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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렉 님의 서재입니다.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쉬렉
작품등록일 :
2019.04.21 10:45
최근연재일 :
2020.05.14 09:3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823
추천수 :
9
글자수 :
255,461

작성
19.05.0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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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열려라, 뒷문

DUMMY

“네. 일단 먼저 사무실에 가봐요. 압수수색 해서 그놈들이 연막으로 쳐놓은 가짜 자료들 일단 챙겨요. 그래야 나중에 진짜와 대조 할 수 있으니까. 수사팀이 가짜 압수하면 그쪽도 당분간 안심하겠네요. 경찰 비웃으면서.”


“강보람.. ”


“위험하지 않다고요. 내 걱정 안 해도 돼요.”




“1주일 만에 얼굴 보는 건데 왜 호출 전화질이래요. 짜증”


“푸흐흐. 그러게. 함께 맥주 한잔하고 맘 편히 뽀뽀 한번 하는 게 이 오빠에게는 왜 이리 힘든 일인지 모르겠다.”


그가 단단한 팔로 힘껏 내 허리를 끌어안으면, 그의 완력이 허리에서 느껴지며 묘한 쾌감에 전율이 온몸으로 퍼지곤 한다.


닮은꼴이지만 내 전직 남자와 현직 남자 사이엔 뚜렷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문 검사는 내게 먼저 키스하는 법도 없었다. 게다가 547일 동안 나만 연애라고 우기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리 사이에 스킨쉽 최고봉은 키스였다.


그것이 주변인들에게 그가 내 남자였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547일을 만나면서 고작 키스만 했는데 연인이었다고 우기면 나만 미친년 되는 게 아닐까?


그는 나무 심장을 지닌 사람처럼 늘 수동적이었다. 그나마 감사하게도 내가 그의 손을 잡을 때면 뿌리치지 않았고 내가 뽀뽀를 할 때면 피식 웃고만 있었다.


그나마 그거라도 해주니 고맙게 생각하며 만났던 남자다.


그래도 그 목석과의 최고 스킨쉽은 키스였다. 물론 설왕설래. 그러나 그것도 거의 당하는 입장이었다. 내가 시도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키스도 안 하는 사이로 멀어졌을까?


나의 적극적인 스킨쉽으로 우리의 연애사는 그나마 키스는 한 사이로 막을 내렸다.


그 점에서 별무리는 문 검사와는 달랐다.


남자답고 박력 있는 스킨쉽. 그는 애정 표현에 있어서는 쭈뼛거리거나 머뭇거리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과감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애정도를 스킨쉽으로 표현했다.


그 점에선 속이 시원했다. 떡국을 30개 이상 먹은 사람들이 밀당은 무슨 밀당.


가야 한다는 남자가 가질 못하고 진득한 딥키스를 15분이 넘도록 하고 있었다.


성격은 거친 수컷이지만 애정표현은 제법 달달한 남자다. 제대로 키스를 할 줄 안다. 제대로라는 의미는 여자들이 원하는 감미로운 키스가 뭔지를 아는 수컷이다.


바쁜 와중에도 늘 서두르는 법이 없다. 달콤하게 아랫입술을, 그다음은 농염하게 윗 입술을 공략할 줄 아는 전략가다.


그의 전략에 내 입술은 항상 무방비로 스르르 빗장을 열곤 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스르르.


스르르 열린 입술 사이로 진득한 입맞춤은 시작된다. 나의 빈공간을 침범하기 위해 그가 가진 가장 보드라운 속살로 그 빈 공간을 지독히도 과감하게 괴롭히곤 한다.


그와 내 입술이 만드는 마찰음에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으음...”


그 농염한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의 보드라운 속살이 또다시 내 빈 공간을 점령했다.


디리링


또다시 울린 핸드폰 벨 소리.


“아~ 짜식들. 왜 이리 보채. 간다고 가!”


