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6.05 00:20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2,661
추천수 :
29
글자수 :
441,001

작성
24.04.29 22:50
조회
13
추천
0
글자
12쪽

[3장: 결전] 살인 사건 (2)

DUMMY

<강민엽>


강민엽은 703호의 초인종을 누른다. 한참 후에 현관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안전고리를 걸어놓은 좁은 문틈 사이로 703호 주민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보인다.

“.. 네?”

“질문 몇 가지 좀 드리겠습니다. 혹시 705호 고아영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입니까.”

“.. 누구요?”

“바로 옆집에 사는 여대생인데 모르십니까.”

“.. 글쎄요.”

“그럼 혹시 어제 무언가 수상한 것을 목격한 적은 없으십니까.”

“.. 죄송해요. 모르겠어요.”

“거동이 수상한 사람이라든지, 이상한 소리라든지 사소한 것도 괜찮습니다.”

“.. 죄송합니다.”

주민은 겁을 먹은 듯 보였다. 그때 강민엽은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본다. 송예슬과 유민준이 다가오고 있었다.

“.. 저 들어가 봐도 될까요..?”

주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무래도 더 이상 얻어낼 수 있는 게 없어 보인다. 강민엽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703호 주민은 현관문을 닫고 들어간다. 모든 자물쇠를 걸어 잠그는 소리가 들린다.


강민엽은 다가오는 송예슬을 향해 몸을 돌려 묻는다.

“무슨 일이죠.”

“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민엽 씨가 사건을 수사할 자격이 있다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저도 같이 할게요.”

“괜찮습니다.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그게 무슨.. 아니, 왜요? 최대한 많은 인력이 동원되면 좋은 거잖아요. 게다가 저는 경찰이라고요. 이건 제 일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가..”

송예슬은 순간 울컥해서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그때 유민준이 끼어든다.

“아영이.. 저희가 아끼는 동생이었습니다. 누가 그랬는지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저희도 돕게 해 주세요.”

강민엽은 통탄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유민준을 냉담하게 바라본다. 그러다 이내 송예슬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유민준을 손짓하며 말한다.

“그쪽은 그렇다 쳐도, 이 사람은 여기서 뭐 하는 거죠.”

송예슬은 경찰이지만 유민준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수사에 참여할 아무런 명분도 없었다.

“민준 씨는..”

송예슬이 답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유민준이 발걸음을 옮겨 강민엽 옆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는 703호의 초인종을 누른다. 이내 문이 열린다.

“어? 민준 씨.”

“안녕하세요. 지영 씨.”

유민준이 밝게 눈웃음치며 말했다.

“아, 네. 무슨 일이세요?”

703호 주민은 아까와는 다르게 굉장히 협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 사실 오늘은 도움을 받으러 왔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어제 저기 705호에서.. 무고한 여대생 한 명이.. 참혹하게 살해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그 짓을 벌인 쓰레기는 지금 이 순간도 여기 아파트를 나돌아 다니고 있어요. 혹시 그 범인을 잡는데 도움이 될만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 글쎄요.”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까.. 부탁입니다, 지영 씨.”

“아.. 그게 사실.. 어제 새벽에 큰 소리로 싸우는? 듯한 소리를 들은 것 같긴 해요..”

“그게 정확히 몇 시죠?”

“시간은 잘.. 근데 자다 깬 거니까 분명 새벽이에요.”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

“네 그럼 다음에 또 찾아뵐게요, 지영 씨. 감사합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정보를 얻어낸 유민준은 위풍당당하게 강민엽 앞으로 돌아온다.

“저도 도울 겁니다.”

강민엽은 그런 유민준을 바라본다. 못마땅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군인들을 무서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전보다 더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탐문 수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주민들에게 평판이 좋은 유민준이 함께한다면 쉽게 협조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강민엽은 크게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나지막이 말한다.

“가시죠.”

그렇게 강민엽과 유민준 그리고 송예슬의 공조 수사가 시작된다.













<송예슬>


“아니 무슨 일인데?”

“.. 아영이가.. 죽었어..”

“뭐..?”

송예슬이 처음 사건 소식을 들었을 때는 도무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일단 이 아파트 내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지금 여기 주민 중에 살인범이 있다는 소리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피해자가 무려 자신과 아주 가까운 그리고 그동안 긴 시간을 같이 보낸 동생이었다.


감정을 추스리기조차 힘든 상황이었지만 송예슬은 어떻게든 행동에 나서야 했다. 지금 이 상황을 책임지고 통제해야 할 사람은 경찰인 송예슬 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록 살인 사건 현장을 직접 경험본 적이 아직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이 순간을 위해 그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을 해왔던 것이다.


