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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군 님의 서재입니다.

괴인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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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군
작품등록일 :
2023.05.10 10:30
최근연재일 :
2024.05.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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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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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02화

DUMMY

아카데미에서 찾아 온 것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풍류님. 저는 아카데미의 대소사를 담당하는 총관이라고 합니다. 전해주신 제안서와 관련하여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분들이 있어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만, 괜찮다면 함께 아카데미로 가주시겠습니까?”


맵시 있게 차려입은 정복이 정말 잘 어울리는 중년인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축제 제안서를 보낸 것이 어제 해가 저물기 전이었는데.


아카데미는 막 해가 떠오를 즘에 사람을 보내왔다.


그것도 아카데미의 총관이라는 존재를.


‘너무 빠른데....’


무시될 가능성까지 염두하고 기다릴 생각이 무색해질 정도로 빠른 응답.


숙소의 문 앞에서 감시하던 감시자도 아카데미에서 이렇게 빨리 사람을 보낼 줄은 몰랐는지 당황하는 중이다.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 감시자를 힐끗 바라본 후.


“제 제안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외부인이라 총본부의 허가가 있지 않은 이상 아카데미로 갈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 그렇군요. 아직 총본부에서는 연락이 없었군요.”


현무의 말에 감시자에게 시선을 향하며 답하는 아카데미의 총관.


총관의 눈초리에 감시자는 당황을 넘어 고양이 앞의 쥐처럼 떨기 시작했다.


감시자의 태도를 보아하니 서로 아는 사이처럼 보였다.


“크흐흠!!!”


“아! 지, 지금 바로 연락해보겠습니다!!!”


총관의 헛기침에 떨고 있던 감시자가 정신을 차리며 총본부에 무전을 넣었다.


떨면서 무전을 하는 감시자에게 시선을 떼고 아카데미의 총관에게 시선을 향하자.


처음 인사를 건넬 때처럼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그런 총관에게,


“...총본부의 대답이 오기 전까지 안에서 차라도 하시겠습니까?”


“주신다면 감사하지요!”


“그럼....”


숙소 안으로 안내하며 상점에서 구매한 차(茶) 중 하나를 꺼냈다.


차향과 맛이 적절히 우려졌을 때쯤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총관에게 차를 건네자,


“허..., 이야기가 사실이었군요.”


“?”


“거주 구역과 장인 구역의 물건을 쓸어 담았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


“아,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이 차를 여기서 마실 줄 몰라서 꺼낸 이야기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차지만 비싸서 정말 가끔 사 먹는 녀석이라.”


그리 말하며 찻잔을 들어 차향을 느긋하게 즐기고 천천히 음미한다.


스스로 꺼낸 말처럼 대접한 차가 정말로 마음에 든 듯했다.


현무가 이 차를 대접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총관의 몸에 밴 향기 중 가장 짙게 밴 향기와 똑같은 차를 골랐기 때문이다.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니 향기가 밴 이유가 있군.’


차 자체의 향이 짙은 이유도 있지만 찻잔을 입에 대는 시간보다 향을 음미하는 시간이 더 길어서 마치,


‘전신으로 차향을 음미하는 것 같군.’


대화도 없이 차 한잔을 마시는데 15분이 넘었으니, 현무가 그리 생각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리라.


“하아....”


- 달그락.


“한 잔 더 드릴까요?”


“.... 말씀은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조금 추한 모습을 보여 드렸군요.”


“아니요. 대접한 보람을 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후후,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군요. 일단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요. 총본부의 허가가 떨어지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한 듯하니.”


“저는 아카데미에서 이렇게 빨리 대답이 온 것이 신기합니다.”


총관이 찾아왔을 때부터 생각했던 바를 묻자.


의자에서 일어난 총관이 현무를 직시하며 말한다.


“그만큼 풍류님이 저희에게 주신 제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어째서입니까?”


“지금의 ‘테라’에 필요하니까요.”


“필요하다?”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다른 대륙만큼 ‘테라’에도 여러 사건이 있었습니다.”


“....”


“별의별 일이 있었지요. 다행히 모두 좋은 쪽으로 끝나서 여태 ‘테라’가 유지되는 중이지만, 좋게 끝났다고 상처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후후....”


씁쓸한 감정이 담긴 웃음이었다.


“죄송합니다. 좋은 차를 대접 해주신 분께 한탄을 해버렸군요. 이에 대한 벌충은 아카데미에 방문하셨을 때 하도록 하지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 우뚝.


문을 열고 나가려던 총관이 행동을 멈추고 몸을 돌려 현무를 불렀다.


