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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결 님의 서재입니다.

레벨 다운 멕시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사탄결
작품등록일 :
2017.01.04 17:33
최근연재일 :
2017.02.22 23: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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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88
추천수 :
640
글자수 :
19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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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0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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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반마력

DUMMY

강산은 당황했다.

밝아진 범람지. 마력 과분출이 벌어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즉 던전 폭주의 전조. 지난번 폭주때도 강산의 눈앞에서 두 배 가량 밝아졌던 기억이 있다. 그대로 분출량이 계속 높아지다가 던전 폭주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때보다 월등히 밝다. 아무리 봐도 위험해 보였다.

"미확인 에너지 분출을 확인! 레이더에 잡힌 것과 같은 것입니다!"

"린드린님 말씀대로입니다! 범람지가 에너지에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 증가폭은...! 당장 막지 않으면 폭주가 아니라 폭발입니다!"

강산은 선글라스들의 외침에 당황했다. 미확인 에너지 분출이라고 외친 사람도, 당장 막아야 한다고 외친 사람도 전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통역은 선글라스들의 보고를 린드린에게 열심히 전달중이다.

'내가 뭘... 잠깐. 미확인 에너지?'

그런데 억울함을 토로하려던 강산이 덜컥 입을 다물었다. 내려다본 자신의 몸에서 검은색 기운이 뭉게뭉게 뿜어지고 있다.

아웃랜드에서도 체커로 흡수했던 검은 연기랑 같다. 반마력이다.


-공급된 반마력 양이 너무 많습니다. 안전한 흡수를 위해 일정량을 체외로 분출합니다.

-유도기능 작동. 사용자 주변을 공전하도록 반마력을 유도 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흡수하세요.


메시지를 읽은 강산이 침을 삼켰다. 단 번에 흡수하기에는 너무 많으니 킵 해뒀다는 얘기였다.

지금 삼킨 건 아웃랜드에서 삼킨 것에 반도 안 되는 크기였다. 그래서 절반이나 겨우 차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 -500 이하로. 그런데 아니었다. 다 채우고도 넘쳐서 보유 마력량이 계속 오르고 있다.

'무슨 차이가 있던 거지?'


...

- 마력 -999 : 보유 마력량 -1429

...

- 마력 -999 : 보유 마력량 -1462

...

- 마력 -999 : 보유 마력량 -1501


당연히 모른다. 거기다 당황스러운 점은 그 뿐만이 아니다.

'-999가 내 최대치 아니었어?'

보유마력량은 최대치가 있다. 몸 안에 축적하는 것이니 당연했다. 물론 같은 레벨이라도 사람에 따라 최대량 차이가 나기는 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많이 오르고 있었다.

-999를 한참 초과하고도 계속 오른다. 미간을 찌푸리던 강산은 대충 그러려니 수긍했다. 왜냐하면 내구력도 그랬으니까.

맞으면 내구력이 오르는데 이정도 가지고 이제 와서 태클 걸 것도 없었다. 어차피 자신의 몸을 어디 연구소에라도 기증해보지 보지 않는 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보다 지금은 다른 게 더 중요했다. 강산이 급히 고개를 들었다.

몸 주변을 싸고도는 먹구름. 점점 밝아지고 있는 흰색 빛. 강산은 두 가지를 번갈아 가며 살폈다.

'......아오.'

욕설이 나온다. 초소장의 말만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 했는데, 이제 보니 모든 게 딱딱 들어맞고 있었다. 자신 쪽을 향하고 있는 선글라스들의 기계. 타이밍 좋게 일어나려 하는 던전 폭주 까지.

지난번 던전폭주는 그냥 우연히 타이밍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아니었다. 그때 강산은 이상한 충동에 휩싸여 체커로 흡수기능을 썼었다. 반마력집결체를 흡수해보려고.

그 행동 때문에 보석 안에서 반마력이 새어나온 것 같았다. 맨 처음 아웃랜드에서 검은 연기를 흡수했을 때. 그때도 반마력집결체 안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온 걸 강산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선글라스들이 자신에게 기계를 들이대며 미확인 에너지라고 했다. 던전폭주를 일으킨 미확인에너지. 그게 반마력을 말하는 것임이 확실했다.

