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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6.10 23: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587
추천수 :
124
글자수 :
456,600

작성
24.02.29 08:00
조회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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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장: 생존] 105호 (1)

DUMMY

<송예슬>


송예슬은 오늘도 어김없이 강아지를 산책시켜 주러 집을 나섰다. 그리고 오늘은 평소보다 더 가뿐한 마음으로 나설 수 있었다. 유민준이 집에서 이시온과 동물들을 돌봐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몰랐던 건데 동물들을 돌보는 건 정말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었다. 사료 채워주기, 물통 채워주기, 용변 치우기, 목욕시켜주기, 산책시키기, 배변 훈련 시키기 등등 정말이지 일이 끊이지가 않았다. 거기에다가 5살짜리 아이까지 있었기에 더 했다. 하지만 유민준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에 부담을 많이 덜었다. 그는 매일 같이 통금 시간이 되기 전까지 집에 남아 송예슬을 도와주고 있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정말 큰 일 날 뻔했다.


그렇게 유민준과 시간을 많이 보내며 느낀 건데 그는 굉장히 가정적인 남자였다. 일단 그는 동물뿐만 아니라 아이까지도 잘 다뤘다. 이시온은 섬세하고 다정한 유민준의 모습을 보고는 금세 정을 주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를 누구보다 잘 따른다. 조금 질투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그는 요리도 잘했다. 군인들로부터 대파, 두부, 생선 등의 신선식품들을 많이 배급받았는데 재료들을 눈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하는 송예슬과 달리 유민준은 보란 듯이 금방 근사한 요리로 탈바꿈시켰다.


게다가 그는 매우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송예슬의 집은 처음에 동물들의 털과 오물로 난장판이 되어있었는데 그것들을 치운다는 핑계로 아예 집을 깔끔하게 갈아엎은 것이다.


찌든 때가 낀 화장실도 깔끔하게 닦아내고

“제가 더러운 꼴을 못 봐서요. 대체 화장실을 어떻게 썼길래 이지경이 된 거예요?”

“.. 이거 저 이사오기 전부터 이랬거든요.”


집구석구석 피어있는 곰팡이들도 없애고

“곰팡이 이거 키우시는 거 아니죠?”

“.. 아닙니다.”


지저분했던 부엌과 냉장고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할 말 좀 많은데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송예슬은 미안한 마음에 적극적으로 만류했으나 시간이 남아도는데 할 게 없다고 제발 하게 내버려 두어 달라며 쉬지 않고 일했다.

“제발 그만하고 좀 쉬세요.”

“죄송한데 취미 생활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


송예슬은 그런 유민준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어떻게 지냈을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유민준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잘 넘기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 원래 지금 산책도 유민준과 같이 나오려 했으나 오늘따라 이시온이 집에 있고 싶어 했기에 어쩔 수 없이 혼자 나온 것이다.


그렇게 옥상에 도착한 송예슬은 무언가 이변을 알아챈다. 언제나 아무도 없이 텅텅 비어있던 옥상이었는데 오늘은 저 구석에 어떤 남자가 서있었던 것이다. 그 남자는 무언가에 집중하느라 송예슬이 올라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호기심이 동해서 그에게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송예슬은 그 남자의 얼굴을 알아본다. 분명 헬기 구조 때 탑승을 거부하던 임산부 아내를 설득시켜 태웠던 남편이었다. 워낙 인상 깊은 장면이었기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뭐 하고 계세요?”

“영상 좀 찍고 있어요.”

“영상이요?”

“네. 한 번 보실래요?”

허진우는 손에 들고 있는 리모컨을 보여준다. 그 리모컨에는 조그마한 화면이 달려있었다. 송예슬은 이내 그 리모컨의 정체를 알아낸다. 그것은 드론 조종기였다. 그는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드론은 지면에 가깝게 내려가 감염자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몇몇 감염자들은 비행 소리에 이끌렸는지 공중에 떠있는 드론을 향해 손을 뻗고는 뛰어든다. 굉장히 흉측하고 징그럽다. 잠시 잊고 있었던 감염자의 섬찟한 모습이다. 새삼 소름이 돋는다.


그 순간이다. 옥상 문 열리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이에 송예슬은 놀라 뒤돌아본다. 그곳에는 임지훈이 서있었다. 아무래도 순찰을 하러 올라온 듯 보인다.

“안녕하세요.”

