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5.22 11:0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167
추천수 :
29
글자수 :
404,754

작성
24.05.07 13:00
조회
13
추천
0
글자
11쪽

[3장: 결전] 반란 (5)

DUMMY

<김상헌>


군인들의 눈을 피해 몰래 1층에 도달한 김상헌은 방화문 앞에 쌓인 가구들을 열심히 옮겨냈다. 그렇게 김상헌은 마침내 온전한 모습의 방화문과 마주한다. 그 방화문의 문고리는 철사와 비닐노끈으로 꽁꽁 감싸져 있었다. 군인들은 혹시나 감염자들이 문고리를 돌려 여는 가능성까지 방지하기 위해 꼼꼼하게 막아놓은 것이었다. 김상헌은 미리 준비해 놓은 칼을 꺼내 노끈을 자르고 철사를 걷어낸다.


드디어 모든 방해물들이 사라졌다. 이제 문고리를 돌려 열기만 하면 된다. 김상헌은 손목시계를 들어 올려 시간을 본다. 문을 열기로 약속한 7시 10분까지 약 1분 정도 남아있는 것을 확인한다. 김상헌은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기 시작한다. 이제 곧 목숨을 걸고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몸을 다 푼 김상헌은 다시 시간을 확인한다. 마침내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김상헌은 긴장한다. 이제 진짜로 문을 열어야 한다. 방화문 밖에 우글거리고 있을 감염자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위협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자 겁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물러날 곳은 없었다. 지금 여기서 문을 열고 자신의 몫을 해내야 한다.


김상헌은 마음을 굳게 먹고는 떨리는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는다.

‘에라 모르겠다.’

김상헌은 문고리를 돌리고는 방화문을 밀어낸다. 겁이난 덕분에 문을 활짝 열지 못하고 아주 조금만 여는데 그친다. 그러나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인기척을 느끼고 달려든 감염자들의 팔이 문 틈을 비집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김상헌은 그 즉시 돌아서서 빠른 속도로 계단을 등반하기 시작한다.


온몸이 공포에 사로잡힌다. 감염자들이 실제로는 김상헌을 바싹 뒤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머릿속에서는 온갖 공포스러운 상상이 든다. 공포 때문에 중간 4층쯤에 빠져서 비상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는 것도 잊고는 그대로 중앙계단을 등반한다.


김상헌은 서두르기 위해 한걸음에 두 칸씩 오른다. 슬슬 숨이 차기 시작한다. 그 순간이다. 위 쪽에서 총성이 울려 퍼진다. 분명 동료들이 군인들을 제압하는 소리일 것이었다. 그런데 소리가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럽다. 곧 감염자들이 이 소리에 이끌려 빠른 속도로 계단을 올라올 것이 자명해 보였다. 그래서 김상헌은 숨이 참에도 단 한순간도 멈추지 못하고 온 힘을 다해 계단을 오른다.


그렇게 10층에 도착한 순간이다. 그때 김상헌은 미처 예상치 못한 인물과 마주한다. 그것은 바로 강민엽이었다. 강민엽은 김상헌을 보자마자 매서운 표정을 지으며 달려들었다. 김상헌은 그의 손아귀를 떨쳐내보려 했으나 무리였다. 1대 1로 강민엽을 떨쳐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김상헌은 강민엽에게 붙잡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아니! 왜 그러세요!”

김상헌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결백한 연기를 했다. 강민엽이 지금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할 거라는 판단하에 나온 행동이었다. 어떻게든 빈틈을 만들어낸 다음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는 14층으로 도망갈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김상헌의 기대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그의 시야 내에 다른 한 사람이 더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구자혁이었다.

“자.. 잠깐만..”

김상헌은 절박하게 외쳤다.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를 공포감에 아무 말이나 입 밖으로 내뱉으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강민엽은 그런 김상헌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그대로 개머리판으로 얼굴을 후려친다. 그렇게 김상헌은 의식을 잃는다.











<구자혁>


“멍청한 새끼들..”

구자혁이 계단 틈 사이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 아래에서 감염자들이 우글거리며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자신을 배신한 부하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기어코 방화문까지 열어낸 것이다.


구자혁은 절망한다. 모든 것은 끝나버렸다. 14층의 배신자들 외에는 모두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이대로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빈집 아무 데나 숨어 굶어 죽기를 기다리는 일 밖에는 남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임지훈.”

