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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낭구 님의 서재입니다.

무적마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소낭구
작품등록일 :
2019.08.0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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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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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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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혈홍검

DUMMY

신투의 무공이 크게 뛰어난 것은 없었으나 은신술과 경공은 크게 뛰어났다. 악철군이 신투의 경공술 중육지비행이라는 경공으로 산길을 달려 동정호에 이른 것은 불과 사흘 후였다.

수중에 은자 한 푼도 없거니와 오랫동안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았던 악철군이 산길을 타고 사냥으로 허기를 해결하며 이른 것이었다.

봉두난발을 하고 남루한 누더기를 입고 있던지라, 숲 속의 나무 위에서 컴컴해지기를 기다리던 악철군은 드디어 밤이 깊어지자 악양루 앞에 몸을 드러냈다.

동정호의 명소로 종일 수많은 시인 묵객들과 놀러 나온 사람으로 번잡했던 악양루도 이경이 지나는 시간쯤이 되자 깊은 산속의 절간같이 어둠의 적막에 싸여 있었다.

주위를 살펴본 악철군이 달빛에 몸을 실어 경공을 펼쳐 오층 꼭대기로 향했다.

꼭대기의 기와를 찬찬이 살펴보던 악철군이 드디어 한쪽 끝에서 도깨비 상이 새겨져 있는 기와를 발견하고 다가가서 기왓장을 드러내자 붉은 천에 쌓여 있는 혈홍검이 있었고, 그 옆에는 양가죽 주머니 하나가 불룩하니 놓여있었다.

악철군이 우선 양가죽 주머니를 열어보니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금자가 가득 들어 있고 많은 양의 흑진주와 백진주가 들어 있었으니 어마어마한 재물이었다.

악철군이 양가죽주머니를 챙겨 넣고 혈홍검을 싼 붉은 천을 안고 어둠 속의 악양루를 내려와 종적을 감추었다.

다음날 날이 밝자 악철군이 악양의 시장통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봉두난발의 누더기를 입고 붉은 천으로 가린 혈홍검을 안고 걸어가는데, 악철군의 얼굴을 쳐다본 행인들이 기겁을 하고 비켜서거나 뒤로 돌아가는 이도 있었다.

마치 흉면악살 같은 모습이었던 것이었다.

주위의 눈총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좌우의 점포들을 살피던 악철군의 눈에 드디어 각종 의류와 포목을 파는 큼직한 가게가 들어왔다.

가게 주인은 성큼성큼 들어서는 악철군의 꼴을 보고 부랑자나 거지인 줄 알고 쫓아내려다 눈이 마주치니 마치 뱀 앞의 개구리처럼 기세에 제압당해 버린 것이었다.

직업의식은 있는지라 가게 주인이 어렵게 입을 떼었다.


“무엇을··· 찾으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평소에 가끔 가게로 오는 부랑자나 걸인들을 내쫓는 것에는 도가 터 있었으나, 악철군의 무형의 기세는 무공을 모르는 가게 주인도 꼼짝을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좋은 옷들을 꺼내어 보시오. 무늬가 없고 활동하기 좋아야 하오.”

“음··· 말씀드리기 죄송하오나 우리 가게의 옷은 꽤 비싸답니다.”


악철군이 주머니에서 금자를 한 냥 꺼내어 보여주자 주인의 태도가 급변했다.


“아이쿠! 대인 제가 실례를 했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얼마 후 검정색의 깨끗한 무복을 골라서 영웅건과 함께 보자기로 싸들고 나선 악철군이 포목점 주인에게 물은 악양의 가장 좋은 객잔인 열래객잔에 들어섰다.

객잔 주인의 반응도 포목점 주인과 마찬가지여서 악철군의 모양새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으나 기세에 눌려 눈만 뒤룩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주인장 이곳의 후원별채가 좋다고 들었소. 그곳에 며칠 묵으려는데 뜨거운 목욕물을 준비해주고 식사도 별채에서 혼자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시오.”


악철군이 금자를 하나 꺼내어 건네자 객잔주인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태도가 급변했다.


“알겠습니다. 대인이 쉬시도록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객잔주인이 점소이를 불러 목욕물을 끓이라고 시키고 앞장서서 후원의 별채로 안내하자 뒤따르는 악철군이 쓴웃음을 지었다.

평생 도둑질과 구걸로 살아왔던지라 지금의 대접은 어린 시절의 꿈이었다.

십여 년이나 묵은 때를 벗겨내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뜨거운 목욕물을 세 번이나 갈고야 악철군의 묵은 때가 깨끗이 벗겨졌다.

목욕을 끝낸 악철군이 누더기는 버리고 깨끗한 흑의무복으로 갈아입고 영웅건을 이마에 두르자 얼굴의 흉터가 송충이 기어간 듯 보이기는 했으나 원래의 진면목은 반듯했으므로 볼만한 정도까지는 되었다.

근접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고 객잔 주인에게 일러 놓았으므로 호젓한 후원의 별채에 앉아 붉은 천을 풀고 혈홍검을 꺼내었다.

