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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6.0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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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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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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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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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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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장: 작전] 요새 (2)

DUMMY

<임지훈>


208호를 수색할 차례였다. 초인종을 눌러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다. 창문에 잠금장치가 걸려있었기에 현관문의 경첩을 풀어낸다. 그 순간이었다. 집 안에서 개 짖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소란에 모두들 긴장한다. 지금 여긴 감염자들과 아주 가까운 2층이기에 자칫하면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박준이 거침없는 동작으로 권총을 꺼내 들어 조그맣게 열린 문틈 사이로 개를 겨눈다. 총소리 한 번 보다 개가 계속해서 짖는 소리가 더 위험할 거라 판단한 것이다. 그때 임지훈이 다급하게 총구를 막아서며 말한다.

“잠깐만요.”


임지훈은 황우중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감염자들은 동종의 소리, 즉 인위적인 소리를 포함한 사람이 내는 소리에만 반응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분명 개가 짖는 소리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임지훈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어 난간 아래를 살핀다. 역시나 감염자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반응 없습니다.”


박준은 강민엽을 쳐다본다. 강민엽은 총을 거두라고 수신호 한다. 이에 박준은 권총을 다시 홀더에 넣는다. 그리고 마저 현관문을 개방시킨다. 마침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 개는 하얀색 털을 가진 진돗개였다. 그 진돗개는 여전히 경계심을 거두지 않고 사정없이 짖어댄다.


일단 혹시 모를 감염자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했기에 진돗개를 무시하고 먼저 집 안을 수색한다. 능숙한 동작으로 신속히 흩어져 각자 맡은 공간을 샅샅이 확인한다.

“클리어.”


그렇게 내부의 안전을 확보하고서야 비로소 임지훈은 진돗개에게 다가간다. 그토록 경계심을 보이던 진돗개도 막상 다가가니 손길을 피하지 않는다. 임지훈은 그 귀여운 개를 양손으로 열심히 쓰다듬어준다. 이내 짖는 소리가 잦아든다.


그때 박준이 그의 쿠크리 나이프를 뽑아 들고는 거침없이 다가온다. 임지훈은 그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 막아선다.

“뭐.. 뭐 하십니까.”

“비켜.”

“아니, 뭐 어쩌시게요.”

“식량만 축낼 거 지금 죽이는 게 나아.”

박준은 단호히 말했다. 그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 아파트에는 애완동물들이 한두 마리가 아닐 것이고 모두 살려둔다면 당연히 식량 소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었다. 괜히 어쭙잖게 살려놨다가 나중 가서 후회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내 임지훈의 머릿속에 한 생각이 떠오른다.

“자.. 잠깐, 사료, 사료 있잖습니까.”

그것은 바로 개사료였다. 보통 개를 키우는 집들은 사료를 포대 단위로 살 것이다. 빈 집들을 뒤져 나온 사료 포대들을 모으면 분명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었다.


“개사료도 아쉬워질 순간이 올 거다.”

그러나 박준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도무지 그를 막아낼 방법은 없어 보였다. 논리적으로도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말이다. 물론 임지훈도 그렇게까지 동물 보호를 외치는 사람은 아니다. 육식을 매우 좋아하고 살생은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한다. 그저 눈앞에 있는 귀여운 개를 죽이고 싶지 않을 뿐이다. 불쌍하다.


다급했던 임지훈은 마지막으로 최후의 수단을 사용한다.

“대위님!”

작은 방을 수색하고 있던 강민엽이 고개를 빼꼼 내민다. 이에 박준은 순간 동작을 멈춘다.

“얘 어떻게 할까요?”

임지훈이 개를 손짓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마지막 희망이다. 강민엽은 임지훈의 질문을 듣고는 천천히 작은 방 밖으로 걸어 나온다. 그리곤 진돗개 앞에 멈춰 선다. 쪼그려 앉아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러더니 이내 입을 연다.

