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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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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결
작품등록일 :
2017.01.04 17:33
최근연재일 :
2017.02.22 23: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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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08
추천수 :
640
글자수 :
192,154

작성
17.01.11 22:12
조회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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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2쪽

죽은 던전

DUMMY

평범한 사람에게 '0레벨 시절 경험치 2%'에 대해 물으면 보통 이런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2%요? 한 마리 잡으니까 20% 오르던데요.'

하지만 강산에게 묻는 다면 멱살이 잡힐 확률이 높았다.

'보름이요. 아니면 일곱 달?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죠?'

보름은 강산이 첫 1년간 안전던전 사냥을 하며 올린 2%였다. 일곱 달은 장비가 박살난 후 소재채취 노가다를 하며 올린 2%고.

그렇게 강산은 10년간 90%의 경험치를 올렸다. 그리고 10%가 남았다.

아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10%가 남았었는데. 살짝 떨어졌다.

강산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메시지를 반복해 읽었다.

‘이거 뭐지? 왜 내려가? 뭐 때문에?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뭔데?’

혹시 잘못 본 게 아닐까. 강산이 메시지 창을 이리 저리 뒤집어 봤다. 내렸다가 다시 올려보고, 껐다가 다시 켜 본다. 당연하지만 변하는 건 없다.

강산은 재빨리 스테이터스 창을 실행했다. 메시지 자체가 잘못 된 걸 수도 있다. 그러면 스테이터스 정보에는 제대로 표시 될 것이다.


[등록정보]

금강산. 남. 28세. 신한국 서울방위도시.

레벨 0 (88%/100%)

[스테이터스]

신체 4 : 세부표시(+)

정신 8 : 세부표시(+)

마력 1 : 세부표시(+)

[베이스 텔런트]

알 수 없음.


"진짜 떨어졌다고?!"

강산이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기대가 무색하게 가운데쯤에 숫자 팔 두개가 선명히 박혀 있다.

"아우?"

옆에 있던 꼬맹이가 흠칫 놀란다. 트리토돈이 다가오는 방향을 향해 부라리고 있던 눈이 찔끔 움츠러든다.

"아, 아냐. 너한테 그런 거 아냐."

강산은 시야를 가리는 메시지들을 손을 휘저어 전부 닫았다. 체커가 보여주는 퍼센테이지를 믿을 수가 없었다. 경험치가 떨어진다니.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다.

'오류다. 뭔가 오류가 난거야! 나중에 수리받자!'

거기다 타이밍도 안 좋았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저 멀리 머리가 큼지막한 공룡 한 마리가 공터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일단 튀자."

강산은 꼬맹이를 번쩍 들었다. 이쪽을 봤는지 트리토돈이 거친 포효를 내뱉는다.

'숲 까지는 못가.'

공터 밖으로 갈 거였으면 진작 갔어야 했다. 수림 속처럼 시야가 가려지는 것도 아니고 너무 탁 트여 있었다. 숲으로 들어가기 전에 따라잡힐 게 분명했다.

거기다 콧잔등도 번쩍인다. 마력을 모으고 있다. 돌진을 떠올린 강산의 얼굴이 해쓱해진다. 피하지 못하면 이번에야 말로 짓밟힌 바퀴벌레 꼴이 될지도 모른다.

"에라 그냥 가자! 분석이고 뭐고 당장 죽게 생겼는데!"

강산은 꼬맹이를 짊어진 채 홱홱 양옆을 확인했다. 좌, 우에 굴이 하나씩. 왼쪽이 좀 더 가까웠다. 대충 10미터도 안 된다. 저기 까지라면 충분히 도망 칠 수 있다.

그런데 말을 뱉자마자 갑자기 꼬맹이가 난리를 피웠다.

"야, 야야! 왜 그래? 저거 오잖아! 가만히 있어!"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팔다리를 버둥거린다. 머슬슈트 덕분에 무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도 휘청휘청 몸이 흔들린다.

"간다고! 들어갈 거라니까? 너 하자는 대로 한다고!"

바닥도 푸석푸석 발이 빠져서 균형 잡기가 힘든데 꼬맹이까지 이러니 뛸 수가 없다.

"무슨 쪼끄만 게 힘이, 아니 잠깐만! 흔들지마! 아얏!"

비명을 지르며 꼬맹이를 놓친 강산이 손을 확인했다. 자그마한 잇자국이 주르륵 나있다. 급히 돌아보니 어느새 후다닥 달아나고 있다.

"야 진짜 뭐하...!"

그런데 버럭 화를 내려던 강산의 표정이 굳어졌다. 쐐애액. 머리위에서 파공성이 들린다. 황급히 고개를 들자 무지막지한 게 보인다. 공터 끝에서 뛰어 오른 트리토돈이 포탄처럼 쇄도해온다.

"헉!"

쿠콰쾅!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자욱하게 치솟았다.

강산은 십여 미터 쯤 튕겨 나가며 바닥을 굴렀다. 그 위를 흙가루가 안개처럼 덮였다.

