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타큐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14 12:08
최근연재일 :
2024.05.24 08:25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8,799
추천수 :
436
글자수 :
220,232

작성
24.05.06 18:25
조회
190
추천
11
글자
11쪽

쌀밥이 최고야.

DUMMY

그러고보니.. 드레이니의 계절감을 알기가 어려웠다.


오크들에게 계절 이야기를 해선 알아들을까?

크룰크라면 어쩌면..


“크룰크.”

“응?”

“이곳에도 계절이란게 존재해요?”

“그게 뭐지?”


농사를 짓고 있는 크룰크도 계절 자체를 모른다.

그저 ‘계절’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닐까?


“그.. 날씨가 더 더워진다거나 추워진다거나 하는 그런거요.”

“어제보단 오늘이 조금 더 덥지 않나?”

“아니 하룻 밤 사이에 그렇게 달라지는 묘한 차이 말구요. 한동안 지속되는 기온 변화 같은 거 없어요?”

“내가 느끼기에 드레이니는 언제나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네.”


변함없이 비슷한 기온이라면 밭에 저 커다란 작물들은 어떻게 설명이 되는거지?


겨울철을 대비한 비닐하우스도 없거니와 다른 비법도 없다.


“이것들 재배방법이 따로 있어요?”

“보다시피 땅 속에 씨앗을 심고 ‘오크의 샘물’을 적당량 뿌려주면 알아서 잘 자라지.”

“네?”


작물마다 재배 방법이 다를텐데···

크룰크는 그게 다인 듯 했다.


“왜 그리 심각하지? 야그나르가 구해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나?”

“아..아뇨.. 그런게 아니라.”


그래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눈 앞에 잘 익은 벼가 있다.


“이거 심으실거죠?”


밭 한 켠에 잔뜩 쌓인 벼를 보니 마음마저 풍족했다.


“그래야지.”

“그럼 낱알들만 따로 모으셔야겠네요?”

“그렇지?”

“낱알들 털어서 이 냄비 하나 가득만 가져다 주시겠어요? 주.방.보.조.씨?”


인벤토리에서 냄비 하나를 꺼내 건넸다.


“크흠.. 알겠네.”


이미 크룰크는 낱알들을 분리 할 생각이었을거다.

다만, 그가 이제 내 조리보조라는 것도 각인 시키고 싶었다.


보조에게 첫 지시를 내리고 향한 곳은 대장간.


“와츠!”


대장간은 고요했다.


“아직도 안 일어나고 뭐해!”


와츠는 오크들에 비하면 느즈막히 일어난다.


“으음··· 벌써 아침인가.”

“대장장이가 이렇게 게을러서야 되겠어?”

“해 뜬지가 얼마나 됐다고 재촉이냐.지준우.”

“이것 좀 크고 튼튼하게 만들어줘.”


미니 절구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저도 모르게 받아든 와츠는 절구를 구석구석 살폈고..


“뭐?”


잠도 덜깬 와츠였지만, 가릴 때가 아니다.


“저번에 고추 빻아서 가루내는거 봤지? 그렇게 쓰는거야. 아무리 빻아도 갈라지지 않고 튼튼한 걸로 만들 수 있겠어?”

“참나..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이 대장장이 와츠가 못 만드는 건 없다.”


잠에 덜 깬 상황에서도 자존심 하나는 기가막히다.


“역시 그렇지? 그럼 부탁할게. 최대한 빨리!”

“지금 만들어야 할 것도 잔뜩한데 또 추가 시키다니··· 으으.. 인간 주제에 나를 부려?”

“참, 크룰크가 보리 재배법 가르쳐주기로 했어.”

“어..?”


그제야 와츠의 표정이 밝아졌다.


“잘 부탁해!”

“그래 맡겨만 두라고!”


절구를 의뢰하고 전날 만들어 둔 닭장으로 향했다.


“꼭꼬고옥-!”


대형 닭장 안을 이십여마리의 닭이 헤집고 다녔다.


“실례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석진 곳에 달걀이 보였다.


“하나,둘,셋..”


많지는 않지만 충분했다.

어차피 다 나눠줄 수는 없으니까.


세 알을 챙겨 집 안에 가져다 두었다.


