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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5.04 22:09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11,101
추천수 :
684
글자수 :
1,309,674

작성
22.08.30 11:41
조회
41
추천
2
글자
12쪽

73.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DUMMY

율레 부대장의 집무실로 이어지는 그림을 벗어나기 전.

세슈람은 먼저 숙소로 돌아갔으며 남은 네 사람은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넷과 듀시아는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스코아마를 꺼내 사용했다.

이트나는 갑작스레 합류한 치료사에게 먼저 스코아마를 쓰기 위해 검은 공을 가져가 그녀 머리 위에서 터트렸다.


이트나의 손에서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와 그녀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뵈나 율레가 질색을 하며 피하자 검은색의 액체는 다시 원래 대로 돌아가 구체를 이뤘다.

그게 신기했는지 그녀는 이트나에게 물었다.


"이건 뭐로 만든 거예요?"


그녀의 질문에 옆에 있던 넷의 귀도 쫑긋하고 섰다.

무슨 일이 없으면 마법 도구를 파는 상점들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넷이다.

스코아마라는 희귀한 마법 도구에 넷은 이미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스코아마에 대해서 율레 부대장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 원래 스코아마는 '독사'들이 쓰는 것이다. 거기서 만들어진 것이니 내가 알 리가 없지.

- 그러면 어떻게 혁명단 사람들도 이걸 쓰는 건데요?

- 이트나 그 녀석이 나중에 똑같이 만들어내더군. 정 궁금하면 그 녀석에게 물어봐라.


진작 이트나 학교장님에게 물어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따로 기회가 없어서 묻지 못했던 것이다.


"스코아마에 대해서 궁금하다고요?"


이트나는 왠지 신이 난 듯했다.


"그건 말이죠. 골락에서 들여온 특별한 고무를 쓴 겁니다."

"골락이라면..."

"'상인들의 나라'라고도 불리는 곳이죠."


한대륙에는 3개의 주요 나라가 있으며 4개의 특별한 나라가 있다.

요엠가움, 텔제민, 프로토케 이상의 3국은 막강한 군력을 기반으로 한대륙 내에서 서로 간 침략전을 벌이고 있다.

좀 전에 말한 4개의 특별한 나라를 제외하면 이미 한대륙 내에서 3국에 속하지 않은 땅은 없다.

이들이 화평하는 시기는 오로지 100년에 한 번, 연합전 뿐이다.


그리고 이들 3국이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특별한 나라가 바로 이하의 4국이다.

마법사들의 나라, 카밀로테.

장인들의 나라, 라페.

사막 유목민들의 나라, 무로브.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인들의 나라, 골락.


실질적으로 교류가 가능한 유일한 대륙이라고 할 수 있는 루멘과 가까이 위치했다는 지리적 이점에 골락인들의 뛰어난 조선술이 더해져 무역을 기반으로 막대한 재물을 끌어모은 나라가 골락이다.

그들은 루멘대륙이나 한대륙의 3국은 물론, 소문에는 용이 다스리는 비르무트나 사람이 오갈 수 없는 엣슘에도 끈이 닿아있다고 한다.


그만큼 한대륙에서 보기 힘든 귀한 물건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골락인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루멘에서만, 그것도 극소량만 나오는 고무인데..."


그는 한참을 신나서 설명을 했지만 사실 뵈나 율레는 이 정도로 상세한 정보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이건 뭐로 만든 거예요?'란 말은 사실 '와 신기하다.'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그녀와 다르게 넷은 그가 하는 설명이 퍽 흥미로웠는지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면 힘을 받은 고무가 액체 상태로 변했을 때를 고려해서 마법을 각인한 거라고요? 액체 상태에서만 빛을 흡수할 수 있게? 그게 가능한 말이에요?"

"대단하죠?"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듀시아가 나섰다.


"자. 저희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죠. 시간이 별로 없으니 서둘러 움직입시다."

"... 눈치 없기는."

"그러게나 말이에요. 제 조카지만 눈치가 진짜 없어요."


두 사람의 핀잔에, 정확히 말하면 넷의 핀잔에 듀시아는 마음에 심대한 타격을 입어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머지 사람들은 나갈 채비를 마쳤다.


"듀시아. 뭐해. 서두르자며."


넷의 부름에 듀시아는 벌떡 일어나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림에서 벗어나니 이제는 익숙한 공간이 나왔다.

부대장의 집무실이었다.


순서는 이트나가 선두, 그 뒤로 넷, 뵈나 율레, 듀시아 순이었다.

제일 앞장 선 이트나가 조심스레 집무실의 문을 열어 밖을 살폈다.

눈에 힘을 집중하여 살펴본 결과 숙소 밖에 나와있는 이들은 없었다.


그가 먼저 작업장 앞에 서니 나머지 세 사람도 작업장 석판을 빙 둘러 섰다.

이트나가 중간 쯤 위치한 진주를 만져 힘을 주니 석판이 조용히 열렸다.