"으큭!"

강산은 꾸역꾸역 몸을 일으켰다. 고통 섞인 신음이 새어나왔다. 직전에 몸을 뒤틀어 정면충돌은 피했다. 뿔이 아니라 얼굴 옆면에 비스듬히 부딪힌 것 같았다. 그랬는데도 이지경이다.


-머슬 슈트 파손 확인.

파손율 : 12%

효율저하 : 7%


한 템포 늦게 파손정보가 뜬다. 강산이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파손율 12%. 옆으로 비껴 맞은 것 치고는 좀 크지만 괜찮다. 파손으로 인한 효율저하 7%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주요 기능만 살아있으면 도망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강산은 주춤주춤 물러났다. 흙이 푸석푸석해서 그런지 솟구친 먼지가 쉽사리 가라앉질 않았다. 그 너머로 커다란 실루엣이 일렁인다.

'조금만 더 가려라. 이쪽이었나?'

흙먼지가 피어난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조금이라도 시야가 가려진 이 때 움직여야 했다. 튕겨 날아온 바로 근처에 굴이 있었다. 그 안으로 뛰어들기만 하면 된다.

"크르르르."

그 때 바람이 불며 자욱하던 먼지가 흩어진다. 강산은 자신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트리토돈의 머리가 정확히 자신을 향하고 있다.

'우, 움직여야...!'

몸이 굳었다. 휘번득 노려보는 눈. 그 아래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 돋아난 입이 보인다. 입맛을 다시듯 벌어진 입꼬리에서 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린다.

'꿀꺽.'

그런데 그때였다. 엉뚱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우우! 아우아우!"

강산이 곁눈질로 힐끔거리니 꼬맹이가 보인다. 도망간 줄 알았는데 공터 경계 부분에서 펄쩍펄쩍 뛰고 있다. 머리위로 든 양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저게 뭐하는 거...?'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와락. 갑자기 시야가 내려앉았다.

"어?"

엉거주춤한 자세로 균형을 잡은 강산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 부딪힌 충격 때문에 뇌진탕이라도 온 건가? 아니, 그게 아니다.

강산이 황급히 발밑을 내려다봤다. 땅이 정강이 부위 까지 푹 꺼져 있다. 당황해서 고개를 드는데 트리토돈의 머리가 훅 낮아진다.

"쿠워?!"

금방이라도 덮쳐 올 것 같던 트리토돈도 당황한 기색을 띄운다. 커다란 몸이 한쪽으로 기우뚱 기울어져 있다. 저쪽 땅도 아래로 꺼져있다. 여기처럼.

"뭐야 이.."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와르르르르! 트리토돈이 내리 꽂힌 공터 중심부로부터 삽시간에 땅이 무너졌다. 유사가 내려앉듯. 커다란 공룡을 한순간에 삼키더니 순식간에 주변으로 크기를 넓힌다.

"미친!"

경악한 강산이 뒤로 돌아 달렸다. 저 멀리서 꼬맹이가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다. 그걸 보는 강산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그리로 오라는 뜻이었냐. 넌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구나. 어쩐지 아래로 들어가겠다고 할 때 반항하더라니. 귀뜸이라도 해주지 그랬냐.

생각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강산이 급히 손을 들어 눈코귀를 막았다. 동시에 발밑이 훅 사라졌다.

이 아래에 뭐가 있는지 강산도 알고 있었다. 마력 범람지가 터지면서 생긴 거대한 지하 공동. 그게 다 무너지는 거면 이 공터 전체가 내려앉을 것이다.

강산은 흙과 바위의 파도에 휘말리며 이를 악물었다. 블랙홀 같은 압력이 사방에서 몸을 조였다. 하지만 버티던 것도 잠시. 강산이 이내 시체처럼 축 늘어졌다.


*

*

*


마력.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신에너지. 그것이 나타난 날.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진화와 재앙을 동시에 맞이했다.

범람지는 세계 각지에서 화산이 터지듯 생겨났다.

지면, 지하, 해저, 공중.

최초의 마력 폭발이 일정 범위를 초토화 시켰다. 폭발에 휘말린 것들은 흔적도 없이 분자단위로 소멸됐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파괴행위가 끝난 뒤 찾아온 것은 변화였다.

폭발을 뿜어낸 범람지가 안정된 후, 천천히 흘러나오는 마력... 과하지 않은 마력은 파괴가 아닌 변화를 만들어냈다.

동물, 식물, 곤충, 세균, 무생물. 모든 것이 변했다. 그 중에는 인간도 있었다.

마력에 의해 변화한 신체는 강인해졌고 정신과 사고는 놀라운 수준으로 확장됐다.

지성이 낮은 동식물들은 그 변화를 본능을 충족하는데 활용했지만 인간은 달랐다. 생활, 문화, 과학, 그게 무엇이든. 마력이라는 에너지에 의해 새로운 폭풍이 일었다. 신인류, 신세계의 탄생이었다.