“적어도 현미는 먹을 수 있겠지.”


밥 먹을 생각에 기분좋게 일을 시작했다.

추가로 맥주도 제조했고, 어제 다 못한 고추도 빻았다.


“준우, 여기 부탁한 낱알들일세.”

“고마워요! 크룰크씨는 밭일 보시고 다른 보조들 불러주시겠어요?”

“그러지.”


냄비 한가득 담긴 낱알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


“도정기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때워야지.

곧 이어 도착한 보조에게 미니절구와 방망이를 쥐어줬다.


“이렇게 천천히 빻아서 겉껍질 두겹을 벗겨내는 거예요.”

“맡겨만 주게.”


오크가 말아 쥔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강하게 두드렸다.


“영웅의 지시를 받는 것은 크나큰 영광일세.”


야그나르가 인정한 ‘오크들의 영웅’이 된 덕이다.


“아하···네.”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참 편했다.


“나는 뭘 도와주면 될까?”


내겐 보조 하나가 더 남았다.


“소쿠리를 들고 밭에가서 이 백태(노란 콩)가 있을 거예요. 소쿠리 가득 따서 껍질 까주세요.”

“껍질이 있다고?”

“크룰크씨가 밭에 있으니 이걸 보여주면 어떤건지 알려줄 거예요.”

“그러겠네.”


전담오크들이 생기니 잡일을 직접 할 필요가 없이 편리했다.


“솥부터 씻어놓자.”


밥이 있다면 한식의 기본이 되는 것이 장이다.

지금부터 그것들을 만든다.


씻은 솥에 오크의 샘물을 떠다 붓는 사이 백태를 딴 오크가 도착했다.


“고생했어요. 이제 같이 껍질을 까죠.”


옆에선 절구로 왕겨를 벗기는 오크.

그리고 소쿠리 앞에 앉아 콩껍질을 까는 보조와 나.


마치 시골 집에 온 느낌이다.


“평화롭네..”


물론 오크들은 아니겠지만.

일생이 전투로 시작해 전장에서 끝나지만.


오히려 내게는 한국에서의 삶이 전쟁 같았다.


“시기,질투 하는 인간도 없고..”


그저 함께하는 오크들만 있을 뿐.


“거의 다 깐 것 같습니다.준우님.”

“그렇네요.”


별 생각없이 하는 단순작업 콩껍질까기가 끝났다.

세척한 콩을 솥에 삶자 새하얀 김이 올라왔고 옅은 콩 향이 느껴졌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네요.”

“그렇죠?”


내가 느낄 정도의 냄새라면 오크들에겐 정말 황홀하겠지..

후각 하나만큼은 오크들이 부러웠다.


바쁜 삶이지만..

멍하니 솥이 뿜어내는 증기를 보며 고소한 콩냄새를 맡는 잠깐의 여유가 행복했다.


“이거 더 빻아야 할까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낱알을 빻던 오크는 생각이상으로 잘해주었다.


왕겨만 벗겨내줘도 좋겠단 생각이었는데..


거의 백미에 가까울 정도로 도정 됐다.


“이제 밭에 가서 크룰크씨 좀 도와주세요.”


지금부터는 혼자서도 충분하다.

쌀을 씻어 안쳐놓고 남은 무즙을 넣었다.


“쌀 상태가 좋진 않네.”


단백질 함량이 높진 않은 종이다.

찰기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수확시기를 조금 지난 질 떨어지는 쌀이다.


“군데군데 부숴져있긴해도 감지덕지지.”


다행히 밭에 무가 많았기에 무즙을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이 무즙이 쌀에 윤기를 더 해주고 풍미를 올려줄거다.


“배고프네..”


뭐라도 먹어야했다.

그릇에 달걀 3개를 풀어 소금 약간을 뿌리고 체에 걸러 부드럽게 만들었다.


“우유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대파와 당근,고추를 잘게 썰어 넣고 식용유 두른 철판에 부었다.


치이익!!


순식간에 익어가는 달걀의 모양을 잡아가며 둥글게 말았다.

달걀물을 추가하며 점점 두껍게 말린 달걀을 보고 있자니 벌써 맛이 느껴지는 듯 하다.