“다수결로 하자.”
















<송예슬>


송예슬의 집은 사방이 빨래들로 가득했다. 어제 피와 땀으로 범벅된 군인들의 특수부대 유니폼과 속옷들을 모두 세탁했는데 널어둘 자리가 모자라서 온 공간에 다 펼쳐놨기 때문이다.


송예슬은 그런 난장판 속에서 그녀가 갖고 있는 식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일단 냉동고에는 100g짜리 닭가슴살 12개, 닭가슴살볶음밥 4개, 냉동 블루베리 한봉지, 바닐라 아이스크림 반 통이 있었고 냉장고는 계란 7개, 파프리카 1개, 방울토마토 반 통, 배추김치 한 포기, 플레인 요거트 한 통이 들어있다. 그 밖에는 고구마 1kg와 저칼로리 참치캔 3개, 스팸 1개, 즉석 잡곡밥 5개, 건면 두 봉지, 오트밀 반 봉지, 아몬드 반 통, 제로콜라 13캔, 생수 7병 그리고 3kg짜리 단백질 보충제가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수중에 있는 식량들은 대부분이 체중 감량엔 유리하지만 생존 측면에서는 불리한 다이어트 식품들이었다. 원래부터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며 건강과 몸매 관리에 신경을 쓰는 그녀인데 특히나 지금은 여름이었기에 특별히 더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송예슬은 집에서 요리도 거의 하지않기에 쌀 같은 식자재들도 없었다.

‘아껴 먹으면 2주는 버틸 수 있으려나..?’

그녀는 적어놓은 식량 리스트를 훑어보며 생각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송예슬은 현관문 렌즈를 통해 밖을 바라본다. 문 앞에 서있는 것은 다름 아닌 강민엽이었다. 게다가 그의 옆에는 왠 개 한마리가 보인다. 송예슬은 문을 연다.

“어머 뭐예요? 아이 귀여워라.”

송예슬은 자세를 낮춰 진돗개를 쓰다듬어준다.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네? 네 말씀하세요.”

“혹시 맡아주실 수 있으실까요.”

“네? 얘요?”

“네.”

“아..아 그럼요. 이리주세요.”

송예슬은 아직 정확히 상황 파악이 안됐지만 그래도 일단 흔쾌히 수락했다. 개 한마리 잠깐 맡아두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민엽에게는 이미 신세를 많이 졌기에 도움을 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그때 강민엽은 문 옆에서 무언가를 들어올린다. 그것은 커다란 더플백이었다. 강민엽은 그 더플백을 송예슬 집 안에 들여놔준다.

“이건 뭐예요?”

송예슬의 물음에 강민엽은 말없이 더플팩 지퍼를 연다. 그 안에는 사료 포대를 비롯한 각종 강아지 용품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강민엽은 가볍게 목례하고는 돌아선다.

“아 네 들어가세요.”

“아 참.”

그때 강민엽은 뭔가 잊은게 생각났다는 듯 멈춰섰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송예슬에게 건넨다. 그것은 포장이 뜯어져있는 강아지 간식이었다.

“또 올게요.”

“아 네.”

그녀는 뒤늦게 무언가 이상함을 알아차린다.

“네? 또요?”
















<강민엽>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 군인들은 지금 602호를 수색 중이다. 오늘 자정이 지나기 전에 못해도 7층까지는 마무리할 생각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위님!”

한참 수색을 하던 중 들려온 임지훈의 부름에 강민엽은 안 방으로 향한다.

“누가 이런 걸 집에 갖고 있죠?”

임지훈이 안 방 한쪽에 귀중히 장식되어 있는 물건을 손짓하며 말했다. 강민엽은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카타나였다.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며 영롱하게 빛을 내고 있는 검은색 카타나. 강민엽은 손을 뻗어 그 검을 집어든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진검이다. 어릴 적에 오랜 기간 검도를 배웠었던 강민엽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칼집에서 칼을 조금 빼낸다. 기름이 발라져 있는 날에 손가락을 살짝 대본다. 역시나 날이 새파랗게 서있다. 확실한 진검이다. 도검 일련번호까지 찍혀있다.