그는 벨 소리를 무시하고 하던 걸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15분의 애틋함이 더 이어진 후에야 아쉬움에 탄식을 뱉고는 그가 집요하게 공략하던 빈 공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3일 뒤에 올게. 사고 치지 말고 기다려. 멋대로 행동하지 말고. 그랬다간 정말 혼난다.”


함께 침대에 누워 그의 팔베개 안에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자고 싶던 나의 바람은 그 날도 무참히 날아갔다.


대체 언제쯤 나의 소박한 바람은 이루어지는 걸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 검사는 이런 나의 바람을 자신이 이루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애초에 로맨스라는 새싹을 ‘싹뚝’ 매몰차게 잘라버린 것일까?


막연한 추측이 아닌 근거 있는 타당한 추론이었다. 그의 성격을 잘 알게 된 한 사람으로서.


“사랑하기에 너를 떠날 수밖에 없어. 사랑해서 널 떠나는 거야.”


신파적이지만 그에게 아주 딱 어울리는 명대사다. 어쩌면 그는 날 위해 우리의 관계를 함께 고기 먹는 사이로 못 박았는지도 모른다.


그가 과거 살아왔던 인생, 현재 살아내고 있는 인생, 앞으로 버텨내야 할 인생. 그의 모든 인생에는 내가 들어앉을 자리는 조그만 틈도 없었을지 모른다.


나 또한 그가 지금의 그이기에 존경하고 사랑한다. 영웅본색의 주윤발을 연상케 하는 열혈 검사, 문성열. 난 여전히 그를 멀리서 흠모한다. 앞으로도 쭈욱 그를 연모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 남자 상태는?


열혈 검사 문성열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경찰판, 문성열, 밤하늘의 북극성 같은 사나이, 홍은하.


그와의 로맨스는 망망대해에 두둥실 떠 있는 쪽배와도 같다.


그는 언제 또 어디론가 날려질지 모르는 물음표 같은 열혈 경찰이다.


검사들의 영장 신청 기각, 수사지휘 때문에 검사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그가 속한 조직에서조차 골칫거리라 불리며 제발 좀 설치지 말라고 야단맞는 돈키호테.


그와 타고 있는 이 쪽배는 과연 이 망망대해에서 무사히 순풍을 타고 항해할 수 있을까?


그의 입술 촉감과 체온이 여전히 남아있는 내 입술을 검지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보았다.


그가 떠난 지 고작 10분이 지났건만 그리웠다. 꼬질꼬질한 그의 몰골이 무척이나 그리웠다. 3일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던 다음 날, 저녁.


디링


‘집이에요? 비도 오고, 들어가는 길에 잠시 들러 맥주 한잔하려고요.’


조민이었다. 그와는 이웃인 관계로 오다가다 자주 만나는 사이였다.


‘네. 집에 맥주 있어요. 치킨 시켜 먹어요.’


삐리릭


수척해진 조민은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도 못 듣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조 경위님~”


“아! 오랜만이에요.”


“그러게요. 왜 이렇게 야위었어요? 얼굴이 정말 반쪽이네요.”


“큰일이네. 진짜 죽음은 내일 부턴데.”


“혹시 삼진 건설 계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한 건가요?”


“후훗. 같은 수사팀원과 대화하는 거 같네.”


“그 사무실이 기존에 존재했던 사무실인지 뭔가 낌새를 차리고 급조한 사무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갖지는 확신해요. 거기서 갖고 온 컴퓨터에 있는 자료들과 압수한 문서 자료들 위조한 거다, 에 이 아파트 걸게요.”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전에 말했잖아요. 그 회사 페이퍼 컴퍼니 데이터가 있는 시스템 관리 한다고. 뒷문이 열려있어요.”


뒷문도 못 알아듣는 별무리와는 다르게 그에게는 여러 말이 필요 없었다. 뒷문 열려있다는 한마디에 그의 눈초리가 매섭게 올라갔다.


“자료가 너무 많아 다운 로드하면 발각될 거예요.”