“역시 아는 맛이 무섭지.”


안쳐놓은 쌀을 냄비에 옮겨담아 화로에 올렸다.


다음으로는 양파와 당근 깻잎 몇장을 따다 씻고 석빙고에선 앞다리살 세 근을 챙겼다.


“아침에 먹는 고기가 그렇게 맛있지~”


계란말이 옆에 수제 케찹을 얹고 앞다리살을 볶았다.


쫘아악-!


밭에서 얻은 알배추 한 알에 오늘 빻은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을 넣어 버무렸다.


치직!치직! 치지직!


그새 익은 냄비밥을 옮겨 약불에서 뜸을 들였고.


“식사하세요!”


우리 보조 셋을 데려다 자리를 잡고 앉혔다.


“콩은 계속 삶아야되고, 저희 밥부터 먹죠.”

“그래도 됩니까?”

“제 보조를 해주시는데 이 정도 특혜는 있어야죠.”


치이익-!


앞다리살에 지난번과 같은 제육양념을 만들어 볶았다.


완성 된 제육을 담고 마지막으로 드레이니 최초의 냄비밥을 공개했다.


“됐어.”


뚜껑을 열자 새-하얀 밥알들이 자태를 드러냈다.

그대로 끓였다면 푸석푸석할 뻔 했던 쌀알들에 윤기가 좔좔 흘렀다.


“흑..흐흑.”


대략 5주만에 보는 쌀밥에 눈물이 흘렀다.


“자 나눠줄게요.”


넷이 먹기엔 충분한 양이다.

하지만..


“역시 준우가 볶은 고기는 보기만해도 침이 나오는군.”

“그 뿐인가 저 노오랗고 탱글탱글한 것은 또 어떻고.. 뭔지도 모르겠지만 부드럽고 달콤해 보이는군.”


제육과 계란말이에만 꽂혀있다.


“밥은 내가 많이 먹어야겠네.”


밥을 오크들에게 똑같이 배분하고 냄비에 남아있는 밥 절반 가까이는 내 몫으로 챙겼다.


“드세요.”

“이 하얀건.. 뜨거워보이기만하고 먹음직스럽진 못하군.”

“모르는 소리. 한 술 떠서 이 제육볶음을 올려서 한 입 가득 넣어보세요. 조금 매콤하다 싶으면 여기 노란 계란말이 케찹에 찍어 먹으면 돼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술에 또 다시 눈물이 날 뻔 했지만..


“스읍!”


입 안에 뜨거운 흰 쌀밥을 가득 넣었다.


“허어-허어-! 뜨거워.”


입 안에서 살살 굴려가며 밥을 꼭꼭 씹었다.


“달다 달아.”


반찬은 입에 넣지도 않았는데..


씹을 수록 느껴지는 쌀밥의 단맛이 혓바닥의 미뢰 하나 놓치지 않고 자극했다.


“후우-”


제육에 미쳐있는 오크들을 뒤로하고 내 첫번째 반찬은..


“겉절이부터 먹어볼까.”


한 숟갈 퍼올린 흰 쌀밥에 고춧가루 팍팍 넣어 무친 겉절이를 올리자.

오크처럼 군침이 흘렀다.


“아삭-!”


고춧가루 양념의 매콤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아삭한 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참을 씹으며 음미했다.


간이 삼삼하게 밴 알배추 달큰함이 느껴졌고.

함께 씹히는 탱글한 밥알은 짭짤한 겉절이의 간을 맞춰준다.


“한 입만 더.”


밥을 삼키기도 전에 겉절이 하나를 더 넣었다.


맛있는 김치는 밥하고만 먹어도 맛있다.


역시 뜨거운 쌀밥에 방금 무친 김치 조합은 최고다.


‘젓갈도 있고하면 참 좋을텐데..’


필요한건 끝도 없지만.


부족한 곳에서 하나하나 찾고 만들어가는 재미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제육은 몇 번 먹어도 맛있단 말이지.”


곰고기 약고추장을 먹었지만.

고추장양념한 고기는 드레이니에서 처음이다.


흰 쌀밥에 또 제육만한 것이 없다.


“색 대비만 봐도 먹음직스럽네.”


