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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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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14 12:08
최근연재일 :
2024.05.24 08:25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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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
글자수 :
220,232

작성
24.05.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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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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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요리하는 오크.

DUMMY

“이..이렇게 밀면 되는건가?”

“응! 잘하네.”


야그나르 인생 첫 조리다.


칼 숙련도가 올라간다니..

언젠가 재료 손질 정도는 믿고 맡길 수 있을지 모른다.


“쉽구만!”


야그나르의 손가락이 칼날과 몇 번이고 만났다 떨어졌다.


채칼의 고유효과가 아니었으면 이미 몇번이고 피를 봤을거다.


“덕분에 더 빨리 준비할 수 있겠어.”

“그래? 췩!취익! 역시 오크 최고전사인 나로선 못하는 게 없지.”


기쁜 듯 얼굴이 뻘개진 야그나르는 가지 써는데 스퍼트를 올렸다.


“다 썰었네 준우.”

“그럼 여기 다진고기를 가지 사이에 끼워넣어.”


야그나르 덕에 빠른 준비가 가능해졌다.

거구의 오크가 저 큰 손으로 가지 사이에 다진고기를 넣는 모습은 꽤나 귀여웠다.


“야야! 고기 삐져나온다 야그나르야.”

“아.. 손이 커서 쉽지 않군.”

“그래 괜찮으니까 천천히 해봐.”


역시 처음 하는 요리가 서툴렀지만 꽤나 큰 도움이 됐다.


“계속하고 있어.”


야그나르가 준비하는 사이.

감자튀김을 하고 남은 기름에 대파와 양파를 넣고 끓였다.


“한참 더 쓸 수 있겠어.”


적지 않은 감자를 튀기느라 양이 줄긴했지만, 식용유 상태는 좋다.


대파와 양파가 기름 위로 떠오르자 모두 건져내고 준비 된 가지샌드를 가져왔다.


“야그나르 다 만들면 밖으로 가져와.”

“알겠다.”


손을 담글 기세로 기름 가까이에서 전분물 묻힌 가지샌드를 슬며시 내려놓았다.


치이익-!

탓! 타닷!


망설일 것 없이 계속해서 전분물을 얇게 묻힌 가지샌드가 기름 위로 투하됐다.


‘늦으면 안돼.’


천천히 넣었다간 처음 넣은 가지샌드는 안에 고기까지 익지않고 겉은 타버린다.


한번에 쏟아부을 수도 없다.


그랬다간 샌드 모양이 흐트러지고 안의 고기가 삐져나와 탄 고기 잔해들이 다른 튀김에 달라붙을거다.


“바쁘네..”


야그나르 덕에 첫끼를 더 빨리 내놓을 수 있게 됐지만···


튀기는 과정만으로도 쉴 시간은 없었다.


튀김용 채로 가지튀김을 뒤집어주고 먼저 들어간 노릇해진 것들을 건져낸다.

그리고 또 다시 새 반죽들을 집어넣는 것의 반복.


솥 옆쪽에 놓아둔 깨끗한 튀김용 소쿠리까지.

동선은 간결하고 동작도 재빨랐다.


“준우. 여기 한판 더 가져왔네.”

“고마워. 나머지도 부탁할게.”


야그나르가 만든 샌드 모양은 투박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굳이 비교하면 값 비싼 파인 다이닝의 것과 명절날 온 가족이 모여 아이들과 함께 만든 튀김의 차이랄까.


겉모습의 차이가 있지만, 둘다 맛은 똑같다.


한참동안 가지를 튀겼고..


“이게 마지막이네.”

“고생했어. 어제 그 오크들 좀 불러줄래?”

“그러지. 으갸갸갹!”


야그나르가 기지개를 켜는 소리는 잠자던 오크들도 전부 깨어날 정도로 컸다.


“허리 아프지?”

“아니라곤 못하겠군.허허허.”


