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낭구 님의 서재입니다.

무적마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소낭구
작품등록일 :
2019.08.06 22:37
최근연재일 :
2020.03.23 00:16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27,726
추천수 :
6,253
글자수 :
692,468

작성
19.08.21 11:05
조회
5,333
추천
79
글자
17쪽

강호풍운 (3)

DUMMY

“구룡검 하후용덕이라면 용천방의 소방주 아닌가?”

“구룡검이 마부라면 동행했던 그 사람이 무적마존이 아닐까?”

“혼원보의 총관이 한수의 공격에 목숨을 잃었으니 무적마존이라는 말이 맞겠군.”


구경하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죽은 시신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악양부터 뒤따르던 마차가 조용히 객잔 앞에 멈춰 섰다.

날카로운 인상의 늙은이가 마차에서 내리더니 죽어있는 시신들의 상처를 쭉 둘러보곤 다시 마차에 오르며 마부에게 일렀다.


“거리를 유지하며 다시 따라가거라.”


악철군이 타고 떠난 마차는 사두마차로 육중하여 바퀴자국이 깊게 남으므로 쫒아가는 것은 수월했다.

마차가 떠나가자 사람들 틈에 섞여 있던 문사 복장의 노인이 젊은이를 대동하고 나타나서는 아까의 늙은이와 같이 죽은 시신들의 상처를 살펴보고는 몸을 돌렸다.


“자! 이제 우리는 빨리 섬서지부로 가서 대비책을 세워야겠구나.”


문사 복장의 늙은이는 무림맹의 정보기관인 밀영단의 단주로 새제갈이라고 불리는 북궁휘였다.

돌아서 가던 북궁휘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우리 말고도 여러 갈래에서 상당한 인원수가 추적하고 있구나···.”


강호무림의 돌발 변수로 악철군이 나타나자 여러 세력이 그의 행보에 자기들의 손익을 따지려고 미행을 붙여 놓은 것이었다.



*



무당산의 녹림맹의 총단에서는 혈영대제가 무림맹을 정벌하기 위해 초청한 만독문과 벽라문의 많은 고수들을 맞이하여 회합이 열리고 있었다.

대청에는 혈영대제가 상석에 앉고 좌우로 벽라문과 만독문의 고수들이 나뉘어 앉아 있는데 각각 백여 명씩 이백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었다.

벽라문의 장문인 삼안마군 능파진은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혈영대제와 맞은편에 앉은 만독문의 장문인 만독노조를 번갈아 바라보며 한담을 나누는 듯 보였으나, 속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고 복잡했다.


‘혈영대제라는 자는 듣던 것보다도 기개가 훨씬 뛰어난 듯하구나. 무공의 화후도 절정에 이르러 있는 것 같고···.’


혈영대제가 자기 앞에 놓인 술잔을 치켜들며 환영사를 시작했다.


“멀리 남해의 벽라문과 묘강의 만독문에서 오신 여러 군웅들을 환영하오!”


드디어 벽라문과 만독문의 정예들이 도착했으니 혈영대제는 이제 계획했던 대로 무림맹의 토벌을 시작하려고 환영연과 출정식을 겸하는 자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만독노조도 속셈은 복잡했으나 이미 쏘아진 화살이었다.

만독문도 이번 거사를 통해 독과 의술로 우뚝 선 사천의 당가와 같은 위치에 서려고 혈영대제와 힘을 합친 것이었다.


“혈영대제님과 같이 출전하게 되니 우리 만독문의 영광이오! 필히 승리하여 승전주를 나누리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소.”


좌중에 술잔이 오가고 서로 낯을 익히며 음식을 먹어대느라고 산만해지자, 혈영대제가 삼안마군과 만독노조를 데리고 조용한 취의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타깝지만 오늘 자리에는 장강수로맹의 인원들이 참석하지 못했소. 심홍아우가 이번 거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준비하다 보니 일정이 맞지 않아, 무한의 무림맹의 총단 근처에서 만나기로 약조가 되어 있소이다.”


삼안마군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입에 올렸다.


“우리의 거사가 성공하게 되면 아예 다시는 싹을 못 틔우게 무림맹의 부엌데기까지 목숨을 끊어 놓아야 퇴로가 무탈할 것이요. 우리 벽라문은 남해까지 돌아가야 하니 퇴로가 무척 길어서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요.”


