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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6.10 23:4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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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글자수 :
45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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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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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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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3장: 결전] 구원 (5)

DUMMY

『유민준』


팔이 뒤로 묶인 채로 허겁지겁 도망치던 유민준은 12층 복도로 나와서 구석 벽에 눈에 띄지 않게 붙어있는 작은 단자함 앞으로 다가간다. 인터넷과 전화, TV 케이블 등의 전선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단자함이다. 유민준은 이 안에 미리 유틸리티 가방 하나를 넣어놨었다.


단자함 문을 열고 가방을 꺼내 그 안에서 칼을 찾아낸다. 손을 구속하고 있는 케이블 타이를 잘라내어 마침내 다시 자유를 되찾은 유민준은 유틸리티 가방을 사선으로 둘러메고는 옥상으로 향한다. 옥상층 내부에는 컨트롤 박스가 하나 있는데 그 컨트롤 박스에는 화재경보기를 끌 수 있는 버튼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단을 오르던 순간 유민준은 잠시 자리에 멈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다. 다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분명 함정에 빠진 강민엽이 감염자들을 향해 발포하는 소리일 것이었다. 그는 아직도 살아있다.


유민준은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컨트롤 박스 앞에 도착해 패널을 열고는 화재경보기 제어 버튼을 응시한다. 지금 여기서 저 버튼을 눌러 화재경보음을 차단시키는 게 원래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민준은 차마 손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 어쩌면 강민엽은 그 지옥 같은 함정에서도 또 살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유민준은 마음을 바꾼다. 버튼을 작동하는 대신 유틸리티 가방에서 니퍼를 꺼내든다. 컨트롤 박스를 아예 망가뜨려 그 누구도 화재경보기를 끄지 못하게 할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다.

“뭐 하냐?”

깜짝 놀라 뒤돌아보는 유민준의 복부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가해진다. 구자혁이다. 그는 쥐도 새도 모르게 다가와 유민준에게 기습적으로 주먹을 날린 것이다.

‘.. 보, 복싱..?’

유민준은 구자혁의 범상치 않은 자세를 보고 그가 사우스포 복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타격 지점도 정확하게 급소인 간을 노렸으며 위력 또한 절대 평범한 일반인의 주먹이 아니었다. 겉으론 왜소한 노인처럼 보였지만 그동안 속에 이런 힘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유민준은 복부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상체가 자연스레 수그러진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양팔을 들어 올려 가드를 취한다. 만약 구자혁이 복싱을 수련한 사람이 맞다면 방금 리버샷 다음으로 연달아 턱을 향해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콤비네이션 공격이 들어올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벼락같은 스트레이트 공격이 바로 날아온다. 다행히 간발의 차로 팔을 들어 올린 덕에 턱을 보호하는 데 성공한다. 팔이 부러질 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지긴 했으나 그래도 기절을 당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리했다. 간은 뼈와 근육으로 보호받는 다른 장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부 충격에 더 노출되어 있다. 그렇기에 간을 노린 강력한 주먹을 정통으로 맞게 되면 신체는 반사적인 보호반응으로 인해 순식간에 경직되고 호흡이 마비되며 메스꺼움과 구토까지 유발된다. 이런 리버샷의 충격에서 단시간에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상대는 복싱을 오래 수련한, 어쩌면 프로 복서였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번 주먹 한 번 운 좋게 막아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분명 유민준을 쓰러뜨릴 때까지 매서운 주먹들이 쉬지 않고 날아올 것이었다.


하지만 유민준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 찰나의 순간 자신이 이 상황을 타개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수를 떠올려낸다. 그것은 바로 그라운드전이다. 복서인 구자혁을 스탠딩 자세에서 타격전으로 상대한다면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유민준의 주특기인 그래플링으로 들어가면 승산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복서들은 그래플링 기술에 대한 면역력이 없다.


그렇게 유민준은 상체를 숙이고 있는 현재 자세에서 그대로 무게 중심만 이동시켜 구자혁에게 달려든다. 구자혁도 유민준의 수를 눈치챘는지 빠른 스텝을 이용해 뒤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어림없다. 유민준은 오랜 기간 전문 선수에게 MMA를 수련해 오며 테이크 다운 기술도 마스터해 왔다. 무엇보다 여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층계 공간이다. 아무리 발이 빠른 복싱 선수여도 이곳에서 다리를 잡히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내 유민준은 구자혁의 양다리를 잡고는 쓰러뜨려 상위 포지션을 잡는 데 성공한다. 그다음 구자혁이 저항하지 못하게 몸을 바싹 붙이고는 왼팔로 구자혁의 목을 짓누르고 오른팔로는 그의 뒷목을 감쌈과 동시에 자신의 왼팔 소매를 있는 힘껏 잡아당긴다. 이제키엘 초크다.


