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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렉 님의 서재입니다.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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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렉
작품등록일 :
2019.04.21 10:45
최근연재일 :
2020.05.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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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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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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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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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부_27 베일 속 여인, 왕마담

DUMMY

“뭐야?”


“뭐가요?”


피식.


“너 지은 죄가 있을 때면 동그랗게 입을 모으잖아! 지금처럼. 딴 수작 부릴 생각 말고 다 불어. 나중에 정말로 혼난다.”


‘에그.. 내 주제에 저 인간 앞에서 잔꾀를 늘어놔야 뭔 소용이랴.. 그냥 확 불자.“


그와의 수 싸움은 제갈량과 조조를 합쳐 놓은 어벤저스와 힘만 쓰는 여포가 상대하는 꼴이니 이쯤에서 전투를 포기하고 항복.


“솔직히 다 풀어놓을 건데 말릴 생각은 말아요. 나도 오기가 있는 뇨~자라구요.”


“일단 풀어. 판단은 내가 해.”


“으이그.. 독불장군!”


불법이 난무하는 내 작전을 듣는 순간 기겁할 그의 표정을 상상하니 기가 죽는 것이 아니라 웃음부터 나왔다.


그간 내가 저 인간한테 단련이 되긴 됐나보다. 이런 상황에서 웃음도 피식 나오고.


“잘 들으세요. 웰컴투 IP 월드! 크크큽”


내 장난기 어린 표정에 그가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젠 그런 모습에 오금이 저린 게 아니라 다음 전개도 예측 가능했다.


크크큽.


’크크. 나 미쳤나 봐. 자꾸 웃음이 쏟아지네.‘


그런 내 모습에 무리의 수장인 용맹한 수사자와 같은 날카롭고 완고한 그의 눈매가 일자가 됐다.


내가 그의 화를 돋우고 있으며 그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신호였다.


가느다란 눈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눈동자에는 그의 속내를 간파할 수 없는 눈빛이 어른거렸다.


가끔 상대의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인형 눈알 같은 건조한 눈빛.


’에그. 이쯤에서 자숙!‘


“흐음.. 시작할게요.”


대화 시작 전 잠시 그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들여다보았지만, 여전히 그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묘한 눈빛이었다.


’포기. 저 사람 의중을 간파할 수 있는 내공이 내게 장착됐을 리 없지.‘


“우선 제 미션 수행이 불법이란 건 이미 눈치챈 거죠? 법적인 증거 자료로 사용할 순 없겠지만 그 재수똥 검사의 동향 파악은 가능해요. 방법은 묻지 말아요. 몸으로 때우는 위험한 시도도 아니에요. 난 몸으로 위험에 노출될만한 깜도 안 되는 사람이잖아요.”


분명 한 소리 들을 거란 내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는 대답 대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적이 방안에 흐른 지 3, 4분 된 것 같은데 영겁의 시간처럼 길고 지루했다.


큰 호흡과 함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안 걸리고.. 잘 버텨낼 자신은 있어?”


“네에?”


뜻밖의 질문에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개깜놀! 이런 상황을 두고 개놀람이라고 하는 거겠지?!!


크게 혼나며 한소리 들을 것이란 예측을 한 나는 철벽 방어를 준비 중이었는데 그만 맥이 풀리며 당혹스러웠다.


“안 걸릴 자신이야 있죠. 그 방법이라는 게 나 같은 전문가도 아니고 컴 지식만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인터넷에서 버젓이 해킹하는 방법도 가르쳐주는데, 뭐..”


“꼬리가 길고 실력 없는 놈들은 언젠가 걸리겠지만, 넌 안 걸릴 자신 있는 거 맞는 거지?”


“그렇다니까요.”


“말린다고 고집 꺾을 것 같지 않아 봐주는 거야.”


그래도 머릿속이 제 고집과 곤조로만 가득 찬 꼰대는 아닌 남자다. 그게 왜케 또 멋져 보이던지..


‘참 가지가지 한다. 강보람..’


어쨌든 다행이었다. 내 편이 동지가 하나 늘어난 셈이니까. 물론 그는 반쪽 동지일 뿐이었지만.


“그리고.. 왕마담 제인 뒤는 캐고 다니지마.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사람 아니야. 내게 맡겨. 그 여잔.”


“그렇게 무서운 여잔가요?”


