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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6.10 23: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3,987
추천수 :
123
글자수 :
456,600

작성
24.04.10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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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추천
1
글자
12쪽

[2장: 생존] 여명 (7)

DUMMY

<송예슬>


송예슬은 외출 준비를 마치고는 이시온과 우치를 데리고 중앙 계단으로 향한다. 그 순간이다. 중앙 계단 안에서 강민엽과 마주친다. 이에 송예슬은 화들짝 놀란다. 미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친 것이었기 때문이다. 강민엽은 당연히 옥상이나 14층에 있을 줄 알았다.

“아, 안녕하세요.”

송예슬은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인사했다. 그리곤 수줍게 강민엽을 바라본다. 그러나 별다른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아주고는 미련 없이 떠날 뿐이었다. 송예슬은 살짝 어리둥절해한다.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반응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송예슬은 터덜터덜 옥상으로 올라간다. 식당 멤버들과 인사를 하고 유민준의 요리로 다 같이 해장을 한다. 그리곤 일을 하기 위해 빈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서 정신은 내내 다른 곳에 가있는다.

‘시온이랑 같이 있어서 그랬던 건가..?’

‘.. 나중에 따로 얘기하겠지?’

‘아니면 설마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가..?’

‘.. 그건 아니겠지.’

‘혹시 취해서 기억이 안 나나?’

‘기억 안나는 척하는 건 아니겠지..?’


하루종일 강민엽 생각 밖에 안 들었다. 그렇게 점심 마감 시간이 됐을 때쯤 김동수가 찾아온다.

“누나, 끝.”

“응? 아 응.”

“가서 밥 먹자.”

“응 먹고 있어. 난 조금 있다 갈게.”

“밥 안 먹어?”

“아니, 그냥.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누나 어제부터 이상하다?”

“.. 어? 내가?”

어제 그 일이 있은 이후로 송예슬은 술자리가 끝나고 뒷정리를 마칠 때까지 내내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강민엽과 단 둘이 떠나고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다가 이후론 계속 어색하게 있었던 송예슬의 모습을 보고는 설마 김동수가 눈치챘나 싶다.

“혹시 무리한 거 아니야? 가서 좀 쉴래? 내가 얘기해 줄게.”

“.. 아, 아니야. 괜찮아.”

송예슬은 안심한다.

“알았어. 그럼 먼저 갈게.”

“아, 동수야.”

“응.”

“옥상에 지금 누구 있어?”

“다 있어. 형들이랑 애들이랑 그리고 주민들도 많이 올라와있고.”

“.. 군인 분들은?”

“그 마운틴 고릴라 형님 또 오셔서 푸드 파이팅 하고 계셔.”

“아.”

“아 맞다. 이따가 공지한대.”

“공지?”

“응 공지사항 있다고 5시에 옥상에 다 모이라고 하던데?”

“아.. 알았어.”

공지 사항은 항상 강민엽이 전달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이번 역시 분명 강민엽이 공표할 것이었다.

‘5시..’

“진짜 안 가?”

“응 조금만 있다 갈게. 먼저 가.”

“알았어. 이따 봐.”

송예슬은 그렇게 부엌에서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가 그대로 저녁까지 마감했다. 607호로 돌아가 거울을 보며 한참동안 외모를 정돈한다. 그리고 옥상으로 향해 식당 멤버들과 합류하고는 저녁 식사를 한다. 그러나 밥은 조금만 먹는다. 별로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약속된 5시가 되기만을 기다린다. 슬슬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강민엽도 등장한다. 그는 모두의 앞에 서서 공지를 한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 아침 8시마다 점호를 실시하겠습니다. 불편하시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 전원 참석 부탁드리겠습니다. 물은 1인당 하루에 5L씩 제공하겠습니다. 만일 추가적인 공급이 필요할 경우 따로 요청해 주시면 사유를 확인 후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

강민엽은 주민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말을 이어간다.

“갑작스러운 단수에 의해 불편함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저녁 9시에 정확히 10분 간 물탱크를 개방하겠습니다. 하지만 수자원이 제한된 만큼 반드시 청결을 위한 샤워에만 이용 부탁드립니다. 세탁이나 설거지를 하거나 따로 저장해 두는 행위는 절대 지양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공지가 끝나자 주민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진다. 저녁을 먹을 사람은 먹고 돌아갈 사람은 돌아간다. 그러나 송예슬은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서있는다. 그러다 이내 강민엽과 눈이 마주친다. 하지만 강민엽은 여전히 별다른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그저 용건을 마쳤으니 이제 다른 일을 하러 떠나려는 것처럼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송예슬이 용기를 내어 강민엽에게 다가간다.