혈영대제는 삼안마군의 걱정되는 바가 이해가 되는지라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마군께서는 걱정하지 마시오! 무림맹을 초토화 시키면 그들이 추격할 인원을 다시 모으기도 어렵지만, 무엇보다도 장강수로맹에서 벽라문의 식구들을 배로 바닷길까지 모셔다 드리기로 약조되어 있소.”


만독노조가 빙그레 웃으며 혈영대제의 말을 받았다.


“이번의 거사가 끝난 후에는 무림맹의 놈들이나 정파놈들은 우리를 보면 꼬리를 말고 숨기 바쁠 터인데 마군은 뒷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오.”


녹림맹의 총단에서 혈영대제가 벽라문의 삼안마군과 만독노조와 함께 무림맹 정벌의 세부 계획을 짜고 있는 동안 장강수로채의 총채주 심홍은 좌불안석이었다.

자기가 끌어들이기로 했던 동정쌍괴가 시큰둥하니 확답을 하지 않고 있고, 살문에서는 확실한 거절의 의사를 전해왔던 것이다.

심홍의 앞에는 장강수로채의 군사인 혈검 채홍이 얼굴이 벌게진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살문이 거절한 이유가 무엇이냐?”

“그것이··· 얼마 전 살문의 대외청부를 전담하고 있던 흑령산의 살문 총타가 궤멸 당했다고 합니다. 그에 대한 복수를 준비하느라고 도저히 이번에는 우리의 청부를 접수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살문의 총타가 궤멸을 당해?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이구나. 누구라고 하던가? 어느 세력이 그 징그러운 살문과 악연을 만든 것이냐?”

“세력이 아니고 단 한사람에 의해 그리 됐습니다. 살문에서는 그자를 최근에 나타난 무적마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고, 그의 추적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쩝··· 동정쌍괴 이 두 노인네는 왜 미적거리는 것이냐? 혹시 우리가 갖고 간 재물이 모자라다는 것이냐?”

“제가 감히 그 두 분의 속셈은 모르겠고··· 아무래도 총채주께서 직접 만나 뵙고 설득을 하셔야 움직일 것 같습니다.”

“혈영대제 형님과의 약조일이 곧 돌아오는데···. 더 미룰 수는 없으니 두 노인네에게 약속을 잡아라! 이번에는 내가 얼마 전에 입수한 청명검도 준비하고 묘안석도 몇 개 더 준비해서 꼭 설득을 해야 체면이 설 것 같구나.”


군사 채홍이 물러가자 심홍이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남아로 태어나 수적질로 평생을 살다 드디어 무림맹 토벌이라는 큰일을 시작하려는데 뭔 일이 이리도 꼬인단 말이냐? 청명검이나 묘안석 뿐 아니라 더한 것을 주더라도 두 노인네를 설득해서 동참시켜야 내 체면이 설터인데···.”


심홍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었다.



*



섬서성으로 향하는 관도를 달려가는 악철군의 마차를 일정거리를 두고 따르던 마차에서 전서구가 날아올랐다.


“무적마존의 마차가 섬서성의 회양현을 통과할 것이 확실함.”


거리를 두고 악철군의 뒤를 따르는 마차에는 살문의 추적전문가 흑오군 조령이 타고 있었다.

섬서를 향하고 있는 마차 안에는 악철군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행공을 하고 있었다.

깊은 호흡을 할 때마다 은은한 금빛 기류가 살짝살짝 코에서 들락날락하니, 어느덧 천마의 용천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운기행공을 마친 악철군이 아직도 자기의 내공의 깊이에 대해 불만스러웠다.


“사부님의 말씀에 따르면 용천기를 운용하여 금강불괴의 경지에 이르려면 삼갑자의 내공이 필요하다던데, 이제 이갑자에 간신히 이른 듯하니··· 언제나 백년설홍과를 녹여서 흡수할 수 있을지···. 답답하구나.”


어느덧 땅거미가 서서히 깔려가는 초저녁에 이르렀으나 아직 회양현에 도착하려면 멀었다.

한참 동안을 달렸던 터라 악철군의 사두마차를 끌고 있는 네 마리의 말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속도가 약간 늦어졌다.


“마존님! 말들이 많이 지쳤는데 저 앞에 객잔이 있으니 쉬어가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게.”


