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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6.10 23: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3,418
추천수 :
106
글자수 :
456,600

작성
24.03.24 00:10
조회
32
추천
1
글자
12쪽

[2장: 생존] 여명 (2)

DUMMY

<강민엽>


강민엽은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오늘도 똑같은 악몽을 꾸었다. 이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임지훈에 강민엽은 손짓한다.

“일어났어.”

시계를 본다. 새벽 3시 50분이다. 사실 임지훈은 교대 시간이 다되어도 제대로 깨우지 않는 일이 빈번했다. 더 자라고 배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강민엽은 부하한테 배려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10분 전에 반드시 깨우라고 제대로 교육을 해놨다.


강민엽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복을 입고는 장구류를 착용한다. 소총을 어깨에 둘러메고는 거실로 나가 어제 조리해 놓은 냉동 돈가스와 삶은 달걀을 대충 집어먹는다. 그때 임지훈이 다가온다.

“이상 없습니다. 고기는 방금 새거 올려놨고 장작은 세 시간 전에 넣어놨습니다.”

강민엽은 고개를 끄덕인다.

“가서 쉬어.”

식사를 마친 뒤 물을 한 컵 들이켠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총을 벽에 기대어놓고는 양치와 세수를 한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는 그대로 현관으로 향한다. 전투화를 손에 들고 밖으로 나가 현관문 앞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그대로 전투화를 착용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목을 풀어준다. 근무 시작이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자 입구를 지키고 있는 박준의 모습이 보인다.

“충성.”

강민엽은 한 손을 들어 올려 박준의 경례를 받아준다. 여기선 경례 안 해도 된다고 이미 여러 번 말해줬음에도 박준은 매일 아침 그를 처음 볼 때마다 경례를 한다.


그렇게 박준을 뒤로하고 옥상으로 향한다. 먼저 훈제의 상태를 확인한다. 임지훈이 말했던 대로다. 이대로 한동안 놔둬도 문제없어 보인다. 그렇게 옥상을 한 바퀴 둘러보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그러면서 108동도 흘긋 한 번 확인한다. 다시 입구 쪽으로 돌아와 물탱크실에 새로 달아둔 도어록에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한다. 옥상은 이상 없다.


중앙계단으로 내려가면서 한 층 한 층 순찰을 돈다. 층마다 10호부터 1호까지 역순으로 돌면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무작위로 빈 집 아무 데나 들어가서 혹시 모를 특이사항의 여부를 확인한다. 복도 끝에 도달하면 비상계단의 방화문이 잘 닫혀있는지도 확인한다. 비상계단은 열려 있어도 안전하지만 그래도 유사시를 대비해 항상 닫힌 상태를 유지해 놓는다.


10층을 순찰할 차례다. 철거업자들의 숙소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원래 철거업자들은 새벽이 되어도 불을 켜놓고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일이 빈번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더 이상 전기가 없기에 밤에 활동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집 앞은 담배꽁초와 담뱃재들로 더럽혀져 있다. 가끔 청소가 되어있는 날도 있지만 거의 항상 이런 식이다. 강민엽은 걸어가면서 군홧발로 대충 정리하고는 뒤돌아간다.


이번엔 6층을 순찰할 차례였다. 강민엽은 자신도 모르게 607호에 눈이 간다.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창문은 잘 잠겨있는지 눈으로 빠르게 한 번 확인한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무심히 떠난다.


이젠 2층으로 내려갈 차례였다. 이때부터는 조심하기 시작한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감염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화문이 굳게 닫혀있어 안전하기는 했지만 굳이 감염자들의 이목을 끌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2층의 방화문이 잘 잠겨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가서 1층의 방화문도 이상 없는지 확인한다. 이상 없다.


그다음은 지하실이다. 지하실에도 새롭게 도어록을 달아놨다. 비밀번호를 쳐서 문을 열고는 플래시 라이트를 켜고 안으로 들어간다. 쭉 한 바퀴를 돌고 지하 저수조도 확인한다. 지하에도 이상 없었다. 마지막으로 14층으로 복귀한 다음 창고 집으로 향한다. 비밀번호를 치고 안으로 들어가 재고를 확인한다. 모두 적혀있는 그대로였다. 창고 집도 이상 없다.


그렇게 순찰 루틴이 끝난 강민엽은 옥상으로 향한다.



















<유민준>


유민준은 잠에서 깨어난다. 오늘도 평소처럼 알람 없이 6시 정각에 기상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깔끔하게 개고는 베란다로 나가 블라인드와 창문을 연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들어온다. 거실로 가서 개 밥그릇에 사료와 물을 채워 넣는다. 구루가 다가온다.

“기다려.”

구루는 혓바닥을 내밀고 헥헥대며 밥그릇 앞에서 기다린다.


