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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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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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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5.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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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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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236.

DUMMY

“여기 딱히 다른 곳이 없고 하니 오늘 밤만 신세를 집시다. 내 주전부리도 좀 있고 하니···”


상대에게서 대답이 없다. 그가 어떡해야 하나 갈등 중에 답이 있었다.


“좋습니다.”

“오~, 감사하오, 감사해.”


이곤은 큰 걸음으로 고목 두 개를 돌아갔다.


“음~?”


돌아서자마자 이곤은 작게나마 감탄을 했다. 생각보다 아늑하고 제대로인 거다. 부러진 나무를 엮어 나뭇잎들로 덮고 사방을 가리고 지붕까지 얹으니 그럴 듯 했다.


안에는 둘만 있었지만, 꽤나 넓어서 넉넉하고 분위기가 괜찮았다.


“이야~! 목소릴 듣고, 내 형장이 보통 사람 같지 않다 여겼는데 역시 풍취를 아는 분 같. 으. 니.. 어? 진소저? 위형?”


그랬다. 둘은 그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위진성, 진소군이 가운데 불을 피워 놓고 쉬고 있었다.


“이소협, 오랫만이오.”


위진성이 손을 들어 아는 체를 했다. 진소군은 방금 그 목소리로 말을 했다.


“어서 오시오, 이곤 소협.”

“아니, 이런 일이··· 근자에 천하를 뒤흔드는 영웅과 검후를 보니 기쁘기 그지 없소이다.”


그리 반가웠나? 이곤은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었다.


털썩


“아니, 그런데 두 분이 여기는 어쩐 일이오?”

“우리는 여기 있으면 안 되나요?”

“에이~. 무슨 말을··· 워낙 유명한 두 분이 지금 이곳에 이렇게 있는 게 이상하니 하는 말 아니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소. 이소협은 어쩐 일이오?”

“나요? 허험~, 험~. 난 회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호북성으로 지부 점검차 가는 중이라오.”

“회라니요?”


진소군이 눈으로 물어왔다. 그 반응이 흐뭇한지 이곤의 두툼한 붉은 입술이 합죽해진다.


“크흠.. 왜 일전에 이야기한 ‘정천회’ 있잖소?”


끄덕


이곤은 턱을 들고 진소군에서 위진성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한껏 힘주어 늘어지게 말을 했다.


“드디어 정천회가 활동을 시작했소. 무림의 최후 보루가 조직되었단 말이오.”


이곤은 말을 마치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위진성을 주시했다. 퉁방울 눈에는 후회해도 늦었다란 뜻이 노골적으로 담겨 있었다.


하지만 위진성은 이런 걸 주고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냥,.. 귀찮았다. 눈을 감는 그를 대신해 진소군이 말을 받아 주었다.


“정천회가 만들어졌다니 축하할 일이군요. 그런데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무림에서 이름 있는 곳을 이끄는 대표자가 나와 손을 잡고 정천회를 세웠소, 소저. 극비이니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점 양해 바라오.”


그는 묻지도 않은 말까지 술술 풀어냈다.


“이해해요. 사람들이 그렇다면, 그럼 장소는 어느 곳에 있어요?”

“으-음~.. 그것도 말할 수 없다오.”

“극비라서요?”

“그렇소. 내 위형, 진소저와 그간 쌓아온 친분이 있는데 이거 미안하게 됐구려.”


이곤은 심히 안타깝다는 듯이 말을 했지만 진소군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부에 가는 중이라 했죠?”

“그렇소. 우리 회의 지역 분타 중 한곳인 태행산 지부에 시찰을 가는 중이라오.”

“시찰이라고요?”

“그렇소. 내 가서 부족한 곳은 채우고 미비한 점은 갖추라 할 참이오.”


이 부분에서 이곤의 자존심은 절정에 올랐다. 어깨 위에 벽돌 열 개는 올려놨을 법한 모습이었다.


“이소협이 정천회에서 뭘 맡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크흠~,.. 우리 회의 회주는 아까 말한 그 대표자이고.. 난 총회주를 맡고 있다오.”

“총-, 회주요?”


뭐 그런 게 있냐는 듯이 진소군이 눈을 깜박였고 위진성은 실소를 지었다.


“왜 총회주가 이상하오?”

