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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6.10 23: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3,422
추천수 :
106
글자수 :
456,600

작성
24.05.1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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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추천
1
글자
12쪽

[3장: 결전] 반란 (8)

DUMMY

『송예슬』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이후 강민엽은 송예슬을 집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렇게 중앙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예슬아!”

시온이네 식당 멤버들이 송예슬을 발견하고는 달려들었다.

“괜찮아? 얼굴 이거 어떡해. 아이고.”

허진우가 송예슬 얼굴의 상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별로 안 다쳤어요.”

송예슬은 애써 웃음 지어 보인다. 그때 유민준이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송예슬을 바라본다. 그리곤 그녀를 덥썩 껴안고는 나지막이 말을 내뱉는다.

“.. 다행이다.”

“괜찮아.”

송예슬은 유민준을 안심시키기 위해 담담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유민준은 이내 포옹을 풀고는 송예슬 얼굴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진다.

“.. 미안해, 내가 곁에 있었어야 했는데.”

“아니야, 어떻게 오빠 잘못이야. 그리고 나 괜찮아. 하나도 안다쳤어.”


그때였다.

“누나.”

송예슬은 그녀에게 쫄랑쫄랑 다가오는 이시온을 발견하고는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춰준다.

“시온아, 누나가 미안. 걱정 많이 했지.”

“아니.”

씩씩하게 답하는 이시온에 송예슬은 밝게 미소 짓는다.

“걱정 안 했어? 섭섭한데?”

“형아 약속했어.”

이시온의 말에 송예슬은 살짝 놀란다. 그리곤 이내 미소 지으며 이시온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맞아, 누나가 지금 형아 덕분에..”

송예슬은 말을 하며 강민엽이 있는 곳을 돌아본다. 그러나 그곳에는 강민엽이 없었다. 그는 이미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있었다. 송예슬은 그가 사라진 모습을 보고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섭섭함과 쓸쓸함을 느낀다. 그러나 시온이네 식당 멤버들이 쉬지 않고 말을 거는 덕분에 그 기분은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 송예슬은 그렇게 모두의 호위를 받으며 집 앞까지 도착한다.


“진짜 혼자 괜찮겠어?”

유민준이 물었다.

“응 잠깐 좀 쉬고 싶어서.”

“알았어.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응 고마워.”

“가자 시온아.”

유민준은 이시온의 손을 잡고는 떠나간다. 송예슬은 떠나가며 인사하는 이시온을 향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그리곤 집에 들어와 현관문을 닫고는 모든 잠금장치를 다 걸어 잠근다. 그 순간, 무참히 잘려있는 안전고리가 문득 눈에 들어온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그 당시 느꼈던 감정과 기억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이에 송예슬은 호흡이 가빠지고 어느새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는다. 그렇게 송예슬은 그대로 현관문에 기대어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살인사건부터 시작해서 납치와 폭력 사태까지. 처참하게 죽어있던 고아영의 시체를 목격한 충격, 자신을 탐하려한 황기엽의 소름 끼치는 손길, 관자놀이에 겨눠졌던 서늘한 총구의 느낌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당장 지워버리고 싶은 이 끔찍한 기억들은 마치 머릿속에 각인된 것처럼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과연 언젠가 이 기억들을 잊어내고 극복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지 의문이 든다. 그럼 만약 잊는 게 불가능하다면 이 기억들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지도 궁금해진다.


그러다 송예슬은 새삼 다시금 깨닫는다.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말이다. 사실 그녀가 겪은 이 모든 일들은 어떻게 보면 경찰이란 직업을 택한 그녀라면 당연히 감내해야 할 일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걸고 타인을 지킨다는 경찰이란 직업의 무게감이란 그녀가 생각해 왔던 것보다 상상 이상으로 무거운 것이었다.


평상시 경찰 생활을 할 때 송예슬은 자신이 좋은 경찰이라 생각해 왔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으며 체력 단련과 컨디션 관리에도 소홀이 하지 않았다. 항상 동료 경찰들의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목숨이 위협받는 진정한 위기 상황에서 그녀는 그저 강인한 자의 도움이 필요한 가녀린 여자일 뿐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 한들 그녀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은 그저 운이 좋아 위기 상황을 겪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게 송예슬의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온다. 가까운 사람을 잃은 상실감, 죽음에 대한 공포감, 나약한 자신에 대한 한심함, 폭력에 저항할 수 없었던 무기력감 등 다양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오기 시작한다. 제대로 숨을 쉬기도 어려워진다. 그 순간이다.


