람들 쪽으로 어그로가 끌리지 않도록 어느정도 거리를 두기 위해서였다. 도마뱀들이 벌써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 중에 몇몇이 강산을 봤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마력유저의 숫자도 만만치 않았다. 뭉쳐서 대항할 수도 있을 텐데 전부 제 살길만 찾았다.

강산은 트레일러를 가로로 돌려 놓고 그 앞에 섰다.

뒤쪽 어딘가에서 저사람 뭐야. 미쳤나.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콰콰캉! 도마뱀들이 강산과 부딪혔다.

뒤집어진 시야 속에서 강산은 움직이지 않고 서있었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지만 시각적 압박이 좀 심했다. 기마대가 돌진하듯 땅울림을 내며 몰려오는데 그 광경이 워낙 압도적이었다. 사실 그래서 좀 쫄았다.

그런데 1cm도 밀려나지 않았다.

‘진짜 너무 아무 일도 없으니까 허무하네.’

눈이 뒤집힌 도마뱀들이 강산에게 조금이라도 더 달려들려고 몸을 밀어댔다. 가장 앞 열의 녀석들은 할퀴고 물고 미친듯이 혀를 휘둘렀다. 백여마리가 한데 엉켜 밀어 붙이는 모습이 무슨 실타래 같았다.

도마뱀들에게 공격받고 있는 신체 부위의 수치가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스텟이 999라서 안밀리는 건가 싶은데 아닌 모양이었다. 메뚜기를 때려도 전혀 피해가 없었던 그때와 같았다. 스텟과는 상관없이, 반전된 세계 속에서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강산은 천천히 스킬을 발동했다.

이번에는 손이 아니었다. 검붉은 음산한 기운이 온몸에서 퍼져 나왔다.

‘아무리 봐도 히어로스럽진 않네.’

떨떠름하게 생각하면서도 멈추지는 않는다. 집중해서 체커에 등록된 마력회로에 마력을 쏟아 부었다.

색이 짙어지며 검붉은 오오라가 10여미터 가까이 넓게 퍼진다.

크엑 뀌엑 꾸엑!

범위 안의 괴수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강산이 괴수의 피로 뒤덮인다.

‘우웩.’

강산은 역겨움을 참으며 버티고 섰다. 가급적 보지 않으려고 가면 안에서 시선을 내리 깔았다.

앞 열이 죽어 나자빠지자 곧바로 뒤에 있던 도마뱀들이 달려든다. 모닥불로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순식간에 괴수의 숫자가 줄어갔다.

끼이이익!

어느새 소란스럽던 뒤쪽이 조용해져 있었다. 비명과 공포에 질린 음성이 사라지고 침묵만 남았다. 그리고 수군거리는 소리.

“뭐, 뭐야. 엄청난 고렙인가?”

“살았다. 근데 고렙이 왜 이런데?”

몰려온 괴수들이 다 녹는데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강산이 스킬을 멈추고 질린 표정을 했다. 군데군데 흩어진 약간의 뼛조각 말고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자신이 했지만 엄청나다.

‘아참.’

강산이 퍼뜩 체커를 실행했다. 괴수가 죽으면서 나온 정제마력이 자욱하게 주변을 메우고 있다.


-정제마력 흡수 기능을 실행합니다.


주변에 자욱하던 마력들이 소용돌이치며 빨려들었다. 강산은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마이너스 상태창이 뒤집힌 세상 속에서 적용되는 거라면 플러스인 오른쪽 상태창도 정상적인 상황에 적용되지 말란 법은 없었다.

‘별로 필요한가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까우니까.’

왼쪽의 상태창은 보유마력량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다. -13. 이건 세부항목중 하나이기에 큰일이 나는 건 아니지만 거의 0에 근접해 있었다.

힐스킬의 마력효율이 얼마나 나쁜지 다시 깨달으며. 오른쪽 상태창을 확인했다. 그런데 강산의 눈이 커졌다.


- 레벨 0 (3%/100%)


“오, 올랐다...?”

하지만 놀람도 잠시. 2%, 1%, 0%...다시 퍼센트가 떨어졌다. 이쪽은 계속 0%일 모양이었다.