구자혁은 초크가 걸린 상황에서도 유민준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는다. 누운 자세로 회전력 없이 날리는 주먹임에도 충격이 크게 들어온다. 유민준은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하며 자세를 유지한다. 만약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초크를 풀어버린다면 아마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통 때문에 좀처럼 호흡을 할 수가 없다. 정신이 점점 아득해진다. 그러나 구자혁도 마찬가지다. 그의 주먹은 갈수록 약해지고 느려지고 있다. 그러다 이내 주먹질이 멈춘다.


마침내 구자혁이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한 유민준은 옆으로 굴러 넘어져 격하게 기침을 하며 호흡을 몰아쉰다. 그렇게 바닥에 누워 간신히 회복을 한 다음 바닥에서 니퍼를 집어 들고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다시 컨트롤 박스 앞에 서서는 전선을 잘라낸다.


유민준은 복부를 부여잡고 구자혁을 흘긋 바라본다. 유민준은 굳이 그를 확인사살하지 않기로 한다. 어차피 곧 몰려들 감염자들에 의해 목숨을 잃을 것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은 1초도 아까웠다. 진작에 창고 집으로 들어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는데 예상치 못한 구자혁의 기습 때문에 늦어진 것이다.


그렇게 유민준은 계단을 내려가 14층 복도에 진입한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더 이상 걸음을 옮기지 못하게 된다. 그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저 멀리 복도 반대편을 응시할 뿐이다. 그곳에는 현관문을 열고 등장한 강민엽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민엽 & 유민준』


어린 시절의 유민준은 어느 날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아이들은 서로 즐겁게 대화도 하고 감정 표현도 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리는데 유민준은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유민준이 입을 열기만 하면 다른 아이들은 마치 들으면 안 되는 말을 들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점점 위축되어 가던 유민준은 갈수록 자기 자신을 숨기기 시작했고 다른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과 자신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다른 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지 알아내고 연습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끝없는 노력 끝에 유민준은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이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하지만 불편함 만큼은 사라지지 않았다. 온전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은 너무나도 답답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불편함도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았다. 유민준은 성장해 가며 점차 깨닫게 된 것이다. 자신은 이상한 게 아니고 특별한 것이었음을 말이다. 유민준이 이해하는 것을 다른 이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유민준이 쉽게 해내는 것을 다른 이들은 온 힘을 써도 해내지 못한다. 유민준 외에 다른 이들은 그저 모두 열등한 존재였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런 하등한 존재들과 똑같아지려 노력해 온 것은 모두 쓸데없는 짓이었다.


그런 유민준의 인생은 모멸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상은 자신보다 수준이 낮은 인간들에게 지배를 받아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민준이 월등한 존재라고 해도 결국 다른 열등한 존재들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하등한 존재들이 제공하는 의료, 식품, 교통, 금융, 법률 등등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없으면 그 아무리 유민준이라도 이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유민준에게는 자연스레 어떠한 하나의 목표가 생겨났다. 평생 절대 고독을 느껴왔던 유민준을 진정으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존재, 바로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인공지능이 탄생하게 되면 더 이상 앞으로 열등한 존재들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어진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산업과 서비스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앞으로 부패한 정치인, 비도덕적인 기업인, 범죄를 저지르는 의사부터 시작해서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쓰레기들, 난폭 운전을 하는 말종들, 약자에게 진상을 부리는 버러지들까지 모든 미개하고 더러운 존재들이 멸종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환락과 쾌락에 빠져 평생을 허우적대며 말이다.


그렇게 되면 오직 유민준, 그리고 아주 극소수의 특별한 인간들만이 세상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인생을 진지하게 여기는 특별하고 우월한 존재들만이 마침내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다. 그럼 비로소 세상은 완벽하게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까지 이제 단 한걸음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강민엽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대로라면 감염 사태가 끝나고 수행 비서 일가족 몰살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될 것이었다. 그럼 아무리 유민준이 초호화 변호인단을 동원해서 승소를 해낸다 해도 인텔리지브의 이미지에는 반드시 큰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유민준을 이사회에서 가만히 놔둘 리가 없는 것이다. 즉시 파멸이다.


고작 열등한 쓰레기들의 미개한 목숨 좀 앗아갔다고 해서 앞 길을 막힐 수는 없다. 그동안 꿈꿔왔던 목표가 정말 코 앞까지 다가왔다. 유민준은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타개해 낼 생각이다. 강민엽을 물리치고 다른 모든 증인과 증거들을 없애낼 생각이다. 그렇게 비로소 다시 완벽한 존재가 되어 완벽한 세상을 이룩해 낼 것이다.