'그럼 결국 내가 건드려서 던전 폭주가 일어났다는 건가.'

의문은 많았다. 왜 그게 범람지 안에 들어있었는지, 집결체 상태에서는 왜 아무일 없었는지, 어쩌다 생겨나는 건지.

미확인 어쩌고 하는걸 보니 조사단도 자세히 아는 건 없어보였다. 조사단도 모르는데 강산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마력공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해야 할 문제였다.

'검은 보석은 반마력이 뭉쳐 굳어진 것? 아니면 갇힌 것? 그게 나 때문에 흘러나와서 범람지의 마력를 자극한 건데. 짜증나네.'

강산이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었다. 고의는 아니었다. 그래도 꿉꿉하고 눅눅한 기분이 든다. 죄책감. 동시에 조금 안도가 됐다.

히어로흉내를 냈던 것. 사상자가 없었던 것. 만약 사고가 크게 터지고 나서 지금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면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위이잉-!

천장에서 커다란 기계음이 들린다. 마력 과방출을 감지한 관리시스템이 빠르게 작동을 시작했다.

경고등이 켜지고 사이렌이 울린다. 범람지에서 뿜어지는 마력이 벌써 위험수치만큼 치솟았다는 이야기였다. 폐쇄중인 1,2번 구역으로 연결된 유도관이 닫히고 있지만 저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개방된 3구역으로는 마력이 쏟아질 거야.'

린드린은 미동도 없이 뚫어져라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느새 출입자를 통제하던 선글라스들까지 합류해 슬금슬금 포위망을 만든 상태였다. 아무래도 전투라도 하려는 것 같았다.

강산은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전투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둘째 문제였다. 이대로 두면 지난번처럼 또 급속개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난리가 날거고. 진짜 사상자가 날 수도 있었다. 그게 자신 때문이라면 굉장히 짜증이 날 것 같다.

"경고한다! 가면을 쓴 이상성욕자는 당장 투항하라! 미확인에너지 방출을 중지하고 당장 투항하라!"

선글라스 한명이 외친다. 중간에 낀 단어에 빠직 미간이 구겨졌지만 참았다. 저런 것에 신경 쓸 틈이 없다.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반마력 때문에 범람지가 계속 자극받고 있었다. 이미 늦은 것 같지만 그래도 더 자극하지는 말아야 했다.

'마력흡수기능 실행! 그냥 바로 흡수하면 안 돼?'


-무리한 흡수는 사용자의 신체를 붕괴시킬 수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확인해 봤지만 무서운 소리만 돌아온다.

강산은 우선 여기서 벗어날 생각으로 자세를 낮췄다. 포위되어 있기는 했지만 압도적인 스텟 차이였다. 공격도 안 통했다. 도망가기는 간단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선글라스들이 덮칠 듯 달려든다.

우르르 지면이 울린 건 그 때였다. 점점 밝기가 강해지던 범람지가 섬광탄이라도 터진 듯 새하얗게 백열한다.

선글라스들이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며 황급히 물러섰다. 선글라스도 썼는데 눈이 아파서는 아니었다. 급격히 높아진 마력농도 때문이었다.

강산은 놀란 얼굴로 입을 벌렸다. 범람지가 폭주하고 있었다. 던전폭주를 코앞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빠르다. 저번에는 자신이 건드린 후 10~20분은 걸렸었는데. 전조현상도 여러 번 있었고.

뿜어진 마력이 휘몰아치며 개방된 공간을 타고 뻗어가려 했다.

강산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중심부 근방에 있던 텅리자드들이 보였다. 선글라스들의 기세에 눌려 눈치 보며 숨어있던 녀석들. 눈을 까뒤집고 꿈틀거리며 점점 몸집이 불어나고 있었다.

"젠장!"

강산은 입구 쪽으로 땅을 박찼다. 저 마력헤일이 쓸고 지나가면 텅리자드들이 급속개화를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저번처럼 또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다. 막아야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만히 서서 지켜만 보던 린드린이 빠르게 오른손을 들어 올린다. 강산은 공중에 뜬 상태로 기겁했다.

