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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6.05 00:20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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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9
추천수 :
29
글자수 :
4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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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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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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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장: 작전] 요새 (1)

DUMMY

<강민엽>


강민엽은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와 1410호 현관문 앞에 서있다.


현재 1410호는 철거업자들에 의해 무단으로 점거당한 상태이다. 강민엽은 어제 이미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용인했었다. 왜냐하면 철거업자들도 당분간 이 아파트에서 지내야 하는데 여기엔 그들의 집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된다. 강민엽에겐 1410호가 필요하다. 강민엽은 앞으로 아라그린 아파트에서 지내는 동안 1410호를 거점으로 삼을 생각이다. 모든 집들 중에서 1410호가 거점으로 삼기 가장 적합했다. 일단 14층에는 남아있는 주민이 하나도 없기에 한 층을 통째로 쓸 수 있다. 그리고 위치가 최상층이기에 출입통제를 하기에도 좋고 유사시에 수비를 하기에도 좋다. 또한 1410호의 베란다에서는 모든 층의 복도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방어진지이자 전초기지이자 동시에 감시초소인 것이다. 그야말로 전략적 요충지 그 자체다.


강민엽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반응이 없어 한참을 두드린다. 이내 문이 벌컥 열리고는 인부 중 한 명이 나온다. 그는 방금 일어난 듯 부스스한 모습을 한 채 표정을 한껏 찡그리고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거 뭡니까? 아침부터.”

“다 나오십쇼.”

강민엽이 말했다.

“뭐요?”

이제야 눈을 제대로 뜬 인부는 문 앞에 서있는 강민엽과 박준을 뒤늦게 훑어보고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상의는 터질 것 같이 꽉 끼는 반팔 티셔츠에, 하의는 여성용 트레이닝 레깅스를 입고 그 위에 전술 조끼와 각종 장구류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어제 한 빨래가 아직 마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송예슬의 옷을 빌려 입고 왔기 때문이다. 가장 널널하고 크기가 큰 옷을 빌려 입었음에도 워낙 근육이 크기에 몸에 꽉 낀다.


“당장 집을 비워주셔야겠습니다. 일단 원래 작업하던 집에서 대기해 주시면 빠른 시일 내에 새 숙소를 배정해 드리겠습니다.”

강민엽이 말했다.

“알겠.. 자.. 잠시만요.”

인부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느꼈는지 문을 닫고 돌아가려고 한다. 그 순간 강민엽이 군홧발을 집어넣어 문이 닫히지 않게 막는다.

“기다리겠습니다.”

강민엽은 활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인부는 그런 모습에 위압되었는지 시선을 피한다. 그리고 이내 문을 닫는 걸 포기하고는 집 안으로 돌아간다. 강민엽은 문을 활짝 열고는 도어 스토퍼를 내려 문이 닫히지 않도록 고정시킨다. 그리고 그 남자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어제 옥상에서 마주했던 그 남자 말이다.

























<김상헌>


김상헌은 안절부절못하며 집 안으로 들어온다. 아침 댓바람부터 웬 덩치 큰 군인 둘이 찾아와서는 집을 비우라고 한다. 그러나 김상헌이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소식을 구자혁에게 전달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이른 아침부터 사장님을 깨워야 하는 것만 해도 불편한데 거기다가 안 좋은 소식까지 전달해야 하니 골치가 아프다. 가장 막내임에도 진작 빠릿빠릿하게 일어나 문을 열지 않은 이은찬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김상헌은 구자혁이 있는 거실로 향한다. 그는 얼굴에 책을 덮어놓은 채 소파에 누워있었다. 책 표지에는 오자서병법이라고 적혀있다. 무슨 책인지 짐작도 안 간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문제는 이 책 때문에 구자혁이 깨어있는지 아닌지 분간이 안된다는 것이다.


“사장님, 사장님?”

김상헌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부른다. 흔들어 깨운다고 뭐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김상헌은 조심스럽다. 그렇게 몸에 손을 대지 않고 몇 차례 더 호명한다.


“왜 뭔데?”

