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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렉 님의 서재입니다.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쉬렉
작품등록일 :
2019.04.21 10:45
최근연재일 :
2020.05.14 09:3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854
추천수 :
9
글자수 :
255,461

작성
19.05.0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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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부_20 다시 사라진 내 남자

DUMMY

“보람아.. 오빠 멋져질까?”


커다란 해머로 심장을 강타당한 듯 잠시 숨을 멈춰야 했다.


의미심장한 그의 뜬금포에 말 문이 막혀 적절한 답을 찾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그 말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단번에 확신할 수 있었기에 당혹스럽고 불안했다.


그 말이 내겐 ‘오빠 사고 칠까?!’로 들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숱한 사고를 치며 윗선의 뒷목을 잡게 만든 조직의 이단아로 살아왔고 그때마다 쏟아지는 통화 내용은 ‘어디 두고 보자’는 협박이 대부분이었다.


외부조직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내부 조직원에게서조차 그런 모진 협박성 전화를 받고 살던 모난 돌인 내 남자, 별무리.


대체 그는 지금 이 순간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지금도 파리 목숨처럼 간당거리는 자신의 생명줄을 담보로 제대로 크게 한판 벌려보겠다는 건가?


피식


그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내 남자는 이 엄청난 폭탄선언 후 순박한 시골 청년의 멋쩍은 미소로 또다시 내 심장을 들쑤셨다.


그 옅은 웃음이 멋져 보이면 안 되는 이 순간. 왜 그리 또 멋져 보이는 건지. 빌어먹을 이성은 전두엽에서 사라진 지 오래전이다.


“지금까지 친 사고로는 성에 안 차요?”


“어엉?”


“방금 한 말.. 제대로 한판 벌린 다음 멋지게 날아가겠다는 비장함 아니었어요?”


피식


대답 대신 그저 엷은 웃음으로 때우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혼란스러웠다.


“강보람, 이제 꼴통 형사 여친답네.”


저 얘기는 순순히 그가 품고 있는 의중을 실토한 셈이다. 내가 그의 심중을 제대로 꿰뚫고 있다는 자백을 받아 낸 거나 다름없다.


더 이상 그가 무심하게 툭 던진 이야기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간을 볼 필요도 없이 뒷목 잡을 현실만이 남겨져 있었다.


“일단 서둘러 먹자. 팽개친 내 차 주변을 샅샅이 뒤진 후 우릴 못 찾으면 다른 차량으로 그 주변을 벗어났나 의심하게 될 거야. 그러면 그곳에서 제일 가까운 휴게소인 이곳부터 수색하러 올 테니 안심 못 해.”


“참.. 아이러니하네. 수색은 형사인 오빠가 그놈들 수색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푸훗. 그러네. 어째 주객이 전도된 엿 같은 기분이네.”


웃음기 띤 그의 입매와는 사뭇 다르게 그의 눈동자엔 누군가를 향한 조롱으로 가득했다.


어지럽게 일렁이던 그의 눈빛은 이내 잔잔해졌고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침착해 보이는 눈동자가 내 마음을 더욱 움츠리게 했다.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 같다고나 할까..


도대체 내 상식으로는 용납되질 않았다. 내 남자가 형산데 나쁜 놈들이 우리를 수색하고 형사인 내 남자는 꼬리에 불이 붙은 쥐새끼인 양 발바닥에 땀 나도록 겁나 헐레벌떡 내빼고 있으니.


‘대체 이게 뭔 그림인 거냐?.. ’


“보람아. 서둘러 먹으라고!”


“으응? 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쓰러운 눈빛으로 가득했던 그의 눈동자에는 이제 아재의 곤조만이 득실거렸다.


빙정 상한 표정으로 씰룩거리는 그의 입술은 그 실체조차 파악되지 않은 대상을 향한 분노로 꿈틀거렸다.


가만두지 않겠다는 그의 오기와 집념이 실려있었다.


뒤숭숭한 그 상황에서도 밥이 꿀떡꿀떡 넘어가는 내 자신이 호모사피엔스인가 싶을 정도로 닭육계장은 꿀맛이었다.


“푸훗. 맛있냐? 국물까지 싹 다 비웠네.”


“요즘 휴게소 음식도 맛있네. 예전엔 참 별로였는데,”


“콜 불렀어. 바로 출발하자.”


여친이 커피를 달고 사는 걸 알고 있는 그는 부리나케 구내 커피 전문점에서 나를 위한 커피를 대령했다.


저런 모습은 여느 다른 이들의 남친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현재 그와 내가 처한 현실은 영화의 한 장면보다도 더 긴박하게 우리 두 사람을 조이고 있었다.


건물 밖에 대기 중인 택시에 몸을 싣고 나니 얼어붙은 긴장감이 눈이 녹아내리듯 손끝과 발끝으로 흘러내렸다.