“일부 자료들만 비교해서 압수한 데이터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만 확인하면 돼요. 진위만 가리면 다음 수사에서 진짜 데이터를 증거로 확보하는 건 수사팀이 할 일이죠. 무슨 수를 써서든. 삼진 건설 본사 내에 있어요. 진짜 자료 있는 컴퓨터가.”


“그 얘기 듣고 나니 날아갈 것 같네. 내일부터 그 많은 자료 언제 다 분석하나 했는데. 아~ 치킨이 맥주처럼 술술 넘어가네. 푸흐흐”


“나쁜 상사들이네. 자료가 진짠지 가짠지도 확인 안 하고 무댓뽀로 일 시키고.”


“강보람 지킴이들이잖아요. 두 분 모두. 제가 강보람씨 도움받은 거 알면 엄청 깨질 텐데. 그건 걱정이네.”


“로그인 기록 추적해서 나 잡아내기 전에 그 컴퓨터 서둘러 압수하라고 하세요. 내 걱정만 하지 말고.”


예쁜 얼굴로 여자가 남자를 유혹해야 하는 데 지금 이 그림은 완전히 반대다. 미모의 남자가 여자인 나를 절세 미모로 유혹하고 있었다.


‘무슨 남자가 저렇게 이쁘게 생겼냐. 탐나게. 참,, 탐나는 외모네.’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요?”


“네?”


“무안하게 왜 그리 빤히 보냐고요?”


“아.. 조 경위님 참 곱게 생기셨네요. 세상 참 불공평하네요. 신은 그 미모를 네게 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무래도 신이 깜빡 졸면서 생긴 실수 같아요. 우리 두 사람이 뒤바꿨어야 하는데.”


그건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신은 왜 이 남자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도록 날 빚으신 걸까? 내 외모가 원망스럽게 그리고 겁나 부럽게..


“푸흐흐. 그거 디슨지 칭찬인지 구별 안 되네.”


“디스도 아니지만, 칭찬도 아니에요. 신에 대한 원망이에요.”


난 웃음기 쪼옥 빼고 이야기하는데 저놈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낄낄거렸다.


“어쨌든 사무실 컴퓨터로 로그인해서 확인하려면 두 분 몰래 보람씨 끌어들일 순 없어요. 내일 두 분 설득할 테니 그다음에 함께 작업해요. 혹시 월차 낼 수 있어요?”


“휴가 안 가서 3일 휴가도 낼 수 있어요.”


“잘됐네요. 일단 내일 강보람 지킴이 두 분 설득부터 할게요. 오늘은 맘 편히 맥주 마시자규요~ 건배~”



다음 날, 문 검사 사무실 안.


“야, 임마! 너 제정신이니? 이런 위험한 사건에 왜 민간인을 끌어들여! 그것도 강보람을!”


예상대로 별무리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고 문 검사의 양미간도 이미 구겨져 있었다.


“역정부터 내지 마시고 일단 제 말부터 들어보세요. 제가 밤새워서 저 자료 분석하면 뭐 합니까, 저게 진짜 자료가 아니면 말짱 도루묵이잖아요. 저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부터 확인 작업을 해야지요. 근데 조작된 자료일 확률이 높고 당장 그걸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보람씨뿐 이잖아요. 모든 자료를 다 대조하겠다는 게 아니라 일부분만 확인해도 진위는 가려지잖아요. 최대한 티 나지 않게 작업 할게요.”


그는 문 검사를 쳐다보며 지원을 요청했지만, 그 역시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이 없었다.


“검사님 지금은 이게 최선이에요. 조작된 자료인 게 확인되면 진짜 자료를 압수할 방법을 빨리 모색해야지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압수수색까지 했으니 이제 삼진 건설도 자신들이 타겟인 거 알았을 텐데. 저쪽에서도 지금 얼마나 백방으로 손을 쓰고 있겠습니까?”


