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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6.10 23: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3,992
추천수 :
123
글자수 :
456,600

작성
24.05.30 18:00
조회
15
추천
1
글자
10쪽

[3장: 결전] 구원 (2)

DUMMY

『유민준』


역시나 강민엽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유민준이 범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강민엽은 그동안 송곳니를 감춘 채 유민준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민준은 슬쩍 손목의 시계를 확인한다. 슬슬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덕분에 그동안 재밌었어요. 그럼, 체크 메이트.”

그때 베란다에 미리 설치해 둔 압력밥솥 폭탄이 폭발한다. 하지만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강민엽이 눈치채지 못하게 설치해놔야 했기에 발화제 같은 것들을 많이 사용할 수 없었던 데다가 지금 아파트에 있는 재료들로 만드는 폭탄에는 규모적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압력밥솥 폭탄은 그저 시선 분산용일 뿐이다.


유민준은 서둘러 벽 뒤로 숨은 다음 미리 준비한 고글과 귀마개,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하고는 섬광탄을 주워든다. 철거업자에게 살해당한 박준의 시체에서 얻었던 것이다. 미개한 철거업자들은 총기류만 가져가고 섬광탄은 챙기지 않았다. 강민엽은 섬광탄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었겠지만 유민준이 가져갔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유민준은 섬광탄의 핀을 뽑고는 집 안을 향해 던진다. 이내 섬광탄이 터진다. 그러나 그때 미처 계산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다. 분명 완벽하게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벽 뒤에 엄폐까지 했기에 섬광탄의 여파로부터 안전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균형 감각이 조금 상실된다. 섬광탄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렇게까지 치명적이진 않았다. 유민준은 최대한 균형을 잡으며 미리 준비해 둔 2차 공격을 감행하러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간다. 섬광탄을 맞은 강민엽은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안 하고 있다. 섬광탄의 여파가 비교적 적은 유민준도 균형을 잡기가 살짝 어려운데 강민엽은 용케도 제자리에 버티고 서있는 것이다. 분명 시각과 청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에 집중하며 유민준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 테 였다. 하지만 유민준은 그에게 다가갈 생각이 추호도 없다.


유민준은 작은 방에 숨겨둔 서큘레이터를 끌고 와 작동시킨다. 그 앞에는 밀가루와 설탕가루가 담긴 대형 봉지가 활짝 열린 채로 고정되어 있었기에 집 안 곳곳에 가루가 흩날리기 시작한다. 이어 유민준은 전자레인지를 작동시킨 뒤 집 밖으로 도망친다.


유민준은 분진 폭발을 준비했다. 분진 폭발의 연쇄 반응이 확실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밀가루와 설탕 입자를 아주 곱게 갈아놨으며 1004호의 습도와 온도 그리고 산소 농도까지 미리 세밀하게 조정해 놨다. 아무리 감각이 마비된 강민엽이어도 가까이 접근하면 위험할 거란 판단에 세운 계획이다.


그렇게 유민준은 최대한 멀리 도망친다. 전자레인지 안에 미리 금속을 넣어놨기에 곧 스파크가 튀기 시작할 것이고 공중에 떠 다니는 가루 분자들을 점화시켜 연쇄 폭발을 일으킬 것이다. 이내 등 뒤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먼 거리에서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분명 저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유민준은 방심하지 않는다. 그동안 여러 차례 겪어왔기 때문이다. 강민엽은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그 강민엽이라면 저 안에서도 살아남았을지 모른다. 그렇게 멍하니 화염을 바라보던 유민준은 벽면에 붙어있는 화재경보기의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화재 경보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던 적막한 시내에 울려 퍼지는 화재 경보 소리는 어마어마하게 시끄러웠고 이내 주변에 있는 모든 감염자들의 이목을 끌어낼 것이었다. 그러면 이전 헬리콥터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카스텔이 생성될 것이다.










『김상헌』


감옥방을 탈출한 김상헌은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는 고개를 내밀어 복도를 살핀다. 그러나 정말 14층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진짜 말한 대로 됐네..’




며칠 전이었다. 감옥문 투입구를 통해 어떤 물건 하나가 들어왔다. 그것은 검정 힙색 가방이었다. 김상헌은 영문도 모른 채 조심스럽게 가방을 열어본다. 그 안에는 드라이버, 타이머 알람, 음식이 담긴 봉지 등등 여러 잡다한 물건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하나는 장문의 편지였다.


[안녕하세요. 김상헌 님. 저는 유민준이라고 합니다. 소리를 낼 수 없기에 부득이하게 편지로 밖에 말씀을 전달드릴 수 없었던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 먼 곳까지 찾아온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김상헌 님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이대로 가면 김상헌 님은 이 감염 사태가 끝나든 아니든 파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김상헌 님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맞서 싸우는 것뿐입니다. 물론 그 싸움은 절대 쉬운 길이 되지는 않겠지만 제가 한 가지만큼은 단연코 약속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저의 지령대로 수행만 해주신다면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드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화재 경보가 울려 퍼지는 날이 올 겁니다. 그러면 그것을 신호로 아래 지령들을 순서대로 따라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지령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장비들은 모두 가방 안에 넣어놨습니다. 가방은 들키지 않게 개시날 전까지 옷 아래 가슴팍에 착용하여 숨겨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김상헌 님, 저와 함께 영광의 날을 맞이합시다. 감사합니다.]


그 밑으로는 여러 지령들이 아주 상세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사실 김상헌은 아직도 유민준이 어떻게 군인들의 눈을 피해서 감옥 방 문 앞까지 도달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는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도 정말 유민준이 내린 지령에 쓰여있는 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김상헌은 드라이버를 이용해 감옥을 손쉽게 탈출했으며 군인들은 14층을 지키지 않고 있다.