그러나 강민엽은 도저히 비켜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분진 폭발로 날려 보내고 송예슬을 인질로 유인해 내고 감염자 함정에 빠뜨렸음에도 아직까지 아득바득 살아서 또다시 유민준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유민준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고개를 떨군 채 혼자서 한참을 웃는다.

“그거 알아요?”

유민준은 웃음을 멈추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진심이었어요. 당신이랑 같이 109동을 구하려고 했다고요. 다 당신 잘못이야. 한 번만 눈감았으면 됐을 텐데. 대체 왜 그딴 짓을 해서 이 지경을 만든 거예요?”


강민엽은 들고 있던 자동 소총을 옆에다 던진다. 가지고 있던 총알은 아까 감염자들을 상대하며 모두 사용했다.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내 목숨이에요. 전혀 과장 없이 말하는 거예요. 나는 곧 있으면 전쟁도, 기아도 없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어낼 거예요. 그렇게 수억 명, 아니 수십억 명의 생명을 구내 낼 거라고요! 근데 그깟 버러지 세 마리 죽은 게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


강민엽은 차고 있던 조끼도 풀어헤쳐 바닥에 던진다.


“당신은 절대 날 이기지 못해. 나는 반드시 당신을 죽이고 살아남아서 모든 증거들을 없앨 거야. 여기 109동 주민들, 저기 108동 주민들, 그리고 송예슬까지 싹 다 죽이고, 그렇게 혼자 살아남아서 이 무너진 세상을 재건하는 영웅이 될 거야.”


그 순간 강민엽이 돌진하기 시작한다. 유민준은 그런 강민엽을 향해 네일건을 들어 올려 못 탄환을 발사한다. 그 순간 강민엽이 양손을 들어 올린다. 급소를 방어하기 위함이다. 날아오는 못 탄환이 머리나 심장에만 맞지 않는다면 유민준에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유민준은 최대한 머리를 노려보지만 모두 팔에 막힌다. 분명 팔에 못 탄환을 맞는 것도 어마어마한 고통일 텐데 강민엽은 단 한치도 움찔하지 않고 마치 야생 늑대처럼 달려오고 있다. 그렇게 유민준이 모든 못 탄환들을 발사하고 다시 장전하려는 찰나에 강민엽이 도달해 버린다.


유민준은 즉시 네일건을 던지고는 근접하는 강민엽을 향해 손바닥을 가져다댄다. 그 순간 강민엽의 몸은 경직된다. 사실 유민준은 절연 장갑과 배터리 그리고 구리선을 이용한 1회용 전기충격 장갑을 만들어놨었고 어느새 자신의 왼손에 착용해 놨던 것이다.


아무리 강민엽이어도 감전에 의한 충격을 버텨낼 수는 없다. 유민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민엽의 뒤를 잡아 목을 조른다. 이대로 경동맥을 압박해 기절시키면 모든 것이 끝난다. 유민준은 승리를 확신한다. 하지만 무언가가 이상하다. 저항하는 강민엽의 손아귀 힘이 심상치가 않은 것이다. 좀처럼 목이 조여지지가 않는다.


분명 유민준은 정석대로 목조르기를 걸었다. 이미 팔을 둘러 잠가놓은 상태의 초크를 풀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지난 몇 개월간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며 몸을 혹사시켜 온 강민엽과는 다르게 유민준은 그동안 1층 집들의 장기보관 식량을 먹으며 영양 섭취를 충분히 하고 수면 패턴도 관리하며 완벽하게 컨디션을 맞춰왔다.


당연히 이대로 유민준이 강민엽을 기절시켜 끝장내야 되는 게 맞다. 하지만 유민준의 팔은 점점 풀려나기 시작한다. 이대로 있다간 조르기가 풀리고 그대로 붙잡혀 위험한 상황이 될 거라 직감한다. 그렇게 유민준은 임기응변으로 재빠르게 팔을 빼낸 뒤 강민엽을 발로 차고는 멀리 도망간다. 그러면서 유틸리티 가방에서 브레이스 너클과 페퍼 스프레이를 꺼내든다.


브레이스 너클은 알루미늄 캔을 녹여 화분의 흙으로 만든 조형틀에 부어 만들어내었고 페퍼 스프레이는 캡사이신 성분의 재료를 섞어 만든 최루 액체를 일반 스프레이통에 채워 넣어 만들었다.


유민준은 재빠르게 뒤돌아 자신을 쫓아오는 강민엽을 향해 페퍼 스프레이를 발사한다. 그렇게 강민엽이 눈을 뜨지 못하는 틈을 이용해 브레이스 너클을 낀 양손으로 강민엽을 구타하기 시작한다.

“죽어! 죽어! 이제 좀 죽어!”

그렇게 분노에 가득한 주먹질을 날리는 순간 유민준은 어마어마한 살기를 느낀다. 강민엽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유민준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페퍼 스프레이를 정통으로 맞고도 눈을 뜬 것이다.


