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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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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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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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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장: 생존] 108동 (2)

DUMMY

<강민엽>


“.. 조심하세요.”

송예슬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넘어가겠다고 한참을 고집 피웠었지만 그래도 완강한 강민엽에 의해 결국 설득이 되었다.


“다녀올게요.”

강민엽은 무거운 더플백을 짊어지고는 거침없이 밧줄에 올라탄다. 그대로 안전장치 없이 이동을 시작한다. 손과 발을 번갈아가며 움직여 앞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중간쯤 도달했을 때 강민엽은 한 팔씩 털어주며 근육의 피로를 푼다. 그러면서 동시에 무심히 아래를 내려다본다. 수많은 감염자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이번엔 고개를 들어 자신이 떠나온 쪽을 본다. 그곳엔 임지훈이 다음에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시 이동한다. 108동에 거의 도달한다. 환하게 열린 베란다 창문 사이로 김민지가 보인다. 그렇게 마침내 목적지인 808호에 도착한다. 안전하게 착지하고는 가방을 내려놓는다. 김민지는 강민엽이 실제로 도착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안녕하세요.”

강민엽은 그런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김민지는 갑작스레 다가와 그를 껴안는다. 그리곤 오열을 하기 시작한다. 강민엽은 미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살짝 놀란다. 그러나 이해는 간다. 그녀는 2주 동안 이 집에서 홀로 공포에 떨며 갇혀있었다. 강민엽은 그런 그녀를 양손으로 감싸 토닥여준다. 한참을 울던 그녀는 이내 안정이 되었는지 포옹을 푼다.

“.. 고맙습니다. 다 울었습니다.”

꽤나 당찬 성격의 그녀를 보고는 강민엽은 미소 짓는다.

“이제 안심하세요.”


이내 임지훈도 도착한다. 강민엽은 대검을 뽑아 들고는 거침없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복도에는 감염자가 한 마리 있었다. 이전에 확인했던 그대로다. 달려드는 감염자의 머리에 대검을 박아 가뿐하게 죽인 뒤 난간 아래로 던져버린다. 그다음 신속하게 이동해 중앙계단과 비상계단의 방화문을 모두 닫는다. 그렇게 8층의 안전이 확보된다.


그 후 바로 옆의 빈 집인 807호의 문을 뜯고 들어간다. 이는 807호를 전초기지이자 베이스캠프로 삼기 위함이었고 또한 당장 급한 김민지의 식량을 수급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 일단 급한 대로 109동의 식량을 조금 챙겨 와서 나눠줄 수도 있었지만 강민엽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109동의 식량은 온전히 109동 주민들의 것이고 앞으로도 이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기에 단 한 번의 예외도 만들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강민엽은 807호의 냉장고에서 반절 남은 냉동 만두와 오래된 사과, 유통기한이 하루 지난 소고기 순두부찌개 밀키트를 찾아낸다. 급한 대로 대충 참치 통조림에 즉석밥 같은 걸 줄 수도 있었지만 109동이 아니라고 해서 장기보관음식을 막 소모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냉동 만두 같은 냉동식품은 원래 장기보관음식에 속했었으나 얼마 전에 있었던 정전 사건으로 인해 관점을 바꾸었다. 전기가 있어야만 장기보관 가능한 냉장, 냉동식품은 소모 우선순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밀키트를 적혀있는 조리법대로 조리하고 냉동 만두를 전자레인지에 덥히고 사과를 수돗물로 깔끔하게 닦아서 쟁반에 담아 김민지에게 가져다준다. 그녀는 허겁지겁 먹어치우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음식을 남김없이 비워냈다. 그러고 나서는 이번엔 감격의 눈물을 쏟아낸다.


급한 불을 끈 강민엽과 임지훈은 본격적으로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각자 메고 온 더플백을 807호로 가져온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감염보호복을 꺼내 착용하기 시작한다. 풀페이스 바이크 헬멧은 109동 전체에 하나밖에 없었기에 임지훈만 착용하고 강민엽은 발라클라바로 대신한다. 감염보호복 위로 장구류를 착용하고 총기를 멘다.


모든 준비를 완료한 강민엽과 임지훈은 엘리베이터 앞으로가 호출 버튼을 누른다. 이내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강민엽은 문이 닫히지 않도록 열림 버튼을 누른 상태로 무전기를 들어 올린다.

“준비 완료.”




















<송예슬>


탕!


강민엽의 무전을 들은 박준이 허공을 향해 사격하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진다.


108동의 안전을 온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109동처럼 1층 중앙계단의 방화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 108동의 1층은 감염자들로 가득하기에 그대로는 방화문을 닫는 게 불가능했다. 따라서 강민엽은 109동에 있는 박준에게 단발 사격을 하게 한 것이다. 그러면 108동의 감염자들이 총소리를 듣고 최대한 밖으로 빠져나올 것이고 그 사이 강민엽이 1층에 내려가서 방화문을 닫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총소리가 울려 퍼진다. 박준은 감염자 탑이 생기지 않도록 대략 30초에 한 발씩 사격을 실시하고 있다.


그 사이 송예슬은 허진우, 유민준과 함께 옥상에 있다. 허진우는 드론을 세심하게 조종하며 108동 1층의 상황을 촬영하고 있다. 송예슬은 그런 그의 옆에서 리모컨 모니터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총소리로 인해 감염자들이 점점 밖으로 유인되는 모습이 보인다. 이내 순조롭게 엘리베이터 앞 쪽의 안전이 확보된다. 송예슬은 무전기에 대고 말한다.

“지금이에요!”




















