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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낭구 님의 서재입니다.

무적마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소낭구
작품등록일 :
2019.08.06 22:37
최근연재일 :
2020.03.23 00:16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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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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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2,468

작성
19.08.08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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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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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글자
16쪽

불목하니

DUMMY

결국 악철군이 물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운 것은 두 시진이나 지나서였다.

물 항아리가 찰랑찰랑할 때까지 물을 채워놓고 요사채로 들어서니 염백백은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코까지 드렁드렁 골면서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온몸이 땀투성이가 됐으나 항아리의 물을 쓴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은 악철군이 벽에 걸려있는 수건 한 장을 들고 우물가로 가서 찬물을 뒤집어쓰고 요사채로 돌아오니, 염백백이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염백백이 악철군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구나! 이제 공양 원에 가서 명원 스님에게 우리 점심을 받아오너라. 가서 이야기하면 내가 이야기 해놓았으니 네 밥그릇은 다른 것보다 두 배는 클 것이다.”


악철군이 공양원으로 들어가 보니 여러 승려가 가마솥에서 밥을 푸고 있고 또 여럿은 나물을 삶고 있거나 무치고 있어 누가 명원 스님인줄 알겠는가?

여러 명이 가마솥에서 밥을 푸는데 그중에서 뚱뚱하나 사람 좋아 보이는 젊은 승려가 있기에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스님! 어느 분이 명원 스님이에요?”

“호? 내가 명원인데 너는 염노인이 말한 그 아이인가 보구나, 밥을 큰 주발로 가득 주라던데?”

“맞아요. 저와 할아버지의 밥을 주시겠어요?”

“저쪽에 가서 목판에다 반찬을 담아 오거라. 내가 밥을 퍼 놓으마.”


악천군이 목판에 이것저것 나물이며 버섯 무침을 담아서 돌아오자 명원이 목판 위에 밥주발을 두 개 얹어놓았다.

그중 하나의 주발은 유독 커서 거의 두 배만 한 크기에 탑 모양으로 밥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악철군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목판을 들고 돌아서려고 하자 명진이 악천군을 불러세웠다.


“얘! 이것도 가져갔다가 내일 나무하러갈 때 산에서 먹으려무나.”


명진이 가마솥 한쪽을 밀어놓고 꺼내준 것은 미리 긁어놓은 커다란 누룽지였다.


“고맙습니다.”

“아니다. 나도 처음에 불목하니로 염노인의 밑에서 오년 동안 나무하러 다녔단다. 나무를 해 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지.”


명원이 말을 마치고 손을 흔들어 어서 가라고 재촉을 하자 악철군은 깊이 고개를 숙이고 목판을 들고 요사채로 돌아왔다.

요사채에서 염백백과 점심을 다 먹고 나서 악철군이 물었다.


“할아버지. 명진 스님은 예전에 할아버지하고 함께 나무하러 다녔다던데 어떻게 스님이 됐지요?”

“명진 스님은 절에 들어오기 전에 공부를 하던 학인이어서 원래부터 글을 잘 알았고 또 우연히 지명대사가 그걸 알고 제자로 받아들여 정식으로 스님이 된 것이니 드문 일이다.”

“그래도 불목하니보다는 스님이 더 높은 것이 아니에요?”

“어차피 너는 까막눈이니 쓸데없는 생각 말고 어서 우물가로 가서 설거지나 깨끗하게 해서 공양 원의 우리 그릇 자리에 갖다 놓거라!”

“어제 보니 스님들도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가 씻어놓던데 할아버지는 왜 자기 그릇을 안 씻어요?”

“스님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의 일환으로 자기 그릇을 닦는 것이고 너와 나는 불목하니지 스님이 아니므로 그럴 필요가 없으니 젊은 네가 할아버지의 그릇을 닦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제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할아버지도 계속 나이가 드시니 죽을 때까지 내가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것 아니에요?”

“허어! 네가 하루 반나절 나에게 교육을 받더니 점점 말귀를 이해하는구나, 어서 설거지나 다녀오거라. 오후에 다시 나무를 하러가야 하니 부지런을 떨거라.”



