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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5.08 23:30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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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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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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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결전] 살인 사건 (1)

DUMMY

<송예슬>


송예슬은 오늘도 옥상에서 피크닉을 하고 있다. 푸르른 하늘은 청아하고 화창했으며 예쁘게 떠있는 커다란 구름들이 햇빛을 적절하게 가려준다. 날씨는 덥지 않고 선선했으며 솔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살결에 닿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이시온은 곁에서 소꿉놀이를 하며 장난감에 몰두해 있고 우치는 저 멀리서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다. 건너편 108동 옥상에서는 김민지도 돗자리를 가져와 그녀가 새로 사귄 남자친구와 함께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 남자친구..’

이런 평화로운 피크닉 속에서도 송예슬은 수심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역시 강민엽 때문이었다.


강민엽은 얼마 전에 송예슬 집에 찾아와 쇼핑백 하나를 전달해 주고 갔다. 그 안에는 깨끗한 수건, 항균 물티슈, 디퓨저, 영양제 그리고 구하기 힘든 초코바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송예슬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기간이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정성껏 챙겨준 것이다.


“오빠 가질래?”

송예슬은 유민준에게 말했었다. 송예슬은 그 쇼핑백을 보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결국 또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챙겨주고 신경 써주고 잘해주는 듯 싶어도 막상 다가가면 또다시 밀어낼게 뻔했다. 송예슬은 다시는 그런 상황을 겪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좋아하는게 맞는지 아닌지, 맞다면 대체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밀어내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런 헷갈리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말이다.


그때였다. 송예슬은 옥상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누군가 올라온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곳에 서있는 것은 임지훈이었다. 아무래도 옥상 순찰을 하러 올라온 듯 보인다. 그러나 임지훈은 순찰을 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멀찌감치 송예슬을 바라본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겨 송예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임지훈>


임지훈은 옥상에 올라왔다가 소풍을 즐기고 있는 송예슬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대로 순찰을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다 멈칫한다. 순간 무언가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솟아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임지훈은 송예슬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그러다 고민 끝에 그녀에게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송예슬이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네.”

“날 좋죠?”

“그러네요. 날 좋네요.”

임지훈은 송예슬이 앉아있는 돗자리 옆에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었다. 임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기 시작한다.

“그때도 지금 같은 이런 날씨였어요.”

“네? 언제요?”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요.”

송예슬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 아 임무.. 하실 때요..?”

“아니요.”

임지훈은 그의 과거를 회상하며 냉철한 표정으로 말했다.


SCRT는 오직 실력만을 보고 영입을 하기 때문에 복잡한 과거를 갖고 있는 대원들이 많았다. 박준도 마찬가지다. 박준은 북한에 잠입해 첩보활동을 하는 특수부대 소속 요원이었다. 그러나 박준의 목적은 다른 이들하고는 달랐다. 그의 목적은 오로지 살육이었다. 그렇게 박준은 홀로 동선을 이탈해 몇 개월간에 걸쳐 북한군을 학살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무려 31명이었다. 심각한 외교적 분쟁으로 번지기 전에 남측과 북측 모두 각자의 군사력을 총동원해서 그를 막아보려 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강민엽이 나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희 부대는 가장 위험한 임무들만 도맡아서 수행하는 부대예요. 그래서 대부분이 미래에 미련이 없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죠. 위험한 적들도 많아서 항상 목숨을 위협받고 추적당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과거 신분도 말소해요. 덕분에 이제 평범한 삶은 기대도 할 수 없죠.”

임지훈은 혼잣말하듯 말했다.

“.. 그런데 갑자기 저한테 그런 말씀은 왜 하세요..?”

송예슬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임지훈은 다시 한번 하늘을 보며 푸념하듯 말한다.

“저는 대위님하고 오랜 기간 같이 일하면서 단 한 번도 행복해하시는 얼굴을 본 적이 없거든요.”

임지훈은 송예슬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는 말한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 오고 나서는 꽤 많이 봤어요.”


임지훈은 강민엽처럼 되기 위해 언제나 그를 관찰해 왔다. 그리고 그건 이 아파트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임지훈은 강민엽이 송예슬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강민엽이 왜 송예슬에게 더 가까이 가지 못하는지도 어느 정도는 추측할 수 있었다. 사실 임지훈은 이게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송예슬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다.

“대위님은 그쪽을 진심으로 아껴요.”

송예슬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 이내 망설이는 듯한 얼굴을 하며 말한다.

“..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네, 그렇죠. 근데 그냥 알아주셨으면 해서요. 그게 전부예요.”

임지훈은 송예슬의 말을 끊고는 말했다.

“아무튼,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즐거운 소풍 되십쇼.”

그렇게 할 말을 끝낸 임지훈은 다시 뒤돌아 순찰을 하러 떠나간다.