“그래. 그냥 네 머릿속에서 그 여자 관련 사항은 전원을 꺼. 관심 갖지도 말고.”


‘글세.. 그게 가능할른지 모르겠네..’


일단 대답은 고분고분 예쁘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앞으로의 행보가 평탄할 수 있을 테니.


“알았어요.”


더욱 가늘어진 눈매에 파묻힌 그의 눈동자에는 어떤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


날 믿는 것인지 믿지 못하는 것인지조차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감정이 배제된, 아무런 느낌이 없는 맛 간 고등어 눈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살기와는 다른 영민한 빛이 번들거리는 눈빛을 지닌 무서운 인간이다.


내가 저런 인간과 한동안 연애 비슷한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남다른 포스를 지닌 내 마음속 무리의 수장, 심바.


그는 그런 믿음직스럽고 겉보기에도 거칠고 강인해 보이는 사람이다. 해서 내 남자 별무리만큼이나 자신의 조직 내부에서, 외부에서 적이 많은 외톨이, 고독한 아싸다.


비록 능력이 한참 부족한 조력자이지만 난 이제 그와 한배를 탄 동지가 되려고 한다.


어떤 풍랑과 비바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그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눈앞의 내 전 남자는 의심의 여지 없이 한배를 타도 될만한 듬직한 심바다. 우리의 수장. 무조건 믿고 따를 수 있는 대장님이다.


“뭘 그렇게 넋을 놓고 쳐다봐?”


“아.. 그냥..”


피식


‘왜겠어? 이 아재야! 멋있어서 그러지!’


현 남친이 별무리라고 해서 다른 남자를 멋있어하지 말라는 현행 법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맘껏 반할 예정이다. 편하게 고기 먹던 사이인 저 오지게 무뚝뚝한 남자에게. 크큽.


그때 머릿속에 노란 전구가 두둥 떠올랐다.


“참! 혹시 오 박사님 아는 사이예요? 범죄 심리 분석관이신..”


그는 머뭇거림 없이 즉각 대답했다.


“알아. 대학교 후배야. 같은 동아리를 한 적 있어서 지금도 가끔 안부 연락와.”


‘오호라.. 그런 인연이 있었구나.’


그는 쉴드라도 치듯 다음 질문에는 철벽을 치는 낌새였다.


그게 더 호기심을 자극했고 뭔진 정확한 감은 안 잡혔지만 들쑤시고 싶어졌다.


“저기 혹시?..”


“다 먹었으면 일어나자.”


“에엥? 갑자기?”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왕마담 뒤는 캐고 다니지 말라고 못 박았다!”


그런 협박이 날 더 지극했고 잠잠했던 내 세포들을 모두 일으켜 세웠다.


‘대체 왜 저렇게 강조 또 강조하는 걸까?’


지나침은 늘 의구심을 불러온다.


그 여자를 둘러싼 진실이 무엇이길래 저렇게까지 내가 들춰내려는 걸 꺼려하는 걸까?


내가 상상도 못 한 판도라 상자 위에 그녀가 앉아 있는 걸까?


그게 뭘까? 얼마나 대단한 여자인 걸까?


호기심은 의구심이 되고 의구심은 강렬한 탐사 본능을 자극하고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자석처럼 날 끌어당기고 있었다.


클럽 메두사의 안주인, 왕마담 제인.


과연 당신의 정체는 뭘까?


필시 단순한 클럽의 안주인만은 아닐 거라는 작두 탄 내 촉이 꿈틀거렸다.


‘분명 뭔가가 더 있는 거야?’


그런 내 눈빛을 읽은 것일까? 내 전 남자는 날 믿지 못하고 다시 한번 다짐을 받으려했다.


“너 눈알 굴리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 왕마담 캐고 다니지마. 그러다 다쳐. 그건 컴 앞에 앉아 해킹하는 거하곤 차원이 다른 문제야. 알아 들었지?”


“네.”


‘문 아재야.. 알아는 들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더 구미가 당기니 이를 어쩌면 좋으냐?!’


정말 어쩌면 좋으냐? 갑자기 입맛이 확 돌며 무지하게 그 여자를 뒤지고 싶어졌다.


문 검사야.. 당신 때문에 그 여자의 속옷 취향까지 낱낱이 캐내고 싶어졌으니 이를 어쩌면 좋으냐..