“별게 다 있네요.”

아직 남아있는 빈 집들의 절반도 채 뒤지지 못했음에도 벌써 특이한 것들을 꽤 많이 발견했다. 파워랙까지 설치되어 있는 완벽한 홈 짐을 갖추고 있는 집도 있었고 방 하나를 피규어와 만화책으로 가득 채워놓은 집도 있었고 일반적으론 보기 어려운 가야금까지 갖고 있는 집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발견한 것은 그것들을 가뿐히 뛰어넘는 물건이었다.

“그러게.”


그 순간, 뒤 쪽에서 무언가 인기척이 들린다. 그 즉시 들고 있던 검을 내려놓고 총구를 들어 올린다. 소리가 난 곳은 붙박이 장롱이었다. 강민엽은 수신호를 하고는 장롱으로 다가간다. 임지훈이 총을 겨누고 있는 동안 강민엽이 장롱문을 잡아당긴다. 활짝 열린 장롱 내부에는 두꺼운 이불 외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아직 장롱이 하나 더 남아있다. 그렇게 옆으로 이동해 남은 하나의 장롱 문을 잡아당겨 연다. 그리고 이내 총구를 내리고는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그곳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놀라운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예슬>


송예슬은 오늘 하루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바빴다. 어쩌다 그녀의 집이 동물들로 가득 차 버렸기 때문이다. 오늘 강민엽은 송예슬 집에 총 다섯 번 방문했다. 그렇게 다섯 번에 걸쳐 네 마리의 강아지와 한 마리의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그녀는 이 기회에 동물들을 돌보며 마음껏 힐링했다.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를 쓰다듬어주는 것은 아무리 해도 질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단 다른 아이들한테 죽일 듯 덤벼드는 개가 한 마리 있어서 베란다에 따로 격리시켜 놨고 훈련이 안되어 있는 건지 아니면 새집이라 불안해서 그런 건지 배변을 아무 데나 하는 강아지도 있었다. 게다가 동물을 한 번도 키워본 적 없었던 그녀였기에 사료는 어떤 걸 얼마나 줘야 하는지 물은 어떻게 줘야 하는지 감도 안 잡혔다. 그렇게 그녀는 오늘 내내 스마트폰을 붙잡고 반려동물 키우는 법에 대해 공부를 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송예슬은 날뛰는 강아지들을 피해서 현관으로 향한다. 그녀는 이젠 현관문 렌즈를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문을 연다. 역시 이번에도 문 앞에 서있는 건 강민엽이었다.

“이번엔 무슨 종이예요?”

송예슬이 미소를 띠며 물었다. 이에 강민엽은 말없이 고갯짓 한다. 송예슬은 깜짝 놀란다. 이번에도 당연히 애완동물을 데려온 것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소년이었다. 그것도 아주 어린 소년. 그 아이는 강민엽 뒤에 꼭 붙어 숨어있었다.

“어머 뭐예요?”

“혼자 숨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떡해. 안녕? 괜찮니?”

송예슬은 쭈그려 앉아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아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강민엽은 그 아이를 송예슬 쪽으로 살포시 밀며 묻는다.

“혹시 맡아주실 수 있으실까요.”

“네? 아 그럼요. 제가 데리고 있을게요. 일로와. 이름이 뭐야?”

송예슬은 아이를 자신 쪽으로 끌어오며 물었다. 아이는 거부감 없이 그녀를 따르며 답한다.

“이시온이요.”

“이시온? 멋지네. 자 들어가자.”

송예슬은 이시온을 집 안에 들인다. 이시온은 그를 격하게 맞이해 주는 강아지들을 보고는 여기가 낯선 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신나서 달려간다. 이시온이 강아지들과 잘 노는 걸 확인한 송예슬은 강민엽을 배웅해 주러 현관으로 나온다.


