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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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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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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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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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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크야!! 밥 먹어라!

DUMMY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남은 고기를 입에 전부 넣고···

도망갈 구멍을 찾았지만..


“좆됐네 진짜.”


동굴의 입구는 단 하나.

바위가 뜯어져 나간 출입구엔 거대한 오크가 등에 도끼를 맨 채 섰다.

그리고 그 놈의 입가엔..


“흐으.. 대체 무슨 냄새냔 말이다. 제발 이 냄새의 근원을 가져와라.”


침이 줄줄 흐르고 있다.

양쪽의 침샘이 터져버린 듯 침이 쏟아졌다.


“뭐? 무슨 냄새?”

“나는 이제껏 이런 진한 육향을 맡아본 적이 없다.”

“아..”


냄새를 맡지 못해 계속 잊어버린다.

지금 내가 고기를 먹고 있다는 것을.


“멧돼지 고기 찾으러 온 거 아니었어..?”

“이제 그딴건 중요치않다. 이 냄새는 대체 무어냐.”


꽤나 흥분한 듯 하지만, 대화가 가능한 놈이다.

침착하자..


“나는 냄새를 맡지 못해. 네가 무슨 냄새를 말하는지는 대충 알겠는데···”

“알면 다오.”

“미안하지만.. 이미 조리한건 내가 다 먹었어..”

“뭐?! 더 이상 없단 말이야?!”


오크의 눈빛이 매섭게 변하며 점점 붉게 물들었다.


“자..잠깐만!! 기다리면.. 준비해줄 수 있어.”

“그래?”


살기 위해 어떻게든 해야했다.

아직 고기는 남았다.

다만··· 놈이 사냥한 멧돼지고기라는 걸 들키면.. 나를 공격하려나..


“대신.. 나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약속이란 것을 지킬지는 모르겠지만..

받아놔야 조금이라도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네 놈을 공격해서 내게 어떤 이득이 있지? 네 놈 강한가?”


강하면 이 딴 부탁을 하고 있겠어? 라고 하고 싶지만···


“난 싸우는 걸 안 좋아해 평화주의자라고.”


물론 주방에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지만..

멧돼지를 때려잡는 괴물 앞에선 평화주의자가 될 수 밖에.


“전투를 좋아하지 않아? 평화? 이 바노스 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군.”

“바노스국?”

“그래, 바노스국은 어린 오크부터 늙은 트롤까지 종과 연령 상관없이 모두가 전사인데.. 넌..무어냐.”

“나..? 난 인간인데.”

“인간이라.. 처음듣는 종족이군. 어쩐지 비리비리한 것이 전투의지도 없어보여 버리고 갔더니··· 용케도 살아남았군.”


키가 188에 100키로.

그 힘든 요리를 하면서도 매일 꾸준히 운동해 몸을 키운 내가··· 비리비리?

생전 처음 듣는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다행이랄까..


“나를 공격할 생각이 없단거지···?”

“그래, 어서 그 냄새나는 것을 다오.”


냄새나는 것이라니.. 썩 기분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묽은 침을 쏟아내고 있는 놈의 입가가 말해주고 있다.

그저 고기가 먹고 싶다고.


“그냥 고기를 쪘을 뿐인데.. 괜찮겠어?”

“쪘다? 그게 뭐지?”

“찜 말이야 목살 찐건데..”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어떻게 저 괴물의 말이 이해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쭉 소통이 됐는데.. 찜을 모른다고?


“물을 넣고 고기를 익혔다고.”

“고기를 물에 넣어?”

“아니에 고기를 넣는게 아니라..! 하아.. 아무튼 기다려봐. 남은 고기로 해줄 테니까.”


손질해 두었던 앞다리살을 목살과 같은 방식으로 조리했다.


“고기에 무슨 짓을 하는거지?”

“쪄먹어본 적이 없는거야?”

“고기는 신선한 상태 그대로 먹거나 시간이 지난 것은 불에 구워먹는게 최고지 않나.”

“야생 멧돼지를? 기생충 감염돼서 죽어버릴걸..?!”