계속 구부정한 자세로 가지샌드 만들기에 집중했으니 허리가 아플만 하다.


“오크들 불러오고 조금만 기다려. 금방 준비해 줄 테니까.”

“그래, 준우의 음식이라면 이 아픈 허리도 금방 괜찮아지겠지.”


흐르는 땀을 닦으며 가지샌드 마지막 한판을 튀겼고.


“오늘까진 칠리소스로 해볼까.”


작은 솥에 얼마 안남은 고추장의 절반을 덜어 넣고 전 날 만든 케찹과 설탕과 물을 약간 넣어 끓였다.


“야매긴 하지만.. 재료가 부족하니 할 수 없지.”


고추장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고추 전부 빻아야겠어.”


지난번 말린 고추 중 덜 매운 녀석들로 골라놓은 것들로 고추가루와 고추장을 만들거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지만.. 아침식사에만 집중하자.”


몸이 두개라도 모자라다.


“뿌리채 생으로 먹는 게 가장 좋을텐데..”


먹지 않은 애기입맛 오크들을 위해 산삼을 잘게 잘랐다.


“내 마음도 산산조각나네..”


잘게 썬 산삼을 완성되어 한김 식힌 칠리소스에 넣어 섞었다.


“준우 잘잤나?”

“응, 다들 그릇 걷어왔지?”

“여기있네.”


인사를 받을 새도 없이 한번 더 튀긴 가지튀김을 그릇에 담고 산삼칠리소스를 부어줬다.


“하.. 힘들었다.”


아침부터 땀을 잔뜩 흘리고 마시는 ‘오크의 샘물’은 꿀맛이다.


힘겨운 식사준비 후.


오크들이 가져다 준 통나무가 있는 공터로 향했다.

집과는 거리가 있는 넓은 곳이다.


통나무 네개를 땅에 파묻어 기둥을 세워 축구 골대 형태로 만들고.


“칡덩쿨 모아두길 잘했네.”


그 무성하던 칡덩쿨로 통나무들을 엮어

철창 대신 칡으로 덩쿨벽을 만들었다.


“닭장 완성! 너무 넓나..?”


형태는 같지만 크기는 축구 골대 두개를 합친 것 이상이다.


“넓어서 나쁠 건 없겠지.”


[ 오크들이 식사에 만족합니다. ]

[ 일부 오크들의 면역력이 상승합니다. ]


닭장을 만드는 동안 오크들이 식사를 끝냈다.


[ 보상을 선택하세요. ]

1. 일시적인 후각의 완전 회복.

2. 후각의 5% 완전 회복.

3. 전염병 치료제.


1-2번은 익숙한 후각 회복에 대한 내용.


“치료제?”


산삼을 먹였는데 치료제가 필요할까?


지금껏 음식만으로 치료를 해왔다.


그런데 굳이 보상으로 치료제를 선택할 필요는 없겠지.


“2번으로 할게.”


이로써 후각의 이십퍼센트가 회복됐다.

오크들의 상태를 확인할겸 크룰크의 집으로 향했다.


“크룰크 있어요?”

“나가려던 참인데 무슨 일이지?”

“다름이 아니고, 마을 밖에서 닭들 좀 잡아다 줄 수 있어요? 되도록 많이.”

“식량이 많이 부족한가?”

“그런게 아니고.. 그것들 좀 키워보려구요.”


크룰크는 머리를 맞은 듯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키운다고?”


오크들은 가축에 대한 개념이 없다.

닭장이 뭔지도 모르겠지.


“네, 무조건 산 채로 잡아오셔야해요. 저쪽 공터에 닭장을 만들어 뒀으니 거기에 넣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닭장이 뭐지?”

“닭들이 지낼 집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야그나르도 알고있나?”

“아뇨. 크룰크한테 먼저 얘기하는 거예요.”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야그나르나 족장님의 허락을 받아오게.”


오크족 모두가 호의적이지만 크룰크는 냉철하고 선이 확실하다.