기절한 김상헌의 포박을 마친 강민엽이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예.]”

“클러스터, 실행해.”

“[확인.]”

구자혁은 그런 강민엽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에게서는 아직 포기한 기색 따위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자혁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 뭐 어쩌게?”

“방화문을 다시 닫을 겁니다.”

강민엽은 덤덤히 답했다. 구자혁은 어이없었다. 강민엽은 1층 방화문을 다시 닫아낼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딴 건 가능하지 않다. 지금도 활짝 열린 방화문을 통해 무수히 많은 감염자들이 끝도 없이 들이닥치고 있다. 그런 감염자들을 제치고 1층에 도달해 방화문을 닫아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

“뭐..? 그게 무슨.. 아니 문을 어떻게 닫아? 그딴 건 불가능해!”

“반드시 해야 되는 일입니다.”

“뭐, 뭐..?”

구자혁은 넋 놓고 강민엽을 바라본다. 그는 진심이었다. 강민엽은 정말로 방화문을 다시 닫아낼 생각인 것이다.


그러다 구자혁은 이내 깨닫는다. 방화문을 다시 닫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만약 방화문을 닫아내지 못한다면 감염자들은 끊임없이 몰려든다. 그러면 두 번 다시 14층을 되찾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14층을 되찾는다 해도 많은 이들의 목숨이 위험해진다. 애초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불가능해도 해야 되는 것이다.
















<윤리도>


윤리도는 박준의 무기를 모두 탈취하고 류석훈을 부축한 채 간신히 14층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황기엽을 마주한다.

“괜찮습니까?”

윤리도는 고개를 젓는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다.

“길현이는요?”

“.. 주, 죽었어..”

“예? 허 참.”


윤리도는 황기엽에게 권총을 건네고는 힘겹게 입을 연다.

“.. 이, 임지훈..”

14층에 올라왔으니 이제 집 어딘가에서 숨어 있을 임지훈을 처리한 다음 그의 무기를 빼앗아야 했다.

“없습니다.”

“.. 뭐..?”

“다 뒤져봤는데 없습니다. 어디 딴 데 있나 봅니다.”

“.. 사, 상헌이는..?”

“상헌이도 안보입니다.”

작전대로 되는 게 없었다. 임지훈도 없고 1층에 내려간 김상헌도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 문 닫아..”

윤리도는 황기엽에게 지시하고는 류석훈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류석훈은 아주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당장 안정을 취하게 해야했다. 윤리도는 류석훈을 거실 바닥에 뉘이고 상태를 살펴본다. 박준에게 두들겨 맞아 피투성이가 된 류석훈의 안면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훼손되어 있었다. 윤리도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서 수건을 가지고 온다.


그때 황기엽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 뭐, 뭐 하는 거야..?”

“뭐가 말씀이십니까? 문 닫았습니다.”

“.. 보초.. 서..!”

누군가는 입구를 지켜야 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강민엽과 임지훈이 살아있다. 황기엽은 못마땅한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다시 밖으로 나간다.


원래 최소 2명 씩은 항상 복도에 상주하며 군인들의 침입을 막아야 되는데 이제는 인원이 너무 부족해졌다. 구자혁은 빠졌으며 김상헌은 보이지 않고 황길현은 사망했으며 류석훈은 중상을 입었고 윤리도 자신도 총상에 팔이 부러지고 목까지 다쳤다. 멀쩡한 건 황기엽과 이은찬뿐인데 이은찬은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그러다 문득 이은찬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소파에 쪼그려 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윤리도는 주체 못 할 화가 솟아오른다. 저놈 때문이다. 애초에 저놈이 없었다면 반란의 불씨가 일어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저 자식이 자신의 일만 제대로 했다면 황길현이 죽을 일도, 류석훈과 자신이 다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윤리도는 이은찬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부러지지 않은 팔로 그를 사정없이 때린다.

“.. 이 비겁한 새끼가! 동료들이 죽어나가는데 보고만 있어..?”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분노하며 외쳤다.

“죄, 죄송합..! 부.. 부사장님..! 그, 그만..!”

윤리도는 간절히 비는 이은찬을 무시하고 힘이 다할 때까지 사정없이 내려친다. 그러다 이내 이은찬의 턱을 부여잡고는 말한다.

“.. 당장 꺼져..!”

“예, 예? 어디로..”

“.. 밖이나 지켜.. 씨발 새끼야..”