강민엽은 야수처럼 달려들어 유민준을 바닥에 쓰러뜨리고 파운딩을 시작한다. 유민준은 양팔로 머리를 감싼 채 무기력하게 묵직한 주먹들을 받아낸다. 아무리 종합 격투기를 오랜 기간 수련해 온 유민준이라도 실제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온 강민엽을 이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유민준이 지금 이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 그렇게 유민준은 단념한다. 하지만 그 순간이다. 강민엽이 휘청하며 잠깐 의식을 잃는다. 감염으로 인한 졸음이 찾아온 것이었다.


유민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강민엽의 뒤를 잡고는 목을 조른다.

“뭐야, 감염됐었어? 하하하. 역시 하늘은 내 편이야! 이 우주는 내가 살아남기를 원한다고!”

이제 정말 승리다. 아까보다 더 완벽한 자세로 뒤를 잡았다. 이대로 목을 졸라 강민엽이 의식을 잃기만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유민준은 광기에 찬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온 힘을 다해 목을 조른다.


강민엽은 목이 강하게 졸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벌써 기절했을 시간임에도 강민엽은 정신력으로 버텨내고 있다. 이대로 쓰러진다면 모두의 목숨이 위험하기에 포기하지 않고 저항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저히 풀어낼 방법이 없다. 정신은 점점 아득해지고 눈앞이 어두워진다. 그렇게 강민엽은 의식을 잃어간다.


하지만 그 순간이다.

“아악!”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조르기가 풀린다. 강민엽은 아득해진 의식을 되찾으며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그곳에는 분명 안전한 집 안에 있으라는 소원을 들어주기로 약속했던 송예슬이 프라이팬을 들고 서있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 유민준이 뒤통수를 부여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송예슬을 위협하려 한다. 강민엽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재빠르게 정신을 차리고는 유민준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린다. 유민준은 균형을 잃고는 난간 밖으로 밀려난다. 강민엽은 그런 유민준의 옷자락을 한 손으로 꽉 쥔다.


“.. 자, 잠깐..!”

하체만 간신히 난간에 걸쳐진 유민준은 절박하게 외쳤다.

“.. 아, 안돼.. 제발..!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유민준은 간절한 표정으로 강민엽을 바라본다.

“체크 메이트.”

강민엽은 나지막하게 말하며 쥐고 있던 옷자락을 놓는다. 그렇게 유민준은 바닥으로 추락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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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에필로그] 겨울 24.06.09 15 1 14쪽
79 [3장: 결전] 구원 (7) 24.06.08 14 1 10쪽
78 [3장: 결전] 구원 (6) 24.06.07 16 1 9쪽
» [3장: 결전] 구원 (5) 24.06.05 16 1 17쪽
76 [3장: 결전] 구원 (4) 24.06.02 14 1 12쪽
75 [3장: 결전] 구원 (3) 24.05.31 16 1 15쪽
74 [3장: 결전] 구원 (2) 24.05.30 16 1 10쪽
73 [3장: 결전] 구원 (1) 24.05.27 13 1 15쪽
72 [3장: 결전] 의지 (4) 24.05.24 16 1 11쪽
71 [3장: 결전] 의지 (3) 24.05.22 17 1 14쪽
70 [3장: 결전] 의지 (2) 24.05.18 14 1 12쪽
69 [3장: 결전] 의지 (1) 24.05.17 14 1 9쪽
68 [3장: 결전] 반란 (8) 24.05.14 15 1 12쪽
67 [3장: 결전] 반란 (7) +1 24.05.08 25 1 15쪽
66 [3장: 결전] 반란 (6) 24.05.07 19 1 13쪽
65 [3장: 결전] 반란 (5) +1 24.05.07 23 1 11쪽
64 [3장: 결전] 반란 (4) 24.05.06 19 1 15쪽
63 [3장: 결전] 반란 (3) 24.05.03 17 1 14쪽
62 [3장: 결전] 반란 (2) 24.05.02 21 1 14쪽
61 [3장: 결전] 반란 (1) 24.05.02 20 1 13쪽
60 [3장: 결전] 살인 사건 (4) 24.05.01 20 1 14쪽
59 [3장: 결전] 살인 사건 (3) 24.04.30 20 1 9쪽
58 [3장: 결전] 살인 사건 (2) 24.04.29 23 1 12쪽
57 [3장: 결전] 살인 사건 (1) 24.04.28 25 1 11쪽
56 [3장: 결전] 배신자 (4) 24.04.27 23 1 15쪽
55 [3장: 결전] 배신자 (3) 24.04.26 22 1 11쪽
54 [3장: 결전] 배신자 (2) 24.04.23 24 0 14쪽
53 [3장: 결전] 배신자 (1) 24.04.22 2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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