회양현으로 가는 관도 한쪽에 적당한 규모의 객잔이 보여 하후용덕이 속도를 늦추며 객잔을 향했다.

객잔에 이르자 두 명의 점소이가 뛰어나와 말고삐를 건네받으며 객잔 옆의 마굿간으로 끌고 갔다.


“가장 좋은 여물을 듬뿍 주도록.”


점소이에게 말을 건넨 하후용덕이 앞장서서 객잔 안으로 들어가니 십여 명 정도의 장사꾼 차림의 손님들이 이곳저곳에서 식사에 열중하고 있고 칼을 찬 무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점소이가 하후용덕에게 다가와 물었다.


“말먹이는 많이 주고 있습니다. 식사하시겠습니까?”


하후용덕이 슬며시 악철군을 바라보자 방갓 밑으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삶은 돼지고기 한 근하고 소면으로 하지.”


주문을 받은 점소이가 떠나고 하후용덕과 악철군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하후용덕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의 악철군의 전음이 들려왔다.


“안 좋아···.”


흠칫 놀란 하후용덕이 암암리에 주위를 둘러보니 객잔 입구에 있는 탁자에서 한쪽에 짐보따리를 놓고 식사를 하고 있는 다섯 명의 장사치들이 묘하게도 출구를 막고 있는 형세였다.

다시 다른 쪽을 바라보니 각각 창문 쪽에 앉아 있는 세 명씩의 장사치가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먹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악철군은 방립을 쓴 채 조용히 앉아 있고 하후용덕은 나름대로 긴장을 하며 암암리에 주위를 살피는데, 객잔의 문이 벌컥 열리며 일단의 무리들이 들어섰다.

걍팍한 인상의 노인과 그 수하로 보이는 듯한 무인들은 객잔 안을 훑어보더니, 곧바로 하후용덕을 향해 다가왔다.


“당신이 낮에 우리 혼원보의 식구들을 죽인 사람인가?”

“그런 일이 있었지.”

“나는 혼원보의 보주 유성검 방백이다. 너는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말을 마친 방백이 한걸음 물러나자 같이 왔던 무인들이 검을 뽑아들며 하후용덕과 악철군을 에워쌌다.

하후용덕은 혀를 끌끌찼다.


“유성검이라면 나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구룡검이다.”


구룡검이라면 방백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검객이었고, 여러 가지 평판으로 보아 자기보다 윗길로 생각되는 검술의 대가였으나, 친동생 같은 총관과 이십 명에 달하는 수하를 잃고 눈이 뒤집혀서 추격해온 방백은 판단력을 잃고 있었다.


“쳐라.”


혼원보의 무사들이 방백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하후용덕과 악철군을 향해 공격을 시작하니 순식간에 두 사람은 번뜩이는 검망에 둘러싸였다.

하후용덕이 구룡검을 뽑아들고 막 구룡검법으로 대응하려는 순간, 악철군이 “흥”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오른발을 굴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객잔 마루바닥을 타고 악철군의 내가진기가 혼원보의 무인들과 방백을 향해 쏘아져 갔다. 공격해오던 혼원보의 무사들은 엄청난 기운이 바닥으로부터 솟구쳐 올라 엄습하자 대경실색 하였으나 이미 무형의 기운이 덮친 후였다.


“헉···!”


혼원보의 무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주춤한 순간 하후용덕의 눈에 악철군의 손목에서 금빛 기류가 발출되는 것이 보였다. 천마환이었다.

천마환이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장내를 한번 휩쓸고 지나가자 악철군의 진각에 내상을 입고 주춤했던 혼원보의 무사들은 온전하게 서 있는 자가 하나도 없었다.

거의 대개가 목 주위에 천마환이 스쳐 지나가며 길게 찢어진 상흔을 남겨서 피화살을 쏟아내며 그대로 절명해 버린 것이다.

방백은 순식간에 펼쳐진 지옥도를 보고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


무어라고 한마디 하려는 순간, 악철군이 오른손을 한번 휘젓자 방백은 무형의 강철 같은 기운이 자기의 가슴을 강타하는 것을 느꼈다.

악철군이 칠마지존의 무영장을 펼친 것이다.