그때 말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구자혁한테서 들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소파 바로 옆에 이불을 깔고 누워있던 황기엽이었다. 김상헌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한다. 황기엽은 안 그래도 험상궂은 외모를 갖고 있는데 성격까지도 불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와 얘기하는 건 항상 꺼려진다.

“저기 그.. 지금 군인들이 와있는데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한 번 나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라는데.”

“아니 그.. 모르겠습니다. 이상합니다.”

“아니 뭔데. 말을 하라고.”

“그게.. 저희 보고 당장 나가라고 합니다.”

“뭔 개소리야.”

“집을 비우라는 것 같습니다.”

“뭐?”

황기엽은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우고는 김상헌을 노려본다. 김상헌은 시선을 피하며 어쩔 줄 몰라한다.

“뭔 쌉 소리를 하고 있어.”

황기엽은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한다. 그의 육중한 덩치에 위압감이 느껴진다.


“가만히 있어.”

그때 말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구자혁이었다. 이에 황기엽은 발걸음을 멈춘다. 구자혁은 이내 유유히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홀로 현관으로 걸어 나간다. 그가 향하는 곳에는 군인들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김상헌은 긴장 섞인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본다.

“지금 당장 집을..”

“용건은 들었수다.”

구자혁은 강민엽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을 이어간다.

“30분만 주쇼. 깔끔하게 비워줄 테니.”

강민엽은 그런 구자혁을 한참 가만히 응시하더니 이내 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대로 군인들은 돌아간다. 그렇게 사태는 허무하게 종료되었다. 무언가 일촉즉발의 상황 같아 보였지만 생각보다 싱겁게 끝난 것이다. 구자혁은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그들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줬다.

“애들 다 깨워.”

구자혁이 말했다.

“아, 예.”

김상헌은 동료들을 깨우기 위해 안 방으로 향한다. 그때 황기엽의 말소리가 들린다. 그는 아직 흥분을 가시지 못한 듯 보인다.

“아니 저놈들 뭡니까? 뭔데 나가라 마라입니까?”

“그럼 뭐 평생 눌러앉으려 했어? 가서 끝에나 잡아.”

구자혁은 허리를 굽혀 이불의 끝자락을 잡는다.


김상헌은 안방 문고리를 잡는다. 안 방엔 윤리도와 류석훈, 황길현이 자고 있다. 그들을 깨우기 위해 문을 연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모두 기상해 있었다. 방도 거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어 일어났어.”

윤리도가 김상헌을 보고는 말했다. 그리고 하고 있던 이불 정리를 마치고는 김상헌을 제치고 거실로 나온다.

“형님.”

윤리도는 구자혁을 불러 담배를 피자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에 구자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 밖으로 향한다. 황기엽도 그들의 뒤를 따라간다.


구자혁과 윤리도, 황기엽은 유독 유대 관계가 깊어 보인다. 물론 철거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모두가 다 서로 가깝게 지내고는 있지만 저들에게는 끼어들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구자혁이 철거회사를 시작하기 전에도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하는데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김상헌은 마지막으로 작은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은 이은찬이 홀로 잠을 잔 방이다. 김상헌은 여전히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있는 이은찬은 발로 밀며 깨운다.

“야 안인 나냐?”
























<강민엽>


강민엽과 박준, 임지훈은 201호 앞에 서있다.


군인들은 탈환한 1410호를 본부로 탈바꿈시켰다. 옷장을 비워 장구류 및 장비 보관함으로 만들었고 안 방에 침구류를 모아 취침실로 만들었으며 거실에는 큰 식탁을 한가운데에 배치해 휴식 공간 및 회의실로 만들었다.


이제 드디어 계획의 마지막 단계를 실행할 일만 남았다. 강민엽은 처음 주민들을 구하기로 한 순간부터 작전을 세웠었다. 그 작전의 첫 단계는 모든 주민들을 옥상에 소집시키는 것이었다. 두 번째 단계는 아파트의 모든 입구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단계는 바로 아파트에 있는 모든 자원을 모으는 것이었다. 2층부터 14층까지 13개의 층에 한 층 당 10집씩 총 130개의 집이 있는데 이 중에 사람이 없는 빈 집을 뜯고 들어가 내부를 샅샅이 수색한 뒤 유용한 모든 자원들을 긁어모으는 것이 계획의 최종 단계인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아라그린 요새화 작전이 마무리된다.