“난 매일을 그렇게 먹어왔다.”


괴물 놈답게 속도 괴물인건가.

기생충이고 뭐고 다 소용없는 모양이다.

이놈을 인간의 관점으로 이해하면 안되겠지..


“날 것으로 먹거나 구이만 먹는다라···”


냄새를 맡고 자극이 된 건 알겠지만···

돼지고기찜이 돼지고기찜이지···

녀석이 만족하지 못하고 실망하면 날 공격하는건 아니겠지?

불안하다.


“흐음..! 얼마나 더 기다려야하나!”

“30분만 기다려.”

“빨리 안되나?

“왜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 기다려.”


그 무섭던 오크가 지금은 참을성 없는 어린 아이 같았다.


“끄응··· 그럼 난 잠시 눈 좀 붙이도록 하지.”


오크는 도끼를 내려놓고 벽에 등을 기대 앉았다.

그 모습을 보자 두려움은 가시고 짜증이 몰려왔다.


“남의 집은 다 부숴놓고 잠이 와?”

“여기가 집이라고?”

“잘 지내고 있었는데, 네가 다 때려부수고 들어왔잖아.”

“애초에 부름에 대답도 없으니 할 수 없잖은가.”

“그렇게 다 때려부술 기세로 다가오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나가냐고.”

“미안하게 됐군.”


딱히 사과를 듣기 위해 한 말은 아니지만..

듣고나니 녀석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사라졌다.


“아무튼 기다려 냄새가 나는 걸 보니까.. 오래 안 걸릴거야. 응..?! 냄새?”


후각은 분명 마비됐다.

처음 목살을 찔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감각이다.

이 짙은 쑥향과 고소한 육향이 어우러져 코를 간질였다.


“으으.. 아까 그 냄새다. 참을 수가 없군. 킁킁!”

“기다려..!”


하지만 나도 참기가 어려웠다.

어찌 된 일인지 냄새가 난다.


“흐-음~”


분명히 코 속으로 풍부한 육향이 들어온다.

꿈이라면 깨지 않기를···


[ 시간 내 요리를 완성했습니다. ]

[ 일시적으로 신체기능이 회복 됩니다. ]

[ 요리를 섭취했습니다. ]

[ 체력이 회복 됩니다. ]


성공한건가..

그 대가로 신체기능 회복? 그래서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된 거라고?


“일시적이라고?!”


[ 회복 된 신체기능은 1일간 지속 됩니다. ]


하루동안만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건가.

홀로그램만 보면 믿을 수 없지만..

이미 쑥향 가득한 앞다리살찜이 느껴진다.


“게다가..”


1박2일간 괴물과 멧돼지들에게 쫓기느라 쌓인 피로가 사라졌다.


“혼자 뭐라 중얼거리는거야. 그걸 내게 다오.”


닦달하는 오크놈에게 손바닥을 들어보이며 막고 찜기를 열었다.


화-악!!


엄청난 증기가 쏟아져 나왔고.

동시에 더욱 진한 육향이 코로 들어왔다.


“흐음~”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즐거운 것인지 몰랐다.


앞다리살 약간을 잘라 입에 넣었다.


“이 정도면.. 적당해.”


오랜시간 익히진 못해서 조금 질겼지만, 멧돼지 특유의 잡내는 잡았다.

아니 잡았다기보단···


“이 쑥 뭐지?”


이 곳의 야생쑥은 살면서 맡아 본 그 어떤 쑥의 향보다 짙다.

그윽한 쑥향이 멧돼지의 누린내를 잡을 뿐 아니라, 앞다리살의 얇은 지방층 풍미를 살렸다.


“네 놈만 먹지말고 내게 다오!”

“잘라줄게, 기다려.”

“그럴 필요 없다.”


오크는 각각 1키로 정도 되는 앞다리 덩어리 두 점을 한 입에 털어넣었다.


“우걱우걱!! 쯔압!쯔압!”


커다란 고깃덩이를 씹는 소리가 무너진 굴에도 울려퍼졌다.


