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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렉 님의 서재입니다.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쉬렉
작품등록일 :
2019.04.21 10:45
최근연재일 :
2020.05.14 09:32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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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
글자수 :
255,461

작성
19.05.0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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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부_22 내 남자의 흔적 쫓기

DUMMY

“보람씨는 그 범죄심리분석관 박사님을 만나 보세요. 보람씨가 가끔 심리 상담 받아왔던.”


“아, 오 박사님이요?”


그렇네. 그 오만 덩어리가 바로 우리나라에선 꽤 유명세를 탄 범죄심리분석관이었네.


“그분 능력도 출중하신 데다 프로파일링 자문을 오래 하셔서 법조계와 수사계에 인맥이 어마하세요. 그분 통하면 얻어걸리는 첩보도 상당할 겁니다.”


“아.. 이제 상담은 안 받고 있지만, 상담 핑계 삼아 오 박사님을 뵙고 와야겠네요.”


조민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하고 있었지만 내 눈엔 단번에 감지됐다.


“걱정되세요?”


“걱정됩니다. 아주 많이. 너무 마음이 앞서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런다고 해결되는 단순 사건도 아니고 오히려 조사과정을 그르칠 수도 있어요.”


“명심할게요. 뭣도 모르면서 너무 나대지는 않을 거예요. 푸훗.”


뭘.. 알아야 설치는 것도 가능하지..


현재 내 능력과 처지라는 것이 하얀 도화지보다도 깔끔한 상태다.


증거도 없고 사체도 발견하지 못한 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어쩌면 의외로 그 오만 덩어리가 쥐고 있을 수 있다.


그 재수똥에게 프로파일링을 부탁한다면 이 사건을 풀어나갈 단초를 건질 수도 있단 생각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당장 그 오 재쑤를 만나 보자..”


갑갑하던 명치끝이 뚫리며 왠지 예감이 좋았다. 사람은 오지게 노 호감이지만, 그 사람과 함께라면 뭔가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막연한 기대감에 미세한 흥분마저 느껴졌다.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 뿌연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기분이랄까?..



3일 후.


부리나케 그녀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직원을 통해 사전에 나의 방문을 전달받은 그 오만 덩어리를 대면한 순간 그간 그녀를 너무 과소 평가해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별무리의 실종사건 소식을 접한 이후 그녀는 범죄분석 요원답게 지금까지 밝혀진 사건의 전말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인맥의 소유자임을 유감없이 발휘한 프로 정보통녀였다.


별무리의 절친 김 형사나 조민조차도 귀동냥 못 한 비하인드스토리를 꿰고 있는 실력자란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사람이 달라 보였다.


‘역시 만나러 오길 잘했어.’


그렇다고 저 오만 덩이가 급호감형이 된 건 아니지만 사건의 전말을 조목조목 분석하는 능력만큼은 출중한 A+감임을 부정할 순 없었다.


“사실 홍 형사님 사방에서 미운털 박힌 분이잖아요.”


탁월한 능력만큼이나 핵직구 어법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팩폭 오지다..’


내 남자는 그에게 앙심을 품은 악당들에게 뿐만 아니라 경찰 조직의 윗선과 검찰로부터 ‘어디 두고 보자’는 협박을 달고 사는 오지라퍼였다.


심지어 수사 도중 검사가 개입한 정황 증거가 있다며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한 똘끼 충만한 막가파였으니 그를 해코지할만한 적군은 사방에 포진된 셈이다.


보복성 해코지를 할 만한 인물들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더 쉬워 보일 정도였으니까..


“홍 형사를 상대로 협박을 했던 인물 중 실제 보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파악 중이에요. 아무래도 홍 형사님의 존재나 그분이 진행하려던 수사가 자신들에게 위협적이라고 예측한 집단이겠지요.”


“혹시.. 오 박사님은 짐작 가는 대상이 있으신 건 간요?”


“현재로선 얼마 전 풀려난 나장해란 유흥업소 사장과 관련된 주변인들과 그의 뒷배로 예측되는 정계 인사들이 제일 유력해요.”


“혹시.. ”


혹시 잘난 이 마당발은 이미 문성열과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일까?


문성열의 존재를 수면 위로 올려도 되는 걸까, 확신이 서지 않아 운은 띄워놓고 말을 잇지 못하고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혹시 뭐요?”


“아.. 오빠가 어느 검사님과 함께 인지 수사를 진행 중이었고 오빠는 그 수사의 수사관이었어요.”


“문성열 검사님?”


‘아.. 문성열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구나.’