그렇게 송예슬은 최대한 학교에서 배웠던 대로 현장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일단 보안을 확보하기 위해 테이프로 폴리스 라인을 만들어 규제 구역을 설정하고 주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 다음으로는 현장 조사와 증거 보존 작업을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705호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 송예슬은 처참하게 죽어있는 고아영의 시체를 마주했다.


송예슬은 자신도 모르게 집 밖으로 뛰쳐나가 사건 현장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났다. 그리곤 속에 있는 것들을 모두 게워내고는 그대로 주저앉아 무력하게 눈물을 쏟아내었다. 고아영의 끔찍한 모습이 도무지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송예슬은 순간 자신감을 잃었다. 도무지 자신 혼자서 이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고아영을 위해서라도 사건을 해결해야한다. 그렇게 송예슬은 눈물을 닦아내고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상치못한 존재를 마주했다. 바로 강민엽을 말이다.


처음 그가 군사 경찰 출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송예슬은 솔직히 마음을 놓았다. 이 끔찍하고 힘든 상황을 더 이상 자신 혼자서 타개해 나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기 때문이다. 칠흑과도 같은 구렁텅이 속에서 끝이 보이지않는 절망에 빠져있는 순간, 아주 빛나는 존재가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내려준 것과도 같았다.


송예슬은 그렇게 강민엽에게 사건을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숨어 안정을 취하며 자신이 목격한 끔찍한 광경을 잊기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송예슬은 그런 자신이 점점 부끄럽고 창피해지기 시작했다. 경찰로서 자격이 없다고도 생각했다. 아무리 강민엽이 있다하더라도 이대로 손놓고 아무것도 하지않을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하지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송예슬은 다시 용기를 내어 강민엽에게 다가갔다.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같이 공조수사를 시작하고 강민엽의 리드에 따라 탐문 수사를 재개했다. 705호 주변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들의 집에 방문했다. 유민준은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주민들의 협조를 유도해 냈고 그 결과 모두 일치하는 증언들을 받아낼 수 있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새벽에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확한 시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이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고 또 어두운 새벽에 시계를 볼 방법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탐문 수사를 모두 마치고 강민엽은 주변인 신문을 시작했다. 705호의 창문과 현관문이 모두 잠겨있는 상태에서 범행이 벌어졌기 때문에 범인은 고아영과 가까운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시온이네 식당 멤버들인 허진우, 김동수, 이은찬, 신수민 그리고 유민준까지 모두 강민엽에게 신문을 당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주변인 신문까지 모두 끝난 뒤 강민엽과 송예슬, 유민준은 현장을 재감식하기 위해 다시 705호를 찾았다.

“뭐 하시죠.”

강민엽은 집 안으로 따라 들어오려는 유민준을 제지시키며 말했다.

“저도 돕기로..”

“주민들 협조하게 도운건 좋은데, 현장에까지 들어와서 뭐 하려고 하는 거죠. 혹시 뭐 인멸하고 싶은 증거라도 있습니까.”

유민준은 그런 강민엽을 노려보다 이내 이를 악물며 말한다.

“.. 밖에 있겠습니다.”




사실 주변인 신문을 시작할 때 강민엽은 유민준을 강하게 몰아갔었다. 고아영의 시체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 다름 아닌 유민준이었기 때문이다. 유민준은 오늘 아침 9시에 고아영을 방문했었으나 응답이 없어 돌아갔고 그 뒤로 12시에 다시 방문했는데 여전히 인기척이 없는 것에 이상함을 느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차갑게 죽어있는 고아영을 발견한 것이다.

“왜 아침 일찍부터 고아영을 방문한 거죠.”

“.. 아영이는 잠이 많아서 아침에 잘 못 일어납니다. 그래서 식사 시간에 맞춰서 매일 아침 깨워주는 겁니다..”

“705호 비밀번호는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비밀번호는.. 아니 자꾸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질문에나 대답하시죠.”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에 범인이나 잡아야죠!”

“잡고 있습니다.”

“.. 저 범인 아닙니다. 그리고 애초에 밤새 경계 근무 서고 있던 건 그쪽 아닙니까? 대체 왜 아무것도 못 본 거죠?”

둘은 신문 시간 내내 하루종일 으르렁댔다.

“저기.. 민엽 씨..”

그때보다 못한 송예슬이 나섰었다.

“.. 민준 씨는 결백해요. 사실.. 그날.. 아침까지 저랑 같이 있었어요..”