두 송곳니가 위아래로 요동치는 오크 놈의 고기먹방은 가히 야만적.


“꺼억-!”


10인분 정도 고기를 단숨에 먹어치웠다.


“이게 무슨 고기지?! 더 없나? 당장 고기를 더 주게. 부디! 부탁하네.”


황홀한 듯 눈이 커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 오크가 내 양팔을 붙잡고 재촉했다.


“내가 가진 고기는 전부였어..”

“어떤 고기지? 내가 당장에라도 잡아오겠네.”

“어떤 고기라고 해도 화내지 않는다고 약속해.”

“대체 뭐길래··· 알겠네. 이런 엄청난 고기를 맛보게 해준 자네에게 화를 낼 일이 뭐가 있겠나.”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멧돼지 머리 훔친 것 정도는 용서해줄 것 같다.


“네가 잡았던 멧돼지 머리에서 일부 떼 온 거야.”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말해주기가 그리도 싫은 거냐?”

“그 멧돼지라니까.”

“평생 내가 먹은 멧돼지만 몇 마리인 줄 아는게냐. 이건 절대 다르다.”


오크놈은 전혀 믿질 않는 눈치다.


“쑥으로 쪄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아까 네가 사용한 도구! 저거! 저것이 그런 맛을 내는 것이냐?”

“저거라서는 아니고.. 쑥이랑 맛술이랑 이것저것 썼으니까?”


처음의 무서운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오크 놈이 호들갑을 떨었다.

특별한 조리법도 아니었는데..


오크놈이 더 먹고 싶어 날 뛰는 것을 보니..

묘한 성취감이 생겼다.


[ 오크족 ‘야그나르’가 당신의 음식을 섭취했습니다. ]

[ 이종족에게 최초로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

[ 보상으로 ‘인벤토리’ 기능이 활성화 됩니다. ]


바로 전 날.

생존 보상으로 주어진 것이 두 개의 가방이다.


하지만 이번엔 랜덤도 아니고 내 물건도 아니다.


“인벤토리?”


한 마디 입을 열었을 뿐인데, 지금껏 본 홀로그램과 다른 창이 떴다.

8x8칸의 빈 칸을 가진 창.


거기다 ‘야그나르?’

이 오크 녀석의 이름인건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맛이군. 이것이 멧돼지 일 리 없지.”

“멧돼지가 맞다니까 그러네. 근데 네 이름이 야그나르야?”

“네 놈! 누구냐!”


오크가 옆에 놓아두었던 도끼를 들어 내 목을 겨누었다···


“난.. 지준우.. 요리사야.”

“나를 어떻게 알지? 내 목숨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냐?!”

“무..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내가 널 어떻게 죽여.. 제발 부탁이니까 도끼 좀 치워줄래?”


눈 앞에 도끼는 날이 제대로 서 있다.

평생 날붙이를 만진 나는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다.


도끼가 닿는 순간 내 몸은 두동강 난다.


“내 목숨을 노렸다면 너의 실수다. 난 드레이니 최고의 전사 ‘야그나르’다!”

“그러니까 네 목숨 같은 거 노린 적 없다고! 난 동굴에 가만히 있는데 네가 찾아와서 이러고 있는거잖아..!”


이 미친놈이 이름 한 번 불렀다고 나를 죽이려 한다.


“그럼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있지?”


이 홀로그램창이 녀석에겐 안 보이는건가?

그렇다면 이걸 설명해봐야 믿기 어렵겠지.


“오크족 최고의 전사라고 이름을 들어본 것 같아.”

“뭐? 너는 어느 종족이기에 내 소문을 들었지?”


초록피부를 가진 야그나르의 얼굴이 묘하게 붉어졌다.

기뻐하고 있다.


“나는 인간인데.. 어쩌다 이 곳에 왔는지는 모르겠어.”

“흐음.. 길을 잃은 것인가.”

“그런 것 같아.”


달리 표현 할 방법이 없다.


“안타까운 인간이었군.. 그렇다면 내 멧돼지를 잡아 올테니 좀 전의 그것을 다시 맛 보여 줄 수 있나?”