사실 계속 신경 쓰고 있기는 했다. 100레벨 근방정도로 보이는 선글라스 다섯보다 세계100대 마력유저인 린드린 쪽이 훨씬 위험 할 테니까.

하지만 그녀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강산을 지켜보기만 했다. 왜 그러나 싶었는데. 그게 최적의 공격 타이밍을 재고 있던 것이었다니.

'끄아!'

린드린이 어깨높이까지 들어 올린 오른손을 휘두르듯 옆으로 뿌린다. 그러자 전신에서 폭발적인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강산은 급히 양팔을 들어 몸을 감쌌다. 초고레벨마력유저다. 자신이 잘 모르는 뭔가에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린드린에게서 폭사된 마력이 자신을 향하지 않는다. 공중으로 빠르게 치솟더니, 범람지를 포함한 중심부 수 백 미터를 둥글게 둘러쌌다.

'배리어?'

강산이 벙찐 얼굴을 했다. 공격이 아니었다. 마력을 이용해 벽을 만드는 스킬. 배리어다. 멍한 표정으로 날아가던 강산은 그녀가 친 배리어에 퍽하고 부딪혔다.

머리를 정통으로 박았지만 안 아프니 상관없었다. 그보다 강산은 감탄했다. 그녀가 왜 갑자기 배리어를 쳤는지 바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범람지에서 휘몰아치던 마력의 헤일. 그 파도가 배리어에 부딪혀 튕겨 나오고 있었다. 한번으로는 잠잠해지기 힘든지, 날뛰는 소떼처럼 이리저리 부딪혔다. 하지만 초보자들이 있는 쪽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막히고 있었다.

'오와.'

린드린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얼굴로 손을 뻗고 있었다. 차가운 얼굴의 투우사처럼 턱을 치켜들고 날뛰는 마력을 막아냈다. 마력폭풍에 휘날리는 코트자락과 긴 금발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강산은 누님이라고 부르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얼른 참아냈다. 괜히 팬클럽까지 있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보다 큰일이다!'

강산은 다급히 체커를 실행해 강제로 마력부터 흡수하도록 지시했다. 신체 붕괴 어쩌고 또 겁주는 소리가 나왔지만 설마 진짜 그러려나 싶었다. 그리고 선택지가 없었다.

린드린이 배리어를 친 덕분에 솟구친 마력은 막았지만 그 안에 자신도 함께 갇혔다. 이대로 면 이차 삼차 웨이브가 생길 수 있었다. 자신 때문에.

슈우우!

체커가 본격적으로 강제 흡수를 시작하자 몸 주변을 맴돌던 반마력들이 빨려들기 시작했다.

"윽!"

억지로 흡수하기 때문인지 고통이 느껴진다. 그래도 이상한 신음을 내는 것보단 아픈 게 나았다. 아득해지는 감각을 참으며 강산이 몸을 일으켰다.

반마력 흡수는 첫 번째였다. 두 번째 문제도 있었다. 린드린이 배리어를 친 탓에 빠져나가지 못한 마력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범람지에서 뿜어지는 마력까지 더해져 주변이 안개 낀 것처럼 뿌옇게 변하고 있었다.

선글라스들을 돌아보니 상태가 좋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버티고 있거나 벌써 쓰러진 사람도 보였다. 레벨이 높은 린드린은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여기서 더 농도가 짙어지면 선글라스들은 분자소멸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강산은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마력농도를 낮출 방법. 벽 쪽에 설치된 커다란 도마뱀 배양기가 보인다.

눈을 빛낸 강산이 빠르게 달려갔다. 배양기 안쪽에는 냉동된 알들이 가득했다. 작동 레버는 잠금 창 안에 있었다. 열쇠를 돌려 열어야 하지만, 강산은 그냥 힘으로 손잡이를 당겼다.

콰득. 잠금장치가 박살난다. 강산은 거침없이 안쪽에 있는 작동 레버를 잡아 당겼다. 가장 아래 최고 속도로.

우우웅-!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나자 린드린이 돌아본다. 강산은 괜히 뜨끔했다. 그러고 보니 저 여자, 나랏일 하는 사람들과 함께 왔었다.