마음이 급해졌다. 할 일이 태산처럼 켜켜이 쌓였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그 여자의 양파 껍질을 한 겹씩 벗기려면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래! 김 형사가 좋아하는 숯불갈비 사먹이며 김 형사에게서 슬쩍 그녀 관련 첩보를 캐봐야겠다.


그 덩치가 갈비라면 사족을 못 쓰니 먹는데 정신 팔려 내 질문의 의도 등을 의심할 위인은 아니지.


술 한 잔 걸친 그와 나는 각자 택시를 잡아타고 헤어졌다.


당장 김 형사에게 수작질을 걸었다.


“네. 내일 뵐게요. 갈비 양껏 드셔도 돼요. 요즘 잠도 부족하다면서요.”


그 말은 수작질이 아닌 진심이었다. 요즘 오빠 관련 수사로 그는 며칠째 잠복근무 중이었다.


“오빠 때문에 저리 개고생인데 무한 갈비라도 사 먹여야지.”


벌써 붉은 노을이 거리를 덮칠 시각이라 서둘러 호텔로 돌아가야 했다.


나도 이젠 밤에 무지하게 바쁜 여자가 됐다.


“서두르자. 왕마담이 출근하기 전 자리를 잡고 오늘부턴 더 세심히 살펴봐야지.”


그간 건성으로 관찰해 왔다. 지금부턴 세세한 부분까지 면밀하게 현미경 관찰을 할 셈이다. 그녀의 속옷 색깔까지 알아내는 순간까지.


디링


조민이었다.


-- 오늘 나 조금 늦을 거예요.


-- 네. 알아서 잘 하고 있을게요.


조민도 이미 장기 투숙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우린 어쩌다 보니 별 거부감이나 진지한 상의도 없이 룸메이트가 되어있었다.


오늘은 왕마담 심층 탐사 건으로 다른 데 정신을 분산시킬 여력이 없었다.


“왕마담이 도착할 시간인데. 그렇취!”


그녀의 럭셔리한 비엠이 물결 위를 달리듯 미끄러지며 아방궁 뒷문 앞에 정차했다.


“늘 같은 놈이었어.”


그녀의 운전기사는 매일 동일 인물이었다.


“저놈이 저 여자의 호위무사 겸 비서실장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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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부_27 베일 속 여인, 왕마담 19.05.11 49 0 9쪽
26 1부_26 강아지녀의 등장 19.05.11 44 0 11쪽
25 1부_25 문성열의 추궁 19.05.09 33 0 10쪽
24 1부_24 한 배를 타게 된 예쁜 남자 19.05.08 32 0 9쪽
23 1부_23 측전무후와의 첫 만남 19.05.08 39 0 10쪽
22 1부_22 내 남자의 흔적 쫓기 19.05.07 32 0 11쪽
21 1부_21 사라진 사체 19.05.07 47 0 11쪽
20 1부_20 다시 사라진 내 남자 19.05.06 46 0 11쪽
19 목을 조여오던 긴박함 19.05.06 30 0 10쪽
18 고속도로 위의 추격자 19.05.05 34 0 11쪽
17 안타까움의 다른 표현 19.05.05 34 0 11쪽
16 내 마음 속 영웅들 19.05.04 39 0 11쪽
15 내 남자는 무사할 수 있을까? 19.05.04 39 0 12쪽
14 은밀하게 위대하게 19.05.03 50 0 10쪽
13 열려라, 뒷문 19.05.02 41 1 12쪽
12 날아가는 거 전문인 검사와 형사 19.05.01 45 1 12쪽
11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19.05.01 43 0 9쪽
10 내 남자가 사라지기 한 달 전 19.04.29 46 0 12쪽
9 벗겨진 양파 껍질 19.04.28 46 0 12쪽
8 편하게 고기 먹던 인연, 문성열 19.04.27 42 0 10쪽
7 뜬금포 MOON 19.04.26 47 0 10쪽
6 매정한 수컷들 19.04.25 70 0 10쪽
5 요상한 프레임 19.04.24 72 1 12쪽
4 예상 밖의 전개 19.04.23 70 1 11쪽
3 또 다른 침입자 19.04.22 87 1 10쪽
2 예쁜 남자, 조민 19.04.22 109 1 10쪽
1 실종된 지 2주째 +2 19.04.21 25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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