“네. 알고 계셨네요.”


“수사 내용은 보안 유지가 철저해서 캐내기 힘들어요. 홍 형사님 실종 이후 다른 루트를 동원해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홍 형사님의 실종은 그 인지 수사와 관련 있는 게 정황상 유력해요.”


“사실은.. 답답한 마음에 휴직계를 냈어요.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좋으니 오빠에게 도움이 될만한 역할과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민간인이 개입할만한 사건이 아닙니다. 혹여 그런 개입 정황이 문 검사님 귀에 들어가면 난리도 아닐겁니다.”


‘필시 한바탕 소란을 피울 거야. 그 사람... 족침을 당하는 아랫것들만 불쌍해지겠지.“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나장해란 자가 운영한다는 유흥업소에는 기웃거리지 말아요. 험한 곳입니다.”


왜 저 말이 내 귀엔 나장해가 운영하는 유흥업소 주변을 주시하세요, 로 들리는 걸까?


내 남자도 요즘 내가 겪고 있는 증후군을 앓고 있었기에 금기 사항만 골라서 파헤치다가 그 꼴을 당한 걸까?


어쨌든 내 첫 번째 과녁은 정해졌다. 나장해가 운영한다는 룸싸롱.


일단 그가 운영하는 여러 개의 업소 중 내가 얼쩡거려야 하는 메인 타겟이 어느 곳인지부터 파악하기 위해 행동 개시.


김 형사에게 첩보를 얻기 위해 저녁을 먹자고 꼬드겼다.


내가 저지르려고 하는 계획은 그가 꿈에서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예측 불가한 짓거리이니만큼 그는 의외로 큰 경계 없이 내 수작질에 응해주었다.


“삼성동과 청담동 중간쯤에 아방궁이 하나 있어요. 겉만 봐서는 건축 공모전 대상이라도 받은 건축물처럼 보이는 고상하고 럭셔리한 건물 하나 있는데 회원제로 운영하는 유흥업소라서 아무나 드나들 수가 없어요. 거기가 은밀한 회동 접선 장소인 셈이지.”


“아.. 일반인은 돈이 있어도 드나들 수가 없는 은밀한 비밀의 정원이군요.”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어도 그 존재 자체를 모르고 살았던 비밀의 정원이 서울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었다.


클럽 메두사. 아방궁이라 불리는 시크릿 가든.


그가 자리를 뜬 후 부리나케 그 아방궁의 주소 검색과 동시에 인근 호텔 검색도 함께 했다.


따지고 재고할 것 없이 모든 작전의 진행은 본능에 의존해 진행됐다.


난 시크릿 가든 주변에 자리한 호텔이란 호텔은 죄다 검색하고 있었다.


깊은 생각 끝에 내린 결론도 아니고 치밀한 계획을 세운 후 실행한 것도 아니다. 모든 진행은 생각이란 것을 거치지 않고 전력 질주하듯 내달렸다.


“직접 방문해서 그 주변을 좀 더 살펴봐야겠어.”


한걸음에 내달려 그 우아한 자태를 뿜어대고 있는 비밀의 정원 앞에 도착했다.


“오호~ 바로 여기군.”


영업시간 전이라서 아방궁 인근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대체 출입구가 어딘 거야?”


’열려라 참깨‘라도 외쳐야 하는 건지 모던하고 세련된 외장의 건축물에는 출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건물 뒤편을 기웃거리며 혹시 직원들이 따로 드나드는 뒷문이 있나를 조사했다.


“저게 문처럼 보이는 데.”


넓은 대로와 면해 있는 건물 정면과는 달리 건물 뒤편은 좁은 골목길과 마주하고 있었다.


건물의 뒷면도 앞모습의 외장만큼이나 심플했지만, 문처럼 보이는 벽면과 분리된 공간이 있었다.


“제게 뒷문이 틀림없어..”


그 건물 주변에 크고 작은 호텔이 서너 개 자리하고 있었다.


“신이 아무래도 내 편인가 보다.”


인근 호텔 중 비싼 호텔이 자리한 각도는 그 아방궁 관찰이 어려운 위치였다. 반면 3성급 호텔이 하나 있었는데 대로에서 약간 들어가 자리한 아방궁의 앞과 뒤를 절묘하게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다른 건물들보단 낮고 외관은 수수했지만 나름 깔끔하고 통통 튀는 디자인으로 덧입혀진 꽤 마음에 드는 호텔이었다.


“하늘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게야. 아~주 마음에 드네.”