“풍류님.”


“네?”


“아카데미는 당신이 보낸 제안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제안서가 장난이거나 사실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말해주시죠.”


총관의 말은 진지했고 그 안에 내포된 의미 또한 뚜렷했다.


그 말과 의미에 아카데미가 총관까지 보내온 이유를 알았다.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강조할 만큼 정말 진지하게 축제를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군.... 그걸 가지고 장난을 칠 생각이면 지금이라도 이실직고하라는 것이고.’


그걸 위해 아카데미의 대소사를 담당하는 이를 이렇게 빠르게 보낸 것이다.


그렇다면 진심을 보여주면 된다.


“장난으로 제안을 보낸 것은 아닙니다만, 축제에 소모될 비용은 솔직히 잘 모르겠군요. 저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장난은 아니시라니 다행...”


“그래서 그런데 혹시 이 정도로는 부족합니까?”


총관의 말을 끊으며 디바이스를 눈앞에 보였다.


“!!!!”


“?”


“이, 이게 정말...!”


“...부족합니까?”


“아닙니다! 충분! 충분하고도 남는! 당신의 진심은 잘 알겠습니다! 그 진심을 반드시 전달하여 축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지요!”


“하지만 아직 총본부에서....”


“그건 걱정하지 마시지요! 풍류님의 제안은 꼭 이루어질 테니! 갑자기 처리할 일이 생각나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 후다닥!!!


디바이스에 표시된 액수를 보자마자 놀란 총관이 큰 소리로 대답한 후 빠르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실무자의 입에서 부족하다는 말이 나왔다면 다른 디바이스에 저장된 자금과 ‘사해’에 보관 중인 자원을 팔아서라도 충당할 생각이었지만.


‘다행히 부족하지는 않은 모양이네.’


강룡부대의 잡무를 처리하던 현무였기에 디바이스에 찍혀있는 액수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축제와 같은 일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말로 몰라서 그렇지.


아무튼 아침 일찍 방문했던 아카데미의 총관이 떠나고 잠시 후.


이번엔 총본부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본인을 집행부 소속이라 밝힌 이는 현무가 가진 자금의 액수를 확인하고자 했고 디바이스를 보여주자 허리를 굽히며 돌아갔다.


그렇게 아카데미와 총본부에서 확인하고 돌아간 그 다음 날.


축제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기 때문일까?


현무는 아카데미의 대강당에서 총본부와 아카데미의 책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검문 시에 만났던 강기령을 비롯해 현재 총본부를 책임지는 이들과.


남부에 있는 ‘교수’를 제외하고 전날 만난 총관과 함께 아카데미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교수들까지.


처음에는 좋은 분위기로 시작된 회의였지만.


금세 지지부진해지고 난잡해졌다.


아카데미 측이 대부분 찬성파라면 총본부 측은 반대파가 다수였기 때문이었고.


또, 어디서 이야기가 새어났는지 거주 구역의 대표와 장인 구역의 대표까지 참석하며 각자의 의견이 대립해 회의가 늘어졌다.


성과없이 고성만이 이어지는 회의.


그런 회의를 바라보던 현무는 ‘그레이맨’의 말을 떠올렸다.


-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거부 따위는 생각할 수 없는 돈을 들이밀면 대부분 해결된다네.


그리고 그 말이 옳았다.


고성이 오가는 대강당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현무가 일어나자 모두가 조용해지며 그를 주시했고.


의미없는 자료들을 보여주던 화면으로 다가가 화면을 조작하던 이에게 양해를 구하며 가지고 있는 자금을 더 공개했다.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그 액수를 확인한 순간 석화라도 된 듯 일순 동작을 멈췄으나.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는 그 누구의 반대도 없이 축제의 개최가 만장일치로 결정되었고.


일주일도 안 돼서 모든 준비가 끝나며 ‘테라’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시작되었으니까.






- 펑!


- 퍼버벙!


- 와아아아!!!


- 저기 봐요!


- 대단해!


낮에도 선명한 폭죽이 하늘을 수놓고 거주민과 이주민들을 위해 지급한 축제 자금에 사람들은 삼삼오오 떠들며 축제를 즐긴다.


현무는 그 모습을 눈에 담으며 축제가 한창인 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상황에서 원거리 감시는 힘들다고 판단한 총본부의 제안을 수락했기에.


옆에는 안내자와 감시자, 각각 1명이 따라붙은 채로.


축제는 회의 때 들었던 대로 총본부와 장인 구역에서 더 내려간 남부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벌어졌기에.


평소에는 관계자 외 출입이 금지되었던 아카데미에도 누구나 갈 수 있었다.


