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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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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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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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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장: 결전] 살인 사건 (3)

DUMMY

<송예슬>


“들어오지 마세요.”

신수민을 재신문하러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강민엽은 송예슬을 제지시키며 말했다.

“네?”

“여기 있으세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같이 해야죠.”

“방해만 될 겁니다.”

마치 자신을 무시하는 것과 같은 말을 들은 송예슬은 살짝 발끈한다.

“저도 같이 있을 거예요.”

결국 강민엽은 송예슬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함께 집으로 들어간다. 신수민은 거실에 놓인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강민엽은 그 맞은편에 앉는다. 그리고 들고 온 스케치북을 들어 올리고는 초상화가 그려진 페이지를 보여준다.

“어떻게 된 거죠.”

사실 신수민은 이전 최초 주변인 신문 때 증언했었다. 고아영이 신수민의 집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다가 말고 오후 6시경 쯤에 저녁을 먹기 위해 홀로 집을 나섰다고 말이다. 그러나 고아영 집에서 발견한 초상화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증언의 앞뒤가 조금 맞지 않는 것이었다. 아주 사소한 차이였지만 그래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관점에서는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 그, 그러니까, 다음에 완성해서.. 아, 아니, 수정할게 조금 있다고..”

“서명까지 되어있습니다.”

강민엽은 고아영의 서명 부분에 손짓하며 말했다.

“그, 그건 아는데 아, 아니 그러니까.. 그 서명을 하고 나서 수정할 부분을.. 아, 아니 누나 나 의심하는 거야? 나잖아. 나야.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알잖아.”

절박한 신수민은 송예슬을 바라보며 애원했다.

“아, 알아.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송예슬은 순간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다 이내 강민엽의 시선을 느낀다. 그리고 뒤늦게 깨닫는다. 강민엽은 이렇게 될 거란 것을 알았기에 송예슬을 못 들어오게 하려 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신문을 해야 되는데 만약 용의자와 친분이 있는 사이라면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직접 경험을 해보니까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당장 나가세요. 지금부터 혼자 하겠습니다.”

강민엽이 말했다. 차가운 말투였지만 사실은 배려해 준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송예슬은 지금 이 자리에 계속 남아있기도 곤란했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제 발로 나가기도 곤란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 아, 네.”

그렇게 송예슬은 신수민의 시선을 피해 집 밖으로 나온다.
















<강민엽>


송예슬이 나가고 강민엽은 신문을 계속한다.

“고아영이 정확하게 뭐라고 했죠.”

“.. 네, 네?”

“수정하고 다음에 준다고 했다던 말, 고아영이 정확하게 어떻게 표현해서 말했죠.”

강민엽은 자세하게 파고들었다. 만약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거라면 디테일 측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 그게.. 아.. 그 코, 코 부분이 조금 이상해서? 다음에 수정해 준다고..”

신수민의 온몸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둘이 평소 가까운 사이었다던데 맞습니까.”

강민엽이 순간적으로 질문을 바꿔서 물었다. 주변인 신문 때 이은찬의 증언에 따르면 신수민은 고아영과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어쩌면 고아영의 살아있는 마지막 모습을 본 게 신수민의 증언과 달리 오후 6시가 아닐 수도 있었다.

“.. 네, 네?”

“둘이 연인 사이였습니까?”

강민엽은 조금 더 과감하게 물었다. 이에 신수민은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신수민은 갑작스레 오열을 하기 시작한다.


“.. 죄, 죄송합..”

신수민은 과호흡이 왔는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강민엽은 그런 신수민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티슈 박스를 집어 들고는 자리로 돌아와 신수민에게 무심히 건넨다.

“.. 아, 아영아..”

신수민은 눈물을 멈추지 못한다.

“둘이 연인 관계였습니까.”

신수민은 울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왜 거짓말했죠.”

“.. 의, 의심받을까 봐..”

“그럼 실제로 마지막으로 본 게 몇 시입니까.”

“.. 여, 열한 시..”

강민엽은 신수민 증언의 빈 곳을 추측해서는 최종적으로 정리해 묻는다.

“본인 자택에서 고아영과 함께 초상화를 그리다가 오후 6시경에 같이 고아영의 집으로 이동했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11시경 홀로 다시 본인 자택으로 돌아온 게 맞습니까.”

“.. 네, 네.. 아영이는 가지 말라 했는데.. 그냥 남아있었어야 했는데.. 혼자 있고 싶어서.. 죄송합.. 죄송합니다..”

강민엽은 오열하는 신수민을 바라본다. 그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더 이상 신문할 게 없었다. 그렇게 강민엽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신수민을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말한다.

“가도 좋습니다.”















<강민엽>


신문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자 송예슬과 유민준이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온다.

“어떻게 됐어요?”

“신수민은 고아영과 밤 11시까지 같이 있었습니다.”

“.. 그럼 처음에 거짓 증언을 했던 거네요..?”

송예슬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진짜.. 수민이가.. 범인이라는 거예요..?”