<강민엽>


송예슬의 무전을 들은 강민엽은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에서 손을 뗀다. 그렇게 엘리베이터 문은 천천히 닫힌다. 이내 1층에 도착하고 띵소리와 동시에 문이 열린다. 강민엽과 임지훈은 조심스럽게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확인한다. 감염자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문 틈에 미리 준비해 놓은 박스 조각을 끼워놓고는 바로 옆 중앙 계단으로 향한다.


그 순간 변수가 발생한다. 중앙계단 안에 아직 감염자들이 다수 남아있었던 것이다. 아마 중앙계단이 밀폐된 구조인 탓에 총소리가 내부에서 공명해 감염자들이 밖으로 유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강민엽은 방화문을 닫기 위해 재빠르게 손을 뻗는다. 감염자들은 그런 강민엽을 발견하고는 달려들기 시작한다. 강민엽은 그 감염자들이 밖으로 나오기 전에 간발의 차로 방화문을 닫아내는 데 성공한다. 감염자들이 닫힌 방화문에 몸통을 박아대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지만 문제는 없었다. 이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가는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돌아가 박스 조각을 빼내고는 8층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시작한다. 그렇게 작전이 성공하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문이 닫히다 말고 그대로 멈춰 선다. 표시등과 기판의 불도 나가고 천장에 있는 조명도 꺼진다. 정전이다. 하필 지금 말이다.


강민엽은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엘리베이터 문은 아직 활짝 열려있었으며 중앙계단의 감염자들이 방화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복도 전체에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유인되어 밖으로 나간 감염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엘리베이터 문을 당겨 수동으로 닫아보려고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천장!”

그때 강민엽은 외쳤다. 모든 엘리베이터의 천장에는 비상 출구가 설치되어 있다. 긴급 상황 발생 시 구조대가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승객을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천장은 아크릴 판으로 가려져 비상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강민엽은 양손으로 천장의 틈을 잡고 허리에 강하게 반동을 줘 발로 아크릴 판을 깨부순다. 그렇게 비상 출구가 노출된다. 같은 방식으로 비상 출구를 발로 차 열어보려 했지만 열리지 않는다. 잠금장치가 외부에서 걸려있는 것이다.


“[조심해요! 돌아가고 있어요!]”

그 순간 송예슬로부터 무전이 들려왔다. 동시에 밖에서 감염자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강민엽은 서둘러 총구를 들어 올린 뒤 비상 출구 잠금장치 부분을 겨냥해 난사한다. 그다음 다시 양손으로 천장의 틈을 잡고 양발로 비상 출구를 걷어차 열어낸다.


강민엽은 그렇게 열린 출구를 통해 그대로 엘리베이터 위로 올라간다. 그다음 임지훈을 끌어올리기 위해 엘리베이터 안으로 손을 뻗는다. 그러나 늦었다. 감염자들이 엘리베이터 내부로 파도처럼 들이닥치기 시작한 것이다. 임지훈은 그렇게 감염자들에게 덮쳐져 바닥에 깔린다.


“임지훈!”

강민엽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 순간이다. 조명이 다시 켜진다. 전기가 다시 들어온 것이었다. 이에 엘리베이터 문도 다시 닫히기 시작한다. 미친 듯이 밀고 들어오는 감염자들 중 하나가 문에 끼이지만 정전 때문에 생긴 오작동인지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지 않는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는 그 문에 끼였던 감염자만 마지막으로 통과시킨 뒤 그대로 강하게 닫히고는 8층으로 상승하기 시작한다.


강민엽은 갑작스럽게 상승하는 엘리베이터에 의해 균형을 잃지만 금방 다시 자세를 잡고는 비상 출구를 통해 엘리베이터 내부를 내려다본다. 서로 뒤엉켜 거칠게 몸부림치는 감염자들 때문에 임지훈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감염자 중 하나가 강민엽을 발견하고는 비상 출구를 통해 위로 올라오려고 한다. 강민엽은 즉시 대검을 꺼내 그 감염자의 머리에 박아 넣는다. 그리곤 그대로 권총을 뽑아 들어 비상 출구를 통해 조준하고는 사격을 해도 임지훈이 맞지 않을 각도에 위치한 감염자들을 침착하게 사살해 낸다.


이내 강민엽은 사격을 멈춘다. 아직 감염자들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더 이상 사격을 했다간 임지훈이 위험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민엽은 대검을 뽑아 들고 엘리베이터 내부로 뛰어든다. 헬멧이 없기에 위험했지만 상관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임지훈을 구해야 한다.


바닥에 엎어져있던 감염자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강민엽을 덮친다. 강민엽은 얼굴을 빼고는 모두 보호구로 감싸고 있었기에 감염자들이 팔을 물도록 유도하면서 머리에 단검을 꽂아 넣는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8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린다. 쏟아져 나온 시체들 덕분에 문이 닫히지 않는다. 강민엽은 문 밖으로 재빠르게 굴러 나온다. 그리고 큰 소리를 내어 남은 감염자들을 밖으로 유인해 낸다. 그렇게 나오는 감염자들을 하나하나 침착하게 사살해 낸다. 더 이상 움직이는 감염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강민엽은 감염자 시체들을 하나씩 끌어내며 임지훈을 찾는다. 마침내 시체들 사이로 바이크 헬멧이 보인다.


“.. 여깁니다.”

임지훈은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대검이 들려있었다. 감염자들에게 깔린 와중에도 대검을 집어 들어 저항했던 것이다. 다행히 임지훈의 감염보호복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고 물리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민엽은 안심한다. 그대로 임지훈의 손을 잡고는 일으켜 세워준다. 그 순간 임지훈이 오른 다리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른다.

“괜찮아?”

“.. 다리가 부러진 거 같습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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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생존] 108동 (2) 24.03.11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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