송예슬은 고민 끝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실 유민준은 범행 추정 시간 내내 송예슬과 함께 있었다. 유민준은 물리적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유민준은 송예슬 덕분에 혐의를 벗어날 수 있었다.




“거리 두는 게 좋을 겁니다.”

705호로 들어와 현장을 살피던 도중 강민엽이 나지막이 말했다.

“네?”

송예슬은 방금 들은 말을 의심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너무 가까이하지 마세요.”

유민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에 송예슬은 살짝 화가 난다. 자신을 밀어낼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자신의 연애에 대해 훈수를 두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저기 죄송한데 무슨 참견이시죠?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렇게 말을 뱉은 송예슬이었지만 이내 마음이 쓰이기 시작한다. 강민엽이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다. 물론 오해하든 말든 자신은 상관없다고 하고 싶었지만 마음은 또 그렇지가 않았다. 그렇게 송예슬은 입을 연다.

“.. 아무 일도 없었어요..”

강민엽은 멈칫한다. 송예슬은 말을 이어간다.

“저희 그 날 밤 아무 일도 없었다고요.. 그냥 시온이.. 돌봐주는 거 도와준 거예요..”

이시온은 잘 때 송예슬에게 껌딱지처럼 붙어있는다. 그러나 송예슬은 생리 기간이었기에 혼자 자고 싶었다. 유민준은 그걸 도와준 것뿐이다.


강민엽은 송예슬을 흘긋 보고는 이내 말없이 다시 돌아서서 집을 수색한다. 송예슬도 그런 강민엽을 뒤로하고 집안 수색을 이어간다. 그러다 송예슬은 구석에서 커다란 미술용 스케치북 하나를 찾아낸다. 스케치북을 집어들어 페이지를 넘겨보다 이내 무언가를 발견한다.

“민엽 씨.”

송예슬은 강민엽을 불러 그 페이지를 보여준다. 그 페이지에는 신수민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 이러면..”

“예.”

강민엽은 짧게 답하고는 무전기를 들어 올린다.

“신수민 잡아서 감옥으로 데려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정판] 아라그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연재 24.02.20 38 0 -
77 [3장: 결전] 구원 (5) 24.06.05 3 0 17쪽
76 [3장: 결전] 구원 (4) 24.06.02 4 0 12쪽
75 [3장: 결전] 구원 (3) 24.05.31 7 0 15쪽
74 [3장: 결전] 구원 (2) 24.05.30 7 0 10쪽
73 [3장: 결전] 구원 (1) 24.05.27 7 0 15쪽
72 [3장: 결전] 의지 (4) 24.05.24 9 0 11쪽
71 [3장: 결전] 의지 (3) 24.05.22 7 0 14쪽
70 [3장: 결전] 의지 (2) 24.05.18 8 0 12쪽
69 [3장: 결전] 의지 (1) 24.05.17 7 0 9쪽
68 [3장: 결전] 반란 (8) 24.05.14 8 0 12쪽
67 [3장: 결전] 반란 (7) +1 24.05.08 18 0 15쪽
66 [3장: 결전] 반란 (6) 24.05.07 14 0 13쪽
65 [3장: 결전] 반란 (5) +1 24.05.07 15 0 11쪽
64 [3장: 결전] 반란 (4) 24.05.06 12 0 15쪽
63 [3장: 결전] 반란 (3) 24.05.03 10 0 14쪽
62 [3장: 결전] 반란 (2) 24.05.02 12 0 14쪽
61 [3장: 결전] 반란 (1) 24.05.02 11 0 13쪽
60 [3장: 결전] 살인 사건 (4) 24.05.01 10 0 14쪽
59 [3장: 결전] 살인 사건 (3) 24.04.30 11 0 9쪽
» [3장: 결전] 살인 사건 (2) 24.04.29 14 0 12쪽
57 [3장: 결전] 살인 사건 (1) 24.04.28 14 0 11쪽
56 [3장: 결전] 배신자 (4) 24.04.27 13 0 15쪽
55 [3장: 결전] 배신자 (3) 24.04.26 13 0 11쪽
54 [3장: 결전] 배신자 (2) 24.04.23 13 0 14쪽
53 [3장: 결전] 배신자 (1) 24.04.22 17 0 12쪽
52 [3장: 결전] 암흑 속 (6) 24.04.21 16 0 15쪽
51 [3장: 결전] 암흑 속 (5) 24.04.18 17 0 13쪽
50 [3장: 결전] 암흑 속 (4) 24.04.17 20 0 13쪽
49 [3장: 결전] 암흑 속 (3) 24.04.16 18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