순식간에 가슴뼈가 함몰된 방백은 입으로 한사발의 피를 내뿜으며 그대로 절명해버렸다.

주방에서 악철군이 시킨 돼지고기와 소면을 커다란 쟁반에 담아 나오던 점소이는 벌벌 떨며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광경에 어쩔 줄 몰라 쩔쩔맸다.

악철군이 방갓 밑으로 조용히 말했다.


“음식이나 먹고 출발하자.”


놀라기는 하후용덕도 마찬가지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뭣 하느냐? 나온 음식이나 이리 갖고 오너라.”


점소이가 벌벌 떨며 쟁반을 들고 악철군의 탁자로 다가설 때, 객잔의 이곳저곳에 있던 장사치들도 얼굴이 하얗게 된 채 중얼거리며 짐을 챙겨들고 떠날 채비를 했다.


“어서들 짐을 챙기세··· 어서! 어서.”


쟁반에 음식을 담아 악철군의 탁자에 다가오던 점소이가 쓰러져 있는 혼원보 무사에게 발이 걸려 “어이쿠” 하는 외마디를 지르며 쓰러지는 순간, 쟁반 밑에서 새하얀 빛줄기와 함께 네 자루의 유엽비도가 악철군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후용덕이 구룡검을 뽑아 유엽비도를 막아가는 순간 창가에 앉아있던 장사치 중 하나가 악철군의 탁자를 향해 화탄을 던졌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한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연막이 피어올랐다.

구룡검으로 네 자루의 유엽비도를 쳐내는 순간 연막이 터져 장내가 누런 연막에 휩싸일 때, 점소이가 바닥에서 옆으로 구르며 입에 물고 있던 독침을 악철군을 향해 쏘아댔다.

악철군은 생전 처음 연막탄에 갇혔으나 침착하게 호신강기를 일으켜 몸을 보호하고 점소이에게 무영장을 쏘아보냈다. 그러나 점소이가 순식간에 옆으로 몸을 구르며 피하고 오히려 입에서 독침을 계속 쏘아대자 당황스러웠다.

하후용덕이 걱정됐던 것이다.

점소이가 쏘아대는 독침은 악철군의 호신강기를 뚫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으나 하후용덕은 호신강기를 펼칠 정도의 내공이 없었다. 연막 속에서 쏘아지는 독침을 구룡검을 휘둘러 검망을 형성해 막고 있었으나 잠시 밖에는 버틸 수 없을 터였다.

그 순간 반대쪽 창가에 있던 장사치 차림의 세 명이 짐보따리에서 철그물을 꺼내 하후용덕과 악철군을 향해 던졌다.

철그물이 허공으로 넓게 퍼지며 덮어올 때, 연막탄을 던진 반대쪽 창가의 세 명은 단궁을 꺼내 악철군을 향해 화살을 쏘아댔다.

짧은 거리에서 강철로 만든 화살이 연막을 뚫고 쉭쉭거리며 날아들자 검망을 일으켜 몸을 보호하고 있던 하후용덕은 자기의 검에 쨍쨍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화살의 강한 기운에 어쩔 수 없이 반걸음쯤 뒤로 밀리고 말았다.

악철군은 자기와 하후용덕을 향해 철그물이 덮쳐오자 한걸음을 물러서며 혈홍검을 꺼내 허공에서 덮쳐오는 철그물을 잘라버렸다.

백년한철의 얇은 철선으로 짜여진 철그물이었지만, 악철군이 내력을 담아 펼친 혈홍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이놈들! 살문의 떨거지구나.”


이미 흑령산에서 살수들이 쓰던 철그물을 보았던지라 악철군은 이 장사치로 변장해 있던 자들이 살문의 살수들인 것을 알아차렸다.


“윽!”


짧은 비명과 함께 단궁에서 쏘아진 화살 한 대가 하후용덕의 왼쪽 팔에 박혀 버렸다.

연막이 서서히 걷혀가자 악철군이 바닥에 발을 굴러 진각으로 화살을 쏘는 세 명을 공격하는 한편, 팔목에서는 천마환이 풀리며 금빛기류를 번쩍이며 날아갔다.

천마환이 악철군의 손목에서 떠나자마자 입구에 자리했던 다섯 명의 장사치로 변장했던 살수들이 뾰족하고 가느다란 협봉검을 앞으로 직선으로 향하고 악철군을 덮쳐왔다.