유민준은 그대로 부엌으로 간다. 그러나 아침 식사는 따로 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유민준은 가능하면 하루에 저녁 한 끼만 먹어왔다. 식사를 하면 혈당이 증가하고 포도당 대사를 급격히 변화시키며 이는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의 균형을 방해해서 집중력과 반응 속도를 저하시킨다. 또한 위장이 음식으로 가득 차게 되면 부교감신경이 기능하게 되어 신체 활동의 효율성도 떨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유민준은 오랜 시간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공복 상태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유민준은 식사 대신 물과 함께 빈 집에서 찾은 영양제들을 먹는다. 오메가 3와 종합비타민, 칼슘 마그네슘이다. 모두 삼켜낸 뒤 나지막이 말한다.

“먹어.”

구루는 명령을 듣고는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다음으로 유민준은 웃통을 벗고 맨몸 운동을 시작한다. 다리를 일자로 찢고는 양손으로 온몸을 지탱하며 스트레칭을 해준다. 몸의 모든 근육을 최소 한 번씩 사용해 준다. 마지막으로는 엎드린 상태로 양손으로 균형을 잡아가며 다리를 들어 올려 물구나무 자세를 만드는 플란체 프레스를 한다. 운동은 여기에서 마무리한다. 과한 영양 소모 없이 최소한의 건강만 유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마른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은 뒤 옷을 입고 다시 부엌으로 향한다. 물을 끓인 다음 로즈메리 티백을 우려낸다. 다 우러난 차에 소금 한 스푼을 타고 휘젓는다. 그대로 컵을 들고 베란다로 향한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다. 유민준은 빈 집에서 한 번도 읽지 않은 책들을 골라왔다. 지금 들고 있는 책은 [인간관계의 정답]이란 책이었다. 유민준은 한 권을 읽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고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는다. 정확한 워딩까지는 기억 못 해도 책이 어떤 내용이고 어떤 로직인지는 상세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이내 독서를 마친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이었지만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뻔한 얘기들만 길게 늘여놓고 주장하는 내용엔 제대로 된 논거도 없는 엉터리 책이었다.

‘역시나.’


유민준은 베란다 한편에 쌓인 책들 위에 그 책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시계를 확인한다. 슬슬 나가야 되는 시간이다. 화장실로 가서 간단하게 세수와 양치를 한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낸 뒤 스킨과 로션을 바른다. 옷장을 열어 흰색 반팔 티셔츠에 아이보리색 니트 조끼를 착용하고는 하의로는 와이드 데님 팬츠를 입는다. 그리고 검은색 샌들을 신고는 밖으로 나간다.


















<송예슬>


스마트폰 알람이 울린다. 아침이다.

송예슬은 자리에서 일어나 알람을 끈다. 이제 스마트폰 알람으로 일어나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다. 깊게 잠든 이시온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방 밖으로 나가자 우치가 반겨준다. 밥그릇에 사료와 물을 채워준다.


아침을 차려놓고 이시온을 깨운다. 오늘 아침은 빈 집에서 찾아온 냉동 만두였다. 다 녹아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두는 영양도 좋고 조리하기도 좋고 무엇보다 이시온이 좋아한다. 설거지 거리를 줄이기 위해 송예슬은 조리에 사용한 팬을 그대로 접시로 쓴다.

“안돼 안돼.”

이시온이 만두를 손으로 집어서 우치한테 주려고 한다.

“우치는 밥 먹었어.”


식사를 마친다. 평소라면 이대로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가 없다. 수도가 끊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 사실 송예슬은 그래도 자신이 다른 여자들에 비해 비교적 털털한 편에 속하다고 생각하고 맨 얼굴에도 나름 자신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부스스한 상태 그대로 나가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수통을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생수를 세면대에 조금 부어놓고 세수를 한다. 클렌징 폼을 조금 짜서 얼굴에 꼼꼼히 바르고 헹궈낸다. 받아놓은 물이 비눗물이 되어버렸기에 한 손에 생수를 받아서 얼굴을 마저 헹군다.

그다음은 양치다. 생수로 칫솔을 헹군다. 입에도 생수를 머금고 헹군 다음 뱉어낸다. 그다음 치약을 짜 이를 닦는다. 양치를 다 끝내고는 입에 있는 거품을 뱉어내고 생수로 입을 세 차례 헹궈낸다. 칫솔도 헹궈낸다.

생수통을 확인한다. 분명 2L짜리 생수통을 들고 왔었는데 벌써 3/4이 사라져 있었다. 고작 세안과 양치 밖에 안 했고 최대한 아껴 썼는데도 이렇게나 많이 써버렸다. 평소에 의식 안 하고 사용해 왔던 물의 양은 얼마나 많았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송예슬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는 방으로 들어가 토너와 에센스, 크림을 바른다. 그리고 옷장 문을 열고 외출복을 고른다. 활동하기 좋고 망가져도 괜찮으면서도 최대한 예쁜 옷으로 집어 입는다. 그다음엔 화장대에 앉아 메이크업을 한다. 처음엔 씻어낼 걱정에 하지 말까 고민도 했지만 그건 다녀와서 생각하기로 했다. 메이크업을 마친 다음엔 캡을 쓸까 말까 고민한다. 그러나 머리 상태가 괜찮았기에 드라이와 빗질만 해준다.


