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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군 님의 서재입니다.

괴인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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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군
작품등록일 :
2023.05.10 10:30
최근연재일 :
2024.05.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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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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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87화

DUMMY

비전(祕傳) 혹은 비기(祕技).


이 단어들이 처음부터 쓰인 것은 아니다.


각성자들이 최하급 던전에서 하급 던전으로 눈을 돌릴 무렵.


세상에는 일반적인 각성자보다 뛰어난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슷한 능력치와 같은 기술이라도 남보다 더 강한 힘을 보이며 ‘군단’이 나타나기 전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들.


명문과 거대길드의 주인이 된 자들과 지금은 아는 사람만 아는 ‘공략자’들이 그랬다.


첫번째 시련인 ‘군단’ 이후 ‘세계정부’가 만들어졌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


그러나 그 이야기에 가려지고 잊혀진, 아니 지워진 이야기가 하나 더 있었다.


이제는 정말 아는 이들만 기억하는 ‘공략자’들.


그들은 세계의 구심점이 만들어졌으나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생각했고.


각성자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한 끝에 ‘기술과 마력의 운용법’을 만들어 세상에 퍼뜨렸다.


가장 기초적인 운용법이나 그것만으로도 별다른 생각없이 능력치와 기술을 사용하던 이들의 수준은 크게 높아졌다.


많은 이들이 ‘공략자’들을 칭송했지만 당연하게도 ‘운용법’이 마음에 들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공략자들과 함께 두각을 나타냈던 명문과 거대길드의 주인들.


자신들이 궁리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얻은 힘의 편린이 아무리 기초적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쉽게 다른 이들에게 알려진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뒤로 대다수의 명문과 거대길드의 주인들은 공략자들이 하는 일을 사사건건 방해했다.


결국 ‘운용법’ 하나로 ‘공략자’와 강자들의 사이는 크게 벌어졌고.


‘공략자’들이 사라진 후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가 그들의 기록을 말살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운용법’은 이미 세상에 퍼질 때로 퍼진 상태였고 하나둘씩 기초에서 벗어난 방법들이 만들어졌다.


우습게도 ‘공략자’들을 싫어했던 자들마저도 ‘운용법’에 자신들의 방법을 엮어 그들만의 방법을 만들었으니.


‘비전’ 혹은 ‘비기’의 탄생이었다.


각 길드에서 운영하는 학원이나 아카데미는 은퇴한 수뇌부와 정예들이 이런 비전이나 비기의 일부를 알려주기에 수강료가 비쌌고.


‘월드 아카데미’의 경우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자신만의 방법으로 강해진 이들이 교관이나 교수가 되어 그들만의 비전과 비기를 가르쳤다.


지독한 기록말살에 의해 공략자들이 세상에 퍼뜨린 ‘운용법’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현재 세상의 모든 비전과 비기의 근간은 그들이 만든 가장 기초적인 ‘기술과 마력의 운용법’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현무는 그 잊혀진 ‘운용법’을 알고 있었다.



************



왜 이곳에 왔는지.


얼마의 시간이 지난 것인지.


그 모두를 잊고 몰두했다.


그래서였을까?


상대의 공격에 익숙해지고 그 마력의 흐름이 이해되면서,


- 탁


처음에는 감각이 파악해도 막지 못했던 주먹을 가볍게 막아냈다.


누적된 피로를 없애기 위해 능력치를 깎아 차이가 있음에도.


방어만이 아니다.


- 텅!


상대의 손바닥에 의해 막혔지만 방어와 동시에 튀어나간 현무의 공격.


그림자조차 스치지 못했던 때와 비교하면 빨라진 속도.


상대보다 낮아진 능력치였으나 따라잡았다.


몸으로 맞으면서 체득하고 버티면서 궁리한 끝에 점차 익숙해진 상대가 보여준 비전 혹은 비기.


물론 상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해왔으나 현무는 그 다양한 공격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찾은 것이 맞나? 찾아다기보다는....’


원래부터 알고 있던 것.


부족한 능력에 세계정부의 능력자양성시설에서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현무.


‘강룡부대’에 들어가 여러가지를 배우면서도 그들의 힘에 비해 부족한 그는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기 위해 여러가지를 조사했었다.


‘공략자’들의 공략법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것은 그 때문이었고 상대의 방법에서 찾아낸 공통점도 그때 알게 된 것이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현무도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던 방법.


모든 방식의 중심이 되는 하나의 흐름은 그와 비슷했다.


‘상급 마력제어’가 된 이후 더는 성과가 없어 포기했던.


여러 마력의 흐름을 따라했을 때도 희미하게 느꼈던 그것이 상대와의 공방 속에서 분명하게 느껴졌기에.


- 휙!


- 쾅!


이전보다 빠르게.


상대의 공격이 완전히 뻗어지기도 전에 피하며 내지른 주먹이 적중했다.