그 순간 강민엽이 스마트폰을 건네며 나지막하게 말한다.

“예슬 씨. 번호 좀 주세요.”

“네?”

송예슬은 순간 당황해 생각이 멈춰버린다.

“아, 네.”

그러다 일단 스마트폰을 받아 번호를 입력하고는 다시 돌려준다. 강민엽은 스마트폰에 무언가를 입력한다. 그러자 주머니 속 그녀의 스마트폰이 울린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세요.”

“아 네.”

그렇게 강민엽은 미련 없이 돌아선다.

“들어가세요.”

송예슬이 그의 등 뒤로 인사했다. 그리고 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본다. 그러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집에 들어와 문을 닫고는 손에 쥔 스마트폰을 가슴에 대고 생각에 잠긴다. 강민엽이 번호를 받아간 것은 당연히 아무 의미 없이 그저 실무적인 용도일 뿐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왜인지 미소가 번져 나온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 없다. 그렇게 좋은 기분으로 이시온에게 다가간다.

“시온아. 강아지 귀엽지.”

“네.”

“마음껏 놀아. 시온이는 몇 살이야?”

“5살이요.”

“5살? 다 컸네. 뭐 필요한 건 없어? 배는 안 고파?”

“배고파요.”

“배고파? 그럼 밥 먹어야지. 혹시 닭가슴살 볶음밥 좋아해?”

“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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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3장: 결전] 암흑 속 (1) 24.04.12 19 0 11쪽
46 [2장: 생존] 여명 (7) 24.04.10 20 0 12쪽
45 [2장: 생존] 여명 (6) 24.04.08 24 0 12쪽
44 [2장: 생존] 여명 (5) 24.04.05 22 0 18쪽
43 [2장: 생존] 여명 (4) 24.04.01 22 0 14쪽
42 [2장: 생존] 여명 (3) 24.03.26 23 0 11쪽
41 [2장: 생존] 여명 (2) 24.03.24 25 0 12쪽
40 [2장: 생존] 여명 (1) 24.03.22 23 0 13쪽
39 [2장: 생존] 비상 발전기 24.03.19 23 0 12쪽
38 [2장: 생존] 108동 (6) 24.03.18 26 0 10쪽
37 [2장: 생존] 108동 (5) 24.03.17 26 0 13쪽
36 [2장: 생존] 108동 (4) 24.03.15 30 0 13쪽
35 [2장: 생존] 108동 (3) 24.03.12 34 0 14쪽
34 [2장: 생존] 108동 (2) 24.03.11 35 0 11쪽
33 [2장: 생존] 108동 (1) 24.03.10 39 0 12쪽
32 [2장: 생존] SOS (5) 24.03.09 32 0 16쪽
31 [2장: 생존] SOS (4) 24.03.07 34 0 13쪽
30 [2장: 생존] SOS (3) 24.03.06 38 0 14쪽
29 [2장: 생존] SOS (2) +1 24.03.06 39 0 10쪽
28 [2장: 생존] SOS (1) 24.03.05 37 0 14쪽
27 [2장: 생존] 한가위 (4) 24.03.04 35 0 14쪽
26 [2장: 생존] 한가위 (3) 24.03.03 36 0 14쪽
25 [2장: 생존] 한가위 (2) 24.03.03 36 0 13쪽
24 [2장: 생존] 한가위 (1) 24.03.02 40 0 12쪽
23 [2장: 생존] 105호 (5) 24.03.02 43 0 15쪽
22 [2장: 생존] 105호 (4) 24.03.01 36 0 9쪽
21 [2장: 생존] 105호 (3) 24.03.01 37 0 11쪽
20 [2장: 생존] 105호 (2) 24.02.29 48 0 14쪽
19 [2장: 생존] 105호 (1) 24.02.29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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