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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5,728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5.02 17:15
조회
184
추천
4
글자
11쪽

235.

DUMMY

진소군에게 쏘아지던 호천검이 중간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힘겨루기 하듯 부르르 떤다. 진소군은 그 틈에 유성처럼 긴 꼬리를 남기고 하늘을 내달렸다.


사마륜이 황급히 척군영을 봤다. 그는 제자리에 얼어붙은 것처럼 서 있었다.


“ ? ”


누구라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면, 교주가 몸을 부들거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란 말인가?’


“천살령주”

“예”

“쫓으시오.”


휘휙 휙 휙휙


사마륜은 척군영 옆에 내려섰다. 그가 쌍심지를 하고 신중히 살펴본다.


척군영의 한쪽 눈은 검게 물들어 있고 다른 쪽은···. 검은 기운이 덮었다 지워지고 덮었다 지워지고를 반복한다. 짧게 자른 머리 여러 곳에 심줄이 툭 튀어나와 있고, 턱은 부서져라 앙다물어져 있다.


‘이거.. 설마?’


“교주”


불러도 대답이 없다.


“교주?... 교주~”


소리쳐 부르자, 그가 사마륜을 향해 부자연스럽게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교주~~?”


부들!


“크와아아---악”


척군영이 괴성을 토해내자 공중에 정지해 있던 호천검이 그때서야 난폭한 기세로 하늘에 쏘아진다.


콰르르릉--------


흑화가 먹물 퍼지듯 확 퍼져 하늘을 가렸다.


“교주?”


불안정해 보이던 척군영이 한결 나아진 듯한 모습이 됐다. 한쪽 눈의 이상 현상도 사라졌고 부들거림도 없어졌다.


화르륵

활활 활


산자락을 덮은 흑화로 인해 일대에 불이 났다.


타닥 탁!

활 활


“교주, 정신이 드십니까?”

“크으읍, 큭! 사. 마···륜?”


‘아직 나아진 게 아닌가?’


교주의 목소리가 평소완 달랐다. 꼭 깊은 우물 안에서 불길한 짐승이 내는 소리를 닮았다.


“사마륜입니다. 괜찮으십니까?”

“크르륵 끄으윽!”


연신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척군영이 주변을 둘러본다.


“여긴?”

“교주는 진소군에게 어검술을 펼치던 중이었습니다.”

“진, 소군? 아~ 그렇지! 그는 어딨느냐?”

“그.녀.는. 북쪽으로 도주했습니다.”

“도주했다고?”


좀 괜찮은지 눈동자에 힘이 깃드는 걸 알 수 있었다.


“예, 천살령이 추적하고 있고요.”

“내가, 어찌된 것이냐?”

“교주는··· 갑자기 호천검이 공중에서 멈췄고 교주는 불안정한 얼굴로 몸을 떨고 있었습니다.”

“···.”


척군영은 확인을 하려는지 주위를 살펴봤다. 자신이 펼친 흑화의 흔적들이 곳곳에 있었다.


활활활


“어찌 하시겠습니까?”

“···.”

“그만 돌아가시겠습니까?”

“얼마나 됐지?”


사마륜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지금 그녀를 쫓는 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네 점괘냐?”

“점괘로도 얻는 건 적고 수고로움만 많다 나옵니다.”

“··· 돌아간다.”

“···.”


사마륜은 돌아서 뚜벅뚜벅 가는 척군영을 눈으로 따라갔다.


‘그래서,.. 마가들에게 따라오지 말라 한 건가?’


그렇다면 교주는 월하장에서 뭔가 이상을 감지했다는 말이 된다. 잠깐 생각하던 사마륜이 턱을 쓸며 교주에게서 눈을 뗐다.



동녘 하늘 끝의 지평선에 빛이 새어 나온다. 어두웠던 밤이 드디어 끝나려 한다. 사마륜은 밝아오는 아침을 보며 침음했다.


“흐음~”


‘그 기이한 소리 때문인가?’


귓가에 어젯밤 들리던 그 호각 소리가 맴돌았다.


삐이이익------- 피이이이익----------



#



꿈을 꿨다. 온통 불길한 꿈에 달콤함 한 숟갈 더해진 꿈이었다. 꿈의 시작은 내가 사용하는 검이었다.