“와 오늘은 샤워할 수 있는 거예요?”

“예.”

“좋다.”

강민엽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녁은 안 드세요?”

“괜찮습니다.”

강민엽의 단답형 대답에 좀처럼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송예슬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로 한다.

“어제는 잘 주무셨어요?”

“예.”

“.. 아 맞다. 저 혹시 그.. 모자 좀 가지러 가도 될까요?”

“모자요?”

“네 어제.. 두고 가서요.”

“어디요?”

“.. 네?”

“어디에 두고 갔다는 거죠?”

“아.. 혹시.. 어제 기억 안 나세요..?”

송예슬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강민엽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단서도 못 잡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송예슬은 애써 웃으며 상황을 무마시키고는 돌아선다. 그렇게 강민엽 곁을 떠나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중앙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간다. 근데 그 순간이다.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온다. 송예슬은 그대로 계단에 주저앉는다. 양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한참을 서럽게 운다. 그러다 혼잣말을 내뱉는다.

“.. 왜 울어..”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 억지로 미소도 지어 보인다. 별거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섭섭했다. 실망감이 컸다. 그러나 그렇다고 강민엽을 탓하긴 싫다. 기대한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송예슬은 그렇게 자신을 질책한다.

‘바보..’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괜찮아요?”

유민준이다. 송예슬은 다급히 울음을 그치고 눈물을 닦아낸다.

“.. 식사 다 하셨어요?”

송예슬은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울고 있는 사람의 말투였다. 유민준은 그런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옆에 앉는다. 왜 우는지 묻지도 않는다. 그저 곁을 지켜줄 뿐이었다. 그러자 송예슬은 다시 서러움이 폭발한다.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유민준은 그런 송예슬을 토닥여준다. 송예슬은 유민준의 가슴팍에 눈물을 다 쏟아낸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였다.

“.. 죄송해요.”

“다 울었어요?”

유민준 특유의 여유로운 말투에 송예슬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 나온다. 다음에 무언가 웃긴 말을 내뱉으려고 벌써부터 빌드업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를 놓치지 않고 유민준은 능청스럽게 너스레를 떤다.

“좀 헷갈려서 그런데 방금까지 우시던 거 아니었어요?”

“아니거든요.”

“감정기복이 좀.”

송예슬은 웃음이 나온다. 유민준 덕분에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된다던데.”

“미국인이 그런 말도 알아요?”
















<강민엽>


강민엽은 시계를 확인한다. 정확히 10분이 지났다. 파이프를 다시 잠그고는 물탱크 안을 확인해 본다. 수위가 꽤 많이 줄어있었지만 예상 범위 내였다. 다들 약속한 대로 물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렇게 작업을 종료하고 물탱크 실에서 나와 14층으로 돌아간다. 그대로 1410호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문득 시야 내에 들어온 1408호가 마음에 걸린다. 송예슬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모자를 두고 갔다던 그 말.


강민엽은 1408호로 들어간다. 플래시 라이트를 켜고는 이곳저곳 살펴본다. 안 방으로도 들어가 본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그대로 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혹시 몰라 침대로 가서 이불을 들춰본다. 그때 모자 하나가 튀어나온다. 강민엽은 그 모자를 집어 들어 살핀다. 분명 어제 송예슬이 쓰고 있던 그 모자였다.

‘.. 왜 여기에..’

그 순간이었다. 강민엽은 모든 일이 기억이 난다. 마치 아름다운 꿈과 같이 포근하고 따뜻했던 어젯밤의 그 기억이 말이다. 어제 강민엽은 분명 침대 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고는 평화롭게 밤을 맞이했다. 그리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녀에게 입맞춤을 선사해 줬다. 그렇게 강민엽은 평온을 찾고 곤히 잠들었다. 오랜만에 느낀 그 안정감. 곁을 지켜주는 사랑하는 존재. 어제는 악몽을 꾸지 않았던 이유였다. 그리고 그 존재는 다름 아닌 송예슬이었다.


강민엽은 홀린 듯이 집 밖으로 나온다. 오늘 하루종일 송예슬은 무언가 이상했다. 분명 어제의 그 일 때문이었던 것이다.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강민엽은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 607호 앞으로 향한다. 그리고 문을 두들긴다. 이내 문이 열린다.

“무슨 일이세요?”

송예슬은 방금 샤워를 마친 듯 머리가 젖어있었다. 그녀에게선 향긋한 샴푸의 내음이 따스하게 풍겨온다. 송예슬은 강민엽 손에 쥐어져 있는 모자를 발견하고는 말한다.

“어? 모자..”