창고로 쓸 장소도 미리 마련해 놨다. 하나는 본부 바로 옆 집인 1409호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편 끝 집인 1401호였다. 단 한 개의 창고에 모든 자원을 보관하게 되면 리스크가 너무 커지기 때문에 서로 떨어진 두 개의 집에 나누어 보관하기로 한 것이다.


빈 집 수색 절차는 이러했다. 일단 초인종을 눌러 혹시나 집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다. 사람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잠겨있는 문을 연다. 혹시 모를 감염자의 존재를 경계하며 집 안의 안전을 확보한다. 안전이 확보되면 내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쓸만한 자원들을 찾아내는 대로 모두 가방에 담는다. 마무리 됐으면 옆 집으로 이동해서 반복한다. 그러다 가방이 가득 차면 14층 창고로 옮긴다.


잠겨있는 문을 여는 방법은 이러했다. 일단 창문을 먼저 확인한다. 창문의 잠금장치가 걸려있지 않으면 그대로 방범창을 뜯어내고 창문으로 들어간다. 만약 창문이 잠겨있으면 현관문의 경첩을 뜯어내고 들어간다. 브리칭 장비를 사용해 도어록을 부숴서 들어가거나 아니면 유리창을 깨 창문으로 들어가면 더 빠르게 진입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소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번째 집인 201호의 초인종을 누른다. 한참을 눌러도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확인한 창문에는 잠금장치가 걸려있지 않았다. 이에 박준이 방범창을 양손으로 잡고는 뜯어낸다. 대검을 꺼내 들고는 열린 창문을 통해 내부로 진입한다. 안에는 아무 위협도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대로 내부를 샅샅이 뒤진다. 모든 식량과 의약품, 자원들을 보이는 대로 가방에 집어넣는다. 그렇게 201호 수색을 마친다.


이렇게 첫걸음이 끝났다. 이제 앞으로 100번 더 반복하면 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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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2장: 생존] 여명 (2) 24.03.24 25 0 12쪽
40 [2장: 생존] 여명 (1) 24.03.22 23 0 13쪽
39 [2장: 생존] 비상 발전기 24.03.19 23 0 12쪽
38 [2장: 생존] 108동 (6) 24.03.18 26 0 10쪽
37 [2장: 생존] 108동 (5) 24.03.17 26 0 13쪽
36 [2장: 생존] 108동 (4) 24.03.15 30 0 13쪽
35 [2장: 생존] 108동 (3) 24.03.12 34 0 14쪽
34 [2장: 생존] 108동 (2) 24.03.11 35 0 11쪽
33 [2장: 생존] 108동 (1) 24.03.10 39 0 12쪽
32 [2장: 생존] SOS (5) 24.03.09 32 0 16쪽
31 [2장: 생존] SOS (4) 24.03.07 34 0 13쪽
30 [2장: 생존] SOS (3) 24.03.06 38 0 14쪽
29 [2장: 생존] SOS (2) +1 24.03.06 39 0 10쪽
28 [2장: 생존] SOS (1) 24.03.05 37 0 14쪽
27 [2장: 생존] 한가위 (4) 24.03.04 35 0 14쪽
26 [2장: 생존] 한가위 (3) 24.03.03 36 0 14쪽
25 [2장: 생존] 한가위 (2) 24.03.03 36 0 13쪽
24 [2장: 생존] 한가위 (1) 24.03.02 39 0 12쪽
23 [2장: 생존] 105호 (5) 24.03.02 43 0 15쪽
22 [2장: 생존] 105호 (4) 24.03.01 36 0 9쪽
21 [2장: 생존] 105호 (3) 24.03.01 36 0 11쪽
20 [2장: 생존] 105호 (2) 24.02.29 4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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