대정검


사부님이 사용하던 검을 물려받아 대를 이어 쓰는 크고 바른 검이다. 그게 어둠 속에서 이상한 상태가 되더니.. 벽력에 심지가 되어 타오르는 촛불이 되었다.

흐물흐물.. 액체도 기체도 아닌 대정검이 자기 결대로 흐르다 어느 순간, 증발되어 사라졌다.

사부님이 알게 되면 뭐라실까? 괜찮다 하실지, 고얀 놈이라 하실지··· 답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사부님을 보고 싶다.

그리고 꿈은 달콤하기 그지없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어딘가에 누워 있다. 그곳에서 타는 듯한 갈증으로 힘들어 할 때, 더할 수 없이 부드러운 감촉이 입을 열고 감로수를 흘려 주었다. 심한 갈증에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감로수가 얼마나 달콤했겠는가?

너무도 감미롭고 달콤한 감촉! 심지어 그 부드러움은 내 안에서 감로수가 잘 넘어가도록 도와주기까지 했다. 만족과 청량감이 동시에 채워지고. 그리고···.



꿈이 달려간 곳은 최영과 경일기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최영의 손에서 성백주마토공이 펼쳐지고 무언가에 막혔다.

최영은 담담한 모습으로 서서 점점 흐릿해지고 사라져 갔다. 장주님은 왠지 홀가분해 하는 듯 보였다. 그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 금도를 휘두르는 모습의 경일기로 대체됐다.



언제봐도 멋들어진 금도다. 나도 언젠가 금검으로 바꿔볼까 싶을 정도로.

경일기는 금광을 흘리며 전방에 도기를 뿌렸지만 소용 없었다. 그러자 손을 놓고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경일기!

그가 전하려는 응원의 말과 바램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걸 마지막으로 점차 희미해지는 경일기와도 작별을 해야 했다.


‘아직 소군과 갈만한 곳을 묻지 못했는데···.’


내 안에서 이런 생각은 왜 드는 걸까? 스스로에게 어이 없어 하던 나는 다른 곳에서 이원평 사숙을 보내고 바로 화면이 오세성과 나종회로 바뀐다.

그 둘이 긴장한 채 앞으로 달려나가고 그리고···. 아이들과 마주 했다.



누군가에게 업혀 있는 소길이, 홍아.

소길이는 슬픈 눈물을 떨어뜨리면서도 끝까지 나를 외면하지 않았다. 마치 이게 마지막이니 날 눈에 담겠다는 듯이···



홍아는 티없이 맑고 큰 눈망울을 깜박깜박이고만 있었다.



------ 아저씨.

응?

친구한테 들었는데, 시전의 화양 당과가 그렇게 맛있데요.

그래?

예, 시전 가까이 사는 당예가 분명히 그랬어요.

그렇구나~

아저씨도 맛이 궁금하죠?

글쎄~ 음... 그래, 궁금하네?

킥! 그럼 우리 같이 가봐요.

지금?

응.

시전 화양 당과에 가자고?

응, 아저씨가 먹고 싶다고 했잖아요.

아, 참! 내가 그랬지? 그래, 좋다~ 까짓 거. 우리 둘만 갔다오자!

꺄아~아! 빨리 가요. ------



시전에서 목표한 화양 당과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의기양양하게 걷던 아이!

신이나 앞서 걷는 홍아의 땋아내린 양갈래 머리가 앙증맞게 흔들린다.

하나는 제가 먹고 남은 건 대길이 준다는 착한 꼬맹이.

그 녀석이 맑은 눈으로 날 보고 있다.

슬프다.

슬픔이 흐른다.

내 가슴에서 눈물이 흘러내려 온몸을 적신다.

왜 그래야 하지? 홍아, 소길아.



난 눈물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내 얼굴 앞에는 그녀가 있었다. 그녀 얼굴이 코가 닿을 듯 가까이 있었다.


“진성, 왜 그렇게 슬피 우나요?”

“사람들한테··· 홍아, 소길이한테 미안해서···.”

“···.”

“많이.. 미안해서”

“··· 같이, 우리 같이 슬퍼해요. 불쌍한 사람!”


우리는 얼굴을 맞대고 눈물 흘렸다.