민간인이 배양기를 만지는 건 불법이었다. 하지만 긴급 상황이니까. 강산은 겸연쩍게 웃으려다 멈칫했다. 어차피 가면 써서 안 보인다.

"쯧."

배양기가 작동하며 알들을 녹이고 빠르게 생장이 촉진된다. 원래는 마력을 분사해 태어나자마자 괴수로 개화시키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었다. 범람지가 있는 중심부 전체가 마력으로 가득했다.

몇 초 만에 태어난 새끼 도마뱀들이 배양기 밖으로 뱉어진다. 그러자마자 눈을 까뒤집고 부들거린다. 강산은 재빨리 몇 걸음 물러났다.

쏟아지는 도마뱀들이 계속 기계 앞에 쌓였다. 몇 마리는 너무 짙은 마력농도에 바로 즉사해 버렸다. 그럼에도 강산은 불끈 주먹을 쥐었다. 살아남은 녀석들이 급속도로 몸집을 키우는 게 보였다.

'작전대로다.'

강제로 풀어놓은 괴수들이 개화를 하며 마력을 빠르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 덕분에 배리어 안이 점점 맑아졌다.

괴수가 한 단계 개화를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력이 필요했다. 개화 단계가 올라갈수록 그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때문에 괴수들은 마력을 찾아 범람지 근처를 맴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던전이었다.

개화의 원리 자체는 마력유저들이 하는 육체개변, 즉 레벨업과 같았다. 하지만 레벨업이 단계를 세분화한 뒤 정제된 마력을 써서 안정적으로 강해지는 방법이라면, 괴수의 개화는 정 반대였다.

거친 야생(?)의 마력을 왕창 빨아들여 돌연변이 일으키듯 육체를 변화시킨다. 그래서 단계도 몇 개 없다. 하지만 한 단계 한 단계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났다. 힘이나 마력흡수량이나.

거의 옅은 안개 수준으로 뿌옇던 시야가 점점 원상 복귀 됐다. 반마력 강제흡수도 때마침 끝났다. 강산은 멀쩡한 몸을 더듬어 보며 안도했다. 사실 좀 쫄았었다. 진짜 신체가 붕괴되면 어쩌나.

이마를 타고 땀방울이 또륵 흘러내렸다. 강제 흡수 고통이 생각보다 심했던 모양이었다. 시야도 계속 바꿔 놔서 그런지 어질어질한 느낌도 든다.

강산은 시야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쓰러져 있는 선글라스들을 둘러봤다. 다친 사람은 없었다. 잘 견뎠는지 팔이나 다리, 모두 사라지지 않고 멀쩡했다.

"휴."

살짝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상성애자니 뭐니 몹쓸 소리를 들었지만 그래도 나랏일 하는 사람들 아닌가. 자신 때문에 다치게 만들면 괜히 찝찝했다.

그런데 고개를 돌리던 강산이 움찔했다. 린드린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팔을 든 자세 그대로 물끄러미 자신 쪽을 보고 있었다. 표정이 없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아, 배리어.'

그러고 보니 그녀가 배리어를 치워주지 않으면 꼼짝없이 갇히게 된 상황이었다.

부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머리로 부딪칠 때 알 수 있었다. 괴수나 사람을 때릴 때의, 완전히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그냥 단단한 무언가를 치는 느낌이었다.

고민 하고 있는데, 다행히 린드린이 들고 있던 팔을 내린다. 주변을 덮고 있던 배리어가 눈 녹듯 사르르 사라진다.

'그냥 보내 주는 건가?'

강산은 의아해 하면서도 안도했다. 선글라스들이 깨어나기 전에 빨리 벗어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배리어는 해제 됐는데 린드린이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정확히는 손가락을. 자신의 뒤쪽을 가리키고 있다.

린드린이 입술을 달삭였다. 크지 않은 소린데 귓가에 꽂히듯 들린다.

"워치 아웃."

강산은 잠깐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무언가를 깨달았다. 조금 전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등 뒤에서부터 거대한 그림자가 져있다. 그 형태가 꼭 두발로 선 도마뱀 같다.

