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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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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87,322

작성
23.04.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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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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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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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7.

DUMMY

위진성은 사마륜을 찾아 두리번 거렸다.


그는 있던 곳 근처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사마륜을 보고 있자니, 천살령 넷이 위진성에게 접근해 왔다. 이 상황에서 이러고 있는 게 아무래도 수상한 것일 테지.


하나도 힘든데 넷은 확실히 안 된다. 흩어진 공력은 쉽사리 모이지 않았다. 이를 눈치 챈 천살령들이 천천히 압박을 가했다. 그중 하나가 막 검을 뽑으려는 순간,


“흐악~”

“뭐냐?”

“살려줘~”


달려가는 월하장인들 선두에서 또다시 비명성이 난무했다.


이건 또 뭔가? 마교에 뭐가 더 남았는가??


그곳을 바라보는 위진성은 알 수 없는 기운을 감지했다. 뭔가 거대하고 무한에 가까운 열기와 결코 부러지거나 굽혀지지 않을 강력한 힘!


어둡고 어두운 암흑의 마기가 물씬 느껴진다. 일초, 일초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마기는 더 강렬해지고 깊어갔다. 이건 그만 느낀 게 아닌지 다른 몇몇도 그곳을 돌아보았다.


‘온다··· 온다!!’


알 수 없는 긴장감.


한 숟갈, 미량의 소천심공이 알아서 일어난다. 마치 불을 만난 물이 자신을 드러내 듯 내부를 경각시켰다.


지금 보니 앞에서 탈주를 이끌던 십여 명의 은성단원들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얼어붙은 듯 남은 자들은 어두컴컴한 정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근


어둠에 잠긴 정문을 통해 뭔가가 온다.


두근 !


주변의 어둠보다 더 어두운 불을 밝히고 다가오는 존재.


두근!


그건 사람이었다. 허리에 검을 차고 꼿꼿한 몸가짐으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걷는 사람.


두근두근!!


걷기만 하는데 그는 주위를 모두 복속시키고 스스로 주인이 된다. 그의 허락 없이는 숨 쉬는 것도 안 될 것 같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교, 교주를 뵙습니다.”


누군가 먼저 불꽃 수인을 하고 고개 숙였다.


“교주를 뵙습니다.”

“오~ 교주를, 교주를 뵙습니다.”

“영겁의 성화여~. 저를 이끄소서!”


싸우던 마교도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마교의 정식 인사를 취했다.


두근두근두근!!!


‘그럼, 저 자가’


“교주. 오셨습니까?”


언제 움직였는지 사마륜이 앞에서 고개를 조아린다.


그는 마교도가 아니다. 헌데 천하의 사마륜이 고개를 숙이다니 놀랍지 않은가? 그가 고개 숙이는 자는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이다.



천마신교 교주 척군영



그가 드디어 동주천 앞에 모습을 보였다.


월하장 사람들은 당연히 충격이 컸다. 언젠가 마주칠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보니 생각과는 또 다르다.


그는 고령에도 젊을 때처럼 자세가 꼿꼿했다. 달라진 것은 피부와 주름살? 그리고 짧게 자른 백발 정도라고 최영은 생각했다.


그가 어렸을 땐 지금 저 사람이 우리 동주천을 대표하는 최고수 아니었던가? 최영은 멀리서나마 척군영을 보고 그를 동경했었다. 보기만 해도 강인함이 전해질 정도였으니.


헌데 무슨 운명인지 몇십 성상이 흐르고 마교의 교주로 나타났다. 최영은 회한과 분노, 안타까움 등이 섞인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저벅 저벅 저벅

두근! 두근! 두근!


위진성이 척군영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그에게선 확실히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 태고적 우주가 생겨날 때부터 있어 온, 아주 오래되고 근원적인 힘!


‘이것이 마나라는 건가?’


위진성은 본능적으로 마나를 떠올렸다. 검은색 불이 척군영을 감싼 채 타오르고 있다. 그것이 마나는 아닐 터. 마력일 테지.


허나 위진성은 흑화의 근원인 마나를 환영처럼 느낄 수 있었다. 척군영도 걸어오면서 정확히 위진성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고. 위진성은 척군영의 눈에서 검은 불, 흑화를 볼 수 있었다. 척군영은 무엇을 느꼈을까?


허공을 격하고 공력과 마력이 충돌한다. 아직 공력이 발바닥까지 밖에 차오르지 않은 위진성은 촛점을 눈에서 척군영의 전신으로 바꿨다.