거절했다간 살해당할지 모른다.

계단에서 구른 후,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도 다시 죽고싶진 않다.


“그래.”

“아니지, 지금 드레이니로 가지.”

“드레이니? 거기가 어딘데?”

“우리의 전초기지일세. 그 곳에 가면 사냥해 둔 고기가 있어.”


갑작스러운 초대에 당황스럽긴 했지만···


“알겠어.”


거절할 수 없었다.

놈의 도끼가 언제 내 목을 노릴지 모르니까.

그 곳에 가면 더 많은 오크가 있을거다.


“그럼 바로 출발하지.”

“어..어.. 잠시만 나 짐 좀 챙길게.”


안 쪽에 두었던 칼 가방을 집는 순간.

가방이 번쩍하더니 사라졌다.


“어..?”


그리고 허공에 떠 있던 인벤토리가 빛나더니 첫번째 칸에 가방 그림이 그려졌다.


인벤토리에 들어간건가?

그렇다면..

인벤토리 창을 향해 손을 뻗자, 창 안에서 가방이 나왔다.


창이 열린 상태로 다시 가방을 만지자 인벤토리가 채워졌다.


“개꿀이네.”


소중하지만 불편한 짐 덩어리들을 챙길 수고를 덜었다.


“응? 짐을 챙겨야한다 하지 않았나? 맨 손이군?”

“다 챙겼어.”

“무기도 없나?”

“무기? 난 전사가 아니야.”

“전사가 아니라니.. 인간이란 종족이 궁금해 지는 군.”


그렇게 야그나르와 동행한지 1분이나 됐을까?

갑자기 멈춰선 야그나르가 이리저리 날뛰며 몸을 풀었다.


“음.. 오늘따라 발이 왜 이리 가볍지? 발바닥에 통증도 사라진 것 같군.”

“통증?”


[ 당신의 음식을 먹은 ‘야그나르’의 체력이 회복됩니다. ]

[ ‘야그나르’의 고질병 족저근막염이 치료 되었습니다. ]


“오크가 족저근막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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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이게 속세의 맛이다. 24.05.15 58 2 11쪽
32 음식 취향이 안 맞아. 24.05.14 72 2 11쪽
31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1) 24.05.13 87 3 11쪽
30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 24.05.12 84 3 11쪽
29 대족장의 막내아들. +1 24.05.11 89 6 12쪽
28 늙은오크 회춘하다(1) 24.05.10 105 7 11쪽
27 늙은 오크 회춘하다. +1 24.05.09 103 6 11쪽
26 늙은 오크의 고충. 24.05.08 108 7 12쪽
25 요리보조 오크1,2,3. +1 24.05.07 117 7 11쪽
24 쌀밥이 최고야. 24.05.06 130 8 11쪽
23 고추 먹으니 쌀밥이 땡겨. +1 24.05.05 137 8 12쪽
22 오크에게 고추먹이기. 24.05.05 131 7 11쪽
21 요리하는 오크. 24.05.04 148 9 12쪽
20 최초의 S급도구. 24.05.04 156 10 12쪽
19 전염병에 걸린 오크들. 24.05.03 159 10 12쪽
18 드워프가 좋아하는 음료. 24.05.02 164 10 12쪽
17 드워프와의 대결 24.05.01 172 10 11쪽
16 한국에서 온 요리술사. 24.04.30 186 10 12쪽
15 드레이니에 온 추가 병력 24.04.29 192 10 12쪽
14 드워프 꼬시기 24.04.28 198 10 11쪽
13 두번째 정착민 24.04.27 199 10 11쪽
12 요리사의 자급자족 +1 24.04.26 205 10 11쪽
11 최고의 보리음료. 24.04.25 212 8 11쪽
10 최초의 음료 만들기 +1 24.04.24 214 8 12쪽
9 내가 너를 구해줄게. 24.04.23 220 5 13쪽
8 석빙고를 부탁해! 24.04.22 237 10 14쪽
7 오크족 단체급식. 24.04.21 251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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