“아니.”

“아니요.”

송예슬의 물음에 강민엽과 유민준이 동시에 대답했다. 신수민은 범인이 아니다. 신수민과 고아영은 서로 집에서 단 둘이 오랜 시간을 보낼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데 갑자기 강제로 범하려 든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신수민과 고아영이 연인 사이었던걸 알고 있었나요.”

강민엽은 물었다.

“.. 아니요. 친하다는 건 알았는데 사귀는 건 몰랐어요.”

송예슬이 답했다. 보통 사귀는 사이면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항상 가까이 있었던 이들 조차 몰랐다는 것은 둘은 관계를 철저히 감췄던 것이다.


그때 유민준은 작게 읊조렸다.

“.. 이은찬.”

마치 무언가 결론에 도달했다는 듯이 말이다. 강민엽은 그런 유민준과 눈을 마주친다.


이은찬은 신문 때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은연중에 고아영과 신수민의 관계에 대해 털어놓았다. 물론 셋이서 공유한 비밀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은찬 혼자 눈치챈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별 근거 없이 내뱉은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은찬은 그 얘기를 주변인 신문을 받을 때 묻지도 않았음에도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보통 구석에 몰린 범인은 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사람들을 용의 선상에 올려놓으려는 심리가 있다.


또한 이번 재신문을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신수민은 고아영과 저녁 11시까지 같이 있었다. 고아영은 밀실에서 살해를 당했기 때문에 범인이 처음부터 함께 집 안에 있다가 범행을 저질렀거나 아니면 새벽에 몰래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후자의 가능성만 남게 된 것이다.


그러면 범인은 군인들의 감시를 피해 고아영의 집까지 가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내부로 들어갔다는 뜻이다. 통금 시간에 군인들의 시야에 걸리지 않고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나 평소 군인들을 감시하며 순찰 시간과 루트를 꿰고 있던 철거업자 중 하나인 이은찬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이은찬이라고요..?”

송예슬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확인해 봐야죠.”

강민엽이 나지막이 말했다.












<구자혁>


구자혁은 숙소 책상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705호에서 젊은 여대생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아파트 전체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구자혁 역시 부하들을 통해서 이 소식을 금세 접했고 몸소 7층까지 내려가서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는 멀찌감치 서서 그 소란을 한참 지켜보다가 돌아왔다.


구자혁은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무언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었다. 희생자가 하필 고아영이었기 때문이다. 구자혁은 이은찬이 평소에 고아영을 좋아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구자혁과 같은 숙소를 쓰는 이은찬은 어제 밤새 돌아오지 않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급하게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자혁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숙소 이곳저곳에 묻어있는 갈색 핏자국들을 발견했다.


구자혁은 고민 끝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어렵게 발걸음을 옮겨 이은찬이 있는 방으로 향한다. 문 앞에 한참 동안 서있다가 이내 마음을 다잡고 노크를 한다.

“이은찬.”

대답이 없자 한 번 더 노크를 한다.

“이은찬.”

“.. 네?”

“문 열어봐.”

이내 잠금장치가 풀리고 문이 열린다. 그렇게 마주한 이은찬은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눈 주변엔 눈물 자국도 잔뜩 남아있었다. 이은찬은 하루종일 방 안에 틀여 박혀 홀로 울고 있었던 것이다.

“.. 어떤 것 때문에 그러세요?”

구자혁은 그런 이은찬 앞에 서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있는다. 그러다 이내 어렵게 말문을 연다.

“너냐?”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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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3장: 결전] 반란 (1) 24.05.02 7 0 13쪽
60 [3장: 결전] 살인 사건 (4) 24.05.01 6 0 14쪽
» [3장: 결전] 살인 사건 (3) 24.04.30 8 0 9쪽
58 [3장: 결전] 살인 사건 (2) 24.04.29 9 0 12쪽
57 [3장: 결전] 살인 사건 (1) 24.04.28 10 0 11쪽
56 [3장: 결전] 배신자 (4) 24.04.27 9 0 15쪽
55 [3장: 결전] 배신자 (3) 24.04.26 9 0 11쪽
54 [3장: 결전] 배신자 (2) 24.04.23 9 0 14쪽
53 [3장: 결전] 배신자 (1) 24.04.22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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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3장: 결전] 암흑 속 (5) 24.04.18 12 0 13쪽
50 [3장: 결전] 암흑 속 (4) 24.04.17 15 0 13쪽
49 [3장: 결전] 암흑 속 (3) 24.04.16 12 0 15쪽
48 [3장: 결전] 암흑 속 (2) 24.04.14 12 0 11쪽
47 [3장: 결전] 암흑 속 (1) 24.04.12 12 0 11쪽
46 [2장: 생존] 여명 (7) 24.04.10 13 0 12쪽
45 [2장: 생존] 여명 (6) 24.04.08 15 0 12쪽
44 [2장: 생존] 여명 (5) 24.04.05 15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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