<허진우>


허진우는 집 안에 틀여 박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 허진우는 혼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송신기 제작이었다. 송신기는 신호를 발송하는 기기이다. 허진우는 아라그린 아파트에 아직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원래라면 전기가 아예 끊긴 상황이라 송신기를 만들어내는 게 의미가 아예 없었지만 이제는 태양광 발전기가 생겼다. 덕분에 송신기를 만들어내기만 하면 배터리에 연결해 신호를 발송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아예 처음부터 발신과 수신이 모두 가능한 장거리 통신기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겠지만 그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허진우는 차선책으로 송신기만 별도로 만들어내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신호를 발송하는 송신기는 신호를 수신하는 수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들기 쉽기도 하다.


이전에 태양광 발전기를 제작하며 각종 전자기기를 해체한 경험이 있었기에 작업은 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신호를 증폭시켜 주는 발진기를 찾아내는 문제에 가로막혀 위기에 봉착했었지만 이내 금방 해결책을 찾아내었다. 처음 헬리콥터가 도착했을 때 승무원들이 무게를 줄이기 위해 버리고 간 것들 중에는 헬기용 통신 장치도 있었는데 그 안에서 발진기를 포함한 필수적인 부품들을 상당히 많이 찾아낸 것이다. 덕분에 지금 송신기 제작 프로젝트는 상당히 많이 진척될 수 있었다.


허진우는 지금 이 프로젝트를 그 누구한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는 허진우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송신기 제작은 자신의 전공 분야 내 이기에 유민준을 포함한 다른 이의 도움은 필요가 없었다.


두 번째로는 다른 사람들한테 헛된 희망을 품게 하기 싫어서였다. 그저 메시지를 외부로 전파하는 것뿐이기 때문에 만약 외부에서 수신을 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수신을 해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이 봉쇄된 지금은 외부에서 수신을 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도움도 오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애초에 허진우는 도움을 요청하려는 게 주목적이 아니기도 했다. 그저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알리고 싶을 뿐이다. 그게 전부다.


그렇게 작업에 한창 몰두하고 있을 때 허진우는 문득 이상함을 느낀다. 집 안이 조금 어두침침해졌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비가 오려나?’

허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는 베란다로 나가본다. 그러다 이내 깨닫는다. 날씨가 흐려진 게 아니고 해가 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허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벌써 10시간이나 넘게 집중해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민엽>


강민엽이 근무가 끝나고 잠시 눈을 붙이고 있을 때였다. 임지훈에 의해 잠에서 깨어난다.

“대위님.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강민엽은 임지훈을 따라서 705호로 향한다. 고아영의 집이다. 기웃거리며 구경하고 있는 주민들을 지나서 705호 앞에 멈춰 선다. 누군가 엉성하게 만들어놓은 폴리스라인을 피해 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강민엽은 마주한다. 처참하게 시신이 된 채 누워있는 고아영을 말이다.


강민엽은 죽은 고아영을 내려다본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강민엽은 분노하고 있었다. 고아영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젊은 대학생이었다. 그런 미래가 창창하고 무고한 여자를 누군가가 아주 참혹하게 살해한 것이다. 분노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강민엽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문다.


그때 누군가 다급하게 집 안으로 들어온다.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송예슬이었다. 그녀의 눈은 살짝 충혈되어 있었고 눈 주위로 어렴풋이 눈물 자국도 남아있었다.

“여, 여기 들어오시면 안 돼요. 당장 나가세요.”

송예슬은 강민엽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런 송예슬에게 강민엽이 말한다.

“거기 밟으면 안 됩니다.”

“네?”

송예슬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 위치를 확인한다. 그곳엔 핏자국이 있었다. 송예슬은 자신이 단서를 밟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듯 황급히 뒷걸음질 친다. 그때 임지훈이 나선다.

“여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임지훈은 송예슬을 밖으로 조심스럽게 유도한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걱정 말고 나가 계세요.”

“아, 아니 저는 경찰..”

“대위님도 군사경찰 출신이십니다. 여긴 저희한테 맡기고 나가 계세요.”

“.. 네..?”

송예슬은 그렇게 밖으로 내보내진다. 임지훈은 현관문을 닫고는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강민엽에게 다가와 조심스레 묻는다.

“혹시 그놈일까요?”

고아영 살인 사건이 804호 일가족 살인 사건과 동일범의 소행일 지에 대해 묻는 질문이었다.


강민엽은 현장을 살펴본다. 고아영의 옷이 부자연스럽게 살짝 벗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범인의 목적은 살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사방에 묻어있는 핏자국에는 패턴이 보이지 않는다. 당황한 범인이 피 묻은 손으로 이곳저곳 만져댔다는 뜻이다. 전형적인 초보자가 저질렀을 법한 우발적 범죄다. 그에 반면 804호 일가족 살인 사건은 아주 냉철하고 냉혹한 자에 의해 자행되었다. 만약 그 자였다면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범행을 저질렀을 리가 없었다.

“아니.”

“그럼 이제 어떡하죠?”

임지훈이 물었다. 이번 사건은 주민이 먼저 발견한 탓에 이미 소식이 일파만파 퍼진 상황이다. 따라서 저번과 다르게 비밀로 수사를 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속도가 중요하다. 범인이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에 잡아내야 하는 것이다.

“잡아야지, 범인.”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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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결전] 살인 사건 (1) 24.04.28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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