"어...?"

두터운 무언가가 날아와 몸을 휘감으며 와득 조여든다. 강산은 자신을 휘감은 것을 내려다봤다. 두께가 사람 몸통만한 혓바닥이다. 곧바로 시야가 뒤집히고. 당황한 표정으로 어버버 하는 강산을 낚아챈 혓바닥이 튕기듯 돌아갔다.

강산은 10여 미터 가까이 확 높아지는 시야를 보며 입을 벌렸다. 아래쪽에 급속 개화 부작용으로 죽어 널브러진 텅리자드들이 보였다.

가장 강한 한 놈만 살았나보다.

덥썩.

한 입에 삼켜질 뻔했다. 엉겁결에 양팔로 버틴 강산이 당황한 얼굴을 했다. 덕분에 하반신만 물리고 상반신은 밖으로 나왔지만 이건 이것대로 곤란하다. 개구리에게 물린 나비꼴. 린드린이 저 아래 바닥에서 가만히 올려다본다.


-띠링! 괴수 감지.

[분류] 파충류형 이족보행 긴혀괴수.(텅리자드)

[개화도] 5차(확정 103lv)

...


타이밍 좋게 체커 메시지가 떠오른다. 마력량이 엄청 났는지 개화도가 무려 5차다.

"새, 생각보다 마력이 짙었나?"

강산이 당황한 어조로 중얼 거렸다. 뒤돌아보니 부리부리한 눈동자가 대룩대룩 쳐다보고 있다. 이 벌레 같은 게 왜 안 잡아 먹혀질까 의아해 하는 느낌이다.

강산은 벗어나기 위해 힐스킬을 쓰려 했다. 혀랑 머리를 통째로 녹여버리려고. 그런데 거대텅리자드가 강산을 홱 공중으로 던졌다.

"어어?"

허공에서 한 바퀴 빙글 돈 강산이 이번에는 머리부터 덥석 물렸다. 이 자식이 사람을 가지고 노나. 열 받은 강산이 바로 힐스킬을 발현했다.

붉게 피어나는 운무가 혀부터 시작해서 입 안쪽을 줄줄이 녹인다. 강산을 문 텅리자드가 고통스럽게 머리를 흔들지만 강산은 이빨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감히 날 먹이 취급해? 다 녹여주마. 혀도, 입도, 머리도, 가면도! 응?"

그런데 악마처럼 중얼거리던 강산이 우뚝 멈췄다. 녹이는 건 좋은데 어째서인지 가면까지 녹고 있다. 원인을 깨달은 강산은 급히 반마력을 써서 가면이 녹는 걸 막았다.

"산성 침...?"

괴수의 개화도가 올라가면 돌연변이 덕에 여러 가지 능력을 갖춘다. 이 녀석은 침이 산성이 된 모양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강산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고 보니 좀 전에 하반신을 물렸었다.

'내 팬티.'

동시에 아래쪽에서 올려다보고 있던 린드린이 뇌리를 스친다. 기겁한 강산은 다급하게 텅리자드 입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게 실수였다.

안쪽을 짚으려고 이빨을 잡은 손을 놓은 순간, 마지막 몸부림을 치던 거대텅리자드가 강산을 뱉어냈다.

강산은 허우적대며 공중을 날았다.

"으-아-아!"

강산은 이 순간이 꼭 슬로우 모션 같다고 생각했다. 공중에서 빙글빙글 회전할 때마다 텅리자드와 린드린이 번갈아 가며 보였다.

머리가 반쯤 녹은 텅리자드가 서서히 쓰러지고 있었다. 린드린은 처음과 똑같은 자세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날아가는 방향이었다.

"아-아-어!"

린드린이 한걸음 옆으로 움직여 강산을 피했다. 강산은 마력이 차는 짜릿함을 느끼며 바닥에 얼굴을 박았다.

'으허억...'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마 다 본 것 같았다.


작가의말
두화분량을 하나로 합쳐보려 했는데 힘들군요...
분량도 3000자 정도 밖에 못줄였고.

아, 주인공 수치플레이는 이번화 까지입니다. 핫핫. (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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