“그럴게요. 그리고 오크들 전염병 나았을 거예요.”

“정말인가?”

“예.”

“확인 해 보도록 하지.”


회복 전이라 해도 사실상 격리는 큰 의미가 없다.

드레이니에 먼저 와 있던 오크들은 전쟁 중에도 옮지 않았고, 산삼과 고블린 독을 소화시킨 나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가둬둘 수는 없겠지.”


크룰크와 대화 후에도 쉴 새 없이 고추를 빻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하··· 미니절구로는 끝도 없는데.”


와츠가 절구도 만들 수 있을까?

철도 아니고 돌이나 나무를 깎아 만들어야 할텐데..


급한대로 미니절구에 소량의 고추만 넣어 빻았다.

얼마나 빻았을까.


“슬슬 음식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준우!! 이 놈!!”

“응..?”


저 멀리서 잔뜩 화가 난 크룰크가 뛰어왔다.


“왜.. 왜 그래요?”

“분명 병이 나았을거라 하지 않았나!”

“그랬죠.”

“여전히 보랏빛 반점에 다들 기력이 없는게 그대로일세! 어찌 된 건가.”

“네?!”


산삼을 먹였고 면역력이 올랐다는 메세지까지 떴는데.. 왜지?


“어느 누구도 낫질 않았단 말이야!”

“그럴리가 없는데···”

“너너..! 지금 그 고추들로 뭘 하는거지?”

“아.. 이거. 음식에 넣으려구요.”

“뭐뭣..!? 그걸 우리 오크들에게 먹일 생각인가?”


그제야 아차싶었다.


야그나르에 의하면 오크들은 평소에 고추를 먹지 않는다.


그저 성인식을 위한 재료라거나 적에게 사용하기 위한 채소일 뿐.


“이렇게 가루내서 음식에 소량만 넣으면 훨씬 더..”

“우리 음식에 그 끔찍한 것을 넣겠다니. 내 당장 족장님께 이 사실을..”

“잠깐 제 얘기 좀..!”


흥분한 크룰크가 뒤도 보지 않고 사라졌다.


평소 냉철하던 녀석도 결국 오크는 오크다.


크룰크는 석빙고 건설에 참여하지 않았다.

비빔 칼국수 맛을 못 보았고.


고통을 주기 위해 쓰던 재료를 음식에 쓴다는 놈이 곱게 보이진 않았겠지.


“하아.. 아 몰라. 야그나르가 잘 말해주겠지.”


마른고추 빻는데 집중했다.


“이쯤 해둘까.”


고추를 전부 빻다가는 점심은 준비도 못하게 생겼다.


“준우.”


화로에 불을 붙이던 중에 족장 우르그카가 크룰크와 함께 왔다.


“족장님 오셨어요.”

“그래,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네.”


드레이니 안에서 대부분 일은 야그나르를 통했다.

최고전사의 위치에 있는 그에게 모든 권한이 있지만..

나이 든 족장의 이야기도 무시할 순 없다.


“말씀하시죠.”


족장이 우리 집을 찾는 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크룰크와 함께 온 것을 보면 대충 예상은 되지만..


“우리가 먹을 음식에 고추를 넣는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


역시.


“예, 맞는데요.”

“이유가 뭐지? 우리 오크들이 자네에게 해를 끼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있었나?”

“아뇨 그런게 아니라···”

“난 항상 자네에게 감사했기에 선물이라도 할 생각을 했는데··· 어찌 우리에게..”


우르그카도 상심이 큰건지 크룰크에 대한 신뢰가 강해서인지 고추를 넣겠다는 말에만 꽂혔다.


“그렇게 맵지 않은 고추만 골랐어요. 그리고 이걸 그냥 먹이는게 아니고.. 맛있게 해드릴 겁니다. 야그나르는 일전에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먹어보기도 했구요.”

“그게 정말인가?”