“뭐, 짓기 나름이죠. 단체마다 다르니···”

“역시 진소저는 날카로운 식견을 갖췄구려. 내 눈이 틀리진 않았어!”


붉은 메기입을 활짝 벌리고 만족해 하는 이곤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퉁방울 눈, 메기입, 다소 솟은 듯한 어깨. 그리고 알록달록한 화복까지.


“그런데 이소협 옷은 바뀌지 않았군요?”

“옷? 아~. 우리는 비밀 결사단체. 어찌 옷을 맞춰 입는단 말이오? 그리고 나는 내 외모를 생각해 이 옷을 입는 것이오.”

“그건 무슨 말이죠?”

“뭐,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진소저가 물으니 직접 말하리다. 이 화복으로 나를 감추려는 것이오.”

“ ? ”

“그러니까 내 풍류와 외모를 가리기 위해 이 옷을 입는단 말이오. 이렇게 입으면 사람들이 아무래도 옷에 집중하지 않겠소?”


뭐?


진소군은 충격을 입었는지 가만히 있었고 위진성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정말 이곤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 이곤이 위아래로 보며 물었다.


“아니, 근데 위형은 어디가 안 좋습니까?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 보이는군요.”

“피곤해서 그렇소. 그보다 오늘 이소협과 만난 건, 우리가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소.”

“오~. 역시 위형은 대화하기가 편하군요. 그렇잖아도 말하려 했는데.”

“걱정 마시오. 그럼 이소협도 우리 만난 걸 비밀로 하겠구려?”

“무, 물론이오. 내 아무한테도 말 안 하겠소.”

“앞으로 정천회의 발전을 멀리서 응원하겠소.”


위진성이 대화를 멈추려 하자 이곤이 아쉬워했다.


“아니, 두 분이 원한다면 총회주로써 입회시켜 드리겠소.”

“괜찮으니 그러지 않아도 되오.”

“쩝! 영웅의 길을 같이 하고 싶지만 위형 뜻이 그렇다는데야···”


입맛을 다시는 이곤을 보던 진소군이 불쑥 말했다.


“이소협, 아까 주전부리가 있다고 했었죠?”

“아~, 참! 내가 대화에 빠져서···”


부스럭 부스럭


“여기 있소. 마침 오늘 건량, 육포 등을 좀 샀는데 두 분 만나려고 그랬나 봅니다. 자, 마음 껏 드시오.”


큰 덩치만큼이나 이곤의 품 안에선 많은 양의 먹을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말은 주전부리라 했지만 이건 잘 차려진 식사에 가까웠다.


먹는 거에 진심인 이곤이다. 더구나 생김새와 달리 비위가 약해 의외로 깔끔한 그다. 셋은 생각보다 아늑한 곳에서 의외로 잘 차려진 식사를 했다.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면서.



#



“어머~. 이거 재밌네!”


사마륜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지금 그의 앞에는 널찍한 책상이 있고 그 위에 온갖 종류의 병들과 그릇, 정체 불명의 고체와 액체가 담긴 병들이 어지러이 벌려져 있다.


그가 눈을 반짝이며 자신 앞의 얇고 세로로 긴 투명 유리병을 보고 있었다. 그 안에는 보라색으로 변한 액체가 들어 있다.


“호오~. 이거 대문파에서 깜찍한 수를 썼구나.”


사마륜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호호호. 그럼 이쪽에서도 장단을 맞춰져야겠지?”


사마륜의 눈이 허공의 한 지점을 비스듬히 올려다본다. 그 자세로 눈동자만 상하좌우로 움직였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어 검지만 까딱 거린다.


“오호호~. 그래, 그게 좋겠어!”


생각이 끝났는지 사마륜이 다시 방금 전으로 돌아왔다.


“차라리 잘 됐어. 어떻게 미끼를 물게 하나 궁리할 필요도 없으니··· 암영.”

“옙”

“지금 교주는 어디 있지?”


사마륜이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머리를 매만지고 옷매무새를 살피던 사마륜이 돌아서자 밖에서 소리가 났다.


“교주는 천마실에 계십니다.”

“그럼, 가볼까?”





부지런히 경공을 펼친 덕에 위진성과 진소군은 어느새 낙양 권역에 들어섰다.