석판 아래에는 새근새근 곤히 잠들어 있는 붉은 머리의 아기가 있었다.


조심히 아이를 챙긴 이트나가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미카, 그 너머였다.


어두움에 몸을 숨겨가며 열심히 발을 놀려 무사히 미카 세 번째 숲까지 들어온 일행을 맞이한 것은,


"왔느냐."


뚱뚱한 고양이 신비였다.

뵈나 율레는 고양이가 말하는 것이 놀라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이 여정에 동행한 이후로 왠지 그녀는 놀랄 일이 많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놀랄 때마다 일일이 티를 내다가는 한도 끝도 없을 것이란 생각에 그녀는 알아서 자제하기로 한 것이다.


신비는 예정에 없던 이가 한 명 추가 된 것을 보고는 설명을 요구했고 넷이 나서서 이트나에게 했던 설명 그대로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렇게 된 거로구먼. 그렇다면 주의사항을 말해주마."


가슴은 쭉 내밀고 괜히 목소리를 낮게 깔은 신비가 말을 이어가려고 하자 이트나가 막았다.


"그건 이미 다 말해줬으니 출발하죠?"

"... 내 역할을 빼앗지 마라! 죽음의 숲 속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을 말해주는 것 역시 길잡이가 마땅히 해야할 의무니라!"


이트나와 고양이 사이에 사소한 말다툼이 오가는 사이에 뵈나 율레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쟤 뭐 높으신 분이야? 말을 왜 저렇게 해?"

"귀엽죠?"

"?"


왜 그러냐고 물었는데 귀엽냐고 되물으면 어떻게 해?

고양이가 귀엽긴 하지만 그게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지는 않지 않니?

이런 의문들이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얹혀 가는 신세인만큼 뵈나 율레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자. 갈 길이 머니 잘 따라오거라."


죽음의 숲 속에 들어가기 전 스코아마를 벗은 네 사람은 신비를 따라 접근 금지라 쓰인 푯말은 넘어 죽음의 숲에 들어갔다.


***


일행은 죽음의 숲 속에서 한참을 걸었다.

이전에 빛이 가득한 공터로 갔을 때는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보다 배는 더 걷는 것 같았다.

물론 모든 것이 멈춘 공간이라 시간의 흐름을 짐작하기도 훨씬 더 어려웠지만 느낌이 그랬다는 것이다.


참다 못한 뵈나 율레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앞서가는 넷에게 물었다.


"허억... 헉. 언제까지. 걸어야 해?"


치료소에 살다시피 하는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체력이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숨 쉬기도 불편한 곳이니 지치는 것도 당연했다.

그녀의 질문에 답한 것은 앞장 선 고양이였다.


"죽음의 숲은 넓으니라. 카밀로테는 물론 저기 장인들의 나라인 라페보다도 넓지. 원래대로라면 우리의 목적지까지 걸어서 하루는 꼬박 걸릴 거리다. 다행인 점은..."


걸걸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가던 신비는 말하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비슷한 것을 몇 번 해본 일행은 신비가 따로 말하지 않았음에도 신비 곁에 바짝 붙어 섰다.


"하나... 둘... 셋!"


신비의 구호에 맞춰 일행이 폴짝 뛰자 전혀 다른 공간이 튀어나왔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신비가 다시 앞장 섰다.


"다행인 점은 공간이 왜곡된 걸 이용하면 이렇게 금방 도착할 수 있다는 게지."


신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빽빽하게 늘어선 나무로 좁아진 시야가 갑자기 확 트였다.

하늘도 가릴 정도로 빽빽하던 나무들의 틈을 벗어나 도착한 곳은 호수였다.

새파란 호수.


호수는 하늘에 뜬 작은빛과 별에서 나오는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고 있었다.

호수 한쪽에는 높은 키의 갈대가 무리지어 자라 있었으며 갈대가 있는 곳 양 옆으로 커다란 돌덩이가 놓여있었다.

죽음의 숲과는 다른 곳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죽음의 숲 속에서 홀로 살아있는 듯 잔잔한 바람이 불어 이리저리 갈대를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에 흐르는 땀을 시원하게 훑고 지나가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그들은 커다란 돌덩이 사이로 다가갔다.


"어... 저기 뭐가 있는데?"


뵈나 율레는 돌덩이 사이로 떠있는 두 개의 불빛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공중에 떠있는 불빛은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귀...신일까?"


놀라지 않기로 했지 겁내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었다.

그녀는 정체 모를 불빛이 두둥실 떠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잔뜩 겁을 집어먹은 듯 했다.

넷은 치료사의 의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불빛이 떠서 다가온다면 마법을 생각하지 귀신을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뵈나 율레가 겁을 집어먹고 움직이지 않는 사이, 신비가 떠오른 불빛을 향해 먼저 뛰어나갔다.


"아버지! 어찌하여 여기까지 나오신 겝니까! 몸도 성치 않으실텐데."