준비를 모두 완료하고 소파에 앉는다. 기다리면서 이시온과 놀아준다. 그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현관문을 열고는 밝게 웃으며 맞아준다.

“왔어?”

“안녕하세요.”

문 앞에는 고아영이 서있었다.

“오늘도 잘 부탁할게.”

“네. 고생하세요.”

그때 이시온은 달려와서 안긴다.

“괜찮아. 괜찮아. 금방 올게. 아영 누나랑 놀고 있어.”

의젓해서 울지는 않지만 그래도 쉽게 떨어지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마음이 아프다. 송예슬은 애써 밝은 척 손을 흔들며 떠난다.

“안녕~ 다녀올게.”

이시온은 고아영과 함께 손을 흔들어준다.


송예슬은 옥상으로 올라간다. 그곳엔 강민엽이 훈연기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있다.

“안녕하세요.”

강민엽은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아준다. 송예슬은 그의 옆으로 간다.

“잘 돼가요?”

송예슬의 물음에 강민엽은 말없이 옆에 있는 의자를 자신 쪽으로 당긴다. 그리고 손으로 팡팡 쳐서 앉으라고 한다. 송예슬은 다가가서 앉는다. 그러자 강민엽은 주전자에서 무언가를 종이컵에 따라 송예슬에게 건네준다.

“감사합니다.”

향이 느껴진다. 보리차였다. 한 모금 마신다. 따뜻하고 맛있었다. 그때 강민엽은 훈연기를 향해 고갯짓 한다. 훈연기는 철제 봉을 바닥에 박아 넣고는 그 사이에 고기를 올릴 그릴들을 여러 층으로 끼운 다음 주변을 천으로 둘러싸 연기가 옆으로 나가지 않게 막아놓았고 맨 아래 바닥에는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시 봐도 잘 만들었다.

“잘 익고 있네요.”

송예슬의 말에 강민엽은 다시 한번 훈연기를 향해 고갯짓을 한다. 송예슬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왜요? 뭔데요?”

“훈제멍이요.”

송예슬은 뒤늦게 이해하고 웃음이 나온다. 강민엽도 미소를 짓고는 이내 훈연기를 멍하니 쳐다보기 시작한다. 송예슬은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며 그런 그의 모습을 한참 바라본다. 그러다 이내 훈연기로 시선을 돌린다. 그렇게 강민엽과 나란히 앉아 아무 말없이 한참 동안 훈제멍을 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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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3장: 결전] 암흑 속 (4) 24.04.17 2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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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3장: 결전] 암흑 속 (2) 24.04.14 24 1 11쪽
47 [3장: 결전] 암흑 속 (1) 24.04.12 26 1 11쪽
46 [2장: 생존] 여명 (7) 24.04.10 26 1 12쪽
45 [2장: 생존] 여명 (6) 24.04.08 30 1 12쪽
44 [2장: 생존] 여명 (5) 24.04.05 29 1 18쪽
43 [2장: 생존] 여명 (4) 24.04.01 28 1 14쪽
42 [2장: 생존] 여명 (3) 24.03.26 30 1 11쪽
» [2장: 생존] 여명 (2) 24.03.24 33 1 12쪽
40 [2장: 생존] 여명 (1) 24.03.22 31 1 13쪽
39 [2장: 생존] 비상 발전기 24.03.19 30 1 12쪽
38 [2장: 생존] 108동 (6) 24.03.18 33 1 10쪽
37 [2장: 생존] 108동 (5) 24.03.17 32 1 13쪽
36 [2장: 생존] 108동 (4) 24.03.15 37 1 13쪽
35 [2장: 생존] 108동 (3) 24.03.12 40 1 14쪽
34 [2장: 생존] 108동 (2) 24.03.11 42 1 11쪽
33 [2장: 생존] 108동 (1) 24.03.10 46 1 12쪽
32 [2장: 생존] SOS (5) 24.03.09 40 1 16쪽
31 [2장: 생존] SOS (4) 24.03.07 41 1 13쪽
30 [2장: 생존] SOS (3) 24.03.06 46 1 14쪽
29 [2장: 생존] SOS (2) +1 24.03.06 50 0 10쪽
28 [2장: 생존] SOS (1) 24.03.05 45 0 14쪽
27 [2장: 생존] 한가위 (4) 24.03.04 43 1 14쪽
26 [2장: 생존] 한가위 (3) 24.03.03 45 1 14쪽
25 [2장: 생존] 한가위 (2) 24.03.03 44 0 13쪽
24 [2장: 생존] 한가위 (1) 24.03.02 48 1 12쪽
23 [2장: 생존] 105호 (5) 24.03.02 52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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