“사형, 이쪽으로 가야 용문석굴로 향하죠?”

“맞아. 이거 사매한테 면목이 없군 그래.”

“호호. 내상 치료에 전념하세요. 표행 값은 나중에 받겠습니다, 손님.”

“조금만 더 고생하면 돼! 곧 나올테니.”


말한대로 둘은 얼마 안 가 용문석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깊은 밤까지 기다렸다. 모두가 잠든 시간을 택해 둘은 용의 열세 번째 비늘을 통해 석굴 안으로 들어갔다.



“위형~”


태명창 장우극은 그들이 왔다는 보고에 버선 발로 달려왔다.


“이게 어찌된 일이오? 월하장이 마교에 화를 당했단 얘기가 천하에 파다하게 퍼졌소. 이게 사실이오?”

“.. 그렇소. 나와 사매만 벗어날 수 있었소.”

“허~, 이런 일이··· 잘 왔소, 여기 잘 왔소. 무엇보다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겠소이다. 그런데 부상이 심해 보이는구려?”

“싸우는 과정에서 ··· 후략 ··· ”




위진성은 석실 침상에 누워 눈만 깜박였다. 이렇게 누우니 지난 며칠이 실제였는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간다.


아직도 월하장에서 자신과 사매, 둘만 남았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났다. 정신을 잃은 채 전해지던 외부 상황들. 사숙들과 각주들의 마지막 장면들과 그리고 아이들! ···


지금도 홍아의 맑은 눈이 눈앞에 어른 거린다. 이 모든 게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 같았다. 진소군이 여러 차례 아니라 말했지만, 머리에서만 머물 뿐 가슴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생각을 멈추고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잡념들이 쉽게 놔주질 않는다. 그렇게 그는 새벽까지 뒤척이다 선잠에 들었다.

.

.

.

“사형, 내상은 어때요?”

“좋아지고 있어.”

“걱정했는데 다행이예요.”

“나도 걱정했었는데 덕분에 빠르게 좋아지고 있어. 소천심공이 흑화를 몰아내고 상처를 치유하는데 효과가 탁월한 거 같아.”

“어쨌든 다행이네요.”

“그래야.. 하니···”


말하면서 문득 희생된 사람들이 생각났다. 위진성의 마음에 부채의식이 생겨난 것이다. 이제 마교와의 싸움이 끝나기 전까진 내 목숨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게 됐다.

.

.

.

“위형, 불편한 건 없소?”

“그런 거 없으니 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바쁠 텐데 나까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군요.”

“하하하. 알겠소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밖은 한바탕 난리가 났소.”

“여기 사람들 보니 그런 거 같더구려.”

“월하장의 파장이 생각보다 컸소. 거기에 더해 마교가 꺼리낌 없이 활동하니 천하 무림에 뭉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아미파가 불에 탔소.”

“아미파가 마교 때문에 또 화를 당했단 말이오?”

“그렇다 합니다. 천 년 전처럼, 아미파 장문인이 죽고 소수의 인원만이 소림으로 갔다 하더군요.”

“···.”

“해서 지금 무림엔 전운이 팽팽히 감돕니다. 제 문파들이 소림과 남궁세가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소.”

“그렇군요.”

“허나 그리 비관적이진 않소. 예전의 마교가 아니니까. 대문파들만 뭉쳐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들이 많소. 아미파는 방비를 느슨히 하다가 기습 공격에 당한 것이고.”

“그럴 수도···”

“교주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대문파 고수들의 협공을 홀로 막을 순 없을 것이오.”

“···.”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인 이상 다수의 절대고수들 공격을 계속 막을 순 없다.


이건 분명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바로 마교 군사 사마륜이다.


그가 있는데 절대고수들 여럿이 척군영을 가운데 몰아넣고 협공하는 그림이 만들어질까? 분명 약세를 아는 사마륜이 정면으로 붙으려 하진 않을 것이다.


위진성은 그렇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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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225. 23.04.22 172 2 11쪽
224 224. 23.04.21 185 3 11쪽
223 223. 23.04.20 178 3 11쪽
222 222. 23.04.19 194 3 11쪽
221 221. 23.04.18 198 3 11쪽
220 220. 23.04.17 20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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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218. 23.04.15 23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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