김상헌은 유민준이 정말 비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김상헌은 예전부터 유민준에 대해 알고 있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시사 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유민준과 ‘인텔리지브’에 대해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인텔리지브’는 AI 차세대 혁명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던 회사다. 주식에 관심 없는 김상헌 조차도 ‘인텔리지브’의 주식을 조금이나마 소유하고 있을 정도다.


근데 그런 대단한 곳의 대표인 유민준이 지금 김상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거절하려야 거절할 수 없다. 게다가 애초에 유민준의 말이 맞다. 지금 김상헌의 미래는 운이 좋아야 감옥행이다.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좋았어..’

김상헌은 편지를 들고는 다음 지령을 따르러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한다.











『임지훈』


14층을 지키고 있던 임지훈은 폭음을 듣고는 난간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곳에서는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모습이 확인된다.

“10층쯤에서 화재 발생.”

임지훈은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이내 화재 경보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임지훈은 다시 무전기를 들어 올린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임지훈은 강민엽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내려가기로 한다.


10층에 도달하자 1004호에서 어마어마한 불길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서 진화하지 않으면 불길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어 보인다. 임지훈은 벽에 붙어있는 소화전의 문을 열고 소방 호스를 집어든다. 밸브를 돌려 소화용수를 개방하고는 양손으로 노즐을 굳게 부여잡고 불길이 치솟는 1004호 앞으로 달려간다. 이내 화염을 향해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발사한다.


그렇게 임지훈이 1004호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이다. 문득 엘리베이터 쪽 방향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임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서는 무수히 많은 감염자 무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깜짝 놀란 임지훈은 본능적으로 감염자들을 향해 분사구 방향을 돌린다. 강력한 물줄기와 날뛰는 호스에 인해 감염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넘어진다. 그러나 넘어뜨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임지훈은 노즐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 단단히 고정시키고는 자유로워진 다른 손으로 권총을 뽑아 감염자들을 향해 총알을 발사한다.


하지만 그 순간 어깨 쪽에 알 수 없는 통증이 느껴진다. 그 고통에 하마터면 노즐을 놓칠뻔한다. 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누군가가 활짝 열린 1001호의 현관문 뒤에 숨어 고개만 살짝 내밀고는 임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민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유민준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 무슨 속셈을 갖고 있는 건지 방금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단은 감염자들을 처리하는 게 먼저였기에 임지훈은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감염자들에게 총을 발사한다. 그러자 이번엔 허벅지 쪽에 또 무언가가 날아와 박힌다. 그때 임지훈은 고통을 호소하며 노즐을 놓치고 자유로워진 소방 호스는 미친 듯 날뛰며 사방으로 물줄기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임지훈은 자동소총을 들어 올려 1001호를 향해 난사한다. 그리곤 다시 감염자들을 조준해 머리통을 날려버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유민준은 또다시 임지훈을 향해 무언가를 발사한다.

“큭..”

임지훈은 고통에 한쪽 무릎을 꿇는다. 앞에는 무수히 많은 감염자 무리, 뒤에는 미지의 무기를 가진 유민준, 옆에는 치솟는 불길. 사방이 위협으로 둘러싸인 임지훈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인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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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독자 여러분께 보내는 감사의 인사 24.06.10 14 1 2쪽
80 [에필로그] 겨울 24.06.09 15 1 14쪽
79 [3장: 결전] 구원 (7) 24.06.08 14 1 10쪽
78 [3장: 결전] 구원 (6) 24.06.07 16 1 9쪽
77 [3장: 결전] 구원 (5) 24.06.05 15 1 17쪽
76 [3장: 결전] 구원 (4) 24.06.02 14 1 12쪽
75 [3장: 결전] 구원 (3) 24.05.31 16 1 15쪽
» [3장: 결전] 구원 (2) 24.05.30 16 1 10쪽
73 [3장: 결전] 구원 (1) 24.05.27 13 1 15쪽
72 [3장: 결전] 의지 (4) 24.05.24 16 1 11쪽
71 [3장: 결전] 의지 (3) 24.05.22 17 1 14쪽
70 [3장: 결전] 의지 (2) 24.05.18 14 1 12쪽
69 [3장: 결전] 의지 (1) 24.05.17 14 1 9쪽
68 [3장: 결전] 반란 (8) 24.05.14 15 1 12쪽
67 [3장: 결전] 반란 (7) +1 24.05.08 25 1 15쪽
66 [3장: 결전] 반란 (6) 24.05.07 19 1 13쪽
65 [3장: 결전] 반란 (5) +1 24.05.07 23 1 11쪽
64 [3장: 결전] 반란 (4) 24.05.06 19 1 15쪽
63 [3장: 결전] 반란 (3) 24.05.03 17 1 14쪽
62 [3장: 결전] 반란 (2) 24.05.02 21 1 14쪽
61 [3장: 결전] 반란 (1) 24.05.02 20 1 13쪽
60 [3장: 결전] 살인 사건 (4) 24.05.01 20 1 14쪽
59 [3장: 결전] 살인 사건 (3) 24.04.30 20 1 9쪽
58 [3장: 결전] 살인 사건 (2) 24.04.29 23 1 12쪽
57 [3장: 결전] 살인 사건 (1) 24.04.28 25 1 11쪽
56 [3장: 결전] 배신자 (4) 24.04.27 23 1 15쪽
55 [3장: 결전] 배신자 (3) 24.04.26 22 1 11쪽
54 [3장: 결전] 배신자 (2) 24.04.23 24 0 14쪽
53 [3장: 결전] 배신자 (1) 24.04.22 2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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