*



삼년의 세월이 쏜살같이 지났을 때는 악철군은 제 키의 세 배 높이로 장작을 쌓아놓은 지게를 지고도 뛰듯이 산에서 내려올 수 있게 되었고, 물지게는 양쪽의 물동이에 가득 물을 채우고도 물을 흘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물 항아리를 채울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야밤에 공양원의 가마솥에 숯불 피우는 일은 여전하여 꾸벅대고 가마솥 앞에서 졸다가 눈썹을 태워먹기가 일쑤여서, 다음날 목판을 들고 밥을 타러갔다가 공양원의 스님들에게 놀림을 받는 것은 여전했다.


“하하하! 악추야 너 또 눈썹이 없구나. 그 무서운 얼굴에 눈썹마저 없으니 밤에 만날까 무섭구나! 귀신도 너보다는 예쁘겠다.”


악철군은 공양원에 스님들에게 성씨인 ‘악’에다가 못생겼다는 ‘추’자를 붙여 악추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던 것이다.

얼굴의 양 뺨은 등봉현에서 두충에게 주머니칼로 속살까지 베였던 터라 속살이 밖으로 비집고 나와서 아물었기 때문에 울퉁불퉁하게 송충이가 지나간 자국처럼 되었고, 이마는 두 줄의 옆으로 그어진 칼자국이 늙은이의 주름살처럼 깊이 패여 있었으니 누가 봐도 추물인 것은 확실했다.

염백백과 악철군이 소림사에서 소실봉으로 나무를 하러 가면 나무하는 것은 항상 악철군의 몫이었다. 염백백은 악철군이 일을 시작하면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얼마 전에야 악철군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날따라 일찍 나무하는 것을 마친 악철군이 산딸기라도 따먹으려고 소실봉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다 계곡 한쪽의 오목한 바위 틈새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껍질을 벗겨 진흙을 발라서 굽고 있는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던 것이다.

악철군은 어려서부터 유리걸식하며 여러 도시의 시장통을 전전했었으므로 돼지고기, 오리구이, 토끼구이를 얻어먹어본 적이 있는지라 눈알이 뒤집힐 정도로 식탐이 생겼다.


‘저 늙은이가 나는 죽어라하고 일 하는 동안에 여기서 숨어서 몸보신을 하고 있었구나.’


그러나 악철군은 염백백과의 삼년살이에서 깨달은 것이 많았다.

절대 염백백이 저 토끼고기를 나눠주지 않을 것을 알고 살그머니 뒷걸음질로 자기가 나무하던곳으로 돌아갔다.


“내가 고기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동안 어떻게 잊고 살았을까?”


염백백은 늙어서 잔병치레를 핑계로 삼일에 한 번 정도씩만 산에 나무를 하러 올라갔는데, 그날은 꿩, 토끼, 멧돼지 새끼, 닥치는 대로 잡아 몸보신을 하고 남는 것이 있으면 훈제를 하여 놓고 있다가 다음에 올라왔을 때 다시 따뜻하게 하여 먹는 것이 일과였다.

다음날은 또 염백백이 몸살이라며 누워 있고 악철군이 혼자 나무를 하러 올라가게 되었다.

소림사의 뒷담부터 소실봉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의 곳곳에는 소림사의 무승들이 곳곳에서 숨어 지키고 있어서 아무도 올라갈 수가 없었으나 불목하니만은 아무 때나 올라갈 수 있었다.

무승들이 숨어 지키는 능선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넓디넓은 소림사의 뒷산부터 정상까지는 악철군만의 공간이 되는 것이었다.

심마니나 사냥꾼들도 소림사의 뒷산에는 오르지 못하니 뒷산에는 여러 가지 야생동물들의 천국이 되어 악철군이 나무를 하다 보면 마주치는 사슴, 토끼, 산돼지, 원숭이무리, 반달곰 등등 숱한 야생동물이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일이 버거워 아무 생각이 없었으나 이제 나무 한 짐 하는 것은 하품 한 번 하는 경지에 도달했으니 이제 뒷산의 모든 동물을 잡아먹겠다는 생각에 산을 오르는 악철군의 발길이 가벼웠다.