체크인 데스크에도 직원이 한 명만 배치해 있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내가 그곳에 장기 투숙을 한다 해도 그리 눈에 띄지는 않을 듯싶었다.


대체 호텔 직원인지 무슨 디자인계 업종에 종사하는 전문직인지 구분하기 힘든 시크함과 외모를 지닌 청년이 나를 맞이했다.


“말투도 완전 시크하네..”


그런 그의 태도가 오히려 부담 없고 편했다. 고객에게 일체의 개인적인 관심이나 호기심을 전혀 보이지 않는 그저 의례적인 친절함만을 장착한 차도남.


오지라퍼 직원을 만나 왜 장기 투숙을 하냐는 등, 이런저런 곤란한 질문은 받지 않을까 은근 노심초사했는데..


사전에 예측 가능한 질문에 대한 응답까지 준비한 수고가 민망할 정도였다.


마침 비밀의 정원이 한눈에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높이도 적당해서 관찰하기도 수월했고 지상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도 않을 거리였다.


“지금까지는 모든 게 완벽해. 퍼팩트!”


어서 어둠이 내려앉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불 위에 얹혀있는 주전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물이 끓지 않듯, 일요일 저녁이면 순식간에 화살처럼 날아가던 시간이 지금 이 순간, 흐르고 흘러도 밝은 태양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체 붉은 노을 구경은 언제쯤 할 수 있는 거냐! 어서 날아가거라~ 시간이여!”


너무 긴장한 탓인지 침대 위에 잠시 누워 있었는데 그만 깜박 잠이 들어버렸다.


눈을 뜨니 창밖은 벌써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우쒸! 왜 잠이 들고 지랑이야.”


벌떡 일어나 부리나케 창 쪽으로 달려갔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할 무렵이라 정문 쪽에는 여전히 쥐새끼 한 마리 나타나지 않았지만, 뒷문을 드나드는 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커피 한잔이 생각나서 자리를 잠시 뜨려던 순간 비엠 하나가 뒷문 앞에 정차했고 남자 직원 하나가 마치 그 아방궁의 집사라도 된 양 날쌔게 달려 나와 그 차를 마중했다.


“대체 누군데 저래?”


직원이 황급히 달려가 운전석 문까지 열어주었다.


“어엉? 여자네.”


공주마마처럼 환대를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웬 여인이었다. 거리가 꽤 있음에도 한미모하는 여인임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외모의 소유자.


차 밖으로 나온 그녀는 유유히 우아한 걸음걸이로 비밀의 정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분명 손님은 아닌데.. 누굴까?’


걸음걸이며 직원을 대하는 태도와 제스처에서 감지된 포스에서 여느 사업가 이상의 기상이 느껴지는 여인이었다.


“워매.. 포스 한번 완전 쩝니다요. 대체 정체가 뭣입니까요?”


목을 길게 빼고 그녀가 사라지는 뒤꽁무니를 쫓으며 내 호기심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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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부_23 측전무후와의 첫 만남 19.05.08 40 0 10쪽
» 1부_22 내 남자의 흔적 쫓기 19.05.07 34 0 11쪽
21 1부_21 사라진 사체 19.05.07 48 0 11쪽
20 1부_20 다시 사라진 내 남자 19.05.06 47 0 11쪽
19 목을 조여오던 긴박함 19.05.06 31 0 10쪽
18 고속도로 위의 추격자 19.05.05 34 0 11쪽
17 안타까움의 다른 표현 19.05.05 34 0 11쪽
16 내 마음 속 영웅들 19.05.04 40 0 11쪽
15 내 남자는 무사할 수 있을까? 19.05.04 39 0 12쪽
14 은밀하게 위대하게 19.05.03 50 0 10쪽
13 열려라, 뒷문 19.05.02 41 1 12쪽
12 날아가는 거 전문인 검사와 형사 19.05.01 46 1 12쪽
11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19.05.01 43 0 9쪽
10 내 남자가 사라지기 한 달 전 19.04.29 46 0 12쪽
9 벗겨진 양파 껍질 19.04.28 47 0 12쪽
8 편하게 고기 먹던 인연, 문성열 19.04.27 43 0 10쪽
7 뜬금포 MOON 19.04.26 47 0 10쪽
6 매정한 수컷들 19.04.25 70 0 10쪽
5 요상한 프레임 19.04.24 73 1 12쪽
4 예상 밖의 전개 19.04.23 71 1 11쪽
3 또 다른 침입자 19.04.22 88 1 10쪽
2 예쁜 남자, 조민 19.04.22 109 1 10쪽
1 실종된 지 2주째 +2 19.04.21 25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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