송예슬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강민엽은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맞춘다. 그녀는 당황하는 듯 보였으나 이내 저항하지 않고 강민엽을 받아들인다. 강민엽은 송예슬의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고는 격렬하게 키스를 이어간다. 민트 치약 맛이 섞여있었지만 그마저 달콤하게 느껴진다. 허리춤을 강하게 움켜쥐는 송예슬의 손길이 느껴진다.


이내 강민엽은 키스를 멈추고는 눈을 뜬다. 송예슬과 눈이 마주친다. 강민엽은 거칠게 숨을 내뱉는다. 송예슬도 마찬가지이다. 동시에 그녀는 살짝 혼란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그 순간이다. 이번엔 송예슬이 다가온다. 그렇게 다시 한번 격렬한 입맞춤이 이어진다. 강민엽은 한 손을 그녀의 등에다 대고 그녀를 더욱 바싹 당긴다. 서로 몸을 바싹 밀착한 채로 서로의 입술을 탐한다. 그렇게 이 순간이 영원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 때였다. 순간적으로 공포가 강민엽을 사로잡는다. 강민엽은 그녀를 재빠르게 떨쳐낸다.

‘..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자신이 어떤 실수를 범한 건지 뒤늦게 깨닫는다.


강민엽의 인생은 이미 예전에 끝났다. 그의 신분은 세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이다. 지금 강민엽은 유령과도 같은 존재이고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서 새로운 곳에 터를 잡아 새 삶을 시작한다고 해도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강민엽에게는 큰 원한을 가진 위험한 적들이 수도 없이 존재한다. 언제나 주변을 살피고 타인의 접근을 의심해야 할 것이다. 평생 타지를 떠돌아다니며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평범한 삶은 사치가 되어버린다. 강민엽은 송예슬과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다. 강민엽과 함께라면 송예슬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송예슬은 입술을 앙 다문채 수줍게 미소를 짓고 강민엽을 기다리고 있다. 강민엽은 그런 그녀에게 어렵게 입을 열어 말을 내뱉는다.

“.. 죄송합니다.”

“네..?”

“.. 실수였습니다.”

송예슬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강민엽을 바라본다. 납득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가슴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강민엽은 그녀에게 행복은 커녕 평범한 삶 조차 안겨줄 수 없다. 그녀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강민엽은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그녀의 곁을 떠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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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3장: 결전] 암흑 속 (5) 24.04.18 30 1 13쪽
50 [3장: 결전] 암흑 속 (4) 24.04.17 33 1 13쪽
49 [3장: 결전] 암흑 속 (3) 24.04.16 29 1 15쪽
48 [3장: 결전] 암흑 속 (2) 24.04.14 32 1 11쪽
47 [3장: 결전] 암흑 속 (1) 24.04.12 35 1 11쪽
» [2장: 생존] 여명 (7) 24.04.10 35 1 12쪽
45 [2장: 생존] 여명 (6) 24.04.08 39 1 12쪽
44 [2장: 생존] 여명 (5) 24.04.05 36 1 18쪽
43 [2장: 생존] 여명 (4) 24.04.01 37 1 14쪽
42 [2장: 생존] 여명 (3) 24.03.26 39 1 11쪽
41 [2장: 생존] 여명 (2) 24.03.24 42 1 12쪽
40 [2장: 생존] 여명 (1) 24.03.22 41 1 13쪽
39 [2장: 생존] 비상 발전기 24.03.19 39 1 12쪽
38 [2장: 생존] 108동 (6) 24.03.18 42 1 10쪽
37 [2장: 생존] 108동 (5) 24.03.17 40 1 13쪽
36 [2장: 생존] 108동 (4) 24.03.15 45 1 13쪽
35 [2장: 생존] 108동 (3) 24.03.12 48 1 14쪽
34 [2장: 생존] 108동 (2) 24.03.11 49 1 11쪽
33 [2장: 생존] 108동 (1) 24.03.10 58 1 12쪽
32 [2장: 생존] SOS (5) 24.03.09 51 1 16쪽
31 [2장: 생존] SOS (4) 24.03.07 51 1 13쪽
30 [2장: 생존] SOS (3) 24.03.06 56 1 14쪽
29 [2장: 생존] SOS (2) +1 24.03.06 60 0 10쪽
28 [2장: 생존] SOS (1) 24.03.05 55 0 14쪽
27 [2장: 생존] 한가위 (4) 24.03.04 59 1 14쪽
26 [2장: 생존] 한가위 (3) 24.03.03 54 1 14쪽
25 [2장: 생존] 한가위 (2) 24.03.03 54 0 13쪽
24 [2장: 생존] 한가위 (1) 24.03.02 59 1 12쪽
23 [2장: 생존] 105호 (5) 24.03.02 62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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