물간 고등어 눈처럼 흐릿해진 내 시선과 마주한 별무리는 말없이 내 어깨를 감싸며 또다시 헤드락을 걸었다.


미안해서였을까? 격하게 머릿결을 흐트러뜨리며 미열로 따끈해진 내 뺨을 쓰다듬던 그는 가슴이 들썩이도록 큰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지만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


1시간 전 벌어졌던 추격전이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그런 일이 내게 벌어진 것일까?


그 사건을 겪을 당시엔 놀랄 겨를조차 없었다. 온몸에 박혀 있던 긴장감이 전신에서 빠져나가고 푸근한 별무리의 가슴팍에서 따끈한 그의 체온이 전해지자 스르르 눈이 감겼다.


미열 때문인지 잠이 든 사이 내 콧구멍에서 따뜻한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쌕쌕거리며 잠이든 내가 안쓰러워서였을까?


“보람아. 많이 아프니?”


잠이 든 내 어깨를 흔드는 조심스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아니.. 그냥 졸려. 긴장이 풀어지니까 미열이 좀 있는 거야.”


“정말 병원 안 가도 되겠어?”


“웬 오바. 미열에 무슨 병원을 가. 집에 가서 푹 자고 싶어.”


“그래. 곧 도착할 거야.”


눈을 잠시 감았다 뜬 기분인데 또다시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는 내 남자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만 일어나자, 강보람. 다 왔어.”


“흐음.. 일어나기 싫타.. 으응.. 여기가 어디야?‘


내 아파트 정문 앞을 예상하며 눈을 뜬 내 시야에 낯선 풍경이 들어왔다.


”일단 여기서 내려.“


넘겨짚은 내 촉이었지만 혹시나 해서 자신의 여친 집을 노출 시키지 않으려는 의도인 듯했다.


“서울 택시 잡아줄게. 여기서 갈라지자.”


“왜?”


“너 혼자 네 집으로 가.”


“겁대가리 없이 형사를 어택한 놈들인데 내가 오빠 여친인 걸 아직 못 꿰고 있겠어? 부질없다. 1박 2일 여행 내 집에서 마무리해. 안 보내줄 거야.”


고집스럽게 앙다문 내 입매가 비장해 보였는지 그는 머리채를 몇 번 흔들더니 백기를 들었다.


“그래. 망친 여행.. 그곳에서라도 마감하자.”


내 집을 들어선 이후 그는 몸은 그곳에 있었지만, 마음은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눈빛과 함께 마음의 갈피를 못 잡는 별무리를 지켜보는 건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삶과 죽음, 그 선택의 기로에 선 문제적 남자를 곁에 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1시간이 너무나 소중했건만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온 깊은 밤.


그 깊은 밤도 너무나 허무하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후루룩 흘러가 버렸다.


마침내 닫힌 창틈을 뚫고 들어서는 다음 날 햇살이 작별할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왔다.


“우리 언제 또 봐?’


”며칠 바쁠 예정이다. 카톡질 열심히 해. 오빠 네 톡 보는 재미로 살잖아, 요새. 풋“


우리를 이어주는 오작교는 카톡질이었다. 톡질이 없었다면 그와의 연애도 존재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의 뒷모습을 마주하고 선지 정확히 3일 만에 나는 내 남자 관련 소식을 내 컴 모니터를 통해서 확인해야 했다.


우리를 사냥하던 놈들의 손에서 벗어나고자 던져버렸던 똥차를 되찾은 내 남자는 대체 그 덜컹거리는 애마를 타고 어디로 향했던 것일까?


뉴스의 자료 화면으로 송출된 정지 장면에는 또다시 허연 똥차 하나가 길 한복판에 내던져져 있었고 그 건 분명 나의 별무리 애마였다.


이번엔 무사히 탈출하지 못한 건지 여기저기 받친 흔적으로 움푹 패였고 반쯤 떨어져 나간 범퍼는 처절한 몰골로 너덜거렸다.


처참한 몰골로 정차된 별무리의 애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설치된 CCTV에는 더 참담한 몰골로 내달리고 있는 애마의 주인 모습이 포착됐다.


머리는 피투성이가 된 채 어깨를 다친 건지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움켜쥔 채 필사적으로 질주하고 있는 내 남자의 안타까운 도주 장면이 생생하게 녹화돼 있었다.


도주 장면과 더불어 무슨 잔치라도 벌어진 듯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리포터의 하이톤이 내 심장을 해머로 강타하고 있었다.


그 긴박하고 처참한 도주 장면을 외면하지 않고 똑똑히 지켜본 후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털썩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고 먹은 것도 없는데 구역질이 났다.


슬픔보다 앞선 심한 충격으로 눈물조차 흘릴 수가 없었다.


멍하니 앉아 있기를 몇 시간 째, 핸폰의 진동으로 식탁이 계속해서 부르르 흔들렸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다.