띵동


갑작스레 울려 퍼진 초인종 소리에 송예슬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녀는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현관문 렌즈를 내다본다. 그 순간 송예슬은 마음을 놓는다. 그곳에 서있는 것은 강민엽이었기 때문이다.








『강민엽』


문을 열어준 송예슬의 얼굴은 눈물 투성이었다. 그녀는 강민엽을 보자마자 다가와 그를 와락 껴안는다. 그리곤 강민엽의 품 속에서 한참 동안 흐느낀다. 강민엽은 그런 송예슬을 꼭 안아주며 그녀가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려준다.


한참이 지나고 송예슬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는지 울음을 멈췄다. 그렇게 한참을 더 껴안고 있다가 송예슬은 이내 포옹을 푼다. 강민엽은 그런 송예슬에게 자신이 들고 온 쇼핑백을 슬쩍 건넨다.

“.. 연고입니다.”

강민엽은 진통제와 소염제, 소독약 그리고 상처에 바를 연고와 멍 크림을 가져왔다. 송예슬은 약이든 쇼핑백을 받아 든다.

“그럼.”

강민엽은 발길을 돌린다. 이제 더 이상 여기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 순간 송예슬이 떠나가는 강민엽의 손을 붙잡는다. 강민엽은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송예슬을 바라본다.

“.. 저기.. 약 바르는 거.. 도와주세요..”


그렇게 결국 강민엽은 송예슬의 집으로 들어왔다. 수건을 적셔 얼굴의 상처 부위를 닦아낸 다음 소독을 해주고 그 위에 연고와 크림을 발라준다. 송예슬은 고통스러운지 손이 닿을 때마다 얼굴을 조금씩 찡그린다.


얼굴에 있는 모든 상처들의 치료를 마치고 이번엔 몸에 있는 상처를 치료할 차례였다. 눈에 보이는 팔과 목 부위부터 상처를 닦아내고 크림을 바른다. 그러나 멍은 옷 안으로까지 이어져있었다. 송예슬은 이 사실을 인지했는지 양손으로 상의 끝자락을 잡고는 옷을 벗으려고 한다. 이에 강민엽은 뒤로 돌아선다. 그러자 송예슬이 옷을 벗다 말고는 그의 팔을 붙잡고 말한다.

“.. 괜찮아요.”


강민엽은 송예슬이 상의를 탈의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녀의 온몸은 멍 투성이었다.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강민엽은 물수건을 집어 들어 그녀의 몸을 조심스럽게 닦아준다. 그리고는 멍이 든 부위에 크림을 정성껏 발라준다. 윗가슴, 배, 옆구리, 허벅지, 그리고 등까지 모두 세심하게 도포해준다.


이제 모든 치료가 거의 다 끝나간다. 치료가 끝나면 강민엽은 더 이상 여기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강민엽은 자신도 모르게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고 부드럽게 크림을 발라준다. 그러나 그럼에도 치료는 금세 끝나버린다.

“다 됐습니다.”

강민엽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렵게 발걸음을 떼어 돌아선다.

“.. 잠깐만요.”

그 순간 송예슬이 그를 불러 세웠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강민엽의 손을 붙잡는다.

“.. 가지 마요..”

송예슬이 절박하게 말했다.

“.. 죄송합니다.”

강민엽은 조심스럽게 손을 떼어내고는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자 이번에는 뒤에서 그를 껴안는다.

“.. 제발.. 가지 마요..”

강민엽은 다시 자리에 멈춰 선다. 그리곤 주저하며 힘겹게 입을 연다.

“.. 저는..”

강민엽은 그녀의 곁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단순히 강민엽에겐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만이 아니다. 강민엽은 이미 그에게 주어졌던 소중한 기회를 자신의 실수로 걷어차버렸다. 덕분에 그에게 과분한 사랑을 주었던 사람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기에 강민엽에게는 더 이상 행복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존재를 지켜내지 못한 주제에 이제 와서 홀로 행복을 향해 다가갈 수는 없었다. 강민엽은 평생 고통 속에서 속죄하다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그게 그가 선택한 길이다.