일 년쯤 전부터 밤에 가마솥에 숯불 지피는 일을 하다가 일연이라는 사미승을 알고 친하게 되었다.

그는 백수대사의 사미승이었는데 백수대사가 노환으로 앓아눕자 매일 밤마다 백수대사의 약을 달이고 죽을 쑤어가느라 공양원에 왔는데, 매번 불경이며 간단한 무공 교본을 들고 와서 약탕기 앞에서 읽는 습관이 있었다.

보통 약탕기를 약한 불로 세 시진쯤 끓여야 하므로 그동안 책도 보고 혼자 일어나 무공교본의 초식을 따라하기도 하는지라, 가만히 옆의 가마솥에 숯불을 지펴 넣던 악철군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였다.


“얘! 꼬마 스님, 지금 하는 것이 무공이야?”


사미승 일연이 돌아보니 무서운 얼굴의 꼬마 불목하니가 자기에게 묻고 있는 것이었다.


“너는 나에게 꼬마 스님이라고 하면 안 돼!”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해? 그냥 꼬마일까?”


악철군은 어려서 부모의 얼굴도 모르고 시장바닥에서 도둑질과 구걸로 오랜 시절을 보냈던지라 지금 눈앞의 사미승은 눈에 차지도 않았다.


“내가 다른 스님들에게 물었더니 너는 악추라는 불목하니라면서? 그렇다면 나에게 존댓말로 해야 하는 것이야.”


그러나 악철군은 염백백에게 숱한 말기술을 당하며 배워놓은 특유의 화법이 있었다.


“너는 승려고 나는 불목하니인데 서로 길이 다른데 왜 네가 나보다 높아?”


백수대사는 현 소림의 장문인 백혜대사의 사형이므로 소림의 가장 큰 어른이었고, 일연은 백수대사의 막내제자였으므로 소림사에서의 배분은 무척 높았다. 그래서 거의 모든 승려가 일연에게 사미승이지만 깍듯한 존댓말과 예의를 지켜 그것이 너무나 익숙해진 일연이었으나 악철군의 말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악철군은 일연이 대답을 못 하고 가만히 서 있자 득의양양하여 다시 염백백에게 숱하게 당했던 구지 신공을 펼쳤다.


“꼬마 스님은 몇 살이야?”


악철군이 꼬마 스님이라는 호칭을 또 쓰자 일연이 빨개진 얼굴로 이야기했다.


“불가에 입문한 지는 십 년 되었고 세상 나이로 열두 살이야.”


악철군은 어려서부터 고아였으니 자기 나이를 알 턱이 없었고 혼자 생각에 자기도 열두 살쯤으로 짐작하고 있었으나, 일연이 열두 살이라고 밝히자 바로 선수치고 나갔다.


“나는 열세 살이야.”

“소림의 거의 모든 스님이 나에게 인사하고 존댓말 해.”

“나는 승려가 아니라니까! 그리고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 네가 존댓말을 나에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악철군의 말에 약이 오른 일연은 귀까지 빨개진 채로 횅하고 돌아서 약탕기 앞에 앉아 씩씩 거릴 뿐이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에도 밤이면 일연은 약탕기 앞에서 지켜보다가 불공도 읽고 무공초식을 연마도 하면서 악철군을 힐끗힐끗 쳐다만 볼 뿐 서로 말이 없었다.

악철군도 절밥을 이 년째 먹고 있었으나 비슷한 또래의 친구를 처음 만난 지라 밤마다 만나는 일연과 계속 서먹서먹할 수는 없었기에 비장의 한 수를 꺼내 들었다.

일연이 약탕기 앞에서 두런두런 불경을 읽고 있을 때 슬며시 일연의 옆으로 가 누룽지가 담긴 목판을 내밀었다.


“이것 좀 먹어.”