인지하고 이해한 그대로 공통된 중심을 세우자 어긋나려는 신체와 마력, 기술이 하나가 됐다.


- 퍼걱!


그에 기뻐할 겨를도 없이 날아온 하단차기에 종아리뼈가 부서졌지만.


고통을 감내하며 뒤로 훌쩍 물러났다.


물러나는 현무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바싹 쫓아오는 상대에게 깨달은 방법대로 사슬을 사용하자.


- 촤르륵!!


“...쯧!”


쉽게 끊어지던 전과 달리 상대를 붙잡았다.


- 챙!


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으나 잠시라도 붙잡았다는 사실이 깨달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잠시라도 붙잡혔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사슬을 끊어낸 상대가 곧장 다가와 공격했지만 현무의 다리는 그 잠깐의 시간동안 회복을 마쳤다.


공격을 피하고 막아내며 깨달음을 곱씹자, 상대의 공격을 버티기 위해 몸에 적용한 방법들이 어설프게 느껴졌다.


스스로는 세밀하게 조정했다고 여겼던 것들이 억지로 누덕누덕 기운 옷처럼 느껴졌기에.


깨달은 것을 곱씹으며 하나씩 하나씩 다시 쌓았다.


“바보같은....”


상대가 뭐라 중얼거렸으나 현무는 전투 중이라는 것도 잊고 자신에게 집중하느라 제대로 듣지 않았다.


그런 현무의 의식이 상대에게 돌아간 것은,


- 우드득!


무의식적으로 반격한 공격이 상대의 주먹을 박살내면서였다.


“어떻게?!”


“....”


맞부딪힌 주먹.


허나 상대의 주먹이 박살난 것과는 달리 현무의 주먹은 멀쩡했다.


의문을 표하는 상대에게 돌려줄 말이 없었다.


그저 깨달은 대로 육체에 적용되는 모든 기술을 재정립하고 반사적으로 튀어나간 주먹이 상대의 주먹을 부쉈을 뿐.


더 단단해진 육체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일그러진 표정의 상대를 보며 차분하게 자세를 잡는다.


‘지금이라면....’


배웠으나 이해하지 못한 채 사용하던 용문의 체술.


다리에 바람이 휘감기는 듯한 느낌.


‘그걸 ‘풍룡’이 깃들었다고 해.’


용미르의 말이 떠오름과 동시에 걸음을 내딛자,


- 쉭!!


바람이 갈라지고 상대의 바로 앞에 도착한다.


가까워진 상대의 얼굴.


‘‘풍룡’의 발걸음으로 근접하고 ‘지룡’의 힘이 담긴 주먹으로 친다. 쉽지?’


현무의 얼굴이기도 한 그 얼굴에 대지의 기운을 담은 주먹을 꽂아 넣는다.


- 콰앙!!!


인간이었다면 머리가 터졌을 공격이었지만 상대는 ‘군단’.


충격에 뒤로 날아가면서도 움푹 들어간 머리를 재생하는 것이 보인다.


그런 상대를 뒤쫓는다.


날아가는 몸을 철벽으로 멈춰세운 상대가 사용을 멈췄던 마법과 주술 등을 사용했지만,


- 턱!


‘수룡은 물이지. 물은 모든 것을 흘려보내. 이것만 해도 어디 가서 쉽게 처맞지는 않을 거야.’


모든 공격을 빗겨내고 회피하며 가까워진다.


“이익!”


가까워진 현무에게 상대가 손을 뻗는다.


건틀렛처럼 팔꿈치까지 감싸인 냉기.


또다시 현무가 모르던 방식이지만 그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마주 뻗는 손바닥에 집중한다.


‘어떤 힘이든 똑같지만 특히 불은 양날의 검이야. 그래서 불의 힘을 담는 ‘화룡’은 제어가 힘들지. 하지만....’


마구 뒤섞어 발동하느라 검게 변했던 ‘지옥불’이 같은 검은색이지만 다른 느낌을 주며 나타났다가 손바닥으로 스며든 후 상대의 손과 닿았다.


- 치이익....


충돌음은 없었다.


대신 불이 힘없이 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상대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넌 절대 날 이길 수 없어!”


맞닿은 손에서 점점 이쪽을 잠식해오는 냉기.


그러나 현무는 동요하지 않았다.


동요보다는 손바닥 끝에서 느껴지는 불에 집중했고.


‘하지만 제어가 가능하다면....’


“...가장 폭발적인 힘을 가졌지.”


“뭐? ...이건!”


- !!!!!


집중된 힘을 터뜨렸다.


‘너는 노력가니까. 언젠가 분명 이 4가지를 진짜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모든 소리를 집어삼킨 폭음이 사방을 채우고 잠식해오던 냉기는 사라졌다.


상대의 좌반신과 함께.


- 털썩!


폭발과 함께 멀리 날아가 쓰러진 상대를 바라봤다.