인간은 자신들을 마력을 사용하는 사람, 마력유저(user)라 불렀다.

오래지 않아 다른 생물이 보유한 마력을 강탈해 성장하는 법이 발견됐고, 붕괴한 인류문명은 새로운 부흥기를 맞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어린 강산은 막 성인자격을 얻은 상태였다. 부푼 꿈에 감싸인 채 맑은 눈을 반짝였다.

“걱정 마요 아줌마! 저도 이제 성인이라구요. 체커 구해주신 걸로 충분한걸요! 돌아오실 때까지 꼭 고레벨 마력유저가 돼있을께요! 기대하세요! 은혜, 아니 호강 시켜 드릴 거니까!”

한때는.

강산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

*

*


들썩들썩. 먼지를 일으키며 땅이 움직인다. 아래쪽에 뭐라도 들어있는 듯. 그러다 불쑥 손하나가 뚫고 올라온다.

"푸하! 콜록콜록."

흙을 뚫고 올라온 강산이 거칠게 기침을 했다. 머슬 슈트에 내장된 사용자 보호기능이 없었으면 죽을 뻔했다. 버티지 못하고 힘이 빠진 순간, 압력에 반응한 인공근섬유들이 방어기제를 발휘했다.

팔 다리를 웅크린 채로 딱딱하게 경화된 탓에 어디 부러진 곳도 없었다. 흙사태(?) 중간중간에 바윗덩이에 치이며 슈트가 너덜너덜해졌지만 이정도면 정말 운 좋게 살아난 경우였다.

'운이... 운이 좋다고?'

시야에 무언가 잔뜩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강산이 떨리는 손으로 그것들을 전부 치워 버렸다. 그러자 지금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정면에 나타났다.


-머슬 슈트 파손 확인.

파손율 : 98%

효율저하 : 100%

Tip. 완파되었습니다. 수리 불가.


"커흑."

냉정하게 반짝이는 메시지를 보며 강산은 울분을 참았다.

구입한지 하루도 안 된 신품인데. 2억 짜린데. 박살났다.

목숨 구했으니 다행인 줄 알라고 되뇌어 보지만 마음이 따라주질 않았다. 강산은 쉼 호흡을 하며 침착하려 노력했다.

"그, 그래. 오토건, 오토건은 멀쩡 할거야..."

아직 SE버전 비기너건이 부숴졌다는 메시지는 없었다. 9천만원짜리. 머슬슈트가 완파돼서 방어와 회피능력을 잃었어도 공격력이 있다면 사냥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른팔뚝을 더듬으려던 강산이 한번 더 굳어진다.

매끈한 은회색으로 유려하게 뻗어 있던 총구 부분이 뚝 부러져 덜렁거리고 있다.

"하하. 아하하하."

안 죽었으니 다행으로 알라는 말은 너무 가혹하다. 3억이 하루아침에 날아갔다.

"으아아악! 아악 아악 아악!"

거대하게 땅이 꺼진 한가운데에서 강산이 한동안 몸부림을 쳤다. 먼지가 풀풀 날리고 발악성이 메아리 치고.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강산은 대자로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어쩐지...이럴 것 같더라니..."

뻥 뚫린 하늘이 보였다. 공터 대부분이 무너진 듯 엄청난 크기로 땅이 내려앉아 있었다. 상체를 일으킨 강산이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쳤다.

"망할."

자신이 있는 곳은 가장 깊은 바닥 중심부 근처였다. 대충 어떻게 된 건지 감이 잡혔다.

어떤 이유로 지표의 재질이 약해졌고, 그게 트리토돈의 박치기(?) 때문에 무너졌다.

트리토돈을 생각하니 욕설이 흘러나온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한판 붙어보기나 할 걸 그랬다.

그런데 비틀거리며 일어나던 강산의 시야에 뭔가 들어왔다.

비죽 솟은 꼬리. 압력에 짓눌리고 바위에 긁혀 피투성이다. 흙속에 파묻힌 꼬리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다.

"응?"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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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스승과 제자 +10 17.02.11 633 1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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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챕터3] 방문 +4 17.02.07 787 20 13쪽
19 반마력 +2 17.02.06 857 20 19쪽
18 미션 임파서블 +2 17.02.03 1,031 21 17쪽
17 분석 완료! +5 17.02.02 1,037 19 18쪽
16 린드린 +3 17.02.01 1,072 20 14쪽
15 방법을 찾아야 한다 +5 17.01.24 1,107 22 14쪽
14 [챕터2] 마력이 차질 않아 +4 17.01.23 1,267 2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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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실험 +6 17.01.16 1,589 28 17쪽
7 [챕터1] 전조 +4 17.01.13 1,891 26 12쪽
6 마이너스 레벨 +5 17.01.13 1,710 28 12쪽
» 죽은 던전 +2 17.01.11 1,720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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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스 말고, 괴수 줍는 청년. 17.01.07 2,459 3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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