‘사마륜의 확신이 이거였나?’


“도주하려는 자들이 있구나.”

“예. 면목 없습니다, 교주.”


움찔!


은성단원 하나가 자신들이 거론되자 죄짓다 들킨 것처럼 흠칫했다. 그들은 다리가 땅에 붙은 듯 꼼작하지 않았다. 어쩌면 꼼작 못하는 지도···


척군영은 좌중을 쓸어보다 검게 그을린 큰 웅덩이들을 쳐다봤다.


“위진성의 작품입니다.”


끄덕


“풍백분광은 아닐 테고··· 일찍이 본 적 없는 풍백군림이구나!”


척군영은 소소한 감정을 가감없이 말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무재로 인정받던 신동.


그러니 성명절기는 제뢰검형이었지만, 그는 풍백비검도 펼칠 수 있었다. 척군영은 한 번 쓸어보는 것만으로 상황 파악이 된 듯 하다.


“척..교주. 오랫만이군요.”

“··· 누군가?”

“은하성부의 최영이오. 현 월하장주이고.”

“그런가?... 그 이름들도 오늘로써 마지막이야.”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오?”

“너희들은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고. 그 댓가를 받는 것이다.”

“무엇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이오?”

“···.”


더 이야기할 것 없다는 듯 척군영은 시선을 거뒀다. 그러자 경일기가 절묘한 시간에 말을 걸어왔다.


“오랫만이오, 척대협.”

“··· 금도도 많이 늙었군.”


둘은 정마대전 전에도 서로 안면이 있었다. 게다가 그날, 은하성부가 잿더미로 변할 때 경일기는 척군영과 몇 수 겨뤘었다.


물론 성부 고수들과 힘을 합쳐 말이다. 당시 그들의 희생으로 가까스로 탈출한 그를 척군영이 기억 못 할리가 없다.


“세월이 이만큼이나 흘렀으니 늙는 게 당연하지 않소? 당신이나 나나.”


예전의 기억이 있으니 몇 마디 나누려는지 가만히 보던 척군영이 말을 받았다.


“세월이나 늙음 따윈 그리 중요한 게 아니야, 금도.”

“그럼 뭐가 중요하오? 난 이 나이 먹도록 모르겠소.”

“천하를, 우주를 지탱하는 근원적인 힘들의 조화! 그게 중요한 거지. 한낱 인간이 그걸 건드린다는 건 용서받지 못할 대죄를 짓는 것이다.”

“내 앎이 부족해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구려!”

“자네는 예전 그대로··· 여전하군.”

“껄껄. 그랬었구려. 당신이 심오한 말을 하면 난 주로 모르겠다 했었지···!”


젊은, 그 시절이 떠오르는 듯 경일기는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척군영은 내친 걸음이라 여기는지 최영에게 말했다.


“은하성부라 했지? 대은유진장 용성 하고는 어떻게 되지?”

“그 분은.. 사백되시오.”

“용성은··· 그 후 어떻게 지냈나?”


대은유진장 용성은 척군영과 지음을 나누던 벗이었다. 옛사람과 옛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가닥 궁금증이 딸려나왔나 보다.


은하성부란 말에 척군영은 외부인인 경일기 보다는 최영에게 물었다.


“···.”

“용사백은, 정마대전의 후유증을 앓다가 이듬해에 돌아가셨소.”


최영이 기억을 더듬는 사이 약왕당 소속이었던 오세성이 대신 말했다.


“···.”


여기까지 듣고 척군영은 아무 말 없이 그러고 있었다.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가 알겠는가?


단지 사마륜은 오늘 교주가 평소완 달리 말이 많고 조금 감상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동주천이 영원히 사라지는 날이라 그런가?!


그러고 있으니 다들 말들이 없었고 어느 누구도 침묵을 깨지 않았다. 마교에서도 소리 내는 자는 없었다. 간간이 전각 용마루 끝에서 바람에 소수마녀의 옷자락 날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제 됐느냐?”


척군영이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한마디 던졌다.


“ ? ”

“ ? ”

“ ? ”


사람들이 영문을 모르니 빤히 그를 쳐다봤다.


“얼마나 회복됐느냐?”


그는 위진성을 보고 재차 물었다. 위진성은 경일기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묻고 공격했었소? 산공독에 기습까지 하더니···”


위진성은 움츠러드는 모습 없이 편히, 당당하게 받아쳤다. 경일기는 만면에 따뜻하고 또 미안해 하는 빛을 띄었다.