강산은 어깨를 으쓱했다. 조금 실망했지만 괜찮다. 그냥 좀 아까운 것뿐이니까. 그런데 왠지 뒤통수가 따끔따끔했다.

힐끗 뒤를 돌아본 강산이 움찔 굳었다. 진정된 사람들이 죄다 강산을 보고 있었다. 가면을 안 썼으면 큰일 날 뻔했다. 여러모로 주목받고 싶지 않은 이유가 많았다. 마이너스 스텟이라거나, 불법입국시킨 아우라거나.

가면을 제공한 꼬맹이는 제일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눈을 반짝거리고 있다. 아빠는 그새 찾은 듯. 옆에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저쪽에 콧수염과 양아치 일행도 있었다. 가면너머로 눈이 마주치자 콧수염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저 녀석은 한번 봤으니 눈치 챘을지도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지금까지 태도를 보면 그냥 고 레벨 유저정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강산이 바닥을 둘러봤다. 아직 덜 녹은 괴수 뼈들이 반짝거린다. 그 중에 가장 큰 것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손가락 두 개정도 크기. 그리고 꼬맹이에게 다가갔다.

“저. 가 감사합니다.”

아저씨가 반사적으로 감사인사를 한다. 그러면서 자기 아들과 강산이 쓴 가면을 번갈아 본다. 우물쭈물 어찌된 영문인지 당황해하는 기색이다.

강산은 고개만 가볍게 끄덕이고는 꼬맹이에게 말했다.

“이 가면, 조금 만 더 필요 할 것 같아서 그러는데.”

“응!”

괴수 피로 범벅된 강산이었다. 보기 좋은 꼴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눈에서 별이 쏟아져 나왔다.

“이거랑 바꾸지 않을래?”

말하면서 반짝이는 괴수 뼈를 내민다. 꼬맹이가 주변을 홱홱 돌아보더니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강산이 가면속에서 웃음을 지었다. 역시 눈치가 있는 꼬맹이다.

사람들이 홍해 갈라지듯 죽 갈라졌다.

강산은 트레일러를 끌고 그 사이를 지나갔다.

뒤쪽에서 흥분한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아빠! 다크히어로야 다크히어로! 짱이다!”

왠지 창피해 강산은 얼굴을 붉혔다. 역시 가면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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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레아 터너 +4 17.02.18 458 13 13쪽
27 [챕터4] 전투 그후 +4 17.02.17 483 9 13쪽
26 격파 +4 17.02.16 541 13 14쪽
25 격돌 +1 17.02.15 550 10 16쪽
24 기습 +3 17.02.13 596 11 15쪽
23 스승과 제자 +10 17.02.11 632 18 17쪽
22 린드린의 사정 +5 17.02.10 697 18 16쪽
21 포권 +6 17.02.08 764 20 17쪽
20 [챕터3] 방문 +4 17.02.07 786 20 13쪽
19 반마력 +2 17.02.06 855 20 19쪽
18 미션 임파서블 +2 17.02.03 1,030 21 17쪽
17 분석 완료! +5 17.02.02 1,036 19 18쪽
16 린드린 +3 17.02.01 1,072 20 14쪽
15 방법을 찾아야 한다 +5 17.01.24 1,105 22 14쪽
14 [챕터2] 마력이 차질 않아 +4 17.01.23 1,264 21 15쪽
» 다크히어로? +4 17.01.20 1,206 28 11쪽
12 던전폭주 +1 17.01.20 1,277 26 10쪽
11 지룡의 둥지 +2 17.01.19 1,376 27 16쪽
10 힐 말고 딜 +2 17.01.18 1,467 24 16쪽
9 역발상 기개세? +5 17.01.17 1,459 24 14쪽
8 실험 +6 17.01.16 1,588 28 17쪽
7 [챕터1] 전조 +4 17.01.13 1,891 26 12쪽
6 마이너스 레벨 +5 17.01.13 1,709 28 12쪽
5 죽은 던전 +2 17.01.11 1,719 32 12쪽
4 때투성이 구원자 +2 17.01.10 1,752 28 11쪽
3 아웃랜드 +1 17.01.09 2,012 26 12쪽
2 박스 말고, 괴수 줍는 청년. 17.01.07 2,458 3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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