열두 살의 소년이 어찌 출출한 야밤에 노릇노릇한 모양새의 구수한 냄새가 나는 누룽지를 거부할 수 있으랴? 손을 내밀어 누룽지의 한쪽을 떼어먹은 일연이 깜짝 놀랐다.

누릉지가 달콤하면서 녹듯이 스르르 목구멍에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


“아니 이게 뭐야? 누룽지가 아니었어?”


악철군이 흐뭇한 눈으로 일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누룽지를 꿀에 하루 동안 재워 놓은 것이야.”

“아니! 꿀을 어떻게 구했어?”

“장로원에서 손님들에게 내놓을 전병에 바를 꿀이 있는데 거기에 담가 놓았다가 꺼낸 거야.”


일연이 악철군이 내민 목판 위의 누룽지를 다 먹은 것은 시원한 냉수 한 잔 마실 만한 짧은 시간이었다.

다 먹은 일연이 악철군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말을 건넸다.


“악추! 너무 맛있어서 그만 혼자 다 먹었네. 미안해.”

“괜찮아. 나도 가끔 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기회가 생기면 또 줄 수 있을 거야!”

“나는 일연이라고 해.”

“나는 악추가 아니고 악철군이야!”

“악철군이 나보다 정말 나이가 하나 위야?”

“그럼.”


일연도 꾀를 냈다.


“세상 나이로는 네가 나보다 많으나 절의 나이로는 내가 많으니 친구가 되면 어때?”

“음··· 내가 조금 손해 보는 것 같지만 네가 이렇게 부탁을 하니 그렇게 하자.”


다음날 밤에 일연이 공양간에 오자 악철군이 낮에 산에서 따온 산딸기를 목판에 가득 담아 일연에게 내밀며 물었다.


“너는 불경을 읽는 것을 보니 글을 잘 아는 것 같구나.”


일연은 너무 당연한 말을 하는 악철군이 이상했다.


“푸··· 글을 못 읽으면 어떻게 불경을 읽겠니.”

“나는 글을 몰라.”


그때부터 밤이면 일연이 틈틈이 악철군에게 글을 가르친 것이 벌써 일 년쯤 된 것이다.

악철군은 공양원의 명원스님이 글을 알아 불목하니에서 스님이 된 것이 무척 부러웠다.

산에 오른 악철군은 얼른 나무를 한 짐 그득히 지게에 쌓아놓고, 어제 염백백이 몰래 토끼를 구워 먹던 것을 발견한 계곡의 오목한 바위로 갔다.

바위 사이에 오목한 틈새로 진흙을 발라 만들어 놓은 화덕이 있었고 화섭자 한 자루와 호로병도 하나 숨겨져 있었다.

악철군이 짐작되는 것이 있어 호로병을 열어보니 걸쭉한 액체와 주향이 코를 찔렀다.


“야··· 이 할아범이 어디서 술까지 구해 숨겨 놓았을까? 절을 내려간 적이 없었는데?”


그때 화덕에서 조금 떨어진 구덩이가 보이길래 가보니 여러 가지 동물 뼈가 큰 마대 자루에 가득 담길 정도의 양이 쌓여 있는 것이었다.


“이 많은 뼈를 보게, 나는 나무를 하는 동안 할아범은 술을 곁들어서 고기 잔치를 하고 있었구나!”


상황을 살펴본 악철군은 몸을 돌려 숲을 뒤지기 시작했다.

지게를 지고 산에서 내려가야 할 때까지 토끼며 노루를 쫓아다녔으나 번번이 손앞에서 놓칠 뿐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악철군의 머릿속에는 장터를 돌아다니다가 훔치거나 또는 시골 마을을 지나쳐갈 때 닭서리를 해서 진흙을 발라 맛있게 구워 먹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토끼며 노루며 하물며 꿩마저도 구경만 할 수 있을 뿐 매번 놓쳐 결국 낙심하여 지게를 지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은 염백백과 같이 나무를 하러 올라가게 되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악철군에게 나무하는 것을 맡겨놓고 염백백이 산책한다고 사라지자, 악철군은 재빨리 나무한 짐을 지게에 쌓아 놓고 소실봉 산 중턱의 높은 바위로 살며시 올라갔다.