인간, 아니 일반적인 생명체였다면 죽었을 공격에도 꾸물거리며 사라진 육체를 수복하는 상대였으나 이전과는 달리 육체의 수복이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그런 상대에게 다가갔다.


육체의 수복에 집중할거라 생각했던 상대는 여태까지 보여준 모습이 연기라고 느껴질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 탁


바로 근처에 서서 상대를 보자 상대는 쓰러진 상태 그대로 현무를 올려다 본다.


“....”


“....”


서로가 말없이 쳐다보길 잠시,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상대였다.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길 수 없어야 정상이다.”


“....”


“높은 능력치와 기술의 숙련도에 비해 미숙하기 그지 없는 활용이 너무 뚜렷했으니까.”


“....”


“왕을 따라 많은 강자와 싸웠다. 단 한 명의 변절자로 왕께서 패하시고 ‘그들’의 장난감이 된 후로는 더 많은 생명체들과 싸웠지. 천재라 불리는 자들, 영웅이라 불리며 반드시 나타나는 자들과도.”


“....”


“그런 자들 중에 너와 같은 자는 없었다. 넌 천재가 아니야. 필연적인 존재도 아니지. 그런데도 왜 널 선택하셨을까, 왜 너였지?”


“모릅니다.”


“...모르겠지.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그들’이 내린 시련조차 제대로 뛰어넘지 못한 별의 생명체가 아는 것이 더 이상하지.”


꾸물거리던 육체가 탁한 은색으로 물들며 금속인형처럼 변해가고 가루로 변했던 다른 ‘군단’과 달리 천천히 녹아내렸다.


녹아내리는 상대가 탁한 거울처럼 변한 머리를 현무에게 향한 채 물었다.


“어디까지 보았나? 어디까지 배웠지?”


“....”


다른 이들이 지금까지의 전투를 보았다면 이해하기 힘든 물음.


여태 그를 죽이려했던 자가 할 질문으로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현무는 이해했다.


죽이려면 진작에 죽일 수 있었음에도 상대의 행동은 조금 이상했다.


물론 공격 하나하나에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가 깃들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할 필요가 있나?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가장 효과적이고 파괴적인 방식, 현무가 버티기 힘들던 방식이 여럿 있었음에도 상대는 그렇게 했다.


그러니까 지금의 질문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질문에 답했다.


“전부. 당신이 보여준 전부를 보고 새겼으며 이해했습니다.”


그 모든 것을 지금 당장 직접 펼쳐보라고 한다면 아직 미숙하겠지만 현무는 그렇게 답했다.


대답을 들은 상대는,


“그렇군. .... 넌 정말 둔재구나.”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녹아내렸고.


- 딸랑~.


조용하던 방울이 울리며 은색의 웅덩이가 흡수된다.


- 털썩!


“후우....”


NPC가 사라진 자리에 풀썩 주저 앉으며 길게 숨을 쉰다.


재정립을 통해 육체의 상처는 크지 않지만 상대가 사라지자 느껴지는 피로가 상당했다.


웅덩이가 모두 방울로 흡수되고 사방이 완전히 밝아지면서 새로운 적이 나타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대신 현무의 감각으로도 저 멀리 작게 보이는 문 하나.


그 문이 열리는 듯한 기미도 없기에 계속해서 움직이던 마력도 가라앉히고 ‘안전지대’를 펼친다.


습관적으로 가방에서 장작을 꺼내 불을 붙이자 육체의 긴장도 사라진다.


문 하나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는 넓은 공간에서 모닥불의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튜토리얼에서 종말수를 잡았을 때와 비교하면 현무의 힘에는 큰 공백이 존재했다.


‘식인’이라는 금기를 범하지 않은 만큼 당연한 결과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힘의 공백에 초조함을 느꼈다.


세상을 뒤덮은 몬스터들을 모조리 잡아먹으며 얻은 능력치로도 종말수와의 싸움은 쉽지 않았으니까.


튜토리얼의 기억을 가진 영웅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면서도 초조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식인’에 이끌리는 스스로가 너무나도 추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젠 괜찮아.’


눈을 감고 떠올린 생각처럼 이제 ‘식인’에 이끌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금기에 손대지 않아도 더 강해질 방법을 배웠다.


아직 미숙하고 어색하지만.


또다시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이전과는 달리 바로 ‘식인’을 떠올리지 않을 정도의 방법을.


눈을 감은 채 이곳에 이르기까지의 전투를 떠올린다.


과거에 싸웠던 적들에게 NPC에게 배운 방법을 써먹었다면 어땠을지를 비교하면서.


하지만 그 생각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긴장이 풀린 육체, 가라앉은 마력.


고요한 공간과 따스한 모닥불의 온기.


현무가 잊었던 시간의 피로가 서서히 다가와 그의 정신을 감싸 안았고.


- 타닥타닥


과거의 한 때처럼 조용히 잠에 들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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