뜨거운 밥 위에 차가운 겉절이.

그와는 또 다른 뜨거운 제육의 조합.


“후우- 합!”


크게 한입 불어 식히고 입에 넣었다.


갓 만든 뜨거운 음식은 정말 최고다.

매콤한 제육볶음을 다 씹기도 전에 눈 앞에 노랗고 탱글한 계란말이를 하나 집어 수제 케찹에 찍었다.


“폭신하고 부드러워.”


입술에 닿자마자 느껴지는 달걀의 탱글함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달걀을 입에 넣자 자를 필요도 없이 부드럽게 조각났다.


“음~ 식감이 좋네. 분명 향도 좋겠지..”


부드러운 달걀을 씹다보면 느껴지는 작은 야채조각들이 다양한 식감을 선사했다.


“이..이게 닭이 낳은 알이란거지?”

“어제는 분명 하얀색도 있고 노란색도 있었는데 오늘은 완전히 노랗고..”

“그게 끝이 아니야 안에 대파 씹을 때 향이 장난 아니라고!”


계란말이 맛에 오크들이 난리가 났다.


“근데.. 준우가 먹는 이 밥이라는거 나도 한번 먹어볼까..”

“그러니까.. 별 맛 없을 것 같은데 준우가 너무 맛있게 먹는군.”


그제야 오크들이 밥에 관심을 가졌다.


‘이래서 먹방이 그렇게 인기인거구나..’


보조들이 신나서 밥을 퍼먹었다.


“후아.. 준우 조금 더 없나?”

“난 특히 저 달걀이란 게 너무 맛있군.”

“무슨 소리야 저 붉은양념 고기가 최고지.”

“난 밥에 눈을 뜬 것 같아.”


맛있게 먹던 오크들 중 크룰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거 내가 제대로 키워보지.”


띵-


[ 쌀밥을 먹었습니다. ]

쌀 섭취시, 매일 한번 원하는 대상의 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알림. 공모전 이후 신작으로 돌아오겠습니다. 24.05.24 42 0 -
공지 연참공지. 05월05일 11시45분에 추가분이 업로드 됩니다. 24.05.03 19 0 -
공지 업로드 시간이 08:25분으로 변경 됩니다. 24.04.25 193 0 -
42 구세주 등장 24.05.24 62 4 11쪽
41 새로운 종족 24.05.23 56 3 11쪽
40 맹독버섯의 위험성 24.05.22 60 4 11쪽
39 우유 먹으면 튼튼해져. 24.05.21 54 5 10쪽
38 사냥의 전리품 24.05.20 74 5 11쪽
37 곰 사냥꾼. 24.05.19 88 5 12쪽
36 숲은 내게 정육점일 뿐. 24.05.18 93 6 12쪽
35 걸작의 오류. 24.05.17 95 7 11쪽
34 이게 속세의 맛이다(1) +3 24.05.16 118 9 11쪽
33 이게 속세의 맛이다. 24.05.15 124 6 11쪽
32 음식 취향이 안 맞아. 24.05.14 134 7 11쪽
31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1) 24.05.13 143 5 11쪽
30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 24.05.12 139 5 11쪽
29 대족장의 막내아들. +1 24.05.11 142 8 12쪽
28 늙은오크 회춘하다(1) 24.05.10 164 10 11쪽
27 늙은 오크 회춘하다. +1 24.05.09 162 9 11쪽
26 늙은 오크의 고충. 24.05.08 166 9 12쪽
25 요리보조 오크1,2,3. +1 24.05.07 179 10 11쪽
» 쌀밥이 최고야. 24.05.06 191 11 11쪽
23 고추 먹으니 쌀밥이 땡겨. +1 24.05.05 196 10 12쪽
22 오크에게 고추먹이기. 24.05.05 194 9 11쪽
21 요리하는 오크. 24.05.04 208 12 12쪽
20 최초의 S급도구. 24.05.04 213 13 12쪽
19 전염병에 걸린 오크들. 24.05.03 214 13 12쪽
18 드워프가 좋아하는 음료. 24.05.02 223 13 12쪽
17 드워프와의 대결 24.05.01 238 12 11쪽
16 한국에서 온 요리술사. 24.04.30 249 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