물끄러미 보던 척군영이 허리춤으로 손을 옮겼다. 좌중의 시선들이 따라 그리로 모아졌다. 허리엔 호천검이 메여 있다. 과거 패천신검 척군영과 영욕을 함께 한 그 검이 검주의 과거를 말해주고 있다.


“이제.. 그만들 가거라.”


그리고 호천검이 뽑혀 나왔다.


스릉~!



호천검이 뽑히자마자 최영이 번개 같이 달려들었다. 한소리 대갈일성과 함께.


“너희들은 꼭 벗어나거라~”


최영의 쌍권에서 북두멸성권 두 줄기가 뿜어졌다.


슈우-우우우웅


패도적인 북두멸성권을 쌍권으로 펼칠 수 있는 건 최영이니까 가능하다. 또한 그가 그만큼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다는 뜻이고.


호천검이 밑에서 위로 올려쳐지고. 검 끝에서 짙은 어둠의 불이 화르르 쏟아져 나간다. 북두멸성권이 넘실거리는 흑화와 충돌했다.


콰르릉


처음엔 강맹하기 그지없는 은빛 권력에 흑화가 뒤로 밀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곧 권력들은 흑화의 바다에 삼켜졌다. 권력 자체가 녹아 사라진다.


상상 이상의 열기에 최영은 양주먹이 녹아드는 듯 했다. 이건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열기가 아니었다. 그러니 인간이 맞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헌데 발출된 흑화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최영을 덮쳐온다. 허공도 검게 태우며 다가오는 흑화를 무슨 수로 상대해야 하는가?


최영은 일순간 막막하기만 했다.


‘벌써 펼쳐야 하는가?’


그가 갈등에 휩싸였을 때, 이원평은 잽싸게 뛰어들어 은허공령장을 내질렀다. 그의 우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은빛 장력이 쭉 뻗어나갔다.


콰직-----


공령장과 충돌한 흑화의 앞부분이 은색으로 변해간다.



은허공령장


은하주천신공을 비전에 적힌대로 매우 빠르게 일주천 해서 얻게 되는 공력으로 펼치는 장법이다. 지렁이와 나비의 속도 차이만큼이나 일반적인 운기법과는 다르다.

이 장법은 천지 간의 기를 원소 그대로 펼쳐낸다. 운용하는 심공이 은하주천신공이기에 발출되는 장력은 은색을 띄고 지수화풍, 사대 원소의 특색이 담기게 된다.



은허공령장은 우주의 원소들을 그대로 펼치기 때문에 흑화를 만나서도 쉽사리 소멸되지 않는다.


이원평은 수(물)의 진기를 담아 공령장을 쏘아냈다. 막 격돌했을 땐 화(불)를 누르나 싶었지만, 모든 면에서 상대와의 차이가 컸다.


뒤이어 덮치는 흑화의 파도에 공령장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흑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원평을 노리고 덮쳐갔다.





하남성 대곡현

동 트기 전 어두운 밤


밤새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던 이슬비가 지금은 그쳤다. 촉촉히 대지를 적신 비는 대곡현을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냈다.


아침이 되면 이곳 사람들은 깨끗해진 거리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터. 단 한 곳만 제외하고 말이다.


그 한 곳은 월하장이다.


이곳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목불인견의 참상이 펼쳐져 있다. 월하장 내에는 비오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피비린내와 비 냄새가 합해져 피 냄새는 약해졌지만, 비린내는 더 심하게 났다.


후각이 그렇다면 눈에 들어오는 건 어떤가? 말 그대로 시산혈해!


끔찍한 주검들이 널려 있고 때론 겹쳐져 있다. 시신들에서 흘러나온 피는 낮은 곳을 찾아 모여들고 내를 이뤄 더 낮은 곳을 찾아간다.


지옥도를 방불케 하는 참혹한 곳으로 변한 월하장. 비 오기 전까진 고아하던 이곳이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인가?


마교.


그들의 공격 때문이다. 정교하게 준비된 기습에 월하장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애초에 마교와 힘의 차이가 꽤 나던 월하장이었다.


그런 마교가 전력을 기울여 기습했으니.. 어쩌면 이는 예정된 수순이라 하겠다. 더구나 마교 교주까지 오지 않았나? 교주 척군영은 월하장의 숨을 완전히 끊기 위해 직접 왔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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