고개를 살짝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훤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눈을 크게 뜨고 숲의 여기저기를 훑어보다가 염백백을 발견하고 숨을 죽이고 살펴보았다.

잠시 후 염백백이 갑자기 팔을 앞으로 하여 무엇인가 던지는 듯싶더니 조금 후 토끼를 한 마리 들고 숲을 나서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토끼의 뒷덜미에는 반짝이는 조그만 칼이 박혀 있었다.

이윽고 오목한 바위 밑의 화덕에 다다른 염백백이 토끼의 목덜미에 꽂혀있던 작은 칼을 꺼내더니 그 칼로 능숙하게 토끼의 가죽을 벗겨냈다.

상황을 지켜본 악철군은 조용히 자기가 지게를 세워놓은 곳으로 돌아가며 골똘히 생각했다.


‘그렇구나! 나는 맨손으로 잡으려 했으니 참 멍청했구나···. 저런 칼을 구해서 던지는 연습을 해야겠구나.’


공양원에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칼이 있었고, 그중에는 숫돌로도 갈아 쓸 수 없을 정도의 안 쓰는 칼도 많았다.

그다음 날부터 악철군은 밤마다 일연에게 한 시진쯤 글을 배우고 나서, 일연이 돌아가고 나면 안 쓰는 작은 칼들을 가져다가 숫돌에 갈기 시작했다.

어느덧 악철군이 불목하니 생활을 오년쯤 했을 때는 지게에 나뭇짐을 그득히 쌓아놓고 숲속으로 들어가 산짐승 잡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만큼 쉬워지는 경지에 이르렀다.

공양원의 숫돌에 갈아 만든 여섯 개의 표창에 끈을 길게 매어 놓아 멀리서 산짐승에게 던졌다가 간혹 못 맞추면 자기에게 되돌아오게끔 하였으며, 손목을 구부려 잡아채듯 던지면 휘어나가며 이리저리 튀듯 도망가는 산짐승들도 다 맞추어 내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심마니들도 숭산의 소실봉 쪽은 오르지 못하는지라 몸에 좋다는 약초가 지천이었다. 악철군은 구이뿐이 아니라 자기가 발견한 작은 동굴에 화덕을 만들어 놓고 공양원에서 찜통을 가져다 놓고, 매일 산에서 뜯은 각종 약초를 넣고 끓여 먹으니 열다섯의 나이에도 어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체격이 좋아지고 몸이 날쌔기는 강호의 일류 고수라고 해도 믿을 만큼 빨라졌다.

염백백은 몇 달이면 훌쩍 키가 커지고 또 몇 달이면 체격이며 근육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악철군을 보면서도 ‘이놈이 부모의 씨가 좋은가 보다’라고 생각할 뿐, 악철군이 온갖 약초와 거의 매일 고기를 섭취하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일연은 자기의 사부가 오랜 병환 끝에 죽고 나서는 공양원에 안 오게 되었으므로, 악철군 혼자 공양원에서 밤에 가마솥의 숯불을 피워 놓은 채 나무 표적을 만들어 놓고 표창 던지기로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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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무적마존의 칭호를 얻다 +2 19.08.18 6,655 9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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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흑령산의 혈사 +2 19.08.17 7,027 107 17쪽
11 용천방 +2 19.08.16 7,703 111 15쪽
10 혈홍검 +4 19.08.15 8,010 1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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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무공대성 +4 19.08.13 8,342 131 15쪽
7 무공입문 +2 19.08.12 8,179 130 15쪽
6 금마동 +3 19.08.11 7,913 124 15쪽
5 장경각 습격 +3 19.08.10 7,774 10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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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목하니 +5 19.08.08 8,283 129 16쪽
2 염백백 +6 19.08.07 9,029 122 16쪽
1 악철군 +4 19.08.06 13,266 12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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