“뒷문인가로 티 나지 않게 조작된 건지 진짜인지만 얼른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지?”


“예. 일부분만 확인하면 되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검사님! 그러다 강보람이 뒷문으로 들락거린 거 나중에라도 저쪽에서 눈치챌 수 있어요.”


“시스템 관리자라서 다운만 받지 않으면 루틴 시스템 관리라 여길 겁니다. 너무 부정적이실 필요 없어요.”


“그러다 걔한태 뭔 일 생기면 니가 책임질 거야! 새끼야!”


한차례 폭풍이 휩쓴 후 마침내 문 검사 입에서 서둘러 작업하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바로 당일 날, 늦은 저녁.


잿빛 하늘에 물들어 세상이 온통 꿀꿀해 보이던 그 날.


난 처음으로 그들의 피와 땀이 뒤엉켜 있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 문 검사와 별무리를 만날 때처럼 공작가 영애 코스프레를 하고 사무실을 방문 할 수는 없었다.


내가 그들 앞에 마치 해커와 같은 복장으로 나타난 것은 아마도 처음이었다.


검은 후드티에 검은 캡. 검은 마스크를 쓰고 그들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예상대로 나를 본 별무리는 입을 벌리고 잠시 내 모습을 훑어보았다.


“강보람.. 너 그러고 나타나니 꼭 범인 같다. 왜 그렇게 시커멓게 하고 나타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이런 복장 처음이라 나도 낯서네. 후훗.”


“딱 여기까지야. 더 나대면 너 그땐 정말 아웃이야. 이 사건 마무리될 때까지.”


“알겠어요.”


내가 두리번거리자 별무리는 누구를 찾는 건지 단번에 눈치챘다.

“문 검사님 잠시 후 오실 거야. 그만 좀 두리번거려. 길 잃은 애처럼 정신없게.”


늦은 저녁인데도 퇴근을 안 하고 다들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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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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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1부_27 베일 속 여인, 왕마담 19.05.11 48 0 9쪽
26 1부_26 강아지녀의 등장 19.05.11 44 0 11쪽
25 1부_25 문성열의 추궁 19.05.09 33 0 10쪽
24 1부_24 한 배를 타게 된 예쁜 남자 19.05.08 32 0 9쪽
23 1부_23 측전무후와의 첫 만남 19.05.08 39 0 10쪽
22 1부_22 내 남자의 흔적 쫓기 19.05.07 32 0 11쪽
21 1부_21 사라진 사체 19.05.07 46 0 11쪽
20 1부_20 다시 사라진 내 남자 19.05.06 46 0 11쪽
19 목을 조여오던 긴박함 19.05.06 30 0 10쪽
18 고속도로 위의 추격자 19.05.05 34 0 11쪽
17 안타까움의 다른 표현 19.05.05 34 0 11쪽
16 내 마음 속 영웅들 19.05.04 39 0 11쪽
15 내 남자는 무사할 수 있을까? 19.05.04 39 0 12쪽
14 은밀하게 위대하게 19.05.03 50 0 10쪽
» 열려라, 뒷문 19.05.02 41 1 12쪽
12 날아가는 거 전문인 검사와 형사 19.05.01 44 1 12쪽
11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19.05.01 43 0 9쪽
10 내 남자가 사라지기 한 달 전 19.04.29 46 0 12쪽
9 벗겨진 양파 껍질 19.04.28 46 0 12쪽
8 편하게 고기 먹던 인연, 문성열 19.04.27 42 0 10쪽
7 뜬금포 MOON 19.04.26 47 0 10쪽
6 매정한 수컷들 19.04.25 70 0 10쪽
5 요상한 프레임 19.04.24 72 1 12쪽
4 예상 밖의 전개 19.04.23 69 1 11쪽
3 또 다른 침입자 19.04.22 87 1 10쪽
2 예쁜 남자, 조민 19.04.22 109 1 10쪽
1 실종된 지 2주째 +2 19.04.21 25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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