“네, 야그나르 외에도 석빙고 건설인원 모두가 먹어봤어요.”

“흠.. 크룰크 그들을 불러오게.”


야그나르는 사냥을 나간 상태.

석빙고 건설 참여 인원 둘을 데려왔다.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먹어봤다는게 사실인가?”

“준우의 말로는 그렇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고추처럼 빨간 음식이었지만 실제고 고추를 넣었는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아니! 먹었잖아요!”


오크의 대답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녀석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고추장이 들어갔다고!


“고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입술과 혀 끝에 얼얼한 느낌이 있긴 했습니다.”

“그거봐요! 족장님 지금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렇게 고추를 빻아서 눈에 보이지 않았을 수 있어요.”

“흠··· 자네 성인식은 치뤘지?”

“예.”


우르그카는 석빙고 인부에게 그 맛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그래서 그 고통스러운 맛과 같았나?”

“그런 고통은 없었고 그저 입술이 얼얼한 황홀한 맛이었습니다. 또 먹고싶군요.”

“이래선 확실히 알 수 없겠군. 크룰크 일단 자네가 말한 것은 보류해두게.”

“하지만 족장님.. 저기 보십시오. 언제 음식에 고추를 넣을지 모릅니다.”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크룰크가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간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크룰크, 진짜예요 절 믿어줘요.”

“그렇다면 병이 나았을거라고 했던 오크들은 왜 그대로지?”

“그건 뭔가 착오가..”


전염병 때문에 오해가 깊어져 불신이 생겼다.


“병은 제가 확신할 수 없지만··· 고추가 들어간 음식은 제가 이 자리에서 해 먹으면 믿으시겠어요?”

“고추를 먹겠단건가?”

“원하시면 고추도 먹을게요.”


자신있는 모습에 우르그카와 크룰크가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인간은 원래 고추를 먹는가?”

“예 뭐.”

“우리 오크들은 먹을 수 없네. 자네가 먹어보인다고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아니..! 매운 맛에 약한건 알겠는데.. 음식에 넣는댔지 생으로 그냥 먹으라는게 아니잖아요!”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어서 야그나르가 와줬으면..


띵-


[ 크룰크와 우르그카에게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먹이세요. ]

[ 성공시, 전염병 치료제가 주어집니다. ]

[ 실패시, 드레이니의 고추는 모두 말라 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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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우유 먹으면 튼튼해져. 24.05.21 54 5 10쪽
38 사냥의 전리품 24.05.20 74 5 11쪽
37 곰 사냥꾼. 24.05.19 88 5 12쪽
36 숲은 내게 정육점일 뿐. 24.05.18 9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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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게 속세의 맛이다(1) +3 24.05.16 118 9 11쪽
33 이게 속세의 맛이다. 24.05.15 124 6 11쪽
32 음식 취향이 안 맞아. 24.05.14 134 7 11쪽
31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1) 24.05.13 143 5 11쪽
30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 24.05.12 139 5 11쪽
29 대족장의 막내아들. +1 24.05.11 142 8 12쪽
28 늙은오크 회춘하다(1) 24.05.10 164 10 11쪽
27 늙은 오크 회춘하다. +1 24.05.09 162 9 11쪽
26 늙은 오크의 고충. 24.05.08 166 9 12쪽
25 요리보조 오크1,2,3. +1 24.05.07 179 10 11쪽
24 쌀밥이 최고야. 24.05.06 191 11 11쪽
23 고추 먹으니 쌀밥이 땡겨. +1 24.05.05 196 10 12쪽
22 오크에게 고추먹이기. 24.05.05 194 9 11쪽
» 요리하는 오크. 24.05.04 209 12 12쪽
20 최초의 S급도구. 24.05.04 213 13 12쪽
19 전염병에 걸린 오크들. 24.05.03 214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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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드워프와의 대결 24.05.01 238 12 11쪽
16 한국에서 온 요리술사. 24.04.30 24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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