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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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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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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994

작성
10.08.0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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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3)

DUMMY

모두는 왠지 찜찜한 기분으로 무장을 단단히, 가볍게 하고 태희가 기다리는 쪽으로 갔다. 태희는 창 한 자루를 짚고 서 있었다.

"준비 다 되었으면 가자고."

일행은 태희가 이끄는 방향으로 갔다. 그들을 알아본 다른 용병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그들은 각자 취향대로 반응을 보여주고는 진영을 나섰다.

"태희, 이쪽은 천사 진영하고 반대방향이잖아요?"

출발한 지 30분 정도 지났을 때, 방향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리체가 태희에게 물었다. 그러자 태희는 아주 즐겁다는 표정을 지으며 싱글벙글했다. 평소의 나사 하나 빠진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응? 아, 괜찮아. 맞게 가고 있는 거야."

에휴…아벨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는 정말 저놈 속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리체, 이제 기분이 좀 나아졌어?"

저스틴이 리체와 나란히 보조를 맞추며 물었다. 리체는 저스틴을 보고 헤헤 하고 웃었다. 괜찮아진 것 같군…저스틴은 리체를 보며 빙긋 웃었다.

그들의 앞에 울창한 숲이 나타났다. 이런 평야 어디에서 갑자기 숲이 솟아났냐는 생각에 일행의 얼굴에 경악이 가득찼다. 하지만 도대체 언제 와 봤던지, 태희는 잘도 길을 찾아 쑥쑥 나아갔다. 그렇게 30분을 더 걸었던가, 해는 어스름하게 지고 있었다.

"여긴…!"

갑자기 확 트인 전경에 일행들은 감탄했다.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이었지만 에센 평원이 한눈에 보이는 명당이었던 것이다. 과연 천사의 진영도 보였다.

"여기라면, 그리고 엘프인 데니라면 적진을 관찰할 수 있겠지. 어차피 우리의 목표는 적진의 '정찰'이니깐. 이정도면 멋지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지 않겠어?"

"대단해… 여긴 어떻게 안 거야?"

정말정말 감탄해버린 에드워드의 질문에 태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훗. 용병이라면 주변을 살피는 것은 당연하지 않아?"

…저놈의 마이페이스는 어디가도 변하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적당한 응징이 가해졌겠지만, 이번에는 공을 세운 것도 있기에 그가 떠들도록 일행들은 놔두었다. 다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휴… 막사는 대략 200개 정도, 말은 한 150마리 정도 보이는걸요."

"그럼 병력은 한 600정도에 기사단이 60~80정도이겠군. 음…"

갑자기 튀어나온 진지한 말에 일행은 태희를 쳐다보았다. 태희는 일행들의 시선을 느끼고는 콧대를 바짝 세웠다.

"흠, 흠. 일단 막사가 200정도라고 했으니 수용인원은 막사당 5명으로 계산해서 1000정도, 거기에서 비전투요원을 대략 한 200잡고, 큰 전투 이후이니 부상자 120정도로 계산하면 가용병력은 그 정도가 나오겠지요. 거기에 말은 한 50마리 정도가 보조나 보급용일 테고, 저번 전투에서 전사한 적군 기사단 숫자를 대충 빼면…뭐, 그 정도가 나오지 않을라나?"

오늘 정말 태희의 많은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병력을 저렇게 쉽사리 짐작한다는 것은 한두 번 해본 사람이 하는 짓이 아니다. 에드워드는 그런 황당함을 가득 담아 태희에게 물었다.

"도대체… 넌 용병이 되기 전에 뭘했길래…"

"훗."

다시 나사 풀린 모습으로 돌아와서. (지딴에는)쿨하게 웃은 태희는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에드워드에게 상냥하게 말했다.

"남자에게는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는 법이라구…"

반사적으로 나간 에드워드의 주먹을 탓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일행은 다시 웃고 떠들며 숲으로 들어섰다. 정찰을 나온 무리 치고는 긴장이 너무 없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어차피 적의 영역도 아니고 굳이 적습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아니, 라고 생각했다.

"모두들 대비하세요. 무언가 다가옵니다."

저스틴의 말에 모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로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몬스터인 것 같아요. 많은 수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어요!"

한참을 귀 기울이던 데니가 외쳤다. 도대체 엘프보다 먼저 알아차리면 그게 인간이냐는, 아주 인간적인 놀라움이 동료들의 얼굴에 떠올랐다. 뭐, 그러면서도 전투 준비는 아주 착실히 했다. 리체와 데니를 보호하기 위해 안쪽에 두고, 나머지는 원진을 그렸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이윽고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짐승이 달리는 소리. 이 정도 소리라면 노라크 산맥에만 머문다는 다이어 울프의 발자국 소리일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다이어 울프를 타고 다니는 기사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에드워드는 갑자기 목소리를 크게 높여 소리쳤다.

"아군이다! 공격하지 마앗!"

워어워어, 다이어 울프를 제어하는 소리.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부터 천천히 속력을 줄여나갔기에 애초에 공격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은 확실히 보였다. 설사 상대가 적이라고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에드워드는 쳇 하고 혀를 찼다. 높은 사람들이 나대는 건 못봐주겠다니깐.