이은찬은 울먹인다. 머뭇거리다가 이내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윤리도 옆에 있는 자동소총을 집어드려고 한다. 윤리도는 그 앞을 막아서며 무섭게 표정을 짓는다.

“.. 어딜..! 씨발..”

이에 이은찬은 어쩔 수 없이 맨손으로 나간다. 계획이 틀어졌기에 이은찬에게 줄 무기 같은 건 없었다. 지금 있는 건 자동소총 1정과 권총 1정이 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애초에 이은찬에게 무기를 줘봤자 도움은 안될 것이었다.


“.. 괜찮냐..?”

윤리도는 류석훈에게 다가가 피투성이가 된 그의 얼굴을 닦아주며 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류석훈은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고 있을 뿐이었다. 절망적이다. 류석훈도 얼마 가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윤리도는 바닥에 주저앉아 허망하게 허공을 바라본다. 벌써 황길현과 류석훈 그리고 김상헌을 잃었다. 문득 반란을 일으키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나섰지만 실제는 머저리 같은 생각이었다. 구자혁의 말이 옳았다. 애초에 구자혁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황기엽의 말 따위는 듣는 게 아니었다.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갑작스레 크나큰 폭음이 들려온다. 깜짝 놀란 윤리도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본다.

‘뭐야?’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소리였지만 지금 이 상황, 이 공간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그때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황기엽이 달려오더니 소리친다.

“형님! 나와보십쇼!”

그렇게 윤리도는 황기엽을 따라 문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이내 그는 압도적인 광경에 시선을 빼앗긴다. 저 위 허공에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불꽃들이 흩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폭죽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9 문할로
    작성일
    24.05.09 15:06
    No. 1

    너무 재미있게 보는데 조회수가 안나와서 제가 다 아쉽습니다.
    추천글 처음으로 올렸습니다.
    작가님 화이팅입니다.

    찬성: 1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정판] 아라그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연재 24.02.20 30 0 -
71 [3장: 결전] 의지 (3) 24.05.22 2 0 14쪽
70 [3장: 결전] 의지 (2) 24.05.18 5 0 12쪽
69 [3장: 결전] 의지 (1) 24.05.17 4 0 9쪽
68 [3장: 결전] 반란 (8) 24.05.14 6 0 12쪽
67 [3장: 결전] 반란 (7) +1 24.05.08 16 0 15쪽
66 [3장: 결전] 반란 (6) 24.05.07 12 0 13쪽
» [3장: 결전] 반란 (5) +1 24.05.07 14 0 11쪽
64 [3장: 결전] 반란 (4) 24.05.06 10 0 15쪽
63 [3장: 결전] 반란 (3) 24.05.03 9 0 14쪽
62 [3장: 결전] 반란 (2) 24.05.02 8 0 14쪽
61 [3장: 결전] 반란 (1) 24.05.02 7 0 13쪽
60 [3장: 결전] 살인 사건 (4) 24.05.01 6 0 14쪽
59 [3장: 결전] 살인 사건 (3) 24.04.30 7 0 9쪽
58 [3장: 결전] 살인 사건 (2) 24.04.29 9 0 12쪽
57 [3장: 결전] 살인 사건 (1) 24.04.28 10 0 11쪽
56 [3장: 결전] 배신자 (4) 24.04.27 9 0 15쪽
55 [3장: 결전] 배신자 (3) 24.04.26 9 0 11쪽
54 [3장: 결전] 배신자 (2) 24.04.23 9 0 14쪽
53 [3장: 결전] 배신자 (1) 24.04.22 12 0 12쪽
52 [3장: 결전] 암흑 속 (6) 24.04.21 12 0 15쪽
51 [3장: 결전] 암흑 속 (5) 24.04.18 12 0 13쪽
50 [3장: 결전] 암흑 속 (4) 24.04.17 14 0 13쪽
49 [3장: 결전] 암흑 속 (3) 24.04.16 12 0 15쪽
48 [3장: 결전] 암흑 속 (2) 24.04.14 12 0 11쪽
47 [3장: 결전] 암흑 속 (1) 24.04.12 12 0 11쪽
46 [2장: 생존] 여명 (7) 24.04.10 13 0 12쪽
45 [2장: 생존] 여명 (6) 24.04.08 14 0 12쪽
44 [2장: 생존] 여명 (5) 24.04.05 15 0 18쪽
43 [2장: 생존] 여명 (4) 24.04.01 15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