붉은 색의 칼자루에 용무늬가 양각되어 있고 혈홍검이라는 글씨가 용이 꿈틀거리는 듯 새겨져 있었다.

악철군이 검을 뽑아들자 새파란 검광이 번뜩이는데 한눈에도 천하의 명검임을 알 수 있게끔 날카롭고 서늘한 검의 기세가 방안에 가득 찼다.

실로 천하십대명검의 반열에 있는 혈홍검이 수십 년 만에 칼집에서 나와 그 위용을 드러낸 것이었다.

백 여년 전까지는 검황으로 불리던 검제옥백제가 쓴 이후 그 모습이 안 보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신투가 훔쳐 보관하던 중 악철군의 손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었다.

악철군은 금마옥에서 나무장대로 낙성검법을 수련하던 때를 기억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내가 이제 너와 함께 천하를 호령하리라.”


별채에서 저녁을 먹은 악철군이 용천기를 사지백해로 운행하여 몸을 개운하게 하고 오랜만에 숙면에 빠져들었다.



*



악양은 동정호를 끼고 있어 수많은 유람객과 각종 물산이 풍부했으므로 상권도 번성했고 각종 표국이며 대소방파도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독안귀 천호영은 졸개들을 오십여 명을 데리고 규모가 방파를 꾸릴 정도는 안 되었으나 이곳저곳의 이권도 개입하고 도박장도 운영하고 있는 악양의 왈패 패거리의 두목이었는데, 우연히 열래객잔의 후원에 귀인이 들어 혼자 독채를 쓰고 있고 숙박비로 금자 한 냥을 치렀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정보를 접한 독안귀는 열래객잔의 후원에 묵고 있다는 사람이 한 명으로 일행도 없고 무공을 익힌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는 것을 알고 기회라고 생각해서 졸개들을 불러 모았다.


“요즘 우리 도박장이 한산하여 살림이 궁색한데 열래객잔에 금자로 숙박비를 치룬 젊은 놈이 하나 있다는구나. 일반 객실도 아니고 뚝 떨어진 후원별채라고 하니 이따가 밤이 깊어지면 부두목 감태가 다섯 명쯤 데리고 가서 납치해 오너라. 그놈의 짐도 몽땅 가져오도록 하고. 혹시 모르니 갈 때는 몽혼향도 챙겨가거라.”


밤이 깊어져 이경에서 삼경쯤으로 넘어갈 때, 흑의를 입고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졸개 다섯을 데리고 감태가 열래객잔의 담을 넘어 후원의 별채로 다가갔다.

뒷창문의 틈으로 몽혼향을 피워 넣고 조금 기다렸다.

살며시 졸개들과 감태가 방 안으로 들어서니 악철군이 오랜만에 숙면에 깊이 빠져있었다.

이미 이러한 밤도둑을 익숙하게 해 왔던지라, 감태의 부하들이 방의 한쪽에 놓여있던 양가죽 주머니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 정도의 금자와 진주라면 거의 자그마한 성을 통째로 살 수 있을 정도의 거금이었으니 무뢰배들은 평생에 본적도 없는 거금이었던 것이다.

졸개들이 양가죽안의 거금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을 때, 감태도 혈홍검을 꺼내보고는 그 예리함과 검집에 새겨진 용무늬의 정교함을 보자마자 보검임을 알아차렸다.


“얘들아! 가져온 천보따리에 저자를 담아라! 돌아가자꾸나.”


악철군은 자면서도 용천기가 반응하여 몽혼향이 방에 퍼지고 야행복의 무리가 방에 침입한 것을 알고 있었으나 살기가 느껴지지 않자 꿍꿍이가 있어 자는 체 하고 있었다.

감태와 그 졸개들이 희희낙락하며 악철군을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고 검정 포대에 담아 어깨에 둘러메어 악양 외곽의 어두컴컴한 꽤 큰 집에 도착한 것은 얼마 후였다.


“두목님! 엄청난 보물이 있었습니다.”


대청에 앉아 있던 독안귀 천호영에게 감태가 양가죽 주머니의 안을 보이며 건네주고 혈홍검도 건넸다.

독안귀도 한눈에 어마어마한 거금과 보검을 보자 입이 귀에 걸렸다.


“너희가 수고했다. 우리가 이정도 자금이면 그동안의 숙원이었던 정식개파대전을 열고 어엿한 대방파로 자리 잡는 것도 어렵지 않겠구나.”


혈홍검을 꺼내 살피던 독안귀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중얼거렸다.


“혈홍검이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어쨌든 굉장한 보검인 것 같구나."

"두목님! 저기 잡아온 자는 어떻게 할까요?”

“꺼내어 정신을 차리게 해 보거라.”


졸개 하나가 포대의 주둥이 근을 풀고 악철군을 안아 끌어내자 악철군이 슬며시 눈을 뜨고 장내를 살펴보니 독안귀를 포함하여 이십 여명의 인상이 흉악한 무뢰배들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독안귀가 혈홍검 자루를 만지작거리며 악철군에게 말했다.