진소군은 쉬지 않고 경공을 펼쳤다. 그의 상태를 보기 위해 중간에 멈춘 거 말곤 내내 달렸다. 응급 조치가 필요했으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나종회가 말한 신기대 분타에 들리려 했다.


다행히 위진성은 내상이 극심했지만, 딱히 응급 조치가 필요하진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사형을 업은 채 북쪽으로 신법을 펼쳤다.


“사형, 북으로 가면 갈만한 곳이 있다구요?”

“응”

“어디예요?”

“용문”

“아~, 일전에 말한 그 석굴?”

“그래. 그곳에 가자, 사매.”

“전 어디든 좋아요, 같이 있을 수만 있으면.”


진소군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들었지?’ 하는 눈매와 입모양을 해보였다.


픽!


위진성은 그녀의 이런 면이 좋았다.


처한 상황이 어떻든, 환경에 덜 휘말려 드는 성품 말이다. 그녀도 힘들 텐데, 아니 나보다 더 괴로울 텐데도 이런 여유를 갖춘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타고난 천품이랄까?


‘사부님.. 결국 이렇게 됐어요’


위진성은 자신을 내려다봤다. 지나온 삶이,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두려움이 들었다.


‘의연하자 다짐했지만,.. 막상 닥치니 그게 안 됩니다. 또, ··· 잃고 싶진 않아요’


그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걸 사부한테 털어놨다. 위진성은 대부분 혼자였었고 이번에 그녀를 빼고 많은 이들과 헤어져야 했다. 그래서 두려웠다.


마교고 무림이고 이딴 거.. 이대로 손 놓고 멀리 떠나고 싶었다. 그녀를··· 난, 그녀를···.



진소군은 은빛 가루도 남기지 않고 은하천강주보로 달리고 또 달렸다. 낙양 인근의 용문석굴로.



#



“흥얼~ 흠, 흠~ 에-헤야~~”


통천장 이곤은 기분이 좋았다. 요즘 같아선 세상 살맛 났다.


“이제사 일이 풀리는구나! 앗싸~”


한밤에 제법 높은 고갯마루를 넘는 중에도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아니지~.. 이건 단지 천하를 도탄에서 구하는 전설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란 말이지. 영웅이 될 자가 기뻐하기엔 지나치게 가볍다. 기쁨은 천하를 구한 후 만끽하리라!”


매우 비장하다. 자칭 천하의 영웅이 될 이곤은 턱까지 들고 팔자 걸음으로 야산의 둔덕을 올랐다.


“그건 그렇고··· 어디 쉴 때를 찾아야 하는데···.”


이곤은 퉁방울 눈으로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허나 이런 야산 고갯마루에서 영웅이 쉴만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허어~. 누가 보면 돈이 없어 야밤에 이 외진 곳에서 요러고 있는 줄 알겠네.”


계속 걸으며 좌우를 살피던 그가 지나친 곳을 다시 돌아본다.


‘음? 불빛 아니야?’


퉁방울 눈만큼이나 눈이 좋은(?) 이곤은 매우 미약한 불빛을 볼 수 있었다. 그건 큰 고목들 사이에서 밝히다 금새 가려졌다.


‘사람이 맞구나! 잘 됐네’


불빛을 가린 상대 의도가 뭐겠는가? 하지만 이곤은 마다치 않고 굳이 고목들 사이로 향했다. 넓은 곳 다 놔두고 그는 성큼 풀숲으로 들어섰다.


혼자여서 심심했는데 잘 됐다 싶다. 그렇잖아도 위대해질 이야길 나눌 상대가 필요했는데··· 흐흐흐.


기선 제압을 위해 최대한 발소릴 죽이고 접근한다.


살금 살금


“누구인지 모르나 거기서 멈추시오.”


흠칫!


‘엥? 들켰다고?’


이곤은 만만치 않은 상대 같으니 돌아설까 하다가 요근래 한창 높아진 자존감 때문에 말을 걸었다.


“큼-, 흠.흠.. 어느 고인인지 모르나 같이 좀 쉴 수 있겠소?”

“사정이 있어서 그러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이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리송한 거다. 뭐, 그건 그거고 그는 내친김에 더 말해봤다. 상대의 점잖은 목소리가 이곤에게 한층 용기를 북돋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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