멈춰 선 다이어 울프들에는 기사들이 타고 있었다. 하나같이 찬연한 대마법 갑옷으로 무장한 그들의 위풍당당함에 에드워드의 입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아센 왕국의 근위기사단, 잿빛늑대…"

그 때 한 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너희들은 누구이기에 이런 전쟁터를 방황하고 있는가?"

"잿빛늑대군에 속한 용병들입니다. 지금 정찰의 임무를 맡고 나와 있습니다."

아벨이 일행을 대표해서 말했다. 하지만 여긴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적진의 반대편. 거기에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 숲 속에 있는 이들이라면 적군의 암살자로 오해받아도 할 말이 없는 타이밍이었다.

과연 그 기사도 바보는 아니었던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말했다.

"정찰을 한다는 놈들이 적진의 반대편에 있다?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가?"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에센 평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언덕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 곳에서 적군을 정찰하였습니다."

"이 거리에서?"

"엘프들의 신 루넨시아께 맹세코, 저희는 아군이 맞습니다."

데니가 나서서 그들의 신을 걸고 보증했다. 엘프의 시력이 상당하다는 것은 이 아르티네스 대륙에서 보편적인 상식이었다. 그 기사는 엘프가 있다는 것에 당황했지만, 적어도 그들이 정찰하러 나왔다는 것은 납득한 듯싶었다.

"엘프 아가씨의 맹세를 받아 여러분이 아군이라고 믿겠소. 하지만 우리와 동행해주길 권고하오."

"알겠습니다."

기사는 보고를 하러 자신들의 기사단 쪽으로 돌아갔다. 저스틴은 주변의 기사들이 경계를 푸는 것을 느꼈다.

저스틴 일행은 기사단에서 말 몇 마리를 인도받았다. 잿빛늑대 기사단은 다이어 울프를 타기로 유명했지만, 그렇다고 여분의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수가 넉넉지 못해 일행은 두 명씩 짝지어 말에 타는 수밖에 없었다.

"출발한다!"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기사가 출발 명령을 내렸다. 잿빛늑대 기사단은 저스틴 일행을 고려해서인지 아까처럼 속도를 내진 않았다. 그렇다곤 해도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미안합니다. 원래 우리로서는 엘프와 그 동료들에게 이렇게까지 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는 굉장히 민감한 임무를 맡고 있는지라,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스틴 일행을 견제하기 위해 따로 배치된 기사들 중 한 명이 데니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원래 엘프와 드워프 같은 유사인종들은 그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이 심각한 범죄라도 저지르지 않는 한, 인간의 나라에서 그걸 제제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경계를 한다는 것은, 이 기사단이 엄청난 임무를 맡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데니는 순수한 호기심이 일었다.

"어떤 일인지 말씀해주실 수 없으세요?"

"저희는 고귀한 잿빛 늑대의 혈통을 계승하신 아센 왕국의 군주 존 로아 아빌로 아센 폐하를 호위하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내용에 저스틴 일행은 놀라움을 넘어 황당함을 느꼈다. 지금쯤 달크하임 지방에서 전쟁을 지휘하고 있을 국왕이 여기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 기사가 그것을 쉽게 말해준다는 것은 놀라움을 넘어 황당한 일이었다.

"그거 그렇게 쉽게 말해도 되나? 그러니깐 군사기밀이라던가…"

"이미 여기 계신데 무슨 상관입니까."

…막나가잔 건가… 일행들의 개성이 가득 담긴 벙찐 표정을 감상하던 그 기사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어차피 우리가 도착하고 나면 저쪽 진영에 다 알려질 겁니다. 이 인원 가지고 어떻게 숨어 다니겠습니까. 다만 저쪽에 보고가 간다 해도 지금쯤 델로아 공작은 달크하임 지방에서 박터지게 싸우고 있을 테고, 우리의 기습은 유효한 겁니다. 괜스레 이 세계 최강의 기동성을 자랑하는 잿빛늑대가 종자까지 다 떼고 온 게 아니라는 소리죠. 어차피 성공할 기습, 그런 기밀 쯤 세어나간다고 해서 별 일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이봐, 데일! 말이 너무 많아!"

"어때요, 라일 형. 나도 이 기회에 아리따운 엘프 아가씨랑 말이라도 좀 해 봅시다."

"하여튼 이놈의 것들도 남정네랍시고 진짜…"

"형님은 남자 아니우?"

"닥치고 달려! 진영에 다 왔다!"

과연 저 앞쪽에 잿빛늑대의 진영이 나타났다. 기사단은 델라크 백작의 깃발을 보자 일제히 깃발을 들어올렸다. 국왕기와 잿빛늑대의 깃발이 일시에 들어 올려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국왕폐하이시다!"

"잿빛늑대 기사단이다!"

델라크 백작의 진영에서 국왕기를 알아본 병사들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잿빛늑대의 기사단장 엔은 자신의 다이어 울프를 앞으로 몰며 검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존 로아 아빌로 아센 국왕 폐하께서 오셨다! 모두 나와 영접하라!"

델라크 백작군의 진중에 쳐진 바리케이드가 치워졌다. 잿빛늑대는 당당하게 진중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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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정말 더워요. 마비노기 하고 싶어라...이번 주말, 말복날 몸보신 꼭 하세요오~ 이거 꼬박꼬박 해줘야 하더군요. 날씨 더운데, 더위 안 먹도록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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