현무와 같은 외부인은 반드시 안내자와 감시자가 따라붙었지만 말이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축제를 개최한 이유가 정보의 수집이었기에 평소에는 외부인에게 허가되지 않았던 장소 위주로 걸어 다녔고.


안내자와 감시자가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기는 했으나 제지하지는 않았다.


축제와 함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그런 곳들을 가는 것이 미심쩍어도.


그저 거리를 걸으며 보기만 하는 행동을 막을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안내자와 감시자는 현무가 금전감각이 망가진 능력자 정도로 생각했다.


개인이 가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은 자금으로 축제를 개최해 놓고 그 당사자는 지켜볼 뿐이니까.


물론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현무는 이동한 장소마다 인형들을 생성해 배치한 것이지만.


준비에 7일밖에 걸리지 않은 축제임에도 아낌없이 퍼부은 돈의 힘인지 설치된 구조물과 노점의 완성도는 높았다.


그러나 이 구조물과 노점 중 가프의 지식을 배운 현무가 완벽하다고 느끼는 것들은 다중결계로 감싸인 집 주인의 손길이 닿은 것들뿐이다.


혼자서 모든 비용을 감당했기에 그 비용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명세서를 꼬박꼬박 전달받았고.


건축가 중 인형을 통해 알아낸 사내의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이한 점은 이번 축제에 선정된 다른 건축가들이 ‘테라’에 거주한 지 20년이 넘어간 것과 달리.


사내가 테라에 거주한 지는 겨우 2년이라는 점.


이에 대해 명세서를 가져다준 총관에게 물어보니,


‘그 건축가 말입니까? ’‘테라’에 이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실력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거기다 혼자만 이주한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던 이들과 같이 이주해 와서 빠르게 자리를 잡은 것도 크지요.’


‘가족들 간의 사이도 매우 좋다고 하더군요.’


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함께 이주해 온 이들에 대한 것은 찾기 쉬웠다.


준비기간 동안 사내와 함께 움직인 이들이 ‘오라클’을 발견한 날 사내의 집으로 향한 이들이었으니까.


축제는 성황이었다.


바다의 이상은 많이 사라졌고 다시 정기선과 비정기선의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소식도 겹치며.


노틸러스 호를 포함해 바다의 이상으로 ‘테라’에 머물게 된 이들도 술집의 술을 바닥내는 중이었고.


인형을 통해 남부에서 싸우는 이들에게도 축제에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구입한 물자 중 일부가 전달되는 것도 보았다.


축제의 활기는 ‘테라’에 있는 모두에게 전해졌고 그들 모두가 축제를 즐겼다.


그리고.


축제가 개최되고 3일이 되던 날.


현무는 확신을 얻었다.



************



‘오라클’을 불신하는 이들은 많다.


사람들이 특별한 힘을 각성한 가족을 보내지 않으려는 것도 그들을 불신하기 때문.


불신의 이유의 여러가지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데려간 이들에 대한 소식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선견자’처럼 대외 활동을 하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오라클’의 능력자 중 그 이름이 알려진 이들은 적었고.


그나마 알려진 이들도 이미 수명이 다해 죽었다는 소식만이 전해질 뿐 도대체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라클’의 탄생 배경과 업적을 감안해도 그들의 철저한 비밀주의는 사람들의 불신과 불만을 키웠지만.


튜토리얼에서는 2명의 예언가가 오션 웨이브의 시작과 해룡 레비아탄의 움직임을 예견해 불신과 불만을 잠시라도 억눌렀다.


그렇게 번 시간으로 블랙마켓과 손을 잡고 세상을 더욱 엉망으로 만드는데 일조했지만.


이런 ‘오라클’의 파멸에 한 존재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니.


‘감각살해자 페인’처럼 본래의 이름을 버린 복수자의 등장이었다.


능력자 중에는 다른 사람의 힘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키는 이들이 있다.


일시적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원래 가진 능력보다 위험한 던전이나 강자를 상대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생각보다 중요했다.


당연히 그 반대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만약 그 힘이 영구적이라면?


그것도 일반인을 한순간에 중급 던전에 드나드는 능력자 수준으로 만들어내는.


평범한 능력자의 경우 명문과 거대길드의 정예들과도 맞서 싸울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자가 있다면?


‘오라클’을 파멸시킨 복수자가 가진 힘이 바로 그것이었고.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세례자’.


복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바칠 수 있는 이들에게 힘을 내려주는 자.


그런 ‘세례자’가 나타나면서 속절없이 빼앗기기만 하던 이들의 처절한 복수가 시작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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