송예슬은 멀리 입구에 있는 임지훈에게 소리 내어 인사했다. 그러나 임지훈은 아무 반응 없이 그저 멀뚱히 서서 송예슬을 바라보다가 이내 옥상 반대편으로 향한다. 송예슬은 머쓱했지만 못 들었겠거니 하고 다시 드론 화면을 바라본다. 임지훈은 반대편 옥상을 빙 돌고 나서 이쪽으로 다가온다. 송예슬은 그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는 다시 한번 밝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그러나 임지훈은 여전히 인사를 무시한 채 그저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이내 미련 없이 돌아서더니 유유히 옥상을 떠난다. 송예슬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혹시 자신이 뭐 실수한 게 있었나 하고 돌아본다. 그러나 딱히 떠오르는 건 없다. 그냥 기분이 안 좋나 싶다.

“차갑네요.”

그때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허진우가 말했다.

“네? 아니요, 그게..”

송예슬은 순간 당황한다.


지금 주민들 사이에서 군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부정적인 편이었다.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 위험한 무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에 위압감을 느끼는 주민들도 꽤 있었고 강제로 이사를 시킨다든가 통행을 제한한다든가 빈 집을 무단으로 뜯고 들어가 뒤진다든가 등에 여러모로 불만을 품고 있는 주민들도 많았다.


특히나 감염자들을 사살하는 부분에 대해서 큰 거부감을 표하는 주민들도 몇 있었다. 뉴스에서는 정부가 감염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선전 중이었기에 그들 눈에는 마치 치료 가능한 아픈 시민들을 학살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일 것이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송예슬은 방금 임지훈의 모습을 보고 또 오해가 쌓일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참 대단해요.”

그때 허진우가 갑작스레 말했다.

“네?”

“그냥 떠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잖아요.”

“네? 뭐가요?”

“군인들이요. 헬기.”

“아..”

“쉽게 할 수 없는 일인데 정말 대단하죠.”

송예슬은 허진우를 멍하니 바라본다. 미처 예상치 못한 얘기가 돌아와 놀란 것이다. 군인들을 좋게 생각하는 주민들을 거의 못 봤기에 당연히 이 남자도 부정적일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송예슬은 밝게 미소 짓는다.

“맞아요. 대단해요.”



























<윤리도>


철거업자들은 402호에 모여서 섯다를 치고 있다. 구자혁이 들어오지 않는 402호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집 안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고 사방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식탁 위에는 빈 술병이 잔뜩 쌓여있다. 모두 빈 집에서 찾은 것들이다. 군인들이 다른 건 다 건드렸어도 술만큼은 건드리지 않았다. 덕분에 소주, 맥주, 와인, 막걸리, 양주 등등 종류별로 잔뜩 쌓아둘 수 있었다.


그렇게 모두 대낮부터 술을 한잔씩 걸친 상태다. 어차피 할 것도 없는 지금이 마음껏 취해있기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리도 만큼은 단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는 술을 끊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나이스~ 그럼 잘 먹겠습니다.”

황길현이 6땡의 손패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때 거하게 취한 황기엽이 갑작스레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야이 씨발아, 신나냐?”

황길현의 표정은 빠르게 굳는다.

“니 선배는 지금 존나 굴욕을 당하고 있는데 넌 웃음이 나오지?”

“.. 아닙니다.”

군인들은 401호로 쳐들어와 류석훈을 강제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감옥을 만들어서 그를 가둬놨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앉아.”

윤리도가 말했다.

“아니. 뭐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게 대체 뭔 지랄입니까.”

“앉으라고.”

“씨발 막말로 구자혁 형님 때문에 얕보여서 그런 거 아닙니까?”

황기엽은 군인들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굽혀왔던 구자혁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뭐라 했냐?”

“아니 썅 제 말이 틀렸습니까?”

황기엽은 취기에 못 이겨 윤리도에게 덤벼든다. 그는 회사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육중한 자다. 그가 길을 지나가면 사람들이 슬금슬금 피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윤리도는 한치도 밀리지 않는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황기엽 앞에 서서 위협적으로 말한다.

“씨발, 정신 안 차리냐?”

이내 황기엽은 시선을 내리깔고는 물러난다. 이에 윤리도도 다시 냉정을 찾고 자리에 앉는다.

“그냥 사장님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아직도 몰라?”