그러나 그때 송예슬이 말한다.

“.. 과거가 어쨌든.. 미래가 어쨌든.. 상관없으니까.. 제발, 가지 마요.. 제발..”

송예슬은 강민엽의 앞으로 다가온다. 강민엽은 그런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송예슬은 강민엽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내 눈을 감고는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강민엽은 차마 물러나지 못한다. 그렇게 강민엽은 송예슬과 입을 맞춘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달콤하다. 강민엽에게 그간 잊고 있던 평화로움이 다시 찾아온다.


그러자 그 순간 강민엽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강민엽은 그동안 너무나도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다. 한 인간이 지기엔 지극히 무거운 짐이었다. 그럼에도 강민엽은 그 짐을 절대 내려놓을 수 없었다. 짐을 내려놓는 순간 죄책감과 후회, 상실감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가 겪은 과거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다. 그 고통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약은 시간이다.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망각되어 고통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망각하는 것이 옳은 길일까 강민엽은 끝없이 고민했다. 그래서 강민엽은 선택했다. 절대 잊지 않기로 말이다. 그래서 평생 자신이 저지른 뼈아픈 실수를 반성하며 살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것이 강민엽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였다.


그렇게 강민엽은 그 아픈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매일 같이 사탕을 먹어왔다. 왕포도 사탕은 강민엽이 무엇을 잃었는지를 명확히 떠올리게 해줬다. 그렇게 매일같이 자신을 그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다. 짐을 내려놓으면 안 되는 이유를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그러나 송예슬 앞에서는 편안히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과거의 아픔을 씻어낼 수 있었다. 위로받는 것은 송예슬이 아닌 강민엽이었던 것이다.


송예슬은 이내 강민엽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보인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 그저 말없이 눈물을 닦아줄 뿐이다. 마치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말이다. 강민엽은 그런 송예슬을 꽉 안아준다. 그리곤 본능에 몸을 맡기고 격하게 입을 맞추기 시작한다. 이내 그들 사이를 가로막는 곁가지들을 모두 벗어던지고 본연의 상태가 된다. 그리고는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서로를 격렬히 탐한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이내 고요함이 찾아왔다. 강민엽은 자신의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자고 있는 송예슬의 얼굴을 바라본다. 과거의 사랑과 아주 닮아있는 그녀. 마치 하늘이 강민엽을 시험하는 것 과도 같았다. 이번에는 절대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말이다.


그렇게 강민엽은 결심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녀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이다. 다시는 예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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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3장: 결전] 구원 (5) 24.06.05 14 1 17쪽
76 [3장: 결전] 구원 (4) 24.06.02 13 1 12쪽
75 [3장: 결전] 구원 (3) 24.05.31 15 1 15쪽
74 [3장: 결전] 구원 (2) 24.05.30 1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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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3장: 결전] 의지 (3) 24.05.22 12 1 14쪽
70 [3장: 결전] 의지 (2) 24.05.18 1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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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결전] 반란 (8) 24.05.14 13 1 12쪽
67 [3장: 결전] 반란 (7) +1 24.05.08 23 1 15쪽
66 [3장: 결전] 반란 (6) 24.05.07 18 1 13쪽
65 [3장: 결전] 반란 (5) +1 24.05.07 22 1 11쪽
64 [3장: 결전] 반란 (4) 24.05.06 17 1 15쪽
63 [3장: 결전] 반란 (3) 24.05.03 14 1 14쪽
62 [3장: 결전] 반란 (2) 24.05.02 17 1 14쪽
61 [3장: 결전] 반란 (1) 24.05.02 15 1 13쪽
60 [3장: 결전] 살인 사건 (4) 24.05.01 15 1 14쪽
59 [3장: 결전] 살인 사건 (3) 24.04.30 15 1 9쪽
58 [3장: 결전] 살인 사건 (2) 24.04.29 18 1 12쪽
57 [3장: 결전] 살인 사건 (1) 24.04.28 20 1 11쪽
56 [3장: 결전] 배신자 (4) 24.04.27 17 1 15쪽
55 [3장: 결전] 배신자 (3) 24.04.26 17 1 11쪽
54 [3장: 결전] 배신자 (2) 24.04.23 18 0 14쪽
53 [3장: 결전] 배신자 (1) 24.04.22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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