공중에 떠있던 것은 고양이의 눈이었다.

까만 털이 어둠 속에 녹아 노란 눈만 보였던 것이었다.

까만 고양이는 그들 앞에 마치 절을 하듯 엎드렸다.


"오셨습니까 유고님. 희망의 빛을 잇는 이시여."


신비보다 한층 더 나이든 목소리였다.

이트나는 줄곧 품에 안고 있던 아기를 뵈나 율레에게 맡기고 노묘 앞으로 나가 쭈그리고 앉았다.


“부담스러우니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니까요. 투실라고씨.”


그는 어찌 된 것이 갈수록 앙상해지냐며 노묘를 안아 올렸다.


"어쩔 수 없지요. 저희는 장수하는 종족이 아닌지라. 사실 제가 지금까지 산 것도 기적과도 같은 일이지요."


그들은 마치 오래 된 벗처럼 말을 주고 받았다.

뵈나 율레는 어딘가 낯이 익은 고양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서 안으로 가시죠.”


노묘가 그들을 이끌기 위해 이트나의 품에서 벗어나 땅에 내려 앉은 때였다.

뵈나 율레의 머릿속에 있던 오래된 기억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혹시 옛날에 그 사람... 율레가 키우던 고양이 아니니?"


그녀의 물음에 노묘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오오...! 혹시 뵈나 가문의 율레 아가씨이십니까?"

"어... 어. 맞아. 요."

"세상에 이리도 반가울 수가! 훌륭하게 자라셨습니다. 이 투실라고, 감격에 겨워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노묘는 뵈나 율레 앞에 섰다.


"정식으로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은 투실라고. 희망의 빛을 밝히는 자이신 루스트로님, 그러니까 여러분이 아시는 이름으로는 트리아트 율레님을 한때 모셨던 몸입니다. 미천한 자에게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지요. 지금은 염치없게도 아들놈에게 길잡이를 맡기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고 있지요."


투실라고란 이름을 어디서 들었나 싶었는데...

넷의 머릿속으로 다날과 만났던 순간이 떠올랐다.

신비를 봤냐며 다날에게 묻자 그녀가 했던 말이,


- 아! 투실라고의 아이 말하는 거구나. 그 아이는 살 좀 빼야해. 제 아빠가 걱정이 많아.


였다.


'신비의 아버지되는 분이셨구나.'


감회가 새로운 넷이 물끄러미 투실라고와 신비를 번갈아 보는 사이, 투실라고가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이곳에 계신 것을 보니 그분께서 다 말씀하셨나 보죠?"

"네? 아... 네."


그녀의 답에 노묘가 껄껄하고 한참을 웃었다.


“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두 분이 참으로 애틋하시지 않았습니까? 두 분 사이가 멀어지고 나서 그분께서는 저를 붙들고 참 많이도 우셨답니다."

"울었...다고요?"

"그럼요. 나중에 제가 다 알아 듣는다는 것을 아신 루스트로님이 얼굴이 새빨개지셔서 부끄러워하시던 모습이 눈에 아직도 선하네요."


노묘가 추억에 젖으려는 순간.

누군가 노묘를 덥썩 붙들었다.

넷이었다.

웃는 것인지 놀란 것인지 모를 표정으로 그녀가 물었다.


"그러니까. 그 부대장님이 그쪽을 붙들고 울었다고요? 막 엉엉 하고?"

"... 그렇죠?"


푸흡.


그 사이 11월 마을의 치료소.

율레 부대장은 유독 가려운 귀를 열심히 긁고 있었다.


"괜히 보냈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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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 오 오오옷 이 맛은 22.09.21 60 3 12쪽
85 85. 구라 치다 걸리면 22.09.20 42 3 12쪽
84 84. 조금만 나에게 힘을 나눠 줘 +1 22.09.19 46 3 12쪽
83 83. 한 번 봐준다 22.09.15 48 2 11쪽
82 82. 넌 이미 함정에 빠져 있다 22.09.14 47 2 12쪽
81 81. 이젠 가망이 없어 +1 22.09.13 51 2 12쪽
80 80. 산들바람에 바다가 마르고 22.09.12 49 2 12쪽
79 79. 가족과 함께하는 밀도 있는 시간 22.09.08 50 2 12쪽
78 78. 아가리 싸움꾼 22.09.07 52 2 12쪽
77 77. 왕 신 장군 황제 대장 22.09.06 37 3 12쪽
76 76. 불효자식 22.09.05 63 2 12쪽
75 75. 멈춰 22.09.01 42 2 12쪽
74 74. 나 잡아봐라 22.08.31 38 2 12쪽
» 73.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22.08.30 42 2 12쪽
72 72.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고 22.08.29 43 2 12쪽
71 71. 바람 22.08.25 3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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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 상사를 죽이는 18가지 방법 22.08.23 34 3 12쪽
68 68. 놀라울 만큼 그 누구도 관심을 +1 22.08.22 4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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