윤리도는 구자혁을 강하게 신뢰한다.




구자혁의 회사에서 일하기 전에 윤리도는 육군 부사관이었다. 늦은 나이에 임관했음에도 그는 위축되지 않고 항상 근면하고 정직하게 일을 했다. 머리 굴리는 것보단 몸으로 부딪치는 것을 선호하고 항상 철저히 명령과 원칙을 따르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언제나 자신이 군인에 적성이 맞는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군대는 엄격하고 고지식한 사람이 아닌 줄타기와 정치질을 잘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렇게 윤리도는 상사 진급에 실패하고 출세길이 막히게 된다. 중사로 정년까지 무시받으며 군생활을 할 수 없었기에 그대로 그만둔다.


그렇게 전역 후 새롭게 취업을 시도해 보지만 쉽지 않았다. 나이는 많은데 경력은 군대 밖에 없는 사람을 써줄 곳은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간신히 한 경호업체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말단에 박봉이었고 일은 고됐다. 일용직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고 미래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 고통스러운 현실에 이기지 못해 윤리도는 매일 같이 술독에 빠져 살았다. 아내는 그런 그를 견디지 못하고 금방 떠나버렸다. 그러다 시비가 붙어 폭행으로 전과가 생기고 결국 직장에서도 해고되고 만다.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 살고 있던 그는 지인으로부터 한 소식을 듣게 된다. 예전에 군대에서 같이 일했었던 구자혁이 회사를 세웠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소령이었던 구자혁은 어떤 큰 범죄에 연루되어 불명예전역으로 제적을 당하고 징역까지 살았다고 들었었다. 말 그대로 바닥을 넘어서 지옥까지 떨어진 것이다. 윤리도는 그런 구자혁이 당연히 다시는 올라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지옥에서 돌아와 보란 듯이 성공해 냈다.


그렇게 윤리도는 홀린 듯이 구자혁을 찾아갔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고개 숙여 부탁했다. 무리한 부탁이었다. 염치가 없었다. 그러나 구자혁은 윤리도의 사정을 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선뜻 그에게 일자리를 줬다. 군시절 당시 윤리도를 좋은 군인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말이다. 윤리도는 처음으로 그의 인생을 인정받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윤리도는 목숨을 바쳐 일했다. 마치 자신의 회사라도 된 것처럼 열심히 일했다. 또한 일한 만큼 보답도 크게 돌아왔다. 구자혁이 열심히 일하는 그의 모습을 알아보고 후하게 잘 챙겨준 것이다. 보람찬 나날이 계속되었다. 알코올 의존증 따위는 금방 사라졌다. 윤리도는 그렇게 인생을 되찾았다.


윤리도는 받은 만큼 베풀려고도 노력했다. 군시절 인맥을 이용해서 장기 복무나 진급에 실패한 부사관들에게 연락해 철거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연결해 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회사에게도 이득으로 돌아왔다. 다들 꽤 오랫동안 군대에서 일했던 자들이었기에 어느 정도 일머리가 있었고 체력도 좋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명하복도 제대로다. 그렇게 회사는 대부분 전직 부사관들로 채워졌다. 지금 여기 있는 6명의 동료들도 이은찬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사관 출신이다.


윤리도는 구자혁을 진심을 다해 존경한다. 그리고 구자혁이라면 류석훈을 그대로 놔두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보기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아도 그는 분명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구자혁이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빈 손으로 떨궈놔도 무엇이든 일궈낼 수 있는 사람이다.




황기엽이 맥주를 마시며 여전히 볼멘소리를 낸다.

“깝깝해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냥 믿어.”

윤리도가 단호히 말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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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3장: 결전] 반란 (1) 24.05.02 25 1 13쪽
60 [3장: 결전] 살인 사건 (4) 24.05.01 25 1 14쪽
59 [3장: 결전] 살인 사건 (3) 24.04.30 23 1 9쪽
58 [3장: 결전] 살인 사건 (2) 24.04.29 27 1 12쪽
57 [3장: 결전] 살인 사건 (1) 24.04.28 31 1 11쪽
56 [3장: 결전] 배신자 (4) 24.04.27 26 1 15쪽
55 [3장: 결전] 배신자 (3) 24.04.26 27 1 11쪽
54 [3장: 결전] 배신자 (2) 24.04.23 30 0 14쪽
53 [3장: 결전] 배신자 (1) 24.04.22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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