협봉검은 호신강기를 전문으로 파훼하게끔 검의 끝이 가느다랗고 뾰족하게 만들어진 보기 드문 병기였으니, 살문에서 악철군을 암습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장내에는 천마환이 눈이라도 달린 듯 살문의 살수들의 목을 스쳐 비명과 피보라가 일어나고 있었다.

살수들의 뾰족한 다섯 자루의 협봉검이 악철군의 호신강기를 뚫고 코앞에 다가왔을 때 낙성파천의 초식이 혈홍검으로 펼쳐졌다.

살수들은 자기들의 공격이 성공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눈앞에 파란 검기가 나타나서 번쩍이는가 싶더니 그것이 그들이 본 마지막광경이었다.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피보라를 일으키고 날아다니던 천마환이 다시 돌아와 악철군의 손목에 감겼을 때는 연막도 다 걷혔고, 장내에는 왼쪽 팔에 화살이 박힌 채 서있는 하후용덕과 악철군을 제외하고는 죽어있는 시신만 가득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짐이 된 듯싶습니다.”

“저녁은 다른 곳에서 먹어야겠군. 출발하자.”


악철군이 몸을 돌려 객잔의 입구로 향하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시신 중에서 점소이로 변장했던 살수가 슬며시 일어나더니 품 안에서 유리병을 꺼내 악철군을 향해 병 안의 액체를 뿌렸다.


“앗! 저···!”


하후용덕이 먼저 발견하고 짧은 비명을 질렀지만 악철군은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듯 돌아보지도 않고 용천기를 운용해서 살수가 던진 액체를 반탄력으로 튕겨버렸다.


“아아악···!”


치지직거리는 살타는 소리와 함께 자기가 뿌린 액체를 되돌려 받은 점소이의 몸뚱이가 녹으며 타들어갔다.

악철군이 낮은 목소리로 하후용덕에게 말했다.


“화골산이로군. 꽤 구하기가 어려웠을텐데···.”

“어떻게 암습을 눈치채셨습니까?”

“자네와 나빼고 한 놈이 작은 숨을 쉬며 운기를 하고 있더라고.”


악철군이 하후용덕의 팔에 박혀 있는 화살을 빼주고 응급처치를 한 후 마차를 타고 떠나자, 객잔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숲의 그늘에서 마차 한 대가 슬며시 나타나더니 객잔 앞에 멈춰 섰다.

마차에서 내린 날카로운 인상의 늙은이는 객잔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더니, 다시 마차에 올라 악철군이 향한 곳으로 천천히 마차를 몰아갔다.

마차의 창이 열리더니 전서구가 날아올랐다.


“지급! 객잔에서의 압습 실패. 일급살수 열두 명 모두 사사되었음. 조령.”


그는 살수문의 추적전문가 흑오군 조령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적마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화염장 +2 19.08.24 4,724 74 15쪽
19 불타는 무림맹 +3 19.08.23 4,863 73 17쪽
18 강호풍운 (4) +4 19.08.22 5,023 73 14쪽
» 강호풍운 (3) +2 19.08.21 5,334 79 17쪽
16 강호풍운 (2) +3 19.08.20 5,730 84 16쪽
15 강호풍운 (1) +2 19.08.19 6,448 96 13쪽
14 무적마존의 칭호를 얻다 +2 19.08.18 6,655 96 14쪽
13 생사평의 결투 +2 19.08.18 6,664 110 15쪽
12 흑령산의 혈사 +2 19.08.17 7,026 107 17쪽
11 용천방 +2 19.08.16 7,702 111 15쪽
10 혈홍검 +4 19.08.15 8,009 119 13쪽
9 악철군의 분노 +3 19.08.14 8,284 118 15쪽
8 무공대성 +4 19.08.13 8,342 131 15쪽
7 무공입문 +2 19.08.12 8,179 130 15쪽
6 금마동 +3 19.08.11 7,913 124 15쪽
5 장경각 습격 +3 19.08.10 7,774 107 16쪽
4 염백백의 비밀 +3 19.08.09 8,041 111 16쪽
3 불목하니 +5 19.08.08 8,282 129 16쪽
2 염백백 +6 19.08.07 9,029 122 16쪽
1 악철군 +4 19.08.06 13,266 123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