“너는 누구이기에 이렇게 많은 재물을 갖고 있는 것이며, 이 칼은 네 칼이 맞는 것이냐?”


이제 악철군은 도둑놈의 소굴에 도착했으니 목적을 이룬 것이었다.

악철군이 용천기를 끌어올려 오른손을 쭉 뻗자 독안귀가 만지작거리고 있던 혈홍검이 쑥 뽑혀지더니 악철군의 손으로 날아왔다.

독안귀는 눈알이 빠질 뻔했다.

자신도 그럭저럭 무공은 할 줄 알았으나 남의 손에 있는 칼을 손짓 한 번으로 뺏어가는 것은 처음 본 것이었다.

허공섭물이라는 수법으로 악철군이 용천기를 이용해 펼친 것이니 뒷골목의 왈패 두목 따위가 보고 듣지도 못한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너희들 다 무릎을 꿇어라!”


독안귀는 어안이 벙벙했고 눈치 빠른 졸개 몇이 뒷걸음치려는 순간 용천기의 한 조각 기운이 졸개들의 무릎을 강타했다.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졸개들 몇이 무릎을 감싸 안고 뒹굴자 독안귀와 감태가 품속의 암기를 꺼내려고 했으나 꺼낼 수가 없었다.

각각 손목이 용천기에 잘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어어억··· 이게···.”


비통한 독안귀와 감태의 비명이 가라앉기도 전에 악철군이 진각을 펼쳐 대청 바닥으로 용천기의 기운을 보내니 둘러섰던 졸개들과 독안귀도 큰 충격을 받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재빨리 소매의 천을 찢어 잘린 손목을 감싸며 독안귀가 소리쳤다.


“대인··· 대인, 용서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을죄를 저질렀으나 대인의 재물과 검이 그대로이니 불쌍히 여겨 살려 주십시오.”


눈치 빠른 졸개 하나가 양가죽 주머니를 주워들고 무릎걸음으로 악철군에게 다가와 바쳤다.


“저희는 구경만 했을 뿐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악철군이 양가죽 주머니를 받아 넣고 주위를 둘러보니 독안귀의 졸개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벌벌 떨고 있었다.


“누가 두목이냐?”

“예! 저올시다.”

“두목만 남고 나머지들은 다 나가거라.”


어마 뜨거라 하고 졸개들을 데리고 감태가 대청 밖으로 물러가자 악철군이 독안귀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잘하면 계속 도둑질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이고, 네 대답이 시원치 않다면 하나 남은 손목도 잘려 구걸이나 하며 살게 될 것이다.”

“제가 무엇을 말씀드리면 되겠습니까?”

“이곳 악양에서 마도인들이 모여 있는 방파는 어디이며 누가 수장이냐?”


악철군의 의외의 물음에 당황했으나 독안귀는 아는 대로 대답했다.


“용천방이 마도인들이 주축이 되어있는 방파이고 방주는 용천검 하후상입니다.”

“용천방에 대해 네가 알고 있는 것을 소상하게 이야기 해 보아라.”

“용천방은 결성된 지 오십 년쯤 되는 악양의 최대 방파였으나 지금은 그 성세가 전보다 많이 약화되어 있고 방도 수는 삼백쯤 됩니다. 요즘은 무림맹의 위세에 밀려 별다른 대외활동은 못하고, 중소방파끼리의 반목이 있으면 개입도 하고 또 방도들을 용병으로 파견도 하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위치는 어디냐?”

“예, 이곳에서 가깝습니다. 십 리 정도 동정호 방향으로 가다 보면 큰길가에 보이니 찾기가 쉽습니다.”

“악양에는 다른 마도인들의 집단은 없느냐?”

“전에 마도에 몸담았던 철혈검이 대웅표국을 운영하고 있고 백여 명이 있는 흑혈방과 대웅보가 있으나 그 세가 별 볼 일 없는 형편입니다.”

“네가 졸개들을 움직여 나를 침범했으니 죽음으로 벌을 내릴까 했으나, 네가 내 물음에 성의껏 대답한 것 같으니 이걸로 끝내겠다.”

“용서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다시는 대인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겠습니다.”


악철군이 독안귀의 본거지를 떠나 동정호 방향으로 조금을 달리다 보니 컴컴한 가운데도 화톳불을 지펴놓고 정문을 지키는 무인 둘이 있는데 현판에 ‘용천방’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용천방의 정문에 다다른 악철군에게 정문의 위사가 물었다.


“이 야심한 밤에 무슨 일로 방문하셨소?”

“내가 용천방주를 만나고자 하니 통보해주시오.”

“허어··· 삼경의 야심한 밤에 찾아오다니···. 방주님도 주무실 시간이니 돌아가셨다가 날이 밝으면 다시 오시오.”

“내가 성격이 급하니 온 김에 용무를 봐야 하겠소!”


악철군이 자연스럽게 용천기를 끌어올리자 범접할 수 없는 기세가 뭉클거리며 악천군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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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용천방 +2 19.08.16 7,702 111 15쪽
» 혈홍검 +4 19.08.15 8,010 1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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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장경각 습격 +3 19.08.10 7,774 10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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