별무리의 목소리 외에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혹시 별무리가 전화한 게 아닐까 놀란 가슴으로 핸폰을 허겁지겁 집어 들었다.


“그럴 리가 없지.”


출장 간 준이, 조민, 내 전 남자 문성열까지.. 부재 중 통화로 핸폰 화면이 가득했지만 당장은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말 문이 막혀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다음 날이 주말의 시작이었지만 월요일부터 병가를 낼 생각이다. 무슨 정신으로 회살 다닐 수 있겠는가..


피투성이가 된 오빠의 도주 장면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리플레이되며 속이 울렁거렸다.


“이래서 사람들이 수면제를 먹는 건가?”


며칠 동안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다.


또다시 부르르 온몸을 떨고 있는 핸드폰. 문성열이었다.


도저히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이런 걸 가슴이 미어진다고 하는 건가.. 심장이 두근거리는가 싶더니 점차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쪼그라들어 흔적도 남지 않을 것처럼 타들어 갔다.


-- 나중에 전화할게요.


-- 그래. 지금 상황 파악 중이야. 너무 걱정하지마.


별 도움 안 되는 위로였지만 그가 하는 말에는 늘 무한 신뢰가 실려있었다.


상황 파악 중이라는 그의 말은 진심일 것이다. 아마 지금쯤 인맥을 총동원해서 백방으로 뒤를 캐고 있을 것이다.


부르르


이번엔 조민이었다.


-- 내일 얼굴 보고 얘기해요.


-- 네


-- 혹시 모르니 문단속 잘하고 외출할 일 있으면 내게 먼저 얘기해요.


-- 그럴게요.


그래도 옆 동에 조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됐다. 예기치 못한 큰일을 당하고 보니 그의 존재감이 예상외로 커다랗게 느껴졌다.


잠을 청하고 있었지만 잠이 올 리 없었다.


날밤을 새우다시피 한 나는 겨우 동이 틀 무렵 버티지를 못하고 2시간 쪽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운명은 그러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직 어둠이 미처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난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별무리가 만신창이가 된 채 내달리던 길목에는 규모가 꽤 큰 낚시터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제법 수심이 깊은 낚시터의 물속에서 건져낸, 별무리의 신분증이 들어있는 점퍼가 발견됐다.


시신은 아직 발견 전이라는 소식이었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악몽이 정말 내게 벌어지려는 것일까?


잠수부원들이 낚시터 물속을 수색 중이라는 마지막 리포팅과 함께 이틀이라는 시간이 더디게만 흘러갔다.


마치 천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하루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붉은 노을이 점령했던 하늘은 까만 어둠으로 뒤덮였지만, 그 암흑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듯이 긴긴밤을 채우고 있었다.


폐인처럼 식음을 전폐하고 벽에 기댄 채 졸고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일어서고 싶었지만 한 톨의 기운조차 남지 않은 채 몸속에서 빠져나가 버린 기운은 나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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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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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1부_27 베일 속 여인, 왕마담 19.05.11 49 0 9쪽
26 1부_26 강아지녀의 등장 19.05.11 44 0 11쪽
25 1부_25 문성열의 추궁 19.05.09 34 0 10쪽
24 1부_24 한 배를 타게 된 예쁜 남자 19.05.08 32 0 9쪽
23 1부_23 측전무후와의 첫 만남 19.05.08 39 0 10쪽
22 1부_22 내 남자의 흔적 쫓기 19.05.07 33 0 11쪽
21 1부_21 사라진 사체 19.05.07 48 0 11쪽
» 1부_20 다시 사라진 내 남자 19.05.06 47 0 11쪽
19 목을 조여오던 긴박함 19.05.06 31 0 10쪽
18 고속도로 위의 추격자 19.05.05 34 0 11쪽
17 안타까움의 다른 표현 19.05.05 34 0 11쪽
16 내 마음 속 영웅들 19.05.04 40 0 11쪽
15 내 남자는 무사할 수 있을까? 19.05.04 39 0 12쪽
14 은밀하게 위대하게 19.05.03 50 0 10쪽
13 열려라, 뒷문 19.05.02 41 1 12쪽
12 날아가는 거 전문인 검사와 형사 19.05.01 46 1 12쪽
11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19.05.01 43 0 9쪽
10 내 남자가 사라지기 한 달 전 19.04.29 46 0 12쪽
9 벗겨진 양파 껍질 19.04.28 47 0 12쪽
8 편하게 고기 먹던 인연, 문성열 19.04.27 43 0 10쪽
7 뜬금포 MOON 19.04.26 47 0 10쪽
6 매정한 수컷들 19.04.25 70 0 10쪽
5 요상한 프레임 19.04.24 73 1 12쪽
4 예상 밖의 전개 19.04.23 71 1 11쪽
3 또 다른 침입자 19.04.22 88 1 10쪽
2 예쁜 남자, 조민 19.04.22 109 1 10쪽
1 실종된 지 2주째 +2 19.04.21 25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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